초감각으로 멸망하는 로마를 되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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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맨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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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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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여기 주문하신 것입니다.

DUMMY

훈족에게 고향에서 쫓겨나 로마 영토 안으로 들어간 게르만 부족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진다.


그건 바로 로마의 제도와 기술을 기를 쓰며 도입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중원을 침공한 북방 유목민들도 그러했다.


그 정도가 심해 결국 한족이 되어버린 유목민들도 있었지만.


하여튼 서로마의 아퀴타니아(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일대)에 정착한 서고트 부족은 로마 제국의 관제와 제도를 그대로 갖다 쓰고 있었다.


서고트 부족이 정착한 아퀴타니아는 원래 서로마 제국의 영토였다.


그 말은 곧 서고트 부족의 미진한 행정 체계를 아퀴타니아에 강요해봤자 돈은 돈대로 나가고, 뽑아먹을 것도 제대로 못 뽑아먹는다는 소리.


아니 못 뽑아먹는 걸 넘어 행정 자체가 없어지는 대혼란이 찾아올 것이다.


서고트 부족은 현실과 타협하기로 했다. 무척 현명한 행동이다.


거기다 로마인들의 땅 3분의 1은 서고트 부족이 차지한다는 법전을 발표해 로마인의 재산을 은근슬쩍 가져감으로써 서고트 부족은 현명의 극치를 이루어냈다.


조조와 유비가 울고 갈 만큼 서로마를 돕고,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서고트 부족의 조교 솜씨는 갈리아를 지키는(지배하는) 아에티우스를 감격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아에티우스는 그 감격에 못 이겨 서고트 부족이 건네는 평화 협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호적수 ‘보나파치우스’에게 그 감격을 전송해 줄 생각이었다.


현명하게 여유를 얻어낸 서고트 부족의 왕 테오도리크 1세는 내부 정비를 실시했고, 테오도리크 1세를 따르는 전사들은 각자 맡은 일을 하거나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


그 전사들 중 하나는 이 개인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타라코로 내려갔고, 거기서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그러니까 그게 다 헛소문이었다고?!”


서고트 부족의 위대한 전사이자 무려 코메스(사령관) 직을 역임했던 리우비길드는 마치 전 재산을 사기당한 얼굴로 자신의 매제 퀸투스를 바라봤다.


“예. 헛소문입니다. 머리 좀 굴리시면 아실 텐데요? 톨레툼이 난장판인데, 톨레툼으로부터 여기까지 강철과 철광석을 옮긴다? 혹여 배로 옮겨도 반달 해적들에게 다 빼앗기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내 주문을 못 받는다? 이건가?”


리우비길드는 얼굴을 구기며 살기 어린 눈빛으로 퀸투스를 노려봤다.


이미 전쟁터에서 사람을 여러 번 죽여 본 리우비길드이기에 그가 내뿜는 살기는 일반인으로선 버티기 어려웠다.


허나 이런 살기를 여러 번 받아본(그 살기를 내뿜는 주체가 그의 아내인 건 잠시 잊어두자.) 퀸투스는 지지 않겠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사실을 알아보지 않고, 우리 가문에 주문을 맡긴 건 형님이지 않습니까?”


“아니 그 사실을 미리 알려줬어야지!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면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리우비길드는 고함을 질렀다. 조금 더 화났다면 퀸투스의 멱살을 잡을 게 분명했다.


“어떻게든 톨레툼 강철로 만든 무구를 내 앞에 갖다 놓게.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나?”


“아니 없는 걸 어떻게 만들어놓습니까?”


“내가 말하지 않았나?! 어떻게든! 반달 해적들에게 뇌물을 줘서 톨레툼 철광석을 들여 녹이든! 아니면 톨레툼 강철로 만든 무구를 가진 놈의 집을 털든! 내 앞에 톨레툼 강철로 만든 무구를 가져 오라고!”


‘그런 건 네 사정이고! 하여튼 일은 월요일 아침까지 끝내놔!’ 라고 고함을 지르는 X소기업의 부장 같은 모습에 퀸투스는 허탈한 한숨을 내뱉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주어지면 내 앞에 톨레툼 강철로 만든 무구를 가져올 수 있고?”


“형님 말대로 반달 해적들에게 접선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톨레툼 강철로 만든 무구를 가진 집안이 있는지 찾아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을 얼마만큼 주면 되지?”


“그거야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하루 뒤에 반달 해적들을 만날 지 일주일 뒤에 반달 해적들을 만날 지 어떻게 압니까?”


리우비길드는 그 대답에 얼굴을 구기다 퀸투스에게 대답했다.


“한 달. 더 이상은 못 줘.”


“한 달 가지고는 불가능합니다!”


“젠장! 그럼 나보고 여기서 손가락을 빨면서 기다리라고?”


“멋대로 주문을 넣은 건 형님이지 않습니까? 그나마 형님이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딴 헛소문을 믿었냐고 비웃고, 내쫓았을 것입니다.”


퀸투스의 대답에 리우비길드는 골치가 아프다는 얼굴로 이마에 손을 얹다가 결국 배수진을 쳤다.


“그럼 톨레툼 강철 무구가 내 앞에 나타날 때까지 여기서 머무르지.”


“예?”


“내가 원하는 걸 받을 때까지 여기에 머무르겠다고. 설마 이것까지 안 되는 건 아니겠지?”


“하아···. 마음대로 하십시오.”


퀸투스는 리우비길드의 쇠고집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퀸투스가 리우비길드를 상대할 동안 우리의 루키우스는 타라코 교외에 있는 대장간에서 숙식을 하고 있었다.


그는 눈앞에 놓인 그릇을 보고서 안도했다.


“드디어 뜨거운 불에도 안 녹는 그릇이 완성됐네.”


“고생은 제가 다 했지만요.”


루키우스의 전속 하인인 메투스가 옆에서 투덜거렸지만 루키우스는 그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도가니 제강법에 쓰일 도가니 그릇은 당연하게도 아무 흙으로 만들 수 없었다.


도가니 제강법을 쓸려면 도가니 그릇 안에 담긴 철을 녹여야 했는데, 도가니 그릇이 그 열을 버티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나?


그러니 루키우스로선 각 지역에서 공수한 흙들로 그릇을 만들고, 일일이 실험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맨 땅의 헤딩 수준이지만 루키우스는 그 가짓수를 줄일 미래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돌로마이트, 그리고 흑연.’


일단 이 두 가지를 구하고자 했다.


흑연 같은 경우는 쉬웠다. 석탄 같지만 불에 타지 않는 검은 돌이라고 말하니까 상인들이 알아듣고, 어렵지 않게 구해왔다.


돌로마이트인 경우는 판노니아와 이탈리아 사이를 가르는 산맥에서 나는 하얀 돌들을 가져오라고 말했다.


원래라면 이런 세세한 정보 따위는 기억이 나지 않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루키우스의 경우는.


‘초감각 중 하나 절대 기억 능력이 없었으면 진짜 어떻게 살았을까?’


전생의 이 절대 기억 능력은 전생에서 겪었던 모든 일들을 세세하게 떠오르도록 했다.


마치 컴퓨터 폴더에서 원하는 파일을 꺼내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그 대가로 눈이 타들어 가는 고통이 루키우스의 뇌를 콕콕 찔러댔지만 아주 잠깐 사용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전생에서 이 능력으로 각종 시험을 날로 먹으려고 했는데. 이 빌어먹을 고통 때문에 제대로 쓰지 못했지.’


루키우스는 그때만 생각하면 참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고통이 덜했다면 전생에 용병으로 활동하지 않고, 판검사 혹은 고위 공무원으로 지내지 않았을까?


전생은 전생이고, 현생은 현생이었다.


하여튼 상인들이 구한 것들(당연하게도 가져왔다고 소리치고, 잘 꾸민 가짜를 내놓는 놈들이 태반이었다.)로 하여금 도가니를 굽기 시작했다.


처음엔 가마의 화력이 약해서 인부들을 동원해 새로운 가마를 만들어야 했다.


루키우스는 메투스를 포함한 인부들을 지휘하며 가마를 짓고, 도가니를 굽는 걸 반복했다.


그리고 오늘, 철도 녹이는 열에 버티는 도가니를 완성할 수 있었다.


“고생한 보람은 있겠죠?”


메투스의 물음에 루키우스는 피식 웃으며 도가니를 집었다.


“있도록 만들어야지. 우리 아버지도 내 가족도 그리고 너도 길바닥에 내팽개치지 않으려면 말이야.”


“부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메투스의 대답을 들은 루키우스는 이 대장간에서 일하는 대장장이 앞으로 걸어갔다.


납작코가 인상적인 한 청년 대장장이가 루키우스를 응시했다.


‘아시두우스’라는 이름을 가진 대장장이는 루키우스가 건네주는 도가니를 받으며 물었다.


“도련님이 말씀하신 방법이 정말 통하겠습니까?”


“그걸 알아보기 위해 시도를 해보는 게 아닌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는지 아시두우스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도가니를 사각형 토대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도가니 안에 철과 석회석, 연망간광(유리 색을 빼낼 때 썼다.), 탄산나트륨(유리를 만들 때 썼다.) 가루를 티스푼으로 퍼서 집어넣고, 도가니 주위에 역청탄을 건류한 코크스를 놓으며 불쏘시개로 코크스에 불을 붙인 뒤 뚜껑을 닫았다.


“이대로 기다리면 되는 것입니까?”


“그래. 녹았는지 안 녹았는지 일일이 살펴보면서 말이야.”


“이렇게 손을 놓으니 마음이 불편합니다. 철을 제대로 녹이려면 팔 빠지게 풀무를 눌러줘야 하는데 말이죠.”


“이럴 때일수록 머리를 써야지. 목공소가 왜 강가에 있겠어? 물의 힘으로 나무를 자르기 위함이잖아. 안 그래?”


로마에서 물레방아를 쓴 지 어언 수백 년은 흘렀다.


로마인들은 하나의 물레방아를 쓰는 걸로도 모자라 아예 계단식으로 물레방아를 설치하여 수력을 활용했다.


그 물레방아로 나무를 자르거나 밀을 빻고, 광산 밑바닥에 찬 물을 광산 바깥으로 내보내거나 광석을 부수기도 했다.


어찌 보면 물레방아를 극도로 활용했다고 볼 수 있었다.


이곳 타라코에서도 물레방아를 적극적으로 쓰고 있었다.


지금도 바깥에 수입한 목재와 세금으로 거둔 밀을 빻고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걸 철을 녹일 때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쓰이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었다.


‘몰랐으니까. 또 알았어도 사람을 쓰는 게 더 싸니까.’


제철에 물레방아가 적극적으로 사용되던 때는 유럽에서 용광로가 사용될 때였다.


용광로부터는 인력으로 풀무를 움직이는 것보다 수력으로 풀무를 움직이는 게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지금처럼 괴철로를 사용할 때는 인력을 쓰는 게 효율적이란 소리였다.


그럼 이런 생각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괴철로를 쓰지 않고, 용광로를 쓰는 게 어떠냐고.


이 시대 사람들은 용광로를 몰라서 못 썼지만 그 지식을 알고 있는 루키우스는 다르지 않냐고 말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도련님. 이렇게 물레방아로 풀무를 움직이면 철광석을 많이 녹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뭐 그렇겠지.”


아시두우스의 물음에 루키우스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철을 많이 생산하면 그만큼 이 대장간도 커지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돈도 많이 벌게 될 거고요! 그러니 주인님께 한번 말씀해보시는 것이 어떻겠-”


“돈 많이 못 벌어.”


“예?”


“많이 못 번다고.”


루키우스의 단호한 대답에 아시두우스는 할 말을 잃었는지 눈을 깜빡이며 루키우스를 바라봤다.


마치 자세한 설명을 원한다는 얼굴이었다.


루키우스는 그 얼굴에 피식 웃으며 이유를 말해줬다.


“철을 많이 만들면 좋지. 철은 누구나 원하잖아. 그런데 그걸 살 사람이 있을까?”


기업의 생산력이 강해져 봤자 살 사람이 부족하면 그 기업의 창고에 악성 재고만 쌓이고, 그 악성 재고는 손실이 된다. 그렇게 커진 손실은 결국 기업을 망하게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애덤 스미스 이전에 분업의 묘미를 깨달은 고대인들은 많았다.


지금으로부터 800~900년 전인 기원전 431년에 태어난 크세노폰.


그가 저술한 ‘오이코노미코스’에서도 분업이라는 개념이 튀어나왔다.


그 말은 그때 당시에도 분업을 했던 작업장들이 드문드문 있었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 분업의 개념은 그때 당시엔 묻히고, 그때로부터 2000년이 지나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저술했던 때부터 폭발적으로 이용됐는가?


그 이유는 간단했다. 분업으로 생산한 수많은 물건들을 소화할 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한 마을의 대장간이 규모를 키워 공장으로 탈바꿈하여 물건을 왕창 생산하고, 마을에 팔아봤자 재고만 왕창 쌓일 뿐이다.


당연히 살아남으려면 그 재고를 팔아야 했다. 마을로는 재고를 소화할 수 없으니 다른 마을을 찾거나 도시에 갖다 팔아야 한다.


마차로 재고를 옮기기엔 생산비보다는 운송비가 더 든다.


길이 개판이면 안 그래도 비싼 운송비가 더더욱 비싸진다.


그 운송비를 줄이려면 길을 정비하거나 배를 이용해야 했다.


애덤 스미스의 분업이 먹혔던 이유는 그때 당시 영국이 길을 정비하고, 운하를 대대적으로 뚫어 물동량을 대폭 확장시켰기 때문이다.


물동량의 상승은 시장 크기의 확장을 의미하며 그렇기에 분업을 해도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허나 지금처럼 로마 전역이 야만족들에게 침략을 받으며 길이 끊기고, 바다를 돌아다니는 배가 해적들에게 침탈당하는 지금 같은 시기에 용광로를 통한 사업 규모 확장? 분업?


‘하핫! 저기 봐! 저기에 철이 많다!’


‘이 어르신에게 바치려고 그렇게 많이 생산해놨구나! 장하다!’


라는 개소리를 찍찍 내뱉는 약탈자부터.


‘철이 그렇게 많은데, 싸게 팔 수 있는 법도 아닙니까?’


‘예? 그만한 철광석과 석탄을 하루 간격으로 팔아달라고요? 미쳤습니까?’


라는 상인들의 개소리와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을 아시두우스에게 설명하니 아시두우스는 감탄했다.


“도련님께선 아시는 것이 많군요.”


“이 정도야 집안에서도 배우는 내용이지.”


“에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도련님. 주인님도 첫째 도련님도 이런 건 잘 모르실- 아얏! 그만 좀 때리십시오!”


메투스는 딴죽을 걸다 루키우스에게 발차기로 종아리를 얻어맞았다.


“하여튼 쓸데없는 소리를 하느라 매를 벌어요.”


“매번 때리는 힘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파 죽겠습니다.”


“야. 이 정도면 살살 때린 거야.”


그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도가니를 꺼낼 때가 왔다.


아시두우스는 뚜껑을 열었고, 어마어마한 열기가 아시두우스의 얼굴을 덮쳤지만 숙련된 대장장이인 아시두우스는 익숙한 얼굴로 열기를 버텨내며 도가니 안을 확인했다.


“그릇 위에 둥둥 떠다니는 게 있습니다. 도련님.”


“빼내. 불순물이니까.”


“예. 그 다음은 어떻게 합니까?”


“흑연 있지? 그거 뿌려봐.”


“그 검은색 가루요?”


“그래. 그거.”


“그거 얼마만큼 넣습니까?”


“그걸 알아봐야지. 아까 만들어둔 수저 있지? 제일 작은 거로 퍼서 집어 넣어봐.”


아시두우스는 루키우스가 시키는 대로 티스푼으로 통 안에 든 흑연가루를 도가니 그릇 안에 솔솔 뿌렸다.


“그 다음은 어떻게 합니까?”


“휘저어! 그 가루가 골고루 들어가게!”


“예!”


아시두우스는 로봇처럼 루키우스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얼마 뒤 아시두우스는 미리 만들어 둔 주조 틀 안에 도가니 부리를 갖다 대고, 녹은 철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아시두우스는 주조 틀을 해체하고, 검의 형체로 이루어진 강철 덩어리를 꺼냈다.


“식힌 뒤 두들기면 됩니까?”


“아니 담금질을 시작해.”


“담금질이요?”


“그래. 이 부분은 네 영역이야.”


이래서 전문가가 필요한 법이다. 담금질같이 대장장이의 감으로 완성되는 부분은 루키우스로선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온도계와 시계가 있다면 규격화해볼 법도 한데···. 그런 게 있어야지. 젠장.’


문득 현대 문물이 그리웠다.


아시두우스는 자신의 경험대로 검을 기름에 넣어 식히고, 골고루 불에 달구면서 열처리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메투스가 루키우스에게 물었다.


“두들기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두들기면 저 안에 든 탄소가 날아갈 까봐.”


“탄소? 그건 또 뭡니까?”


“철을 강하게 하는 무언가라고 생각해.”


메투스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여 넘어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완성된 하나의 검.


루키우스는 그 검을 통나무에 내려쳤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검이 휘어졌네요.”


“흑연 가루를 적게 넣어서 그래.”


아쉽게도 초심자의 행운은 발휘되지 않았다.


“다시 하지. 이번엔 아까보다 큰 숟가락으로 시도하자고.”


“그럼 이 검을 부셔서 다시 집어넣겠습니다.”


“아니. 그러면 반대도 강하지만 잘 부서지는 철이 만들어지겠지. 처음에 만들어뒀던 철 있지? 그거 가져와.”


과학적 방법론 중 하나인 독립 변수를 바꾸면 곤란하다.


루키우스는 아시두우스가 아닌 다른 대장장이가 와도 도가니 제강법을 쓸 수 있도록 방법을 규격화할 생각이었다.


아시두우스는 루키우스의 로봇이 되어 철을 여러 번 녹이고, 검을 만들어야 했다.


*****


그리고 루키우스는 위풍당당한 얼굴로 아버지 퀸투스와 외삼촌 리우비길드 앞에 검을 내밀었다.


“주문하신 물건입니다.”


두 사람의 눈은 루키우스가 내민 검에 집중했다.


작가의말

루키우스의 초감각의 종류 중 하나가 나왔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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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편. 얼마 없기에 비싼 값에 팔아야죠. 외삼촌 +30 24.07.28 7,837 292 16쪽
» 5편. 여기 주문하신 것입니다. +20 24.07.27 8,098 261 17쪽
4 4편. 이 제철법은 인도에서 시작되어. +22 24.07.26 8,908 275 14쪽
3 3편. 위기는 곧 기회인 법. +30 24.07.25 9,638 312 14쪽
2 2편. 폼페이우스 집안. +26 24.07.25 11,400 331 14쪽
1 1편. 짝퉁 원숭이 손이라 다행이야. +44 24.07.25 13,331 32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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