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전함이 일제를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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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수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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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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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속으로 (1)

DUMMY

단호한 얼굴로 내 어깨를 붙잡은 손원일 항해장.


그제야 번쩍 정신이 들었다.


나는 지휘관.

멍하니 있을 시간은 없다.


배를, 함대를 살려야 한다.


“상황 보고해!”

“제2함교에 피탄! 피해 집계 중···.”


겁먹은 얼굴로 전화기에 귀를 기울이는 통신병.

곧이어 충격적인 보고가 이어진다.


“참모진 다수 사망! 기동부대 사령관··· 중상!”


지휘부는 사실상 전멸.


주위를 보자 아래층에서 솟아오른 연기가 대공 함교 위로도 스쳐 지나갔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우선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손상통제 실시하고 함대 상황 보고해!”

“나대용함 피탄! 통신 불능!”

“501함 피탄! 기동 불능입니다!”


이순신함에 공격이 집중되었지만 나머지 함대도 무사한 건 아니다.


폭탄 1발을 얻어맞은 나대용함의 갑판에서 짙은 흑연이 피어오르고 구축함 1척이 멈춰 선 채 불타올랐다.


그보다 중요한 건 항모다.


“정운함은?”

“이상 없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정운함에는 피해가 없다.


몇몇 공격기의 표적이 된 모양이지만 어떻게든 회피한 모양. 조함의 명수라는 이야기는 진실인 걸로 보인다.


“함장님. 지금 함대를 이끌 수 있는 건 본 함뿐입니다!”


항해장이 다시금 상황을 인지시킨다.


제독이 부상당해도 일단 기함 설비를 갖춘 건 이순신함뿐이다.


다른 부대 지휘관의 서열이 높아도 일단은 다 같은 대령. 더군다나 당장 지휘통솔이 안 되면 의미가 없다.


따라서 지휘권은 현재로선 나에게 있다.


좋아, 상황을 정리하자.

적의 공격대는 거의 다 복귀했다.


남은 건 고공의 폭격기 10여 기.

그리고 저 멀리 저공비행 중인 뇌격기 10여 기,


각각 공격 대형을 이루고 있다.

아마 곧 동시 공격을 가하겠지.


반면 우리 함대는 진형이 상당히 흐트러졌다.

지난 공격에 대응하느라 너무 격렬히 회피 기동한 탓이다.


대공 화망을 기대하는 건 어렵겠지.


하지만 점점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다.

때마침 수평선상에 스콜도 보인다.


방법이 보인다.


“전 함대에 전해. 전 함대는 정운함을 기준으로 집결. 정운함은 방위 250의 스콜로 대피하도록.”


내가 가리킨 방향의 스콜을 보는 항해장.

이윽고 눈을 찌푸리며 묻는다.


“함장님, 그렇다면 본 함은···?”

“남은 적기의 공격을 유도한다.”


눈을 크게 뜨는 항해장.


“공습은 이게 끝이 아닐 겁니다. 여기서 더 피해를 입으면 다음 공습을 버틸 수 있을지가···.”

“아니.”


나는 그의 말을 막고서 고개를 돌렸다.


“나를 믿어 주게.”


미친 짓처럼 보이겠지만.

정말로 방법이 있다.


이제 곧.


폭풍이 다가온다.


***


격렬한 공중전도 소강상태에 접어든 상공.


에구사 다카시게 소령이 이끄는 급강하 폭격기대는 포연이 흐르는 상공을 떠돌며 공격 기회를 엿보았다.


“대장! 이제 슬슬 가도 좋지 않습니까?!”


뒷좌석의 후방 기총 사수가 불안한 듯 재촉했지만 에구사는 조용히 바다를 응시했다.


격렬한 대공 포화는 제아무리 정예 항공대라도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특히나 뇌격대는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이탈했을 정도다.


무전으로 엿들은 기상 상황을 보아 2차 공격대를 날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번 공습으로 최대한 피해를 입혀야 한다.


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대한제국 함대의 진형은 많이 흐트러졌다.


함대 전체라면 모를까. 단독으로는 아무리 포화를 뿌려도 한계가 있을 터. 더군다나 적함은 함교 부근에 피탄당해 화재 연기를 흘리고 있다.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라는 말. 따라서 우선 폭격으로 대공 화기를 무력화시키고 뇌격대에 맡기면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좋아, 슬슬 가보지.”


콕핏을 반쯤 연 그가 수신호를 보내자 12기의 폭격대가 일제히 기수를 내린다.


마치 하늘에서 쏟아지는 유성우처럼 빗발치는 항공대.


그들을 향해 대공 포화가 쏟아지지만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묵묵히 코스를 잡았다.


고고도에서 내려찍는 급강하 폭격은 통상적인 대공 포화로 저지하기 매우 어렵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대공포의 탄도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곧이어 에구사의 편대를 발견한 이순신함이 대공 포화를 쏟아냈지만 그들 중 1기도 격추되지 않았다. 단 1기가 날개에서 연기를 흘리며 이탈할 뿐이었다.


이대로 최종 코스에 돌입하면 된다고 생각하던 순간.


“후방에 적기!”

“뭣?!”


후방 사수의 외침에 에구사는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적기는 다 격추된 줄 알았는데.

설상가상으로 아군 호위대는 더 교전할 탄약이 모자라다.


물론 그건 대한제국 항공대도 마찬가지지만 그들의 뒤를 잡은 건 전투 중후반에 참전한 유리 소위의 버팔로 전투기였다.


양 날개의 50구경 기관총이 불을 뿜자 1기의 99식 급강하 폭격기가 불덩이가 되어 추락했다.


이윽고 다른 표적을 향해 기수를 돌리자 편대가 혼비백산 진형을 흐트러트렸다.


“적기, 계속 옵니다!”

“제기랄! 일단 떨구고 이탈한다!”


적기가 꽁무니에 붙은 이상,

여유롭게 조준할 시간 따윈 없었다.


최종 돌입 코스에 진입한 건 에구사 소령의 직속 편대 3기뿐.


70도가 넘는 급강하로 쏜살같이 내려간 이들이 차례로 폭탄을 떨구고 기수를 올렸다.


쿠광!

아래쪽에서 큰 폭음이 들리며 새빨간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1발.

함미 주포탑 부근에 명중탄.


큰 손상은 아닌 거 같다.


화재 연기가 솟아오르지만 전함의 장갑판을 뚫기에는 폭탄의 위력이 너무 약하다. 250kg 폭탄은 폭격기의 무장 중에선 가벼운 축에 드는 폭탄이다.


차라리 대공 포좌에 맞았다면 좋았을 텐데···.


내심 아쉬워한 에구사 소령이지만 분을 삼킬 시간 따윈 없었다.


“적기! 계속 접근 중!”

“스로틀 올린다!”


살아서 돌아가려면 속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니까.


저 멀리서 폭풍우처럼 짙은 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


일본 해군 항공대의 공습이 끝난 직후,

동중국해의 날씨가 급격히 나빠졌다.


본격적으로 태풍이 접근해 오기 시작한 것.


지금 이순신함은 번개와 폭우가 쏟아지는 바다 위를 항해하고 있다.


“보수장, 상태는 어떤가?”

“침수 구역의 상태가 불안합니다. 현재로서는 문제는 없지만 급기동 시에는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묵한 얼굴의 보수장이 말했다.


현재 내가 서 있는 장소는 대공 함교 아래층의 제1함교.

이곳은 사방이 방탄판으로 둘러진 밀폐식 함교다.


방탄 유리창 밖으로는 어두운 먹구름 아래 천둥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빗줄기가 그대로 보였다.


“폭탄 피해는?”

“갑판의 손상이 크지만 대부분 상갑판에서 기폭해서 내부 피해는 적습니다. 20mm 포대 2기와 40mm 포대 1기가 완파하였고, 나머지는 응급조치를 통해 보수 완료했습니다.”

“수고 많았군.”


한숨을 삼키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야.

미친 듯이 요동치는 바다.


마치 우리 함대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하다.


함의 피해 자체는 아직 괜찮다.


공습으로 인한 이순신함의 피해는 총합 폭탄 5발에 어뢰 1발.


어뢰 피해는 박살 난 파이프를 폐쇄하고 파공을 임시로 메우는 정도로 해결했다.


폭탄은 피해가 컸지만 일부 대공 포좌가 손상된 것 이외엔 당장 전투력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상갑판의 밤 덱(Bomb Deck) 장갑이 잘 작동한 덕분이다.


문제는 함교였다.


“아, 제2함교 손상은 어떤가?”

“일단 구멍은 메꿔놨습니다. 하지만 장비류는 대부분 사용 불가입니다. 그리고···.”


묵묵한 성격과 달리 드물게 침울히 말하는 보수장.


손상 자체는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다.

애초부터 야간 항해 시에 쓰는 일종의 예비 함교였으니.


문제는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다.


“···항해장, 함교를 맡기지.”

“예, 함장님.”


손원일 항해장에게 조함을 맡기고 병실로 내려갔다.


지난 전투로 인한 부상자가 몰려있는 구역.


아직도 신음 소리로 가득한 구역을 지나 1인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 위에 죽은 듯 잠든 제독이 보였다.


정모를 벗고 조금씩 다가가자 발걸음 소리가 들렸는지 그가 힘겹게 눈을 떴다.


“함··· 장인가?”


지친 듯 고개를 드는 제독.

머리 아래로는 온통 붕대를 감은 것이 마치 미라 같았다.


제2함교에 비스듬히 명중한 폭탄은 외벽을 뚫지 않고 그대로 폭발했다.


문제는 그렇게 뚫린 구멍으로 폭압이 쏟아져 들어간 것.


대부분의 참모진이 즉사하고, 그들 사이에 있던 류시원 제독도 벽으로 튕겨나가 정신을 잃었다.


참모진이 의도치 않게 인간 방패가 된 덕에 목숨은 건졌지만··· 그 또한 상태가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지휘권은··· 어떻게 했나?”

“나대용함의 통신이 일시적으로 두절되고, 정운함 또한 항공통제로 과부하 상태라 일시적으로 본관이 지휘했습니다.”

“잘··· 했네···.”


안심시키려는 듯 힘겹게 미소를 짓는 제독.

하지만 애써 무리하는 것처럼 보여 더 안쓰러웠다.


“이제··· 어찌할 생각이지···?”

“적절한 차상위 계급의 함선에 기함 임무를 맡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휘는 이순신함이 맡아야 하네··· 다른 함선에는 전대급 이상의 함대를 지휘할 설비가 없어···.”


이윽고 고통스럽게 기침을 토하고 말을 잇는다.


“그리고 이 태풍 속에서··· 선임 함장을 이순신함으로 부르기도 어렵겠지···.”


정처 없이 흔들리는 배를 보며 그도 풍랑 속에 있다는 걸 눈치챈 모양.


사실 이순신함 말고 따로 기함을 맡을 배도 없다.


정운함은 애당초 항모치고는 소형이라 기함을 맡기에는 부적절하다. 항공기 통제만으로도 정신이 없는 규모다.


나대용함은 모처럼 장비한 레이더와 통신 설비가 전부 박살.


그 외 구축함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풍랑이 심한 와중에 선임 함장을 인원 이송을 할 수도 없고.


결국 이순신함,

그리고 나뿐이다.


“어찌하겠나?”


제독은 빤히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의미인지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에게 함대의 지휘권을 넘기겠다는 것.


참모진도 없고 선임 함장도 없는 마당.

나에게 이 함대의 목숨이 달려있다.


제독은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주먹을 움켜쥐었다.


“통신 감청 결과, 적 함대가 여전히 본 함대를 추격 중입니다. 따라서 무전 침묵을 하달하고 등화관제하에 기동 중입니다.”

“본국으로··· 돌아갈 생각인가?”

“아닙니다.”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태풍을 따라 복귀한들 결국 성과 없이 대련항에 봉쇄당하는 길만 남을 겁니다.”

“우린 할 만큼 했네···. 개전 초의 기습에서 살아남은 것만 해도 다행이니, 해본에서는,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하지만 전쟁은 질 겁니다.”


단호한 대답에 제독은 눈을 크게 떴다.

나는 잠시 말을 골랐다.


“설령 이기더라도 상처뿐인 승리겠지요.”


조용히 눈을 감는 제독.

그도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생각하리라.


한숨을 내쉰 제독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면.”


조용한 시선이 나를 꿰뚫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여전히 빛나는 사냥꾼의 눈빛.


“싸우겠나?”


나는 지휘관이고 결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가 이렇게 말한다면 내겐 답해야 할 의무가 있고.


폭탄을 피하지 않은 건 분명 제독의 명령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지휘부가 이런 꼴이 된 것에 내가 책임감을 못 느끼는 건 아니다.


“소관의 의견으로는.”


그렇기에 실패할 순 없다.


이 기회를 위해 몸을 던진 장병들, 항공대의 조종사들,

그리고 류시원 제독까지.


어떻게 해서, 어떤 희생 끝에 얻은 기회인데.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실패란 없다.


승부수를 던진다면 오직 지금뿐.


“항공기 운용이 제한되고 적의 시야가 제한되는 현 상황을 적극 사용하여···.”


이 세계에 떨어진 후 세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계획을 말이다.


그 첫 단추를 지금 맞춘다.


“적 항공모함을 격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말

PnPd님, 소중한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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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남방 수호자, 탄생 +29 24.08.22 12,457 422 13쪽
27 말레이 해전 (3) +22 24.08.21 12,327 448 15쪽
26 말레이 해전 (2) +25 24.08.20 12,184 413 16쪽
25 말레이 해전 (1) +15 24.08.19 12,235 392 14쪽
24 ABDA 함대 +17 24.08.18 12,282 400 20쪽
23 비밀 기지 +21 24.08.17 12,401 398 14쪽
22 웨이크 섬 +16 24.08.16 12,250 415 15쪽
21 추격 +19 24.08.15 12,561 422 11쪽
20 위대한 항로 +20 24.08.14 12,976 419 18쪽
19 운명의 5분 (2) +29 24.08.13 12,887 421 16쪽
18 운명의 5분 (1) +18 24.08.12 12,632 420 13쪽
17 폭풍 속으로 (2) +18 24.08.11 12,679 412 24쪽
» 폭풍 속으로 (1) +16 24.08.10 12,555 403 12쪽
15 불타는 하늘 +23 24.08.09 12,728 365 22쪽
14 This is not a drill +22 24.08.08 12,388 383 12쪽
13 폭풍전야 +17 24.08.07 12,413 390 14쪽
12 황제 (2) +15 24.08.06 12,544 366 12쪽
11 황제 (1) +13 24.08.05 13,180 373 14쪽
10 기동부대 (2) +11 24.08.04 13,288 368 15쪽
9 기동부대 (1) +11 24.08.04 14,010 381 12쪽
8 에이스 +19 24.08.03 14,515 394 13쪽
7 자진 입대 +12 24.08.02 15,094 397 13쪽
6 찾아라 드래곤볼 +19 24.08.01 16,079 396 14쪽
5 최고의 복지 +29 24.07.31 17,737 435 12쪽
4 안전운전 +18 24.07.30 19,776 46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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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47 24.07.29 30,975 58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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