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부자가 아카데미에서 청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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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
작품등록일 :
2024.07.31 19:54
최근연재일 :
2024.07.3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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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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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사전준비

DUMMY

#1

1편 사전준비




처음 눈을 떴을 때는 회귀했단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

어디서도 듣지 못한 현상이었으니까!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진짜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으흐흐.”


몸이 날아갈 듯이 가볍다.

병 들었던 나약한 육체 대신 10년 전의 건강한 육체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내 계좌도 건강한 상태 그대로다.


--- --- --- --- ---

헤르메스 코인

총 매수 980만원

수익률 -37%

--- --- --- --- ---


건강하다기엔 처참한 수익률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원래 이 시기엔 좀 상태가 안 좋았으니까.

평가액이야 금세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조만간 아카데미에 새로이 입학한 학생들이 S급이라는 게 밝혀질 예정 아닌가.


‘상폐 안 당한 게 어디냔 말이야.’


전생에선 모조리 휴지조각이 되었던 코인이다.

이 녀석들이 살아있다는 것만 해도 감사한데, 이제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

괴롭다. 수익실현까지 기다려야한다는 것이 괴로워!


‘그러려면 몇 가지 준비를 해야겠군.’


마녀의 씨앗은 헤르메스 아카데미 어딘가에 숨겨져 있으며, 하나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상당한 기간을 들여 수색해야한다는 소리.

하지만 외부인이 학교 부지를 어슬렁거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냥 들어갔다간 거수자로 몰려 쫓겨나는 미래가 훤히 보인다.


우선은 내부인이 되어야한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으면서 학교 어디를 돌아다녀도 이상하지 않은 내부인.

그 목적에 가장 어울리는 직업이 무엇이냐.


“헤르메스의 청소부로 들어간다.”


다행히도 나는 꽤 오랫동안 환경미화원으로 일해 왔다.

헤르메스는 신생 아카데미라 항상 인력이 부족한 상태.

유사 업체에서 일했던 경력자라면 뽑지 않을 리가 없다.


이건 확실한 정보다.

당시에 헤르메스로 이직했던 동료의 이야기가 있었으니.

잠입하기에 딱 적당한 환경!

회귀를 받아들인 직후 원래 다니던 직장도 이미 정리해버렸다.


생각이 정리되자마자, 나는 컴퓨터를 켰다.


‘경력자 채용공고···. 이름은 정진우. 나이는 23세···.’


빠르게 채워지는 이력서. 작성 완료 버튼을 누르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좋아. 첫 번째는 끝났고.’


이제는 다음 단계.

마녀의 씨앗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당대 최고의 인재들도 그 존재조차 몰랐다.

그러니까 다들 당해버렸지.

그런 씨앗을 일반 시민인 내가 어떻게 찾아내는가.


‘이건 다 생각해둔 바가 있지’


7년의 세월동안 곱씹었던 미련을 드디어 해소할 수 있겠군.

인생을 바꿀 수 있었던 사건은 코인만이 아니다.

내 것일 수 있었지만 빼앗겨버린 것.

나라가 내게서 훔쳐간 물건을 되찾는다.


바로 스킬이다.



* * *



도시에는 불법 투기되는 쓰레기가 참 많다.

길가에 대놓고 버리는 경우도 있고, 정말 창의적인 자리에 숨겨두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후자의 케이스.


“후우,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망월산 인근을 들쑤시고 있었다.

도심 한복판이지만 산에 접해있어 인적이 드문 곳.

그런 곳은 불법 투기의 온상이다.

10년 전에 이곳을 발견한 것도 쓰레기를 수거할 때였다.


“···찾았다. 균열.”


언덕 중턱 즈음에 특이점이 있었다.

공간이 비정상적으로 일렁인다.

다른 곳이라면 쉽게 발견되었을 현상이지만, 이 녀석은 알아차리기 힘들다.

산에 빽빽하게 우거진 소나무가 위장을 해주기 때문이다.


균열이 무엇인가.

내부에 던전이 펼쳐져있던가,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는 이계의 통로다.

바로 이 균열 안에 ‘내 것’이 있다.


“지금 보니 새삼 열 받네. 망할 관리국 놈들.”


전생에서 이 균열을 발견한 것은 나다.

그때의 나는 아직 순진해서, 들어가 볼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배운 대로 균열 관리국에 신고나 넣었었다.

사실 그게 일반적인 대처는 맞았다.


‘근데 이 새끼들이 포상금을 떼어먹을 줄은 상상도 못했지.’


미발견 균열은 발생한 수익의 10퍼센트를 신고자에게 나눠준다.

균열이 방치되어 자칫 큰일이 날 수도 있었던 것을 방지한 보상의 의미였다.


10퍼센트.

절대로 큰 비율은 아니다.

미발견 균열은 그리 흔하지 않아서 일반적으론 헌터들의 수익에 큰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 돈을 떼어먹은 것이다.

그것도 국가 기관인 균열 관리국에서!

이유도 어처구니가 없다.


여기서 나온 스킬의 가치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포상금을 떼어먹힌 후, 나는 꾸준히 소식을 찾아보았다.

사실 찾아볼 것도 없었다.

잊을 만하면 국뽕 섞인 뉴스가 떴으니까.


이 스킬이 어떤 것인지, 어떤 과정으로 입수했는지.

그것으로 무엇을 했는지.

경제적 영향은 어느 정도였는지.


스킬 하나 때문에 대한민국의 GDP가 5퍼센트 가까이 불었다는 뉴스를 봤을 때는 까무러칠 뻔 했다.

내 포상금 10퍼센트는 왜 안주냐고!


‘이제는 억울할 필요 없지. 내가 먹으면 그만이니까.’


차액 90퍼센트는 이자인 셈 치시고.

그러게 법을 잘 지켰어야지.


물론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조사해본 바, 이 균열의 모든 것을 알았다고 자부한다.

스킬북을 지키는 가디언의 존재도 이미 알고 있다.


‘전생에서는 사상자가 제법 나왔다던가?’


균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날고기는 헌터라고 해도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는 없으니.

하지만 나는 다르다.

어떤 몬스터가 나오는지, 공략법까지 완벽히 숙지한 상태.

해볼 만하니까 여기까지 왔단 말이다.

모든 대비는 끝났다.


“···후, 긴장되네.”


균열에 들어가는 건 처음이다.

청소부가 이런 위험한 곳에 갈 일이 있겠냐고.


잠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 뒤, 발걸음을 옮겼다.

일렁거리는 균열 속으로.


* * *


균열 너머는 신전이었다.

대리석 천장은 무너져서 햇빛이 들어왔고, 지붕을 받쳤을 커다란 기둥은 부서져서 잔해가 되었다.

오랜 세월 방치되었는지 곳곳에 잡초나 이끼가 자라 있었다.


그리고 신전 중앙에 위치한 제단.

그곳에 책 한 권이 고이 모셔져있다.


“저게 그 스킬북이구만.”


이 균열은 던전도 뭣도 아니다.

길을 막는 미궁이나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고, 균열 바로 너머에 보상이자 목적지가 존재하는 특이한 곳.

단지 들어오는 것만으로는 위험하지 않다.

전부 기록에서 본 그대로였다.


저벅, 저벅.

고요한 신전에 발소리가 울린다.

제단으로 다가갈수록 책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무너져가는 신전과는 달리 새것 같은 모습.

‘아이템’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제단을 향해 손을 뻗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 잡으면 돌이킬 수 없다.’


스킬북을 건드리면 잠시 후 수호자가 등장한다.

출입구는 막히고, 수호자가 죽거나 내가 죽어야만 다시 열린다.

아무리 모든 것을 알고 있다지만 정말로 괜찮은가?

평범한 청소부인 내가 위험을 무릅쓰는 게.


‘그러면 이대로 돌아갈 거냐?’


···그건 절대 용납 못한다.

지난 7년 동안 내가 얼마나 ‘기회’을 꿈꿔왔는지 모른다.

매일매일 지나간 실수를 곱씹으며 피눈물을 흘려왔지 않나.


얻는 게 있으면 리스트가 따르는 법.

인생을 고칠 기적 같은 기회를 얻었으니 이번에는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과거의 실수를 모조리 뒤집는다.

그래야 새로운 생에 의미가 있을 테니까.


결심이 섰다.

이번 생에 나는 절대 기존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내 것은 어떻게든 지킨다.

그렇게 마음먹으며 책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스킬북 사용.”


시동어와 동시에 스킬북이 빛에 휩싸였다.

빛무리는 책의 형태에서 입자로 변하더니, 이내 몸속으로 흡수되듯 사라졌다.


[스킬 ‘진화’를 획득합니다]

[기본 진화 포인트(EP)가 지급되었습니다]

[현재 EP: 10]


예상했던 문구들이 떠오른다.

동시에 스킬을 어떻게 발동하는지, 그 사용법이 머릿속에 새겨졌다.

망설일 틈이 없다.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다.

수호자가 나타나기 전에 준비를 마쳐야한다.


[스킬 ‘진화’를 발동합니다]

[대상을 선택해주세요]


품에서 준비해온 물건을 꺼냈다.

다름 아닌 부채였다.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접부채.

특별한 아이템도 아닌, 그냥 주문하면 살 수 있는 평범한 것.


‘이제는 아니지.’


부채에 정신을 집중하며 이미지를 떠올렸다.

원하는 것은 강풍.

산을 날려버릴 정도로 강력한 바람을 원한다.


[‘강풍’ 속성을 부여]

[소모 EP: 5]

[부채가 진화를 시작합니다 (부채 -> 파초선)]

[경고! 대상의 격이 지나치게 낮습니다]


손에서 굉장한 열기가 느껴졌다.

부채가 부하를 버티지 못하고 불타려는 것이다.

이것도 예상했던 부분이다.

기본이 되는 물건 역시 어느 정도 격이 되어야 한다는 것.


“남은 EP를 전부 사용한다.”


그렇게 선언함과 동시에 열기가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EP를 추가로 소모하여 효율을 개선합니다]

[소모 EP: 5]

[경고! 온전한 진화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

[진화의 단계가 조정됩니다 (파초선 lv1)]


여러 알림들이 눈을 어지럽혔다.

그리고 부채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겉면과 대나무 살이 단단한 금속으로, 속살에 덧대어진 비닐은 흰색의 종이가 되었다.

싸구려 부채가 순백의 철선(鐵扇)으로 변한 것이다.


--- --- --- --- ---

부채(파초선 lv1)

등급: ??

--- --- --- --- ---


“됐다!”


집중하는 사이 신전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고즈넉한 유적에서 을씨년스러운 흉가처럼.

먹구름이 햇빛을 가리고 신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어두운 하늘에 빛이 반짝이는가 싶더니, 운석처럼 떨어져 내렸다.


콰아앙!

입구를 가로막는 커다란 불덩어리.

불덩어리가 꿈틀거리며 곧이어 사람의 형상을 갖춘다.

마치 불길에 휩싸인 인간을 보는 것 같았다.


[화염의 정령 이그나 lv70]


레벨 70에 이르는 정령형 몬스터!

이놈이 바로 균열의 수호자다.


-감히 제단을 건드린 자가 누구냐!


화아악

일갈과 함께 치솟는 불길.

불의 벽이 신전 전체를 둘러싸버렸다.

제법 거리가 있는데도 살이 익어버릴 것만 같았다.


‘역시, 사망자가 괜히 생긴 건 아닌 모양이네.’


정령형 몬스터는 상대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축에 속한다.

실체가 없고 몸 전체가 원소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반대 속성이 인챈트 된 무기나 마법이 아니면 타격을 줄 수 없다.

준비 없이 상대하기엔 힘든 상대.

여기까지는 예상대로다.


‘생각한 대로 잘 되어야하는데.’


부채를 쥔 손이 저릿하다.

열기 때문에 숨이 막혀왔다.

그러는 사이, 수호자는 나를 인식하고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보물을 훔친 쥐새끼. 죽어라!


놈이 손짓을 따라 화염이 뱀처럼 날아들었다.

열기가 닿는 모든 것이 재가 되어 부서진다.

꿈틀거리는 불의 뱀에 삼켜지면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타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될 수는 없지.’


있는 힘껏 부채를 휘둘렀다.

콰아아!

광풍이 몰아쳤다.

먼지와 모래가 뒤섞인 바람이 불의 뱀과 부딪쳤으며, 뒤섞여 소용돌이를 일으키는가 싶더니 그대로 집어삼켜버렸다.

폭풍에 밀려 흩어져버리는 불길.


‘이게 스킬의 힘···!’


위력이 이 정도일 줄이야.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차이가 있었다.

상상과는 천지차이. 경이로운 정도였다.


-내 화염이! 어떻게 이럴 수가!


정령이 경악하는 것도 당연했다.

대강 결과를 알고 있었던 나도 놀랐으니까.


-이 버러지 같은 놈. 무슨 짓을 한 거냐!!


콰아아아아!!

다시 한 번 치솟는 불길.

신전을 둘러싼 불의 벽이 위협적으로 타올랐다. 번개처럼 쇄도하는 다섯 마리의 뱀!


나는 그를 향해 부채를 휘둘렀다.

또다시 광풍이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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