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절세미녀 로마공주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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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렁컨66
작품등록일 :
2024.07.2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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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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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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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글자
23쪽

영웅 (2)

DUMMY

<21>


그래! 바로 지금!


바로 지금이다!!!


혈인이 된 크릭수스의 승리로 메인이벤트 경기가 끝나는 순간, 나는 특별석 통로 앞에서 기웃거리던 중 번개같이 몸을 날렸다.


바로 앞, 근위대 병사 두 명은 판금 흉갑에 화려한 망토를 두르고 있고 완전무장한 상태다.


그 숫자는 이곳 통로 쪽 2명, 반대편 통로 쪽 2명, 총 4명이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피에 젖은 모래밭의 크릭수스를 쳐다보며 그 시선들이 다 흐트러져 있다.


업무태만.


그래서 나는 미꾸라지처럼 그들 사이를 빠져나갔고, 이때 내 눈에 특별석 관람석의 모습들이 더 선명하게 들어왔다.


우선, 특별석 쪽은 정중앙에 황제와 황후만을 위한 자리가 있으나 그곳은 비어있다.


바로 옆으로 황족들을 위한 자리가 있고 안토니아 공주는 그 자리에 앉아 있다.


그 뒤로는 원로원 의원 몇몇이 거만한 모습을 하고서 자리에 앉아 있다.


이건 진작에 내가 파악했던 바고,


문제는 지금 이쪽으로 날아드는 화살들이다.


솔직히 나는 크릭수스 경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대신에 계속 경기장 주변을 살펴봤는데


그러다가 한참 만에 기이한 점들을 발견했다.


바로 경기장 외곽, 반대편 관람석 바로 아래쪽에 있는 로마군 병사들이다.


저들은 노예 검투사들로 인해 발생하는 혹시 모를 불상사들을 막기 위해 경계를 서는 자들인데, 그들이 하나둘 사라지더니 어느 순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엄청난 크릭수스 경기에 잠시 눈이 팔렸기 때문.


그래서 정신없이 행방을 찾던 중, 갑자기 외곽쪽 텅 비어있는 이륜마차 행렬 사이에서 그들을 뒤늦게 발견했다.


그때는 이미 크릭수스 경기 결과가 나온 시점이었고, 엄청난 환호성에 의해 경기장이 떠나갈 때, 그들은 돌연 이륜마차 뒤에서 활을 꺼내 들었다.


슬며시 드러난 그 활이 장전된 것을 보자마자 나는 심장이 쿵쿵 뛰었으나 그때 바로 뛰지 않았다.


혹시라도 활을 쏘지 않는다면, 내가 무단으로 특별석을 침범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활시위가 힘껏 당겨졌다가 활이 특별석으로 날아드는 순간, 나는 무작정 뛰었다.


그렇다면, 이제 화살이 더 빨리 도착할까, 아니면 내가 더 빨리 도착할까.


솔직히 말한다면, 내가 아무리 전력을 다해 뛴다고 해도, 나는 이미 늦었다.


당연히 화살이 더 빨리 도착할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선 공주의 지척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공주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쪽지의 주인은 절대 이 사실을 미리 알려선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왜 그런 요구를 했는지 그것에 대해 나는 꽤 오랫동안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나는 특별석으로 뛰어들자마자 그냥 몸을 날렸다.


당연히 나는 화살보다 늦었다.


이미 팍! 팍! 팍! 하는 맹렬한 소리가 들려왔는데, 아주 깊이 박힌 화살들은 아주 위력적이다.


하지만 내가 내내 고민했듯이 저 멀리서 사람을 정확하게 맞추는 게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거대한 함성이 터져나올 때, 내가 알기론 그 함성들은 일종의 파장. 이 시대 사람들이 그걸 정확하게 인식할지 모르겠지만, 방향이 조금 틀어질 수도 있다.


'그래. 모두가 다른 곳에 집중할 때 암살을 하겠다는 건데, 어쩌면 그게 오히려 더 안 좋을 수도 있어.'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도 해 봤다.


포르투스 같은 신궁은 이 세상엔 아주 특별한 존재다.


그렇다면 저들 암살자들이 과연 그런 존재일까.


과연 저들이 단 한 번에 공주를 맞출 수 있을까.


그 때문에 혹시 모를 오해 소지를 막기 위해 또한 내 신변의 안전까지 고려하여 나는 한번 모험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첫 번째 화살들이 여기저기서 박혔는데, 내 예상대로 첫 시도는 불발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주변 의원들은 비명을 질러댄다.


하지만 이 공격이 다 끝난 게 아니다.


첫 발을 쏘자마자 조금 다른 각도로 그들은 다시 화살을 쏜 것 같다.


콰당!


갑자기 날 쳐다보며 놀라던 공주가 내 품에 꼭 안기는 순간, 우리는 함께 옆으로 넘어졌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공주가 앉았던 자리에 뭔가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또한, 나는 동시에 헉! 하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렇게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곧이어 출입구 쪽도 소란해졌는데,

뒤늦게 공주를 보호하려던 근위대 병사들은 다시 몸을 돌려 누군가와 싸우기 시작했다. 또 다른 암살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 혼란 속에서 다시 화살들이 날아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바닥에 누운 상태다.

더는 화살의 사정권이 아니다.


다만, 나는 뒤늦게 고통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도대체 어디에 맞은 걸까.


솔직히 흥분된 상태라 화살을 맞았다는 느낌도 없다.


그러나 통증은 금방 나타났다.


어깨가 마비된 것 같은, 어깨가 찢어질 것 같은.


뒷통수마저 빳빳하게 굳으며 엄청난 통증들이 밀려왔다.


살 깊숙이 파고든 화살 하나.


나는 부르르 몸을 떨었고, 나에게 안긴 안토니아 공주는 찢어질 듯 커진 눈으로 날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 나 이대로 죽지 않겠지?


의도가 아니라 솔직히 너무나도 아프다.


그사이 내 의식마저 점점 흐려지는데,


그렇다고 해서 아직 의식이 다 사라진 건 아니다.


'역시 그 판단은 옳았어.'


나는 그 와중에 한 가지 사실에 대해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해 봤다.


아까 크릭수스 경기가 한창 고조됐을 때, 파피루스 쪽지를 일부러 씹어 삼켰는데 그건 다시 생각해봐도 잘한 일 같았다.


이렇게 정신을 잃고 나면, 누군가 내 몸을 뒤질 텐데, 괜한 오해를 살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근데 사실 그런 것들보다 더 중요한, 더 궁극적인 문제도 있다.


내가 이렇게까지 다치면서 공주를 구한 게 정말 잘한 일일까.


솔직히 그 쪽지를 남긴 자의 의도를 나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나는 몸을 날렸다.


다만, 나 역시 확실히 믿는 구석이 있다.


그리고 내 예측이 맞다면, 사람의 생명을 구한 것 외에도 내 나름의 이해득실, 나에게도 뭔가 혜택이 덤으로 생길 수도 있다.


그렇듯 내가 그걸 확신하는 이유는,


안토니아 공주가 귀한 신분이라는 것 외에도 과연 누가 안토니아 공주를 노렸냐, 바로 그 암살자의 정체 혹은 그 예상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


"크릭!! 크릭!! 크릭!! 크릭!!"


한편, 크릭수스의 이름을 줄여 '크릭'이라고 외치는 군중들.


원형 경기장이 들썩일 정도로 그 함성은 아직도 그치지 않았다.


그저 전율적인 모습.


전대미문의 혈투를 펼친 끝에 승리한 검투사 크릭수스에 대한 순수한 감동과 찬사.


쓰러져 있던 크릭수스는 그런 쩌렁쩌렁한 함성들을 듣고서 마침내 일어섰는데, 그 모습에 관중들은 더 열광했다.


“크릭!! 크릭!! 크릭!! 크릭!! 크릭!!”

"최강의 검투사!!"


이제 어엿한 스타가 된 크릭수스.

산발한 머리카락에 온통 피폐해진 몰골이지만,

그는 우뚝 서서 오연한 표정을 지으며 군중들을 응시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흑곰을 쳐다봤다.


무릎을 꿇은 채 운명을 달리한 흑곰.


바티카누스의 악마는 이 삭막한 원형 모래밭에서 그렇게 잠이 들었다.


그의 심장에는 여전히 긴 검이 박혀 있었고, 그 주변에 흘러내린 장밋빛 핏자국들은 아직도 그 색채가 선명했다.


서로 야수처럼 난폭하게 싸웠으나


크릭수스는 그를 쳐다보다가 경의를 표하며, 돌연 로마식 경례를 했다.


팔을 앞으로 쭉 뻗으며 상대에게 경의를 표시하는 크릭수스.


그런 그의 모습에 다시 경기장이 들썩거렸다.


이런 함성을 한 몸에 받던 크릭수스는 더 다가갔고, 흑곰의 어깨를 한 손으로 잡고서 다른 한 손으로 그의 가슴에 꽂힌 검을 힘껏 뽑아냈다.


쿠당!


자기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나뒹굴던 크릭수스.


거의 탈진한 상태인 그는 다시 일어섰다.


"위대한 흑곰!! 더 위대한 크릭수스!!"

"오늘 이 대결은 위대한 위업이 되어 영원히 로마 역사에 남으리라!!"

"바로 이 원형 경기장에서!!"


수많은 관중들이 일제히 외쳐대는 찬사.


그 찬사를 들으며 먹먹한 표정으로 군중을 쳐다보다가 별안간 그는 특별석 쪽을 쳐다봤다.


털석!


크릭수스는 마치 항복하듯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깊이 머리를 숙이는 크릭수스.


이건 지금껏 처음 있는 일이다


파르티아 전직 백인장 출신이 적국 로마의 공주에게 머리를 숙인다는 것.


로마인들도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것이다.


심경의 변화가 생겼을까.


그 바람에 모두의 시선은 바로 특별석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군중들은 이때 의아해했다.


일단의 방패들이 마치 철벽처럼 세워져 있는 특별석의 모습.


언제 저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빼곡히 세워진 방패들은 마치 철통같이 특별석 전체를 막고 있다.


이때 뜻밖의 일이 또 일어났다.


일단의 함성과 함께 근위대 병사들이 그 주변 통로 쪽에서 줄줄이 쏟아져 나오더니 일제히 1층 관람석 아래로 뛰어내리는 게 아닌가.


붉은 망토를 팔락이며 흉갑과 투구 차림인 병사들.


그들은 원형 무대를 질주하면서 칼을 일제히 뽑아 들었다.


거대한 붉은 물결 같은 그들은 요란하게 달려가고 있었고,


그런데 그들의 방향에 바로 크릭수스가 우뚝 서 있다.


뒤늦게 놀라며, 군중들은 서둘러 야유를 보냈다.


"크릭수스는 영웅이다! 죽이지 말라!"

"죽여선 안된다!"

"승부는 끝났다!"

"그는 이제 로마의 영웅이다!"

"그를 죽이지 마라!"

"죽이지 마라!!"


그런데 바로 그때,


"바로 저들이 공주님을 암살하려고 했다!"

"우린 저들이 활을 쏘는 걸 봤어!!"

"저들이 활을 쐈어!!"


그 함성에 크릭수스는 고개를 돌렸다.


창백한 입술의 크릭수스.


그는 일부 군중들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봤는데,


외곽, 텅 비어있는 이륜전차 행렬 쪽.


그때 군중들이 그쪽으로 뭔가를 던지기 시작하자, 이륜전차 쪽에 숨어있던 일단의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군중들을 향해, 또한 저 멀리서 달려오는 근위대 병사들을 향해 재빨리 활시위를 당겼다.


그 모습에 크릭수스는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화살 공격에 군중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나올 때,


크릭수스는 단숨에 거리를 좁혔고


힘껏 도약한 뒤 화살을 쳐내며 일격에 그 암살자 병사를 제압해 버렸다.


혈인이나 다름없는 크릭수스.


그는 사방에서 날아드는 칼들을 빠르게 피한 뒤, 놀라운 솜씨로 상대의 관절들을 베어내며 차례로 상대를 무력화시켰다.


조금 전 치열한 사투를 벌였던 크릭수스.


그런 그에게 일반 병사들은 적수가 될 수 없다.


그사이 근위대 병사들은 마침내 우르르 몰려왔고, 여섯 명의 암살자 병사들을 단숨에 제압한 크릭수스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더니 투항하듯 검을 옆으로 던졌다.


쨍강.


그제야 근위대 병사들은 달려들며 크릭수스 등을 쇠사슬로 묶어버렸다.


그러자 다시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야유.


“우리의 영웅을 돌려다오!”

"그는 로마의 영웅이다!"

"그를 풀어줘라!"

"그가 암살자들을 응징했다!"

"크릭수스를 돌려다오!!"


그 야유는 점점 더 커졌으나 근위대 병사들은 그 누구도 그 야유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의 임무를 다하겠다는 듯 크릭수스 등을 끌고 갔다.


그사이 원형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황궁 근위대 병사들은 더 많아졌고,


각 입구마저 완전히 봉쇄되자 관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누군가 또 외쳤다.


지금부터 관람객 전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검문이 있을 거라고.


오늘 로마 경기장에 새로운 영웅이 등장했으나 안타깝게도 암살 내지 반란 사건이 생기면서 오늘의 경기는 빛이 바래졌고, 그럼에도 군중들은 조용히 '크릭, 크릭'을 외치고 있었다.


검투사들의 전설. 그런 전설이 가득한 로마.


그 로마의 하늘엔 저 멀리 옅어진 태양을 관통하며 핏빛 구름들이 아스라이 펼쳐지고 있었다.








<22>


“뭐라? 그게 사실이냐! 대체 넌 뭘 하고 있었느냐!!”


마르쿠스는 노예 키르케가 가져온 소식에 분노했고, 황급히 채비를 갖췄다. 순간, 머리가 어찔하며 비틀거리던 마르쿠스. 그는 집사 데키무스의 부축을 받고서 바로 섰다. 그러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졌고, 화를 이기지 못해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대체 누가 감히 카리우스에게 활을 쐈단 말인가.


암살자들, 감히 그 미친 놈들이! 감히! 감히!!


그런데 녀석은 이곳으로 오지 않고 들것에 실려 안토니아 공주의 별장으로 이송됐다고 한다.


“주인님! 제가 가겠습니다. 지금 밖으로 나가시면 그동안의 수고가 헛것이 됩니다.”


집사 데키무스가 재빨리 나섰으나 마르쿠스는 고개를 저으며 인상을 썼다.


그 수고란 게 자신의 꾀병을 이야기하는 거다.


그러나 내일이면 자신은 다시 입궁할 생각.


황궁 사정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권신 세네카를 도와야 한다.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집사 데키무스.


“아니다! 지금 당장 가자! 가마를 준비하라! 키르케, 너도 따라와.”


무릎을 꿇고 있던 키르케는 주인 마르쿠스의 명령에 일어섰고, 황급히 마르쿠스를 따라갔다.


데키무스 역시 서둘러 뒤따랐다.


하긴, 지금으로선 급선무는 카리우스의 상황을 자세히 확인하는 것.


도대체 카리우스는 왜 갑자기 거기에 뛰어들었단 말인가.


그 허약한 놈이 무슨 용기가 생겨서?


카리우스를 잘 아는 마르쿠스. 그는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


남들에겐 방탕아로 알려진 아들.


그러나 자신만 알지만, 아들은 아주 영악한 놈.


그렇다고 해서 머리만 잘 굴릴 뿐, 절대 용기있는 놈이 아니다.


이렇듯 남을 위해 자기 몸을 던질 놈은 더더욱 아니었다.


-----


“마르쿠스님, 조금 전 공주님께선 폐하의 호출을 받고서 황궁으로 긴히 가셨습니다.”


로마 파트리키우스 거리 한쪽에 위치한 안토니아 공주의 별장.


건장한 체격의 문지기 병사들은 가마 한쪽에 새겨진 마르쿠스 가문 문장을 먼저 확인한 뒤 상대가 황궁 법무관 마르쿠스인 걸 바로 알아차렸다.


가마에서 내린 뒤, 꼿꼿한 모습을 하고서 별장 입구로 다가오는 마르쿠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너무 심각했고, 원형 경기장 암살 사건을 알고 있는 문지기 병사들은 그 때문에 그가 법무관 마르쿠스인 걸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소식이 별장 안으로 전해지자마자 매부리코의 로마인, 총관 메투스가 서둘러 뛰어나왔다.


이때 총관 메투스는 다시금 안토니아 공주가 출타했다는 사실을 알렸으나 입구에 서 있는 마르쿠스는 아주 단호한 모습.


“지금 당장 우리 아들을 데려가겠다!”


그러자 당황한 표정을 짓는 총관 메투스.


“마르쿠스님. 정말 죄송하지만, 공주님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리시는 게 어떻습니까? 공주님께선 현 상황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카리우스님이 정신을 차리면 몇 가지 질문할 것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해서···.”


그러나 마르쿠스는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공주를 구한 뒤, 정신을 잃었다는 아들.


도대체 상처가 어느 정도 중한지 직접 확인하고 싶고, 로마 최고의 의원을 자신의 집에 불러뒀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아들을 데려가 치료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의 목소리는 다시 거칠어진다.


“메투스! 설마 공주님께서 내 아들을 이곳에 계속 붙들고 있으라고 했는가?”


희긋희긋한 머리카락의 마르쿠스.


그는 평소에 온화하지만, 화가 나면 불 같은 사람.


법무관이라는 직책답게 마르쿠스는 악인들에게 엄벌을 내리는데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다.


군권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로마 시민들이 항상 무서워하는 사람.


바로 저 법무관 마르쿠스였다.


“그건 아니오나, 마르쿠스님! 공주님께서···.”


“메투스! 내 아들이 공주님을 구했다고 들었다! 허면 로마의 법을 어긴 죄인은 절대 아닐 터!"


"네, 그건 절대 아닙니다."


"허먼 녀석을 계속 붙들고 있을 이유가 있는가? 카리우스가 정신을 차린다면 내가 먼저 연락을 주겠다. 공주님께서 정말 녀석이 필요하다면, 내가 친히 가마에 태워 이곳으로 데려오마! 이는 아비로서 합당한 요구! 공주님에 대한 예의에서 벗어난 일도 아닐 것인데, 아비가 자식을 치료하겠다는데 그게 과연 잘못된 일인가.”


더 사나워지는 목소리.


결국, 메투스는 황급히 머리를 숙인 뒤 공손하게 옆으로 물러났다.


사실 로마 시내에 파다하게 퍼진 소문 중의 하나가 카리우스가 방탕아가 된 게 저 아버지 마르쿠스의 유별한 자식 사랑 때문. 메투스 역시 이를 모를 리가 없다.


“알겠습니다. 마르쿠스님. 그럼 제가 카리우스님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어쨌든 마르쿠스의 약속은 합당해 보였고, 결코 권력가 마르쿠스를 매정하게 대할 수 없다.


그래서 총관 메투스는 그를 안으로 안내했다.


------


안토니아 공주의 파트리키우스 별장.


현관 오스티움을 바로 통과하자마자 내부 아트리움이 나타났다.


이 아트리움은 안토니아 공주가 직접 설계한 인플루비움 수조가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이 인플루비움은 바로 빗물을 받는 수조.


이렇게 축적된 빗물은 회전 원리에 따라 위로 분출되며 인공 분수가 되는데, 주변의 횃불들 덕분에 이 분수는 지금 유난히 붉은 빛을 띠고 있다.


이런 오묘한 색채의 분수는 주변 백합 화분들과 청색 아이리스 외에도 어린 수사슴 모양의 청동 조각상 등에 둘러싸여 있는데, 그래서 아늑하면서도 오묘한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마르쿠스는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다음 문으로 들어섰다.


“이쪽입니다.”


드디어 아트리움을 지나 거실로 들어서자, 두꺼운 휘장이 처져 있는 타블리눔이 저 멀리서 보였다.


물론, 타블리눔은 공주가 기거하는 안방.


그 방은 다시 주인을 위한 작은 정원, 페리스트리움과 연결되어 있는데,


바로 타블리눔 옆방에 카리우스가 누워 있다고 한다.


이것은 바로 공주가 그만큼 카리우스를 귀하게 대접하고 있다는 뜻.


물론, 당연히 그래야겠지.


아들 카리우스는 자신의 몸을 던져 공주를 구했다고 한다.


-----


"상처를 직접 보시겠습니까?"


잠시 후, 총관 메투스의 말에 마르쿠스는 일부러 냉정하게 말했다.


“아니다. 지금 볼 필요는 없다. 너희들은 바로 카리우스를 옮겨라.”


마르쿠스는 침대에 엎드려 있는 아들 카리우스를 측은한 눈으로 계속 내려다봤으나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다. 보는 눈들이 많기 때문이다.


로마의 아버지는 항상 아들에게 냉정해야 한다. 특히, 보는 눈들이 많을 때 더더욱 그래야 한다.


곧이어 노예들이 카리우스를 조심스럽게 들어 들것에 싣자, 마르쿠스는 다시금 아들의 어깨를 쳐다봤다.


대략 보아하니 화살은 이미 제거되었고 응급치료도 끝났다고 한다.


그 상처는 와인과 식초로 씻은 뒤, 꿀과 오일을 바르고 붕대로 감았다고 하는데,


'아니, 어림도 없는 소리!'


그러나 그 치료법은 절대 충분하지 않다.


그나마 자신은 전장 경험이 있다 보니 저럴 때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빨리 집으로 가자!”


마르쿠스는 노예들에게 외쳤고, 곧장 공주의 별장에서 빠져나왔다.


상처에 대한 소독을 다시 해야 하고


반드시 그 상처를 꿰매야 한다.


이럴 땐 차라리 이집트 의술이 훨씬 더 나은 편이다.


전장을 경험하지 못한 로마의 평범한 의원들. 그들이 그걸 알 리가 없다.


카리우스를 실은 가마.


그 가마는 빠르게 밤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날.


꼬박 밤을 새우며 아들 상태를 살폈던 마르쿠스.


그는 아침 일찍 충혈된 눈을 하고서 집에서 나왔다.


또한, 팔라티노 언덕 위, 먼동이 환히 떠오르는 걸 그는 쳐다보다가 잠시 후 가마에서 내린 뒤 천천히 걸어 황궁 안으로 들어섰다.


아들의 일도 정말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황궁의 일.


결국 마르쿠스는 꾀병을 거두기로 했다.


어제 일어난 암살 사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고, 또한 복잡한 황궁 사정 때문에 자신이 해야 할 일도 많아졌기 때문에 더는 시간을 마냥 허비할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이 된 것 같았다.







<23>


우뚝 솟은 아치형의 문.


누미디아에서 공물로 받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기둥들.


그 기둥의 한쪽 끝에는 유명한 조각가 리시푸스의 작품인 전차를 타고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아폴로와 디아나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그들 신격들이 타고 있는 라드리가 전차는 말 네 마리가 끄는 화려한 전차다. 이런 전차의 모습은 누미디아의 황금빛 기둥들과 절묘하게 잘 어울리고 있다.


“아! 마르쿠스님, 입궁하신다는 말씀은 들었습니다. 이제 괜찮으신 겁니까?”


화려한 의복을 입고서 회랑에 나타난 마르쿠스.


그의 모습에 몇몇 관리들이 다가와 인사했다.


그러나 마르쿠스는 그들의 안부 인사에 고개만 끄덕일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저들은 탐욕스러운 자들이기 때문.


스스로 황제의 눈이 되길 자처한 자들.


또는, 누군가의 귀가 되길 자처한 자들.


그래서 간단히 고개만 끄덕인 뒤, 그는 넓은 대리석 회랑을 계속 걸어갔다.


그가 그렇게 걸어가는 동안, 계속 다가와 인사를 하는 관리들이 있었고


일부 시녀들이 인사한 뒤 그를 곁눈질하며 쳐다보기도 했다.


황궁에는 수많은 눈과 수많은 귀가 있다.


자신은 권신 세네카를 모시는 입장이다 보니, 최근 들어 저렇듯 수많은 견제를 받고 있다.


저들이 하는 짓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 자체가 이전과 다르니까.


하긴, 황제가 세네카에게 총애를 보낼 때는 모든 권력이 자신의 두 손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 권력이 변하고 있다.


며칠 만에 황궁에 나온 것이지만, 마르쿠스는 그사이 또 바뀐 그런 기운들을 느낄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이 거대한 대리석 회랑 아래에는 지하 주랑이 위치하고 있는데, 그곳이 바로 칼리굴라 황제가 죽은 곳이다. 황궁 근위대 대대장 카시우스의 단검에 찔린 채 피를 흘리며 쓰러졌던 곳.


아마 이곳의 웅장한 기둥들 역시 수많은 죽음과 비명들을 그 안에서 숨기고 있을 것이다.


"아, 저기 오네."


잠시 후, 마르쿠스는 흠칫하며 걸음을 멈췄다.


저 앞쪽 대리석 기둥 옆.


거기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원로원 의원들인 탈루스와 프로니우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쳐다본다.


아무래도 두 의원들은 일부러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


그게 불쾌했으나 그는 속내를 숨기며 다가갔다.


그는 헛기침을 한 뒤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고, 그러자 두 의원들 역시 바로 인사했다.


그러고는 그들은 마르쿠스의 눈치를 살피며, 비로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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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절세미녀 로마공주와 결혼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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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학살자는 충성을 원한다 NEW 17시간 전 489 14 11쪽
29 누군가는 황제가 되고 누군가는 신이 되었다 +4 24.09.18 671 20 7쪽
28 안토니아 공주의 침실 +5 24.09.17 785 25 18쪽
27 첫날 밤, 그리고 태동 (2) +2 24.09.16 851 25 7쪽
26 첫날 밤, 그리고 태동 (1) +4 24.09.14 963 21 18쪽
25 수부라의 현인 +4 24.09.12 1,016 27 31쪽
24 안토니아 공주와의 첫날 밤 (2) +5 24.09.10 1,218 20 25쪽
23 안토니아 공주와의 첫날 밤 (1) +4 24.09.07 1,451 31 23쪽
22 카리우스 네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 +5 24.09.05 1,380 34 25쪽
21 황제가 되다 (2) +3 24.09.03 1,402 31 30쪽
20 황제가 되다 (1) +3 24.08.31 1,545 31 14쪽
19 쿨라의 결단, 새로운 로마황제 +5 24.08.30 1,536 36 23쪽
18 우연히 시작된 로마 혁명 +2 24.08.28 1,578 42 29쪽
17 로마의 흑막이 되다 +7 24.08.24 1,692 45 23쪽
16 로마 식기 마트 +3 24.08.22 1,642 42 16쪽
15 로마를 바꾸자 +2 24.08.20 1,777 49 21쪽
14 강철의 주인 +4 24.08.18 1,897 57 24쪽
13 안타까운 이혼 공주 +3 24.08.15 2,038 52 21쪽
12 안토니아 공주 +3 24.08.13 2,035 57 21쪽
11 황금 궤짝 +2 24.08.11 2,075 54 24쪽
10 돈이 넘친다 +4 24.08.09 2,206 53 28쪽
» 영웅 (2) +5 24.08.07 2,189 52 23쪽
8 영웅 (1) +4 24.08.06 2,229 48 17쪽
7 내가 유명해지다 (3) +4 24.08.05 2,314 47 24쪽
6 내가 유명해지다 (2) +3 24.08.02 2,362 54 28쪽
5 내가 유명해지다 (1) +5 24.08.01 2,492 61 20쪽
4 출세의 길이 보인다 +9 24.07.30 2,602 65 22쪽
3 향락의 밤, 벌거벗은 무희들 +4 24.07.28 2,758 60 20쪽
2 특별한 능력 +4 24.07.27 2,921 61 22쪽
1 욕실의 여자 노예 +2 24.07.25 3,516 65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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