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절세미녀 로마공주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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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렁컨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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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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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향락의 밤, 벌거벗은 무희들

DUMMY

<7>


“크릭수스! 10 세스테르티우스(청동화) 베팅!”

“나도 크릭수스! 20 세스테르티우스!”

“흑곰! 무조건 흑곰이지! 10 데나리우스(은화)!”

“흑곰! 2 아우레우스(금화)!”


어느덧 사흘 앞으로 다가온 검투사 경기.

각 도박장에는 베팅하는 시민들이 벌써부터 끊이질 않는다.


검투사 양성소의 쿨라는 로마 전역에 수십 개의 도박장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 전에도 이런 베팅을 받고 있고, 경기 직전에도 원형 경기장 안에서 도박 베팅을 받게 된다.


주로 귀족들은 경기장 좌석에 앉아 있다가 노예들이 가져온 밀랍판에 베팅 금액과 검투사 이름을 기입하게 되는데,


이런 밀랍판은 손으로 손으로 전해져 도박사들이 그걸 챙기게 되고, 경기가 끝나게 되면 배당금 정산하게 된다.


배당 방식은 ‘패자’는 모든 베팅금을 잃게 되고, ‘승자’는 ‘패자’의 베팅금을 각자 비율에 따라 나눠 갖게 된다.


이때, 도박장에서 일정 부분의 자릿세를 가져가는데


그게 10년 전에는 고작 3할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4할대로 높아졌다.


왜냐하면, 도박장에서 여기저기 돈을 갖다 바치는 곳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소문에는 원로원 거물들에게도 거액을 바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외의 나머지 수익은 승리한 검투사들에게 분배되고, 또한 그들의 주인인 쿨라는 가만히 앉아 거대한 돈을 챙기게 된다.


물론, 그 돈은 다시 검투사들을 위한 치료비, 숙식비, 병장기 구입 및 수선비, 의복비 등으로 나가게 되지만, 하루가 다르게 쿨라의 재산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도련님, 다 모았습니다.”


도박장 근처 모퉁이.


나는 좌우를 살피며 그 모퉁이 뒤에 숨어있다가, 호위병 키르케부터 작은 파편 같은 도박패들을 잔뜩 챙겼다.


그걸 다 모으자, 베팅금 5,000세스테르티우스(청동화)에 달하는 패들이 모아졌다.


여기서 5,000세스테르티우스는 50아우레우스(금화)와 동등한데,


그러니까 나는 금화 50개를 모조리 베팅한 것이다.


그게 나름 거액.


하지만, 이 시대 로마가 한 해 징수하게 되는 세금과 비교한다면 그저 하찮은 금액일 뿐이다.


로마는 한 해 세금으로써 로마뿐만이 아니라 각 속주(식민지) 지역으로부터 대략 아우레우스 금화 1,500만 개 달하는 돈을 징수하게 된다.


이것은 대략 15억 세스테르티우스(청동화)에 달하는 돈.


거대한 로마 제국을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가히 천문학적인 돈이었다.


-----


‘그래서 이 시대 재벌은 최소 1억 세스테르티우스(청동화)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돼.’


이게 진짜 재벌이다.


그래서 그런 재벌이 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한편, 나는 노예들을 시켜 내 신분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베팅을 마쳤다.


“근데 도련님, 이렇게 하실 이유가 있습니까?”


이집트인 노예이자 호위병인 키르케는 의아해했다.


보통 때의 카리우스는 경기장 내에 있는 간편한 밀랍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귀족들은 그냥 간단히 밀랍판에 베팅 금액만 기재하면 된다.


지금처럼 도박패들을 가죽주머니에 잔뜩 넣고서 힘들게 들고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쉿! 알 필요 없어.”


그러자 흑요석 같은 동공으로 날 빤히 쳐다보는 키르케. 그녀는 내 행동이 아주 이상하다는 듯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좀 더 단호하게 말했다.


“노예들 입단속은 확실하게 해! 이번 일에 대해 혹시라도 바깥에 새나가면, 내가 절대 가만히 두지 않겠어!"


그렇게 약간의 조미료(?)까지 치자, 그녀의 미간은 금방 굳어진다.


물론, 나는 그렇게 말하긴 했으나 실제 위협적인 행동을 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런데 키르케는 내 말을 정말 진심으로 받아들인 듯, 곧장 노예들을 불러 모은 뒤 뭔가 이야기를 했고,


그러자 노예들은 다들 겁에 질린 표정이 되었다.


한 명이 무릎을 꿇자, 다들 날 쳐다보며 무릎을 꿇었고,

일제히 자신의 이마를 땅에 박았다.

다들 부들부들 떨면서.


나는 좀 당황했다.

내가 위협한 것은 이런 반응을 원한 게 아닌데,

그러나 이 사회의 가장 하급 계층인 노예들은 절대 주인의 말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들에게 주인이란 아주 공포스러운 존재이며,

이 세상은 주인이 노예를 죽인다고 해도 어떠한 살인 혐의조차 받지 않는 그런 세상이었다.


에휴, 할 수 없다.


나는 이마를 잡고서 그냥 등을 돌렸다.


-----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근데 도련님, 아까 쿨라님께서 하신 말씀에 대해선 어떻게 하실 겁니까?"


"무슨 말?"


내가 쳐다보자 키르케는 다시 공손하게 대답했다.


"아까 훈련소에서 나오시면서 잠깐 쿨라님을 뵙지 않았습니까?"


아, 그랬지.


부총관 바르카의 도움으로 훈련 모습을 모두 관전한 뒤, 나는 상황 판단이 되자마자 곧장 거기서 나왔다.


그런데 이때 막 도착한 쿨라를 만났다.


당시 나는 별다른 대화를 할 수가 없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바로 거길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 쿨라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자신이 늦게 와서 죄송하다는 것과 그 때문에 충분한 대화를 못했으니 저녁에 주점 헤타란에서 만나자는 제안.


지금 키르케는 그것에 대해 묻고 있다.


“아까 주점 헤타란이라고 했지?”


"네. 전 그렇게 들었습니다."


"주점 헤타란? 아, 헤타란이라면."


"혹시 도련님! 그 가죽주머니는 제가 들겠습니다.”


나란히 걷던 중, 키르케는 내가 들고 있는 도박패 주머니를 대신 들어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즉시 그녀의 손을 손등으로 쳐 냈다.


“괜찮다. 넌 호위나 해.”


움찔하던 키르케. 그녀는 얼른 손을 내렸다.


“그럼, 지금 이대로 집으로 가실 겁니까?"


언제나 내 행선지에 대해 꼬박꼬박 물어보는 키르케.


그녀는 그게 늘 궁금한가 보다.


아니면, 가문의 수장인 아버지 마르쿠스의 지시를 받았거나.


어쨌든 난 당연히 집으로 갈 생각이다.

배도 고프고, 좀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키르케는 이때 뜻밖의 말을 꺼냈다.


-----


"아시겠지만, 지금 집으로 돌아가시면, 마르쿠스님께서 집에 계실 겁니다.”


그 말에 나는 순간 멈칫한다.


날 대하는 마르쿠스의 행동은 뭔가 석연찮은 점들이 있으나, 그럼에도 카리우스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바로 아버지 마르쿠스다.


“집에 있다고? 왜 출근을 안 했어?”


내가 인상을 쓰며 묻자, 키르케는 내 가문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듯, 아니, 카리우스가 종종 이런 질문을 자주 한 듯, 차분하게 대답했다.


“마르쿠스님이 집에 계신지 벌써 사흘째입니다."


"사흘째? 그 이유는?"


그러자 키르케는 자신만의 짧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아마 본인이 노예 신분이 아니었다면, 아주 답답한 표정을 하고서 날 쳐다봤을 것이다.


"브리타니아 속주(식민지) 지역에 최근 큰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 일 때문에 파견할 관리가 필요하고, 마르쿠스님께선 그 대상자가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브리타이나 속주? 아버지가 파견? 그래서?”


브리타이나 지역은 현재의 영국이다. 더 정확하게는 그레이트 브리튼 섬.


이 당시의 로마는 영국까지 그 세력을 확장했다.


그런데 브리타이나 속주에 파견될 사람이 왜 집에 계속 있단 말인가.


내가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키르케는 도대체 왜 그걸 왜 모르냐는 듯, 날 슬쩍 쏘아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나는 그 이유를 번개같이 깨달았다. 카리우스의 오래된 기억들이 갑자기 떠올랐기 때문.


와! 이제야 알겠다.


아버지 마르쿠스, 그는 항상 이런 식으로 해외 출장을 피해왔다. 늘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서.


원로원에 뇌물까지 갖다바쳐야만, 이런 해외 출장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데,


생각해 봐라.


로마에서 브리튼 섬까지 간다는 건 이 시대에 얼마나 큰 고역인가.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온갖 고생을 감내해야 한다.


‘역시 마르쿠스도··· 크크크. 나랑 생각이 비슷해.’


무사 안일주의. 나한테 불리한 것은 최대한 가려서 하는 것.


적당히 남 눈치 보면서, 적당히 나한테 유리하도록 모든 걸 짜 놓는 스타일.


그래서 남들은 잘 모른다. 우리 같은 놈들이 어떤 존재인지. 솔직히 나는 머리를 굴린 끝에 빌라 전세금 5천만 원을 아끼지 않았나.


'근데 이거 참 재밌네.'


카리우스한테도 뭔가 비밀이 있지만, 마르쿠스한테도 뭔가 비밀이 있다.


둘 다 어쩌면 아주 영악한 사람일 수도.


나는 입꼬리가 다시 슬쩍 올라갔다.


"도련님,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다시 묻는 키르케.


나는 짧게 대답했다.


"집에 가야지."


이 도박패 주머니를 짤랑 짤랑거리며 거리를 계속 돌아다닐 수 없다.


이걸 집에 갖다 놓은 뒤,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고, 뭔가 먹을 것도 필요했다.


"그럼 저녁엔 헤타란으로 가실 겁니까?"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리우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주점 헤타란.


그곳은 최고급 술집이다.


솔직히 공무원 김동호로서 어디 최고급 술집에 가 본 적이 있는가.


그저 쥐꼬리만한 월급 때문에.


솔직히 궁금했다. 로마의 밤 문화.


거기다가 날 초대한 사람은 바로 검투사 양성소의 주인 쿨라 누메리우스가 아닌가.


그가 초대한 이상, 그 이상의 대우가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번 가 보자. 궁금하기도 하니까.’


물론, 와이프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날 때려 죽이려고 할 것이다.


에휴.


하지만, 나는 의외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주위를 둘러봐도 만날 수가 없다.


나는 그곳에서 죽었고, 이곳에서 눈을 떴다.


무려 2천 년의 간극이 생겨 버린 것.


나는 돌아갈 수도 없고,


이제 나는 그저 방탕아 카리우스일 뿐이었다.







<8>


로마의 하늘은 붉게 노을지고 있다.


해는 이미 테베레 강(티베리스 강) 너머로 넘어가고 있고, 저 야니쿨룸 언덕을 붉게 물들고 있다.


어느덧 해가 저물 시각, 나는 이제 가마를 타고서 주점 헤타란으로 향했다.


카리우스의 기억에 의하면 주점 헤타란에 들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가마를 타야 한다.


가난한 자, 신분이 미약한 자를 가려내기 위해 가마를 탄 사람만 거기 입장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도련님, 마르쿠스님께서 조금 전 미행을 붙인 것 같습니다.”


한편, 내 옆에서 날 따라오는 호위병 키르케가 넌지시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내가 집에 있다가 나오다 보니 마르쿠스의 관심을 끌었던 모양이다. 미행 한 명을 붙여 내 행적을 추적하려는 모양이다.


“적당히 처리할까요? 아니면, 그냥 그대로 둘까요?”


재빨리 카리우스의 기억을 읽어내렸다.


역시 카리우스는 아버지가 붙인 노예의 미행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처리해.”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뒤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처리했습니다.”


"어떻게?"


"쓰러뜨린 뒤 칼을 겨누자 그냥 돌아갔습니다."


"잘 했어."


나는 만족해 하며 키르케를 쳐다봤다.


하지만 정작 진짜 미행자는 바로 내 앞에 있는 저 키르케가 아닐까.


카리우스의 기억 속엔 키르케에 대한 의심들이 가득하다.


키르케가 마르쿠스의 심복일 거라는 의심.


그러나 적절한 답은 없다. 아직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아주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고, 그 때문에 카리우스 역시 구태여 그 사실을 확인해 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키르케는 아버지의 심복일 수도 있으나 카리우스 본인이 키르케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 역시 관심을 끊고서 고개를 돌려 주변 경치를 살펴봤다.


와! 근데 여긴 너무 아름답다.


고대 로마의 아름다운 경치. 그게 뚜렷한 곳이 바로 이곳.


프러스 나무숲 사이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들. 특히 석양 때문에 온통 붉게 빛나고 있다.


이런 프러스 나무숲을 지나고 나면, 향락의 매음굴들이 나타나는데, 아름다운 자연의 뒤에 가려진 온갖 향락과 타락의 장소다.


선대 황제 시대 때, 황후 메실리나도 쾌락을 위해 이곳을 종종 찾았다고 한다. 그녀는 스스로 매춘부로 위장하고서 저곳에서 온갖 손님들을 받았다고 한다. 하룻밤 쾌락을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일까, 그곳으로 진입하자 분위기가 금방 달라진다.


쇄골이 훤히 드러난 얇은 옷을 입은 매춘부들이 거리로 이미 나와 있었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싸구려 매음굴부터 시작해서 화려하고 거대한 회랑 같은 최고급 술집들도 그 일대에 널리 흩어져 있다.


날이 저물면서 어느새 이 주변은 인파가 잔뜩 몰리고 있다.


여기저기 횃불들이 벌써 주변을 밝히고 있고, 일반 평민들 외에도 해방 노예들까지 이곳을 찾고 있다.


그나마 가마를 탄 귀족들이나 준귀족들은 호위병들을 대동하고서 움직이는데, 일반 시민들은 어느새 반나신이나 다름없는 매춘부들과 뒤엉킨 채 각자 다양한 매음굴로 들어가고 있었다.


-----


근데 다들 왜 이렇게 거침이 없지?


대한민국 공무원 김동호. 그런 내 시선으론 너무 낯 뜨거운 상황들.


나는 고개를 돌린 채 슬쩍 키르케를 쳐다봤다.


유난히 정면만 쳐다보며 걷고 있는 키르케.


그녀의 표정은 혐오의 뜻인지 몰라도 이미 딱딱하게 굳어 있는 상태다.


-----


헤타란은 이 일대에서 최고급 부류에 드는 술집이다.


그 때문에 중무장한 호위병들이 가게 입구를 지키고 서 있고, 마치 검문하듯 손님들을 가려서 받고 있다.


“멈춰라!”


“아, 카리우스님, 어서 들어오십시오!”


누군가 내 가마를 제지하자마자 바로 누군가 날 알아봤다.


그들은 젊은 난봉꾼 카리우스를 잘 알고 있는 듯, 바로 옆으로 물러난다.


이때 모처럼 날 흘겨보는 키르케.


그러나 나는 애써 모른 척하며 가마를 타고서 느긋하게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고 보면, 이곳에 대한 카리우스의 기억들은 생각보다 선명하지 않다.


카리우스에겐 이곳은 대수롭지 않은 곳인 듯 기억들이 싹둑싹둑 잘린 필름 조각같다.


술 마신 기억들은 또렷한데, 아마 그 술 때문에 중간중간 사고가 끊겼던 모양.


"도련님, 다 왔습니다."


잠시 후, 키르케는 얼굴에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채 나한테 말했고, 노예들은 가마를 땅에 내렸다.


이곳은 헤타란 내부, 아트리움이다.


높은 성벽의 성문 같은 입구를 지나치자마자 나오는 넓은 공간.


로마 건축양식에서 흔히 보이는 아주 넓은 마당, 이게 바로 아트리움이었다.


그런데 이곳 아트리움에선 가마를 탄 사람들은 반드시 하차해야 한다.


이후 직접 걸어서 회랑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다만, 아트리움 좌우에는 여자 노예들이 일렬로 도열한 채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데, 그 복장들이 너무 아찔해 감히 정면으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다.


그 바람에 나는 어색해져 토가(귀족 의복) 주름을 만지며 내내 인상을 썼다.


그리고 바로 그때, 저 멀리서, 활짝 웃고 있는 아리따운 여자가 저 안쪽 회랑에서 걸어 나왔다.







<9>


“어머! 카리우스님, 어서 오세요. 요즘 왜 이렇게 안 오셨어요?”


카리우스 기억을 헤집자, 나는 저 여자가 누군지 바로 알 것 같다.


이곳 헤타란의 운영을 맡고 있는 카산티나라는 여자다.


간혹 황궁에 무희들을 보내기도 하며, 각종 황궁 행사에 여자들을 보내는 화류계의 거물이다.


“쿨라님께선 이미 도착하셔서 안에 계십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화류계의 거물이지만, 그녀는 이곳에선 손님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그런 역할을 맡고 있다


물론, 손님들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여자.


그녀는 카리스마 넘치는 눈을 갖고 있고 아주 매혹적인 눈동자를 갖고 있다.


또한, 내 옆에서 걷고 있는 동안, 그녀의 몸에선 온갖 싱그러운 향들이 넘치고 있다.


‘역시 보통 여자가 아냐.’


카리우스 역시 카산티나한텐 늘 존중을 보였다.


그녀가 대하는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이 아니어서 그녀의 인맥은 그만큼 넓고, 또한 위력적일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


어느덧 아트리움을 벗어나 회랑으로 들어서자, 쇄골이 거의 드러난 난처한 복장을 하고 있는 여자들이 화사하게 웃으며 나한테 인사했다.


그러나 카산티나가 옆에 있어 함부로 다가오지 못한다.


카산티나는 손짓으로 그녀들을 가볍게 물리친 뒤, 주점 안쪽, 일명 VIP석으로 날 안내했다.


다만, 그 회랑 내부를 지나가는 와중에 반쯤 공개되어 있는 방에선 온갖 음란한 소리들이 가득하다.


갈리아 출신 여자 노예들과 그리스 출신 여자 노예들이 뒤섞인 채, 어느 늙은 노귀족의 희롱을 받고 있고,


이제 겨우 저녁인데도 벌써부터 취한 듯 주정을 부려대는 귀족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카리우스님, 여깁니다.”


곧이어 도착한 곳.


붉은 커튼을 걷자, 그 안엔 아주 넓은 홀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안에는 로마의 젊은 부자 쿨라와 그의 하인 같은 상인 테니우스가 있다.


주변 여자 노예들은 그들을 위해 술 시중을 들고 있었고, 쿨라는 거만하게 앉아 있다가 날 보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아! 카리우스님, 어서 오십시오!”


쿨라는 나한테 달려오더니 내 팔을 잡아 끌며 안쪽 자리로 데려갔다.


거기에 내가 앉자 쿨라는 바로 내 옆에 앉았고, 카산티나는 지그시 우리를 쳐다보다가 조용히 물러났다.


한편, 상인 테니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 옆에 가만히 섰다. 마치 자신이 시종이 된 듯.


그런데 지금 날 맞이하고 있는 쿨라의 대접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이상할 정도로 과분하다.


그럼에도 카리우스의 기억 속에는 이런 대접이 늘 일상적이다.


서로의 신분 차이가 있다고 해도, 쿨라는 검투사 양성소의 주인이자 막대한 돈을 벌어 들이고 있는 상인.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대단한 부자가 되어가고 있고, 그의 인맥은 로마 전역에 퍼져 있다.


로마를 떠들썩하게 하는 젊고 유망한 사업가. 그런 그가 왜 나한테만 유독 굽실거리는 걸까.


쿨라 정도의 재력이라면, 적어도 아버지 마르쿠스와 어울려도 되는 그런 위치였다.


-----


“카리우스님, 제가 아깐 좀 늦었습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포도주들을 가져왔죠. 차가운 지하 와인 저장고에서 막 꺼내온 것인데, 이건 황궁에 납품하는 것들과 동일한 상품입니다. 아주 귀한 것이지요.”


그러면서 그는 여자 노예에게 눈짓했고, 그 여자는 코르크 마개를 바로 따낸 뒤, 붉은 포도주를 내 앞에 놓인 유리잔에 조심스럽게 따랐다.


기원전 1세기경, 로마는 세계 최초로 글래스블로윙(glassblowing) 기법을 통해 유리병을 만들어 냈는데,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게 조금 상투적인 유리잔이지만, 누가 봐도 확실한 유리잔이었다.


곧이어 그 잔에 붉은 포도주가 가득 쏟아졌다. 쿨라 역시 자신의 잔에 포도주로 가득 차자, 그 잔을 힘껏 들어 올렸다.


"인생은 즐겁고, 폐하는 자비로우며, 포도주는 달콤합니다! 우리의 불멸의 신들은 언제나 이 위대한 로마를 영원히 굽어 살필 것이옵니다!”


마치 건배사를 하듯 외치던 쿨라. 그는 나에게 또 머리를 숙인 뒤 포도주를 마셨다. 나 역시 포도주의 진한 향을 맡으며 포도주를 한 모금 음미했다.


향이 아주 짙고 감미롭다.


내가 말단 공무원이어서 솔직히 고급 와인 같은 건 전혀 모른다.


그러나 이게 아주 좋은 와인이라는 걸 그냥 알 수 있을 것 같다.


입안 전체에 신선한 과일 향들이 가득 퍼지고 있으니까.


“아주 좋은데.”


“하하, 그렇습니다. 폐하께서도 아주 즐겨 드시는 와인이지요. 폐하께선 이 와인을 로마의 눈물이라는 예술적인 칭호를 붙여 주셨습니다.”


쿨라는 시원하게 웃었고, 나도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우리는 살 냄새 가득한 여자 노예들의 시중을 받으며 로마의 눈물 와인을 몇 잔 더 마셨고, 그걸 다 마시고 나자 비로소 쿨라는 다른 이야길 꺼내기 시작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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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학살자는 충성을 원한다 NEW 17시간 전 489 14 11쪽
29 누군가는 황제가 되고 누군가는 신이 되었다 +4 24.09.18 671 20 7쪽
28 안토니아 공주의 침실 +5 24.09.17 784 25 18쪽
27 첫날 밤, 그리고 태동 (2) +2 24.09.16 851 25 7쪽
26 첫날 밤, 그리고 태동 (1) +4 24.09.14 963 21 18쪽
25 수부라의 현인 +4 24.09.12 1,015 27 31쪽
24 안토니아 공주와의 첫날 밤 (2) +5 24.09.10 1,218 20 25쪽
23 안토니아 공주와의 첫날 밤 (1) +4 24.09.07 1,451 31 23쪽
22 카리우스 네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 +5 24.09.05 1,380 34 25쪽
21 황제가 되다 (2) +3 24.09.03 1,401 31 30쪽
20 황제가 되다 (1) +3 24.08.31 1,544 31 14쪽
19 쿨라의 결단, 새로운 로마황제 +5 24.08.30 1,535 36 23쪽
18 우연히 시작된 로마 혁명 +2 24.08.28 1,578 42 29쪽
17 로마의 흑막이 되다 +7 24.08.24 1,692 45 23쪽
16 로마 식기 마트 +3 24.08.22 1,642 42 16쪽
15 로마를 바꾸자 +2 24.08.20 1,777 49 21쪽
14 강철의 주인 +4 24.08.18 1,897 57 24쪽
13 안타까운 이혼 공주 +3 24.08.15 2,037 52 21쪽
12 안토니아 공주 +3 24.08.13 2,034 57 21쪽
11 황금 궤짝 +2 24.08.11 2,075 54 24쪽
10 돈이 넘친다 +4 24.08.09 2,206 53 28쪽
9 영웅 (2) +5 24.08.07 2,188 52 23쪽
8 영웅 (1) +4 24.08.06 2,229 48 17쪽
7 내가 유명해지다 (3) +4 24.08.05 2,313 47 24쪽
6 내가 유명해지다 (2) +3 24.08.02 2,361 54 28쪽
5 내가 유명해지다 (1) +5 24.08.01 2,491 61 20쪽
4 출세의 길이 보인다 +9 24.07.30 2,602 65 22쪽
» 향락의 밤, 벌거벗은 무희들 +4 24.07.28 2,758 60 20쪽
2 특별한 능력 +4 24.07.27 2,921 61 22쪽
1 욕실의 여자 노예 +2 24.07.25 3,515 65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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