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절세미녀 로마공주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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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렁컨66
작품등록일 :
2024.07.2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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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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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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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안토니아 공주

DUMMY

<29>


솔직히 생각해봐라.


탑급 여자 연예인이 자기 방에 찾아왔다면?


실제 그런 일이 나한테 일어났다.


로마 역사에서 누구나 다 찬사를 보냈던 안토니아 공주.


미적인 관념이 현대와 로마가 다를 수밖에 없고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고대 로마 시대의 초상화들을 보면 현대 미녀상과 큰 차이가 없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안토니아 공주는 백옥같은 피부에 오뚝한 콧날, 깨끗한 이마, 뒤로 넘긴 약간 곱슬기가 있는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고, 어깨가 조금 드러난 민소매 형태의 새하얀 튜닉을 입고 있다. 또한, 날개 같은 하얀 실크가 그녀의 어깨에서부터 발끝까지 흘러내리며 바닥을 끌고 있었다.


그래서 소문대로 로마 여신 같은 모습.


또한, 저 튜닉은 가냘픈 허리 곡선을 은근히 잘 살린 것도 있지만, 더 매력적인 점은 세계를 지배하는 로마 공주 특유의 도도한 눈빛이 있으며, 뭔가 색다른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시선으로 날 쳐다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카리우스님! 공주님께 예의를 갖춰주십시오!"


이때 뒤쪽에서 들려온 딱딱한 목소리.


문득 쳐다보니 활짝 열린 휘장 뒤쪽으로 어떤 남자가 나타났고, 내가 의아해하며 쳐다보자 그는 간단히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자신을 총관 메투스라고 소개했다.


지금 투구를 쓰고 있고 사슬 흉갑까지 착용했고, 무기까지 소지하고 있는 모습.


그런 그가 잔뜩 굳은 표정을 하고서 날 노려보기에 나는 할 수 없이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상반신을 붕대로 칭칭 감고 있는 상태이고, 아까 공주를 마중나가지 않은 사실이 있다 보니, 일부러 연기하듯 조금 비틀거렸다.


그런데 이 단순한 행동 때문에 안토니아 공주는 놀라며 바짝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날 붙잡아주려고 손을 뻗었다.


그런 선심이 놀랍기도 했지만, 그 때문에 공주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졌고 갑자기 나는 조금 시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일어서지 마세요. 앉으세요.”


너무 가까워 공주의 숨결마저 내 얼굴에 닿는다.


마치 판타지 속 엘프 같은 공주.


그런 가냘픈 공주의 부축을 받던 나는 흠칫하며 도로 앉았고,


그제야 물러서던 안토니아 공주는 아까 쿨라가 앉았던 그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다만, 나는 어디에 시선을 둘지 몰라 조금 허둥거렸다.


내가 앉은 키가 좀 크다 보니, 그녀의 새하얀 가슴골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기 때문.


이건 큰일날 목격이다.


하지만, 그녀의 튜닉은 위쪽 노출이 있는 그런 옷.


로마 시대가 굉장히 개방적이라고 하더니 안토니아 공주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거기다가 판타지 속 엘프 같은 날렵한 턱선에 신비로운 눈동자를 가진 안토니아 공주.


내 앞에 가만히 앉아 날 쳐다보는데, 그 모습 때문에 이 침실이 돌연 환해지는 듯하다.


원형 경기장에서도 놀랐지만, 안토니아 공주는 손끝 발끝 머리카락마저 그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


“카리우스님.”


잠시 후, 붉은 입술이 조금 벌어지며 나한테 대화를 시작하는 공주.


그러나 이때 방해꾼이 있었다.


“공주님. 대화하시는 동안, 전 여기에 있겠습니다."


휘장이 한쪽으로 거둬진 바깥.


그곳에 서서 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총관 메투스.


그러나 미간을 찌푸리던 안토니아 공주는 이내 고개를 돌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메투스. 그럴 필요 없어.”


“공주님! 혹시 또 모르는 일입니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공주는 다시 날 쳐다봤고, 두 눈동자를 반짝이더니 이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무언가 재밌다는 표정. 그러면서 그녀는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날 가리켰다.


"이 분의 이런 모습을 보고도 이게 위험하다고?"


그러면서 약간 화도 내는 안토니아 공주.


“메투스. 물러서. 이분은 위험하지 않아."


설마 내가 이런 모습을 하는 바람에 안토니아 공주의 경계심마저 무장해제시켜버렸나.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이거 참 이상해지네.


"공주님! 하지만··· 아, 알겠습니다."


억지로 버티려고 하던 메투스. 그는 결국 싸늘한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황급히 고개를 숙인 뒤 물러섰다.


그 바람에 주변이 조용해지며 이 침실엔 우리만 남게 되었다.


근데 이래도 되나.


공주와 단둘?


이 정도로 로마가 개방적인가.


다만, 공주는 내가 자신을 구해준 것도 있고, 내가 거의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어 뭔가 나에 대한 부담감도 사라진 것 같았다.


“상처는 어떠세요?”


곧이어 미소지으며 묻는 그녀.


“아, 전 괜찮습니다.”


“상처가 이렇게 심할 줄 몰랐어요.”


그러면서 백옥같이 하얀 손을 내밀다가 이내 멈칫한다.


우리가 가까운 사이도 아닌데, 솔직히 처음 본 사이인데, 이렇듯 행동에 너무 거부감이 없었다는 걸 그녀는 문득 깨달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녀는 슬그머니 손을 내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화살 맞으신 곳이?"


내 상처에 대해 이미 전해 들었을 안토니아 공주.

그래서 나는 재빨리 변명했다.


“화살 맞은 곳 외에도 땅에 부딪히면서 이것저것 긁힌 데가 있습니다. 멍도 좀 들었고, 근데 더 정직하게 말씀드린다면 제 담당 의원이 좀 과한 편입니다."


그러면서 나는 괜찮다는 포즈를 취하려 두 손을 들었다. 칭칭 감긴 붕대 때문에 어색한 팔 동작이었지만 내가 이리저리 팔을 움직이자, 공주는 눈이 커졌다가 이내 뭔가 알겠다는 듯 까르르 웃었다. 웃음소리가 무척 청아하다.


그러고는,


"역시 팔은 멀쩡하시네요? 전 거기도 다친 줄 알았는데."


"보다시피. 다친 곳은 어깨 뒤쪽 뿐입니다."


그러자 다시 소리내어 웃는 안토니아 공주.


내가 다쳤지만, 반 미이라가 된 모습은 그녀의 눈에 무척 재밌는 소재가 된 것 같다.


자신을 구하다가 다친 사람에게 병문안 왔다가 상반신이 붕대로 칭칭 감겨있는 모습을 보자 안타까워했던 그녀.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자, 오히려 기뻐하며 웃음이 나온 모양이다.


그래서 공주는 계속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근데 카리우스님의 동생은 뛰어난 무장이라고 하던데 카리우스님은 전혀 그렇지 않나 보군요?"


이때 나는 거짓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무장이긴보단 공무원, 아니 문서를 만지는 쪽에 더 어울립니다. 보시다시피 팔이 좀 가늘고 긴 편입니다."


그러자 안토니아 공주는 그게 또 재밌다는 표정이다.


"그럼 카리우스님은 마르쿠스님 같은 행정관이 되시는 게 좋겠군요? 앞으로 그러실 생각인가요?"


그러나 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꼭 그렇진 않습니다. 우선 저는 돈을 좀 많이 벌고 싶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공주.


"돈이란 게 중요하지만, 명예로운 일은 아니지 않나요?"


모든 게 풍족한 공주. 그 공주의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


"네. 그 말씀대로 크게 명예로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은근히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는 게 돈의 힘이기도 하지요."


"그럼 상인이 되실 생각인가요?"


"아뇨. 딱히 정하진 않고 이것저것 다 해 볼 생각입니다. 우선, 브리타니아부터 가 볼 생각입니다."


"브리타니아? 혹시···."


그러나 더는 말하지 않는 공주.


아마 아버지 마르쿠스의 브리타니아 파견 건에 대해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녀는 섣불리 말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녀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카리우스님은 정말 재밌는 분 같아요. 전 로마를 떠나는 걸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데."


"그야 공주님과 제 신분이 다르기 때문이 아닙니까?"


그러자 말없이 날 쳐다보며 뭔가 우울한 표정이 나타났으나


금방 그게 사라지며 공주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아. 제가 작은 선물들을 가져왔습니다. 나중에 한번 보세요."


나는 바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리고 한가지. 질문이 더 있어요.”


“말씀하십시오.”


“카리우스님은 혹시 암살 사건이 일어날 줄 미리 알고 계셨나요?”


너무 차분하게 묻는 공주.


그래서 나는 순간 깜짝 놀랐다.


"제가 어떻게 그걸···."


그러자 내 눈을 깊이 들여다보며 묘한 미소를 짓다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저는 카리우스님과 뭔가 연결이 되어 있는 것 같군요. 어색하지도 않고, 아무튼. 근데 아쉽게도 너무 시간이 늦었어요. 다음에 다시 올게요.”


그러고는 가볍게 인사한 뒤 그녀는 내가 뭔가 말하기도 전에 그냥 밖으로 나가 버렸다.


이때 나도 모르게 아쉬운 듯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침실 곳곳엔 어느덧 안토니아 공주의 향기가 짙게 깔려 있었다.


그로부터 잠시 뒤, 바깥에선 아주 요란한 발소리들이 들려왔고, 한 무리의 병사들이 일제히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얼마 뒤 잠잠해졌는데, 곧이어 쿠다당! 하는 발소리와 함께 뭔가 표정이 아주 환해진 아버지 마르쿠스가 황급히 내 침실로 뛰어 들어왔다.







<30>


“카리우스! 도대체 그 붕대는 뭐냐?”


그러나 정작 본인이 했던 말이 생각났는지 이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내 앞에 앉는다.


표정이 무척 밝은 아버지의 모습.


“조금 전, 공주님이 나가시면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더구나. 다시 여길 찾아오겠다고 말이다.”


근데 겨우 저 말 때문에 저리 표정이 밝아졌을까. 그리 중요한 말 같지도 않은데.


“너는 이번 일로 황실에 큰 공을 세웠다. 폐하의 입장에선 수치스러운 일을 면한 격이야. 사정이 어찌 되었든 공주님께서 찾아오시고 아무튼 잘된 일이다. 앞으로 한동안 누구도 널 어찌하지 못할 게다. 그리 좋은 일이 있으니 나도 이제 좀 나서야겠다.”


“근데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나서겠다는 말씀은?”


내가 의아해하며 묻자,


“넌 모르겠지만, 요즘 황궁 사정이 이전과 같지 않아. 뭔가 타개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네 안전이라도 챙겼으니 그것으로 됐다.”


그러면서 뭔가 기세를 드러내며 두 눈에 기광이 넘치는 모습.


그러니까 복잡한 황궁 사정에 대비하여 적당히 브리타니아로 도주하는 게 아니라 뭔가 적극적인 행동을 준비한다는 말 같았다. 그러나 이건 너무 위험한 짓이 아닌가.


황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 그런 황제의 미친 성정을 혹시 모르는 걸까.


그러나 아버지 마루쿠스는 계속 태연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넌 니 일에만 신경써라. 내 일에 대해선 신경쓸 거 없다. 그래서 안토니아 공주님이 다시 오면 그때 각별히 신경써서 공주님을 잘 모시도록 해라. 최악의 경우, 내 일이 잘못되더라도 넌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게다.”


그런데 자신의 일이 잘못된다고? 도대체 앞으로 무슨 짓을 하시려고?


그 순간, 나는 도저히 모른 척하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지금 그가 무슨 정치적 음모를 꾸미고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랬다간 로마 시민들 외에도 원로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황제로부터 철퇴를 맞은 뒤, 최후를 맞이할 수도 있다.


'뭔가 공주에 대해 단단히 오해하신 것 같은데.'


이럴 땐 현 상황에 대해 좀 더 냉철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함부로 헛다리를 짚었다간 패가망신, 큰일난다.


-----


“아버지.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그렇듯 갑자기 내가 반박하자, 의아해하는 마르쿠스.


"그게 무슨 말이냐? 니 생각이 다르다고?"


하고 싶은 말들을 마친 뒤 바로 일어서려던 아버지.

그러나 그는 멈칫하며 도로 앉는다.

그 모습에 나는 재빨리 사정 이야길 꺼냈다.


"조금 전 안토니아 공주와 친해지면, 제가 안전해진다고 말씀하셨죠? 그러나 전 생각이 다릅니다. 안토니아 공주와 친해지면, 제일 먼저 제 목이 달아난다는 걸 정말 모르십니까?”


이건 내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역사다. 이건 미래가 될 수 있다.

위험한 안토니아 공주.

그런 그녀를 감싸고 있는 것은 황제가 만들어 놓은 독침.

그런 그녀와 친하게 지낸다는 것은 결국 내 명을 단축하는 길이다.

하지만 영문을 몰라하는 아버지를 위해 나는 좀 더 설명했다.


“폐하께선 종종 안토니아 공주님을 궁 밖으로 데리고 다니십니다. 폐하의 옆엔 황후가 계시나 폐하께선 안토니아 공주님에 대해서도 모종의 마음이 있습니다. 제가 만약 공주님과 친하게 지낸다면, 과연 폐하께서 가만히 있을까요? 저한테 비수가 날아들 겁니다. 따라서 안토니아 공주님을 구한 것 외에는 어떤 것도 기대해선 안됩니다.”


그러자 난색을 보이는 아버지.


“도대체 넌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거냐? 폐하의 곁에는 어엿한 황후께서 계시고 정부(情夫) 포파이아도 있다. 그리고 황후께선 안토니아 공주님과 자매지간이다. 어찌 폐하께서 안토니아 공주님한테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단 말이냐! 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무척 단호하게 말하는 아버지.

그러나 나는 이 대목에서 그가 뭔가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황궁 법무관으로서 권력을 지니고 있으나 황제의 내밀한 의도까진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물론, 황제의 가장 옆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을 권신 세네카의 입이 무척 무거운 것일 수도 있다.


“현자는 원래 망상하지 않는 법. 니가 머리가 좋은 건 나도 알고 있다. 허나 너무 과한 망상은 몸에 좋지 않다.”


단호하게 말한 뒤, 다시 근엄한 목소리로 내 잘못(?)을 지적하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는 할 말이 없는 표정.


그러나 나는 이대로 뒀다간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도박으로 큰돈을 벌어도 아버지가 헛짓거리를 해 버리면 말짱 도루묵이다.


어쩌면 이것은 큰 위기의 전조일 수도 있다.


우선, 이걸 막아야 한다.


-----


“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드릴 말씀이 또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이야깁니다.”


할 수 없이 나는 그를 붙잡았다.


가문이 몰락하면 모두가 죽는다.

이미 한번 죽었던 나.

다시 죽기 싫다.


“원래 제가 좀 더 확인하고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지금 그 이야길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시작에 대한 이야길 꺼내기 시작했다. 이걸 설명해야만 안토니아 공주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솔직히 내가 공주를 구한 것도 바로 그 쪽지 때문이 아닌가.


-----


잠시 후, 어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들이 쭉 이어졌고, 갈수록 그는 심각한 표정이 되어갔다.


마침내 그 이야기들을 다 들은 뒤 굳어 있던 그는 한참 만에 꽉 다물고 있던 입을 다시 열었다.


“그러니까 너한테 누군가가 쪽지를 보냈단 말이냐? 하지만 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저도 당시 크게 당황했지만, 이 이야긴 결코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정말 니가 쪽지를 받았다고? 그 쪽지는 어디에 있느냐?"


"혹시 몰라 삼켰습니다."


"삼켰다?"


"괜한 오해의 소지가 될까봐."


"하긴, 그게 있으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 한데 니 말이 진짜라면, 그 목적은 정말 수상하구나. 그런 일이 있다면, 쪽지로 보낼 게 아니라, 근위대에 밀고해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수습하는 게 정상이다.”


당연히 나도 그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자는 나에게 이런 경고도 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절대 누구한테도 발설해선 안 된다고.


“그래서 제 생각은 그 일에 대해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해야 된다고 봅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어떻게 말이냐?”


“적어도 그 일을 계획한 자는 그 목적이 분명합니다. 파르티아와의 전쟁 말입니다.”


미간에 주름이 생기는 아버지.


“난 근위대 대대장을 통해 그 일에 대해 보고받았다. 넌 검투사들의 주인 쿨라라는 자한테서 그 이야길 들었다고 했지? 어찌 되었든 파르티아가 배후인 게 밝혀진 이상, 그들과의 전쟁은 당연한 일이다.”


“허나, 그로 인해 전쟁이 선포되면 결국 모든 힘들이 황궁에 집중될 겁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오후에 세네카님도 그런 말씀을 하시더구나.”


그래서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좀 더 직설적인 질문을 던져봤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암살 사건의 배후가 누구냐가 아니라 과연 이번 일로 누가 큰 이득을 취할 수 있느냐 그게 더 중요합니다."


"이득이라고? 그야 당연히 승전한다면 로마에 큰 이득이 되겠지."


"허나 그게 과연 로마에 득이 되는 일입니까? 전쟁에 패한다면 큰 손실을 떠안게 됩니다."


"그럼 네 말은 이 사건만 갖고서 이득을 논하자는 말이냐?"


"네. 맞습니다."


"허나 그것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사건만 놓고 본다면 판단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자 인상을 팍 쓰는 아버지 마르쿠스.


"황궁에 힘이 집중된다면 당연히···."


무조건 그렇게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폐하입니다! 폐하께서 뭔가 계획한 일들이 있다면, 이번 파르티아와의 전쟁 선포를 통해 모든 일들을 단숨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나서는 바람에 전쟁 선포가 늦춰졌습니다. 어쨌든 시간을 번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자 아버지 마르쿠스는 심하게 눈썹을 꿈틀거렸다. 단순히 파르티아가 배후가 아니라 그 흑막이 있다는 사실에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물론, 쪽지라는 존재가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멀리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


"하긴, 그 말은 틀리지 않군. 공주가 죽었다면 바로 전쟁 선포가 됐을 거다. 폐하께선 로마 시민들의 눈치를 많이 보시니까."


그 때문에 이번 사건의 모든 것들이 더 간단해진다. 결과론적인 입장에서 이번 사건에서 큰 이득을 보는 쪽이 이번 사건을 계획했다는 것. 파르티아는 이번 암살 사건 자체가 그들에겐 손해다. 공주를 죽여봤자 군사적 득실은 없고, 오로지 로마 시민들을 자극할 뿐.


그걸 이야기하자, 아버지는 곧장 반발했다.


“넌 말을 똑바로 해야 할 게다! 폐하께서 배후라면, 그렇다면 그 쪽지를 보낸 자는 대체 누구냐?”


그 일갈에 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이것 역시 제가 간단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순수하게 안토니아 공주를 살리고 싶어 했던 자, 그러나 감히 그 사건 자체를 막을 수 없었던 자, 바로 그자가 쪽지를 보낸 자입니다."


“그래서 대체 누구냐고?”


버럭, 화까지 내는 아버지.


“예를 들어, 배후가 정말 파르티아였다면, 중간에 누군가 그 정보를 취득했을 때, 당연히 그 정보를 밀고해 큰 공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허나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자가 대체 누구냐고?”


“그래서 그 사건은 반드시 일어나야 했다는 점입니다."


"반드시 일어나야 했다?"


"그자가 경고했듯이 만약 그 사건이 원천 차단됐다면, 저한테도 큰 문제가 생겼을 테고, 그게 그 사람의 경고입니다. 그리고 그 쪽지를 남겼던 사람한테도 어쩌면 큰 문제가 생겼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 쪽지를 남긴 자는 배후를 이미 알고 있고, 배후를 무척 두려워했다는 말이구나?"


“아마 쪽지를 남긴 자는 그 배후의 최측근일 수도 있습니다."


"으음."


"그래서 제 예측은 이렇습니다. 고귀하신 공주님의 생사를 이미 쥐고 있는 자, 어떤 밀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자. 그런 능력을 가진 자를 쪽지를 남긴 자가 두려워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이 이 로마에서 대체 누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건 질문이 아니라 그냥 확신이었다.


그리고 아버지 역시 그걸 바로 인지했다.


그자는 바로 팔라티움의 주인, 바로 황제일 수밖에 없다.


이로써 나는 이번 암살 사건의 전모를 추정과 추리만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실질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는 그저 정황 설명일 뿐이지만.


그러나 조금 전 안토니아 공주가 여길 떠나면서 나에게 했던 말들 덕분에 나는 순간적으로 모든 전모를 깨닫게 되었다.


- 카리우스님은 혹시 암살 사건이 일어날 줄 미리 알고 계셨나요?


이건 질문치고는 아주 희한한 질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당시 경기장 상황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면, 공주의 당시 심리도 알 수가 있다.


어제 경기가 열리는 내내, 안토니아 공주는 표정이 잔뜩 굳어 있었다. 경기의 승자가 나올 때마다 그녀는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지었고, 내내 억지스러운 표정을 하며 승자를 격려했다. 그러니까 안토니아 공주는 그 암살 사건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던 것. 쪽지를 보냈던 사람은 황제를 의식해 함부로 나서지 못했으나 자신만의 노력을 다 했던 셈이다.


다만, 공주는 누가 자길 도울지 몰랐던 것이다.


내가 특별석 쪽을 쳐다볼 때, 공주 역시 신경이 쓰이는 듯 내 쪽을 틈틈이 쳐다봤던 것.


'당시 긴장하고 있었던 거야.'


그럼에도 미리 내 시선을 주목했던 터라 아까 그런 질문을 나한테 던졌던 모양.


하지만 내가 너무 쉽게 부정하자, 조금 당황했을 테고, 내 속내를 알아차리려고 무척 노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도 한번 답해 보거라. 아까 니 말대로 폐하께서 안토니아 공주님에게 마음이 있다면, 도대체 왜 공주를 죽이려고 했을까?”


아버지는 황제의 음모를 알게 되자,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또 그렇게 물어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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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절세미녀 로마공주와 결혼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학살자는 충성을 원한다 NEW 17시간 전 489 14 11쪽
29 누군가는 황제가 되고 누군가는 신이 되었다 +4 24.09.18 671 20 7쪽
28 안토니아 공주의 침실 +5 24.09.17 784 25 18쪽
27 첫날 밤, 그리고 태동 (2) +2 24.09.16 851 25 7쪽
26 첫날 밤, 그리고 태동 (1) +4 24.09.14 963 21 18쪽
25 수부라의 현인 +4 24.09.12 1,015 27 31쪽
24 안토니아 공주와의 첫날 밤 (2) +5 24.09.10 1,218 20 25쪽
23 안토니아 공주와의 첫날 밤 (1) +4 24.09.07 1,451 31 23쪽
22 카리우스 네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 +5 24.09.05 1,380 34 25쪽
21 황제가 되다 (2) +3 24.09.03 1,401 31 30쪽
20 황제가 되다 (1) +3 24.08.31 1,545 31 14쪽
19 쿨라의 결단, 새로운 로마황제 +5 24.08.30 1,536 36 23쪽
18 우연히 시작된 로마 혁명 +2 24.08.28 1,578 42 29쪽
17 로마의 흑막이 되다 +7 24.08.24 1,692 45 23쪽
16 로마 식기 마트 +3 24.08.22 1,642 42 16쪽
15 로마를 바꾸자 +2 24.08.20 1,777 49 21쪽
14 강철의 주인 +4 24.08.18 1,897 57 24쪽
13 안타까운 이혼 공주 +3 24.08.15 2,037 52 21쪽
» 안토니아 공주 +3 24.08.13 2,035 57 21쪽
11 황금 궤짝 +2 24.08.11 2,075 54 24쪽
10 돈이 넘친다 +4 24.08.09 2,206 53 28쪽
9 영웅 (2) +5 24.08.07 2,188 52 23쪽
8 영웅 (1) +4 24.08.06 2,229 48 17쪽
7 내가 유명해지다 (3) +4 24.08.05 2,313 47 24쪽
6 내가 유명해지다 (2) +3 24.08.02 2,362 54 28쪽
5 내가 유명해지다 (1) +5 24.08.01 2,492 61 20쪽
4 출세의 길이 보인다 +9 24.07.30 2,602 65 22쪽
3 향락의 밤, 벌거벗은 무희들 +4 24.07.28 2,758 60 20쪽
2 특별한 능력 +4 24.07.27 2,921 61 22쪽
1 욕실의 여자 노예 +2 24.07.25 3,515 65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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