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능력자의 2회차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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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테리움
작품등록일 :
2024.07.31 19:41
최근연재일 :
2024.07.3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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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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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시현씨, 사실 지금까지 숨겨왔던 스킬이 있어요.”


몰려드는 몬스터로 인해 인류가 멸망하기 직전에 성녀가 말했다.


“아무리 대단한 스킬이 있어도 지금 쓰기엔 늦은 것 같은데.”


말하는 와중에도 바깥에선 수많은 몬스터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나는 빌딩의 계단에 수류탄을 던진 후 귀를 막았다. 퍼엉! 수류탄으로 인해 계단이 무너졌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서로의 몸을 밟고 올라오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우리 두 사람이 죽음으로써.


“맞아요. 이대로라면 인류는 멸망할 거예요. 하지만···”

“하지만?”

“제 스킬이 있다면 다음 회차를 기약할 수 있어요.”

“다음 회차?”


그건 무슨 뜬금없는 소리란 말인가. 어쩌면 극도의 스트레스에 정신이 나가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호악! 어느새 밝은 빛과 함께 내 손에 서브머신건 한 정이 쥐여져 있었다. 내 고유능력인 ‘위조’였다. 타타탕! 올라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마력으로 강화된 서브머신건을 쏘면서 한쪽 귀를 열고 그녀의 말을 들었다.


“시현씨는 평행우주라는 말을 아나요?”

“모르는데. 중요한 얘긴가?”

“제가 숨겨온 마지막 스킬. 그걸 설명하기 위해선 평행우주부터 알아야 하거든요.”

“마지막 스킬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시현씨의 정신을 평행우주의 당신에게로 덧씌울 수 있어요.”

“뭐?”

“말하자면 일종의 회귀와 같죠. 지금 시현씨의 정신을 멸망이 시작되기 직전의 시현씨에게 덧씌워서, 과거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거예요.”

“회귀라···”


나라고 회귀를 꿈꿔본 적이 왜 없겠는가.


나 또한 과거로 돌아간다면 정말로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백 번도 넘게 해봤다. 특히 세상이 멸망하고 나서는 더.


그런데 회귀를 실제로 할 수 있다고? 다중우주니 뭐니 복잡한 얘기는 모르겠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렇다면, 왜 스스로 가지 않고?”

“당신이 절 기억하니까요.”

“응?”

“과거로 돌아갔는데, 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을 버틸 자신이 없어요.”

“···”


과연, 그녀가 과거로 돌아가면 나는 그녀를 알아볼 수 없겠군. 그건 꽤··· 쓸쓸한 일일지도 모른다.


“어때요? 해볼래요? 회귀.”

“내가 죽으면··· 당신은 어떻게 되는 거지?”

“권총. 빌려주세요.”

“···그래.”


내가 회귀하면 세계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 되면 그녀 또한 살아남겠지. 과거의 그녀를 살릴 수 있다면, 나는 회귀할 의향이 있었다.


“다음 회차의 저한테는 좀 잘해주세요.”

“···노력해보지.”


성녀가 그렇게 말한 뒤 내 머리에 손을 얹었고, 그 순간 나는 정신이 멀어짐을 느꼈다.


-----


“헉!”


정신이 들었다.


‘여긴 어디지?’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선은 상황파악이 먼저였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현상에 대비하여 국군이 출동하고 있습니다.”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보았으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텔레비전이 하나.


‘텔레비전인가, 가동되는 텔레비전은 오랜만이군.’


나는 텔레비전의 앞으로 다가섰다.


“정부는 절대로 국민여러분을 버리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생업에 종사해 주십시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것은 대한민국의 마지막 대통령인 이한승이었다.


‘국군이 출동하는 건 맞다. 하지만 몬스터의 대군에 국군은 머지않아 깨져버린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저번 회차의 나는 군대만 믿고 숨어 지내면서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어.’


저번 회차에 숨어 지냈던 시간을 나와 파티원들의 성장을 위해 사용한다면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곧바로 무기로 쓸만한 물건을 찾았다. 먼저 부엌으로 가서 주변을 뒤진다.


‘식칼인가. 초반에는 상당히 쓸만한 물건이지. 구하기도 쉽고.’


식칼. 초반에는 오히려 저레벨 몬스터 드랍 아이템보다 좋을 수도 있는 물건이었다. 구하기도 쉽고 말이었다.


나는 집안에 있는 식칼과 테이프를 전부 챙겨 백팩에 넣었다.


그 순간 들려오는 소리.


-띠링!


어디선가 들어본 소린데,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에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가보니 그곳에는 스마트폰이 있었다.


“아, 스마트폰···”


스마트폰의 메세지앱의 알림 소리였다. 20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했기에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조심스레 스마트폰을 열어보았다.


[오고 있냐?]

[오늘도 늦는 거 아니지?]

[너 저번에 지각해서 선배님들 빡쳤어. 오늘 술 약속은 절대 늦지 마라.]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 민수의 메세지였다.


‘평행우주라곤 해도 같은 일이 일어나는 모양이군.’


나는 이때의 술약속을 평생 잊지 못했다. 내가 술약속에 참가하지 못한 탓에 민수가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민수···’


어릴적부터 친구였던 민수는 이날 게이트에 휩쓸려서 죽는다. 민수를 구하지 못한 일은 미래에 두고두고 후회할 일 중의 하나가 된다. 내가 그때 약속장소에 나갔더라면 민수는 죽지 않을 수 있었을 터였다.


‘어떻게 할까.’


술약속에 나갈까? 그게 아니면 저번 회차와 같이 나가지 말까. 솔직히 말해서 나 자신의 이득만 따진다면 술약속 따위는 나가지 않고 스스로 움직여서 성장하는 게 정답이었다. 하지만···


‘난 분명히 후회하게 되겠지.’


이번 회차에도 내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또다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왕 회귀하게 된 거, 후회할 일은 최대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민수정도면 인성이 올바르니 내 사람으로 만들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그래. 민수를 구하자. 덩달아 내 사람 하나 만들어놓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나는 그날의 술약속에 참가했다. 인류문명이 멸망하기 전 마지막 술약속일 터였다.


-----


스마트폰의 지도에 장소를 찍고 지도를 따라갔다.


서울의 지리야 익숙하지만 20년이 지난 탓에 내가 아는 서울과 상당히 달랐다.


멀쩡하고 깨끗한 고층건물들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미래에는 사라질 것들이 즐비했다.


내가 신기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저 멀리서 누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현아! 여기야!”


민수였다. 민수가 신호등 저 건너편에서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고 나는 곧바로 민수에게 뛰어갔다.


“민수, 예전에 기억하던 얼굴 그대로구나.”

“뭔 소리야? 어제도 만났잖아.”

“그런가?”


기억속의 얼굴 그대로인 녀석을 보면서 나는 회한에 빠졌다.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는 좋았다. 딱히 남들보다 대단한 삶은 아니었으나 그 대단하지 않은 일상이 행복이었단 사실은 그것을 전부 잃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아저씨처럼 말하냐?”

“내가 그랬나?”

“거봐. 지금도 그러잖아.”


티가 많이 나는 모양이다. 가능하면 말투를 바꿔보는 게 좋겠다.


“아무튼 가자. 선배님들 기다리실 거야.”

“갈 필요 없다.”

“갈 필요가 없어? 그건 뭔 소리야.”

“약속장소에 가면 너는 죽는다. 나는 네가 죽는 걸 가만히 볼 수 없다.”

“뭔 개소리야?”

“받아라.”


가방을 열자 수많은 식칼들이 튀어나왔다. 나는 그중 하나를 민수에게 건넸다. 민수는 미친놈을 보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너 어디 아프냐?”

“아픈 거라 치지. 일단 받아라. 사람들 눈이 신경쓰이면 가방에 넣어도 되고.”

“···”

“친구 좋은 게 뭐냐. 이럴 때 믿어주는 게 친구다. 믿고 받아줘라.”


민수는 그제야 내가 건넨 식칼을 받아서 누가 볼 새라 빠르게 가방에 넣었다.


“너 괜찮아?”

“뭐가 말이냐.”

“오늘 어디 이상해 보이는데.”


이상해 보이는 건 이해한다. 그러나 게이트가 작동되기 시작하면 민수도 나를 이해해 줄 것이다.


“민수야. 지금부터 살고 싶다면 너는 나를 믿어야 한다.”

“뭐?”

“오늘 하루만 날 믿어다오. 내일이 되면 믿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 거다.”

“너 뭐 사이비같은 거 하냐?”

“그런 거 아니다. 지금 서울 전역에서 이상현상이 일어나는 건 알고 있겠지?”

“어. 무슨 문같은 게 생겨난다고.”

“그 문에서 머지않아 괴물같은 게 나올 거다.”

“뭐라고?”

“검은 문. 너도 알고있겠지?”

“그 현질망겜?”

“그래. 그 게임이 현실이 되는 거다.”

“···”


민수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일종의 측은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답답했다. 도대체 뭐라고 해야 민수를 설득할 수 있을까. 나는 민수에게 말했다.


“못 믿는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오늘 하루만 나랑 어울려줘라.”

“그래. 친구니까 그 정도도 못할 건 아니지. 근데 다만···”

“다만?”

“오늘 아무 일도 안 일어나면 내일 너 나랑 병원 가는거다. 알았지?”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이럴 때도 내 생각을 해주는구나.


“그렇게 하자.”


그렇게 민수와 내가 길거리에 앉아서 한 20분정도 기다렸다.


스마트폰이 사정없이 울렸다. 약속시간이 다 됐는데 아직도 안 오냐는 내용이었다.


민수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선배들에게 오늘 못 간다고 사과전화를 돌리는 도중이었다.


‘그럴 필요 없는데.’


어차피 죽을 인물들에게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을 터였다.


그렇게 20분쯤 더 지나자.


“꺄아아악!!!”

“으아악! 저거 뭐야! 저거 뭐냐고!”

“괴물이다!!!”


거리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 오기 시작했다. 느낄 수 있었다. 아포칼립스의 시작이었다.


나는 앉아있던 민수의 목덜미를 잡아끌었다.


“일어나. 전투다. 식칼 꺼내.”

“뭐?”

“식칼 꺼내라고. 지금부터 시작이야.”


자연스레 가방에서 식칼을 꺼내서 주변의 편의점에 들어간다.


편의점 알바가 내가 든 식칼을 보고 경찰 호출 버튼을 누르는 게 보였다. 나는 알바를 무시하고 대걸레를 찾아서 걸레 부분을 분리한 후 밀대에 테이프를 돌돌 감아 식칼과 연결하여 창을 만들었다.


“오, 오해하지 마세요!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민수가 알바를 향해 외쳤다. 나는 창을 민수에게 넘긴 후에 말했다.


“고블린은 민첩성이 높지만 기본적으로 단검을 사용하기 때문에 리치가 짧다. 고블린이 오면 뒤로 물러나면서 창으로 찔러라. 일방적으로 사냥할 수 있을 거다.”


창을 두 개 만들어서 하나는 민수에게 넘기고 하나는 내가 가졌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나가자 알바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이 보였다.


고블린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초보간의 싸움은 리치가 긴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이렇게 급조된 창은 금방 망가지지만 고블린과의 전투에서 아주 유용하다.


다음 아이템을 얻을 때까지 연결고리로 쓸만한 것이다.


그렇게 민수와 나는 창을 한 자루씩 얻었고, 나는 민수에게 말했다.


“고블린은 그리 강하지 않다. 정신만 차리면 죽을 일은 없을 거다. 긴장해라. 그렇다고 너무 몸에 힘주지 말고.”

“고, 고블린?”

“검은탑을 해봐서 알겠지. 초반에 나오는 몬스터는 고블린이다. 지금부터 서울 및 대한민국 곳곳에 고블린이 다수 출현할 거고 우리는 그 고블린을 해치우면 되는 거다.”

“하지만 우리가 무슨 수로···”

“방법은 간단하다. 아군이 유리한 지점으로 적을 유인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한 나는 곧바로 주변의 피씨방 건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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