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절세미녀 로마공주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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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렁컨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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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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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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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안토니아 공주와의 첫날 밤 (1)

DUMMY

<53>


뱀처럼 꿈틀거리는 듯한 눈빛, 원로원의 수장 퀸투스였다.


날 이리저리 살펴보며 그는 천천히 다가왔다.


궁정 장관 세네카와 아버지 마르쿠스는 그 퀸투스의 좌우에 서서 대장간 안으로 들어왔다.


대장간 열기 때문에 웃통을 벗고 있는 나.


그나마 이곳에서 여러 달 생활한 덕분에 뱃살은 사라졌고 탄탄한 근육들이 자리잡았다.


희미하지만 복근도 나타났다. 어깨와 팔뚝도 제법 단단해졌다. 지난날의 카리우스보다는 좀 더 김동호다운 모습.


하지만 나는 여느 야공들과 다름없이 짧은 치마 같은 로마식 하의만 입은 채 그들의 앞에 섰다.


이때 나는 눈치껏 내가 먼저 퀸투스에게 인사할 필요가 없다는 걸 바로 깨달았다.


왜냐하면, 대장간 바깥 공터에 근위대장 티겔리누스와 근위대 대대장들, 그리고 백인장급 근위대 간부들이 일제히 말에서 내린 뒤 투구를 벗고서 좌우 대열을 이루며 섰는데 하나같이 무척 공손한 표정들이기 때문.


물론, 티겔리누스와 일부 근위대 대대장들은 뭔가 탐색하듯 날 쳐다보지만, 그들을 제외한 주요 간부들은 감히 날 쳐다보지 못했고 다들 시선들이 땅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이때 이들 전체를 대표하는 퀸투스가 안으로 들어왔고, 강렬한 용광로의 열기에 그는 흠칫했으나 멈추지 않고 터벅터벅 걸어 들어왔다. 그리고 어느덧 내 지척에 이르자 그는 공손하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퀸투스의 좌우에 있던 세네카와 아버지 마르쿠스도 역시 뒤따라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그 뒤에 있던 티겔리누스와 근위병들도 일제히 대열에 맞춰 힘차게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들을 목격한 대장간 야공들과 노예들.


일단의 광경에 어수선해지던 그들은 그래도 눈치가 있는지 황급히 무릎을 꿇고서 머리를 숙였다.


그 바람에 모두가 내 시선 아래로 몸을 낮추고 있었고, 오로지 나만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리고 이때 고개를 들며 가늘고 긴 눈으로 날 예리하게 탐색하던 퀸투스가 홀로 일어섰다.


그는 누군가에게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손짓했고 이때 황궁의 어느 시종이 황금 궤짝을 두 손으로 들고서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 황금 궤짝이 마침내 열리자 퀸투스는 거기서 뭔가를 꺼냈다. 무척 소중하게 뭔가를 손에 들고서 천천히 몸을 돌리는 퀸투스. 그는 새하얀 긴 튜닉를 입고 있었고 우측 어깨에서부터 좌측 허리까지 이어지는 화려한 휘장을 두르고 있는데, 현재 두 손에는 빛나는 황금 월계관이 들려 있다. 그걸 들고서 퀸투스는 좀 더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바로 내 앞에 이르러 다시 무릎을 꿇는 퀸투스.


원로원 수장 격인 퀸투스는 현재 로마 전체를 대표하는 것 같았고, 돌연 두 손으로 월계관을 높이 들며 무척 카랑카랑한 어조로 외쳤다.


“신의 뜻을 받드신 위대한 분이시여! 아폴로의 아들이며 게르마니쿠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피를 이으신 위대한 후손이시여! 로마의 영광을 위해 빛나는 팔라티눔의 주인이 되시옵소서! 저 원로원 의원 퀸투스는 로마 황실의 정통성을 가진 분에게 이 월계관을 바치옵니다. 신성한 분이시여! 부디 이 로마를 번영케 하시며 신의 뜻에 따라 로마를 통치하여 주시옵소서!”


그러면서 퀸투스는 더 높이 월계관을 들어 올렸고, 또한 더 깊이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그 바람에 바로 내 심장 근처까지 뻗어 나온 황금빛 월계관.


그 빛나는 월계관을 나는 잠시 멍하니 쳐다봤다.


한편, 퀸투스의 카랑카랑한 외침이 끝나는 순간, 대장간 야공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고개를 들었는데,


그러나 근위대장 티겔리누스마저 머리를 깊이 숙이고 있는 모습에 다들 기겁하면서 다들 황급히 머리를 숙이며 납작 엎드렸다.


그러니까 이곳 대장간 주인이 로마의 황제가 되는, 그 놀라운 순간을 그들은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신성한 피를 이으신 분이시여! 카리우스 네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 그 명예로운 이름을 받으시며, 이제 로마의 임페라토르(황제)이자 프린켑스(Princeps)가 되시옵소서!”


동시에 세네카를 비롯하여 아버지 마르쿠스 역시 복창하며 외쳤고, 황궁 근위대 병사들도 일제히 함성을 질러댔다.


“로마의 신성한 임페라토르(황제)가 되시옵소서!”


그 함성들은 대장간 전체를 웅웅 울리게 했는데,


그래서 나는 귀가 먹먹하면서도 그 함성 덕분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이것저것 빠르게 판단했다.


그러니까 지금 내 이름이 바뀐 것.


물론, 카리우스라는 이름은 가장 처음에 불렸으나 나머지 이름들이 바뀌었다.


우선, 내 이름 자체가 아주 길어진 것.


카리우스 네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


특히, 이름의 가장 끝에 있는 게르마니쿠스(게르마니아를 정복한 자)는 내 어머니 리빌라 공주의 친부이자 이 몸뚱이의 외조부였던 게르마니쿠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가지고 있던 칭호였다.


그리고 내 외조부는 제3대 황제인 칼리굴라의 친부. 그래서 황제 칼리굴라는 나 카리우스의 외삼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로마의 제3대 황제 칼리굴라 역시 긴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가이우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이며,


제4대 황제 클라우디우스는 클라우디우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또한, 네로 황제도 네로 클라우디우스 카이사르 드루수스 게르마니쿠스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황제를 지칭하는 이름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 등이 내 이름 속에 들어온 것이다.


다만, 여기서 기분 나쁜 점은 아버지 마르쿠스와 관련된 이름들은 내 새로운 이름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된 것.


그러나 전임 황제인 네로의 이름이 내 새로운 이름 속에 포함되었다.


그래서, 카리우스 네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


때문에 하나의 추측이 가능하다.


아마 내가 모르는 사이, 나는 네로 황제의 양자로 입적된 모양.


아무래도 황실의 정통성 때문이겠지.


그리고 그 정통성이란 명분에 따라 내 이름 두 번째에 악마적 이름 ‘네로’가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좀 곤란한데.’


뭔가 불쾌한 느낌과 함께 뭔가 불안한 느낌도 든다.


네로라는 단어가 가진 그 불쾌감.


그래서 나는 그런 이름이 내 이름 속에 섞였다는 게 못마땅하지만,


생각해 보면 황실의 정통성 때문에 내가 함부로 부정하거나 반발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네로 황제는 아직 폭정을 시작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열화 같은 지지를 받고 있지 않았나.


그런 네로가 죽었다면, 네로는 더는 폭군 따위가 아니다.


오히려 로마 시민들이 그리워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린 것.


‘하! 기분이 좀 엿 같긴 하지만.’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건 수용해야 한다.


하긴, 네로 역시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양자가 되면서 정통성을 확보했고, 네로 역시 자신의 이름 속에 클라우디우스 이름을 흡수시키지 않았나. 그런 경로는 나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다.


'그래.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래서 내 이름은 이제 카리우스 네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다.


물론, 솔직히 먹먹하기도 하다.


주민센터 공무원이었던 나 김동호. 그런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로마에 떨어졌고,


어느날 갑자기 쿨라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제위에 오르게 되었다.


근데 이게 과연 좋을 일일까.


아직 난 잘 모르겠다.


물론 황제가 된다면 뭐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제3대황제 칼리굴라처럼 황궁을 아방궁 주지육림으로 만들 수도 있고,


네로처럼 로마를 불태울 수도 있다.


물론, 내가 그런 망나니가 되겠다는 건 아니지만.


아, 머리야.


현기증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 퀸투스를 쳐다보다가,


또한 퀸투스와 티겔리누스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며 뭔가 끈적끈적한(?) 시선으로 날 쳐다보는 모습에 나는 그제야 다시 차가운 현실감을 확보했다.


그러고 보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의 면면은 앞으로 전개될 로마 정치사에서 아주 중요한 변수들이 아닌가.


우선, 원로원을 대표하는 퀸투스가 가장 앞에 서 있는데 이것은 바로 퀸투스가 이번 사건에 협조하며 주도했다는 의미.


또한, 황궁 궁정 장관 세네카, 아버지 마르쿠스 뒤에 티겔리누스가 위치하고 있다.


저 티겔리누스는 네로 황제의 충견이 되려고 했던 자.


이런 권력자들이 바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이건 바로 저들이 서로 정략적으로 손을 잡았다는 의미.


서로 타협했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지금 이 순간부터 로마는 새로운 네 명의 권력자가 출현한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 균형 구도가 잘 작동하고 있을 테지만, 언제든 그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


이건 바로 로마의 정치적 위험. 내 목숨과도 직결될 수도 있다.


하긴, 이 시대 황제는 안전하지 않으니까.


거기다가 내가 지금 월계관을 받게 되면 로마에 가장 시급한 일부터 해결할 책무가 생기게 된다.


바로 전임 황제의 복수.


파르티아에 대한 징벌.


'아, 역시 머리 아파.'


이제 로마는 급변하고 있다.


쿨라가 바꾸어 버린 로마.


그 로마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감히 나조차도 예상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잠시 후, 나는 약간 떨리는 손으로 황금 월계관을 받았고 곧이어 그 월계관을 머리에 쓰자 비로소 요란한 함성들이 터져 나왔는데, 그 함성들은 이제 대장간을 넘어 저 멀리 저 하늘까지 닿을 정도로 크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새로운 황제의 시대는 이렇듯 붉은 용광로가 활활 달아오르는 이곳 대장간에서 막 시작되고 있었다.









<54>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보는가?”


로마의 일곱 언덕 중 팔라티노 언덕에 자리잡은 팔라티눔 황궁.


퀸투스와 티겔리누스는 현재 각자 말을 타고서 천천히 언덕에서 내려오는 중이다.


화려한 근위대장 제복을 입고 있는 티겔리누스.

그의 흉갑은 빛나고 있으나 그의 표정은 결코 좋지 못하다.


퀸투스 역시 가늘고 긴 눈이 굽이치듯 찌푸려져 있었고,

그 주변으로 주름이 져 있고 뭔가 고심에 가득한 모습이다.


“결국, 오늘부터 더 치열한 싸움들이 벌어지지 않겠습니까?”


대답하는 동안, 굳은 표정의 티겔리누스는 내내 인상을 썼다.

그의 눈밑 흉터는 꿈틀거렸고,

두 눈에서 흉흉한 기광이 번득이는 티겔리누스는 뭔가 날카로운 의지 같은 것도 은연 중에 표출하고 있었다.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다. 허나 우리가 이대로 있을 순 없지.”


“퀸투스님, 허면 서둘러 내부 단속도 진행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부 단속이라?”


“일전에 제가 보여드렸던 스푸리우스의 목! 기억나십니까? 저는 지금껏 암살 사건 수사에 몰두하느라 감히 신경 쓰지 못했으나 이제 움크스 의원의 신변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전 호민관이었던 움크스 의원? 그자가 아직 죽지 않았나?”


“근위대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폐하께서 처형 명령을 검투사 제전 이후로 결정하신 터라 아직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이런! 이것도 문제군! 움크스가 다시 원로원으로 돌아온다면···.”


굉장히 골치 아픈 일들이 생길 수 있다.


퀸투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들 스푸리우스를 잃은 움크스.


자신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판했던 자.


그런 움크스가 아직 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자가 무사히 살아 돌아오면, 정말 귀찮은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혹시 세네카가 그 움크스를 이용할까?”


“모르는 일입니다. 허나 가능성이 있습니다. 움크스의 아들 스푸리우스는 전임 근위대장 부루스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자. 부루스와 세네카는 한 몸이나 다름없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별 수 없겠군. 그 일은 자네가 시작했으니 자네가 끝까지 맡을 수 있나?”


티겔리누스를 쳐다보며 퀸투스의 주름진 두 눈은 살기로 번들거렸고,


티겔리누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 일은 제가 신속히 처리하겠습니다. 누구든 고문 중에 죽는 게 흔한 일이니까요."


"자네만 믿겠네. 그리고 내가 따로 명단을 보낼 테니까 이번 암살 사건과 연관시켜 그들도 잡아 들이게. 반드시 죽이도록 하게. 상황이 달라졌으니 언제든 세네카한테 붙을 수 있는 자들이네."


"알겠습니다. 퀸투스님. 그리고 이제 전 돌아가야 합니다.”


티겔리누스는 크고 거친 손으로 말고삐를 힘껏 잡았다. 천천히 걷던 그의 말이 멈춰 서자, 퀸투스 역시 말고삐를 잡았다.


“팔라티눔(황궁)은 이제 앞으로 한동안 어수선하겠군.”


“그 때문에 근위대의 역할이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티겔리누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퀸투스.


"퀸투스님. 제가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눈짓한 뒤, 말 머리를 돌리는 티겔리누스.


그런 티겔리누스를 퀸투스는 무표정하게 쳐다봤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티겔리누스가 이런 관계에 있어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그 주도권은 어느덧 자신에게 넘어왔다.


근위대장 티겔리누스는 끈 떨어진 연. 그래서 자신에게 무조건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걸 잘 아는 퀸투스. 그는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이거 하나만 꼭 기억하게. 당분간 우린 무조건 머리를 숙여야 하네. 허나 곧 우리에게 좋은 일들이 있을 거야. 자넨 당분간 새 황제를 모시는 일 외에도 전임 황제 암살 건에 대해 계속 수사하도록 하게. 우리가 뭔가 놓친 게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해 보도록 하게.”


그러자 뒤돌아보던 티겔리누스는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자세를 잡았다.


한편, 퀸투스는 그런 티겔리누스의 거대한 등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가볍게 말 채찍을 휘두르며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노예 호위병들과 함께 빠르게 가도(도로)를 달린 끝에 마침내 로마 도심에 위치한 율리아 회당 앞에 도착했다.


이 율리아 회당은 바로 원로원 의원들이 모여 회의하는 곳.


이 거대한 회당은 아우구스투스 황제 재위 중에 완공되었고, 현재 로마 정치의 1번지라고 말할 수 있다.


퀸투스는 노예 호위병의 부축을 받으며 말에서 내린 뒤 곧장 회당 안으로 들어섰고, 그곳에서 무척 혼란스러운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현재 이곳엔 원로원 의원들이 잔뜩 모여 있다.


그들은 뭔가 상기된 표정을 하고서 소란스럽게 대화하다가


때마침 퀸투스가 나타나자마자 다들 황급히 퀸투스에게 모여 들였다.


한때 친황파였던 탈루스와 프로니우스. 그들도 황급히 다가왔고,


퀸투스 의원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수십 명의 의원들도 그의 앞으로 모여들었다.


현재 원로원 의원 숫자는 무려 수백 명.


이런 원로원 의원들은 각각 출신 이력이 다른데, 집정관 출신들, 호민관 출신들 외에도 황궁 행정관이었던 자들, 군단장 혹은 사령관이었던 자들, 또한 유력 귀족 가문 출신자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물론, 하나같이 귀족 신분이지만, 그 나름의 정치적 성향이 각각 다른 편인데,


움크스 같은 이상주의적 정치가도 있으나


대다수는 특정 세력을 형성한 뒤 각자의 권력과 사익 추구에 몰두하고 있다.


한편, 이런 세력들 중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 이는 바로 퀸투스.


그 때문에 그는 로마 황제에게 빼앗긴 프린켑스(Princeps) 역할을 맡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


원래 로마 공화정 시대에 원로원 의장 프린켑스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권한이 국가 원수에 준하는 권력이었다.


그러나 그 프린켑스 자리는 제정 시대가 되면서 황제에게 넘어갔고, 따라서 황제는 현재 원로원 의장 역할도 겸하게 된다.


물론, 이런 체제는 황권을 강화하기 위한 형식적인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당연히 원로원에선 황제를 제외한 실질적인 리더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 시대의 원로원 리더는 바로 퀸투스 의원이다. 대다수 의원들은 거물 퀸투스에게 머리를 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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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그 말이 사실입니까? 퀸투스님! 마르쿠스님의 장남이 리빌라 공주님의 아드님이었다는 게 정말 사실입니까?”


"두 분은 결혼하지도 않았는데, 그럼 그 계승자가 사생아라는 뜻입니까?"


“제위에 오르기 위해 계승자가 팔라티눔 황궁으로 들어갔다는 소식도 사실입니까?”


“어떻게 아무도 모르게 이런 일이 진행될 수 있단 말입니까!”


친황파였던 탈루스와 프로니우스. 그들은 가장 먼저 가장 큰 목소리로 퀸투스에게 외쳤고, 일부 의원들도 우르르 몰려들며 퀸투스에게 그 사정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나 퀸투스는 그저 말없이 그들을 지켜보다가


잠시 후, 자신의 수족 의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곧장 원로원 회의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퀸투스가 움직이자 수많은 의원들이 일제히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회의가 시작된다는 누군가의 외침에 따라 의원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 서둘러 착석했다.


그렇게 의원들이 어느 정도 계단식 의자에 착석을 마치자


가장 앞줄 대열에 앉아있던 퀸투스는 비로소 앞으로 걸어 나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 순간 그에게 집중될 때, 그는 약간 충혈된 눈을 하고서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설명이 다 끝나기도 전에 금방 소란이 일어났다.


“허나 제가 알기론 그는 아주 방탕하고 술과 여자와 도박을 즐긴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분에게 로마를 맡기는 게 과연 정당한 일입니까?”


"저 역시 이 사태를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마르쿠스님이 이 비밀을 숨겼다는 건, 이 자체가 로마를 기만한 일! 그 즉시 그를 체포해야 합니다!”


“도대체 갑자기 나타난 계승자를 우리가 받아들여야 합니까?"


“의원 여러분! 어쩌면 이게 기회가 아닙니까? 자, 보십시오! 다시 공화정 시대가 시작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란 말입니다!"


그렇듯 반발하는 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초반 분위기를 주도했으나, 반면 대다수 의원들은 눈빛이 점점 차가워지며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았다.


득과 실,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특히, 수많은 의원들이 황궁 법무관 마르쿠스와 인연을 맺고 있는데, 갑자기 그의 아들이 황제가 된다고? 이건 분명한 호재였다. 이런 호재를 감히 놓칠 수 있나.


그 때문에 앞선 의견들에 대한 반론들이 곧바로 일어났다.


“퀸투스님이 증인이라면 누가 감히 피의 정통성을 부정할 수 있겠소? 또한, 그분이 신성한 아우구스투스님의 피를 이은 분이라면 그 누구도 그 위치를 부정할 수가 없소!”


“돌아가신 폐하도 다르지 않소이까? 폐하 역시 양자 입적을 통해 로마의 임페라토르(황제)가 되셨소! 따라서 이번 일도 그와 다를 바 없소! 폐하의 양자로 입적됐다면, 이것 또한 로마를 위한 일!”


“나 또한 그리 생각하오! 누가 감히 피의 정통성을 부정한단 말이오! 그걸 부정하는 자는 로마를 부정하는 것! 이건 반역이외다!”


“저 역시 피의 정통성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둘러 파르티아로 진격하여 파르티아 왕부터 응징해야 합니다!”


“나 역시 찬성하오!"


“맞습니다! 황제가 유고한 상황은 절대 오래가선 안 됩니다! 혹시라도 각 속주에서 반란이 발생한다면, 큰일입니다! 서둘러 즉위 인준부터 마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듯 찬성 의견들이 갑자기 빗발치기 시작했고,


퀸투스는 굳은 표정으로써 그 모습들을 쳐다보다가 문득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르쿠스와 세네카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들.


황제가 살아났다면 물론 달라졌을 이야기지만, 이젠 돌이킬 수가 없다.


그렇다면 자신의 입장도 더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 그래서 정치적 밀약은 언제나 중요한 법.’


며칠 전, 퀸투스는 연금 상태였던 세네카를 찾아갔다. 그리고 당시 세네카로부터 몇 가지 약속들을 받아냈다.


먼저, 자신에게 궁정 장관직을 물려달라는 요구를 관철시켰고.


또한, 티겔리누스가 가진 근위대장 위치를 보장받았으며


세네카가 정계에서 물러나되 새 황제의 스승 역할에만 만족하라는 요구도 관철되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 이때 퀸투스는 마르쿠스의 브리타니아 총독 파견 건도 주장했다.


특히, 그 마지막 요구가 가장 힘든 요구였는데


다행히 세네카와 마르쿠스는 그 요구를 겸허하게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수용하되 단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 마르쿠스가 브리타니아로 가게 되겠지만, 갈리아 속주 총독도 겸하도록 해야 하네. 그걸 들어준다면 모든 제안을 수용하겠네.


그러니까 마르쿠스는 브리타니아 속주 외에도 갈리아 속주를 다스리는 총독이 될 테고, 각 속주에 포함된 엄청난 병력을 지휘하게 될 것이다.


이건 바로 새 황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편법.


그 때문에 퀸투스와 티겔리누스는 함께 고민했으나 결국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결정했다.


어쨌든 마르쿠스가 로마를 떠난다면 향후 로마를 장악하는 게 훨씬 더 빨라지고 더 쉬워지기 때문.


우선은 저 막강한 걸림돌부터 치울 필요가 있었다.


-----


그 밀약들을 잠시 머릿속에 떠올리던 퀸투스.


그사이 의원들의 소란이 줄어들자


비로소 퀸투스는 자신을 따르는 의원들에게도 눈짓했다.


그러자 이번엔 그들이 나섰다.


그들은 황제 즉위 인준을 서둘러 결행하자며 소란을 피웠고,


점점 더 그쪽으로 분위기를 몰고 갔다.


거기다가 곧이어 퀸투스 역시 자신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표명했는데,


그 때문에 원로원 의견은 좀 더 빠르게 하나의 형태로 모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로마의 새로운 황제는 무조건 즉위하게 될 터.


이것은 바로 자신의 뜻이며 가장 합당한 계획이었다.


'이것으로써 난 로마의 2인자가 된다. 황제를 제외하고, 유일한 최고 권력자. 아무튼 이제부터가 시작이구나.'


원래 전임 황제에게 붙으려고 했으나 지금 사정이 달라졌다. 하지만 그 사정이 나쁘지 않다.


전임 황제는 큰 야욕을 가지고 있었으나 새로운 황제는 그저 멍청한 방탕아일 뿐.


특히, 마르쿠스가 떠난 뒤 뒷방 노인이 될 세네카만 잘 다룬다면, 금방 자신의 손에 진짜 권력이 들어올 것이다. 황제조차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그런 권력 말이다.


퀸투스는 절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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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사흘 뒤.


로마 도심의 포로 로마노(Foro Romano). 그 거대한 기둥들이 세워진 회랑 앞에서 삼엄한 경계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마침내 화려한 황제 즉위식이 이어졌다.


그러나 혹시 모를 암살 상황을 대비하여 근위대 전원이 이곳에 운집했고, 로마군단 일개 군단이 이 주변 전역을 빽빽하게 에워쌌다.


또한, 신분을 확인받은 귀족들만 참관한 채 새 황제의 즉위식을 볼 수 있었고,


그 와중에 무사히 즉위식이 끝나면서 비로소 새로운 황제가 정식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던 귀족들과 병사들. 그들은 드디어 환호성을 질렀고, 침착해진 로마의 시간은 다시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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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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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절세미녀 로마공주와 결혼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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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학살자는 충성을 원한다 NEW 6시간 전 326 12 11쪽
29 누군가는 황제가 되고 누군가는 신이 되었다 +4 24.09.18 610 19 7쪽
28 안토니아 공주의 침실 +5 24.09.17 737 24 18쪽
27 첫날 밤, 그리고 태동 (2) +2 24.09.16 814 24 7쪽
26 첫날 밤, 그리고 태동 (1) +4 24.09.14 926 20 18쪽
25 수부라의 현인 +4 24.09.12 980 26 31쪽
24 안토니아 공주와의 첫날 밤 (2) +5 24.09.10 1,180 18 25쪽
» 안토니아 공주와의 첫날 밤 (1) +4 24.09.07 1,414 29 23쪽
22 카리우스 네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 +5 24.09.05 1,348 33 25쪽
21 황제가 되다 (2) +3 24.09.03 1,370 30 30쪽
20 황제가 되다 (1) +3 24.08.31 1,514 30 14쪽
19 쿨라의 결단, 새로운 로마황제 +5 24.08.30 1,502 35 23쪽
18 우연히 시작된 로마 혁명 +2 24.08.28 1,546 41 29쪽
17 로마의 흑막이 되다 +7 24.08.24 1,663 44 23쪽
16 로마 식기 마트 +3 24.08.22 1,611 41 16쪽
15 로마를 바꾸자 +2 24.08.20 1,749 49 21쪽
14 강철의 주인 +4 24.08.18 1,868 57 24쪽
13 안타까운 이혼 공주 +3 24.08.15 2,005 52 21쪽
12 안토니아 공주 +3 24.08.13 2,007 57 21쪽
11 황금 궤짝 +2 24.08.11 2,048 54 24쪽
10 돈이 넘친다 +4 24.08.09 2,180 53 28쪽
9 영웅 (2) +5 24.08.07 2,161 52 23쪽
8 영웅 (1) +4 24.08.06 2,203 48 17쪽
7 내가 유명해지다 (3) +4 24.08.05 2,286 47 24쪽
6 내가 유명해지다 (2) +3 24.08.02 2,336 54 28쪽
5 내가 유명해지다 (1) +5 24.08.01 2,464 61 20쪽
4 출세의 길이 보인다 +9 24.07.30 2,575 65 22쪽
3 향락의 밤, 벌거벗은 무희들 +4 24.07.28 2,728 60 20쪽
2 특별한 능력 +4 24.07.27 2,889 61 22쪽
1 욕실의 여자 노예 +2 24.07.25 3,463 65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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