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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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최근연재일 :
2024.09.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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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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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로레인 블라디미르 (2)

DUMMY

케빈 스튜어트는 혈향이 짙은 복도를 걷고 있었다.


“으악!”


“제발! 그만!!!”


당하는 이들의 절규와


“그만할까? 쉬워. 자네의 한 마디면 되네. 잔당 놈들! 어딨어?!”


폭력을 앞세운 강자들의 강도 높은 취조.


“......”


“그래. 아직 살만하구나.”


“잘하고 있군.”


케빈 스튜어트는 생각했다.

변절하길 발했다.

배가 침몰한다면 다가오는 함선으로 옮겨가는 것이 진리.

그리고 그는 자신의 선택이 그 어느때보다 옳은 선택이었음을 느끼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간수장이 스튜어트를 보며 몸을 90도로 꺾었다.


“어때?”


“똑같습니다.”


스튜어트의 눈앞, 온몸이 거꾸로 매달린 피닉스 남작이 보였다.


“벗겨.”


간수장이 남작의 옷을 벗겼다.


“읏.”


스튜어트 남작이 얼굴을 찌푸렸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어깨는 매타작에 주저앉았고 등짝은 채찍에 살갗이 찢어져 고름이 줄줄 나오고 있었다.


“시작하게.”


먼저 입을 연 건 피닉스 남작이었다.

모진 고문 앞에 마음이 꺾일 만도 하건만 피닉스 남작의 마음은 꺾이지 않았다.


“시작하게?”


“나라를 버린 개새끼가 인간의 말도 알아듣는구나.”


스튜어트 남작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분 풀 일이 생길 때마다 그는 피닉스 남작을 불렀다. 하지만 저 꺾이지 않는 마음에, 자신을 짐승 보듯 바라보는 눈빛에 되레 속이 뒤집혔지만.


“어휴~ 온몸이 성한 곳이 없네.”


하지만 스튜어트 남작은 침착했다.

그는 속에서 천불이 날 때면 이 한마디를 기억했다.


‘내가 갑이다.’


그렇게 천천히 몸을 살피고 있을 때 스튜어트 남작의 눈이 빛났다.


“아 아직 성한 곳이 있었네.”


그의 시선이 피닉스의 손톱으로 향했다.


“오늘은 여기.”


“알겠습니다.”


간수장이 스튜어트 남작에게 고문 기구를 건넸다.


“마음은?”


“변함없네.”


“상처 입은 불사조여. 나는 궁금하다네. 자네가 언제까지 이렇게 고고할 수 있을지.”


“욕심내지말거라. 짐승은 가질 수 없는 품위라는 게 있다.”


결국 이번에도 자제심을 잃은 건 스튜어트 남작이었다.


빡!!!


스튜어트가 고문 도구로 피닉스 남작의 얼굴을 후려쳤다.


“마음이 바뀌었다. 몽둥이!”


매타작이 시작됐다.

길고 긴 시간,

매타작을 받으면서도 피닉스는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다.

도리어 땀을 흘리며 헉헉대는 건 스튜어트 남작.


피식.


결국 종국에 웃은 건 스튜어트였다.

아무리 건장한 남자라 한들

먹지 못하고 쉬지 못한 채 계속 맞는 건 몸에 부담이 된다.


“자네가 괴로워하는 얼굴을 보니 마음이 흡족하구려.”


그가 피닉스 남작의 머리채를 잡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기대하시오. 우리는 내일 또 만날테니.”


말을 마친 스튜어트 남작이 몸을 돌렸다.


“감옥에 던져줘. 나는 로레인에게 간다.”


***


피닉스 남작에게 화풀이하고 땀을 빼자, 스튜어트 남작의 머리가 맑아졌다.


‘아깝긴 하지만.’


그에게는 숨겨둔 보물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보물을 황자에게 주려 마음 먹었다.

율리안은 자신의 앞날을 꽃길로 이끌어 줄 황금 당나귀였다.

자신의 보물이 아름답고 소중하지만 출세에 비할까?


피닉스 남작은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갔다.

밑으로, 밑으로.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지하에 도달하고 나서야 계단이 멈췄다.


쩝.


스튜어트가 입맛을 다셨다.

자신만의 소중한 보물 로레인.

기꺼이 황제에게 헌상하기로 했지만 아까운 건 아까운 것이였다.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끊임없는 번뇌와 고민.

선택과 번복.

그의 머릿속엔 2명의 케빈이 있었다.

줘야한다.

그럴 필요 없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그가 어느덧 철문에 다다랐다.


“읏.”


문 너머로 풍겨오는 향기가 벌써부터 그를 아찔하게 만들었다.


“후우.”


케빈이 심호흡을 했다.


‘정신 차려라. 케빈. 그녀는 요물이다.’


안으면 안을수록 갈증나게 만드는 여자.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피조물은 없다고 확신하게 만드는 여자.

자신을 미치게 하는 여자.

그렇기에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여자.


끼익.


문이 열렸다.


“기별도 없이 왜 왔어?”


“미안하네.”


수용소 안에서 케빈은 왕이다.

하지만 그조차 그녀 앞에 서면 한낱 짝사랑을 품은 작은 소년으로 변한다.


“로레인. 해줘야 할 일이 생겼다.”


“해줘야 할 일?”


“내 별장에 황자가 머무르고 있다.”


“흐음~ 그래?”


로레인의 목소리가 포도주에 잠긴 초콜릿처럼 끈적하게 변했다.

그녀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헙!”


로레인은 얇은 실오라기만 걸친 상태.


“아름답다.”


자기도 모르게 나온 진심.


“후훗. 마음에 드네. 그 대답.”


로레인이 케빈을 보며 웃었다.


‘가기 전에 한 번은 괜찮지 않을까?’


그저 웃어줬을 뿐인데 케빈의 몸이 빠르게 돌았다.

그리고


짝!!!!


케빈이 자신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정신차려라 케빈. 지금 참지 않으면 쾌락이 오지만 지금 참으면 번영이 온다.’


“옷 입어라.”


케빈이 몸을 돌렸다.


“호오~”


로레인의 얼굴에 호기심이 어렸다.

그겐 케빈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대체 누구길래?

자신을 보고도 달려들지 않는단 말인가?


“얼굴이나 보자.”


로레인이 입술을 야릇하게 핥았다.


***


“아이 씨!”


로레인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갑작스레 그날이 떠오를 때가 있다.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그남자.

하지만 지금 이때까지도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는 그남자.

이렇게 갑자기 불현듯 떠올라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그남자.


‘못생긴 새끼만 아니었으면 좋겠네.’


이런 날이면 그 어떤 남자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케빈이 보내서 할 일은 해야겠지만 그럼에도 살이 뒤룩뒤룩 찐 돼지가 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드는 것만큼은 아니길 바랐다.


끼익.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엔 율리안이 있었다.


“어머? 귀여운 애가 있네?”


신기한 일이었다.

불현듯 떠오른 룬디아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는데

눈앞에 이 남자를 보자 그 답답함이 거짓말처럼 해소됐다.


“우리 처음봤지?”


그리고 뭔가 그리운 느낌까지.


“일단 들어갈까?”


이정도면 대만족이었다.

그가 익숙하게 율리안을 몰아붙였다.


끼익. 탁.


문이 닫혔고

그녀가 한 걸음, 한 걸음 율리안에게 접근했다.

율리안은 뒷걸음질 쳤고

그러다 침대에 넘어졌다.


“당황할 필요 없어. 후후. 귀엽네.”


로렌인의 말대로였다.

율리안은 당황하고 있었다.


***


연합군과 마왕의 기나긴 전투.

사람들은 그 전투를 대전쟁이라 불렀다.

그리고 그 최전방에 내가 있었다.


“룬디아. 진짜 괜찮다니까. 우리랑 같이 먹어.”


“괜찮아. 나타샤. 난 여기가 더 편해.”


나는 언제나 밥을 혼자 먹었다.

네크로맨서는 대사제는 물론 일반 병사들도 무시하는 벌레요 오물이었다. 나타샤는 그런 나를 항상 챙기러 먼길을 달려왔다. 하지만 내가 거절했다. 그녀가 나와 있는 건 결과적으로 그녀에게 손해였으니까.


“룬디~~”


내가 속한 부대는 특수부대였다.

네크로맨서, 벰파이어, 드루이드, 범죄자로 이루어진 집단.

하지만 그 집단에도 꽃은 피기 마련이었다.


“오늘도 밥 혼자 먹어?”


“줄까?”


“그거 말고 저거!”


로레인이 내 옆에 있는 술병을 가리켰다.


따콩.


“아야!”


“아직 10년은 이르다. 꼬마 아가씨.”


“나 꼬마 아니거든!”


“12살이 꼬마 아니면 뭔데?”


“자꾸 그렇게 무시하면 내가 너 잡아먹을 거야!”


로레인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키득키득 웃었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웠다.

녀석. 이마의 혹이나 가라앉히고 말하지.


“나 장난 아니야. 진짜야!”


“네가 날 잡아먹겠다고?”


“그럼!”


“어떻게?”


“우선 룬디를 침대에 눕혀. 그다음 양쪽 손을 결박하고 옷을 벗긴 다음에···. 읍! 읍!”


“됐고 이거나 먹어라.”


“밥 말고 술 달라니까!!!”

.

세월이란 녀석은 참 재밌다.

전쟁이 끝난 후, 다시는 못 볼 거 같은 아이는 어느새 완숙한 여인이 돼 내 앞에 나타났다. 운명이란 녀석이 장난을 심하게 치긴 했지만.


“옷부터 벗어. 처음은 아니지?”


그녀가 준비해 온 가방에서 밧줄을 꺼내기 시작했다. 녀석. 뱉은 말은 지키는 여인이 됐구나. 그렇게 흐뭇한 표정을 짓는 것도 잠시. 그녀가 내 앞에서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어! 어! 어!”


계속 잊게 된다.

내가 살아있는 몸을 차지했다는 것을. 내 영혼은 그녀와의 잠자리를 원하지 않아도 건장한 18살 남자의 몸은 그녀를 미친 듯이 원했다.


‘후···. 진정하자. 진정하자···.’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 몸뚱어리는 그런 내 마음에 제대로 반기를 들었다.


“어머! 남자네~~”


로레인이 내 것을 보며 입술을 훔쳤다.


“그것도 훌륭한.”


“이 몸이 여러모로 훌륭하더라고.”


“밧줄은 처음인가?”


로레인이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룬디아. 정신 차려라. 내가 아는 로레인은 12살이다. 이건 범죄다.’


하지만 이제 나는 율리안이었고 그녀는 나를 아득히 뛰어넘는 연상이었다.


“어?”


정신을 차린 사이 내 양손은 어느새 침대 기둥에 묶여 있었다.


“아흑.”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에 의식이 점점 희미해졌다. 그녀의 손길을 받은 본능은 거대한 기세로 이성을 밀어내고 있었다.


‘괜찮지 않을까? 나는 이제 룬디아 네크로가 아니라 율리안 듀발론인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근육을 가득 채운 긴장감이 사라졌다. 나는 저항하지 않고 그녀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때였다.


[룬디아. 부탁이 있다.]


나의 오래된 전우이자 로레인의 아버지.

라틴 블라디미르의 목소리에 불현듯 뇌리에 스쳤다.


[만약 이 전쟁에서 내가 죽는다면.... 내 딸을 부탁한다.]


[나. 네크로맨서야. 차라리 검성한테 부탁하는 게 나을 거 같은데.]


[네크로맨서, 벰파이어, 혼혈. 연합군에서는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알면서.]


[오물의 마음은 오물이 안다는 건가.]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오물이 어디 있다고. 이 아이는 나의 보석이야.]


라틴이 잠들어 있는 로레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애초에 이 전쟁에 참여할 필요가 없는 그였다. 그가 참가한 이유는 오직 하나. 자신의 품속에서 고이 잠든 로레인을 위해서였다.


[약속할 수 있나? 내 딸을 지켜주겠다고.]


그날 나는 맹세했다.

로레인을 지켜주기로.


[아 그리고 하나만 더.]


[뭐지?]


[만약 기생오라비 같은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새끼가 우리 로레인을 건드리려고 한다면···.]


그는 상상만으로도 분노가 치솟았는지 온몸에서 붉은 기운을 내뿜었다.


[죽여도 좋다.]


그의 살벌한 부탁에 정신이 번쩍 띄었다.

그 사이 내 옷은 어느세 훌렁 벗겨져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속옷 하나.


“이 안에 뭐가 들었을까~?”


로레인의 손이 뱀처럼 허벅지를 타고 올라와 내 팬티를 잡았다.


움찔! 움찔!


‘어느세?’


이성이 본능을 밀어냈다.

이제 그녀를 밀어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정신차려 보니 내 손은 침대에 결박돼 있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서서히 내려가는 속옷.

이젠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될 대로 되란 마음으로 외쳤다.


“로레인 블라디미르! 멈춰!”


“내 소문이 이미 제국에도 났나봐? 어때? 소문대로 예뻐?”


그녀는 이 밤을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생각해라! 생각해라! 율리안! 생각해!’


창문을 바라봤다.

기분탓인지 라틴의 혼령이 나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것 같았다.


‘라틴?’


“라틴 블라디미르!”


나는 나의 오래된 벗이자 옛 전우의 이름을 외쳤다.

그러자


멈칫.


그녀의 손이 멈췄다.


“휴우.”


아슬아슬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참상이 일어날 뻔한 순간.


“야.”


로레인의 달콤했던 목소리가 순식간에 살벌해졌다.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붉은 눈빛이 더욱 붉어져 있었다.


“그 이름 어디서 들었어?”


그녀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나에게 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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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로레인 블라디미르 (3) 24.08.02 70 0 13쪽
» 로레인 블라디미르 (2) 24.08.01 82 1 12쪽
5 로레인 블라디미르 (1) 24.07.31 97 2 12쪽
4 다섯 번째 영웅 (4) 24.07.31 115 1 12쪽
3 다섯 번째 영웅 (3) 24.07.31 167 2 12쪽
2 다섯 번째 영웅 (2) 24.07.31 216 8 12쪽
1 다섯 번째 영웅 (1) 24.07.31 268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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