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모으는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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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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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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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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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다섯 번째 영웅 (1)

DUMMY

천년 왕조 자토스가 멸망했다.


하늘도 이를 애도하는지 비를 울렸다.

빗물을 통해 들리는 추격의 발소리.

말은 뜨거운 공기를 내뿜으며 투레질 소리를 냈다.


“하~ 썅년. 귀찮게 하네.”


흑발에 암청색 눈.

시원시원한 이목구비.

헌앙한 풍채.

하지만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투.

혈통 좋은 군마 위에 올라탄 남자가 짜증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그러게 진작 다 투입하라니까.”


“발자국을 추적해 도망치는 방향과 목적지를 특정했습니다. 30분 안에 잡겠습니다. 율리안 듀발론 저하.”


“여기서는 3황자가 아니라 추격대 대장이라고 내가 몇 번이고 얘기했던 거 같은데?”


“죄송합니다. 대장님.”


그에게 익숙한 것인지

치도곤이 익숙한 것인지

전장에 익숙한 것인지

부관 마이트의 어조는 차분하기만 했다.


삐이이이이!


그때 목표물을 발견했다는 호각 소리가 들려왔다.


“맞지?”


끄덕.

“가자! 흑진주 따먹으러!”


율리안이 말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그가 혀를 널름거렸다.

눈에는 노골적인 욕정을 가득 품은 채.


***


“헉... 헉.... 헉... 헉.....”


추격대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

여인 하나가 자토스 왕궁 외곽을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찢어진 의복.

발바닥에서 흐르는 피.

신발은 언제 잃어버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다급한 표정.


자신을 추격하는 맹견의 소리가 가까워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여인은 달렸다.

선조가 물려준 유품을 품에 꼭 쥔 채.


[비비안. 이게 널 지켜줄 거다!]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신께서는 무사히 이 전란을 탈출했을까?

부디 아버지만은 이 전쟁의 화마를 무사히 피하셨길 바라고 또 바랐다.


“저기다!”


추격자들은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죽이면 안 된다! 반드시 생포해라!”


비비안이 고개를 돌렸다.

말을 탄 추적자들이 쇠뇌에 화살을 장전하고 있었다.


핑!


탁! 탁! 탁!


화살 세 발이 땅에 박혔고


핏.


마지막 화살 하나가 그녀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뒤에서 머리는 노리지 말라는 욕설이 들려왔다.


“헉.. 헉... 헉...”


비비안의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온몸은 물을 빨아들인 솜처럼 무거웠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생존을 위한 투쟁에 작은 실마리고 보였다.


아버지가 선조의 유품을 건네주며 알려준 장소.

그 장소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10미터.

5미터.

3미터.


그녀의 손이 건물 문손잡이에 닿았다.

하지만 숙련된 제국의 추적자들은 그녀의 방심을 놓치지 않았고


퍽!


결국 그녀의 허벅지에 화살을 명중시켰다.


“컹! 컹!”


군견들이 달려들었다.


“으르르르르!”


맹견 하나가 그녀의 드레스를 물어뜯었고


촤악!


비비안은 드레스를 찢으며 건물 안으로 가까스로 들어갔다.

그 사이, 추격조원이 문틈으로 비비안을 조준했다.

조준경은 그녀의 머리를 정확히 노리고 있었다.

그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정지!!”


뒤에서 들려오는 병사의 목소리.


“안 잡습니까?”


“본인이 올 때까지 포위하라는 3황자 저하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개새끼. 뺑이는 우리가 치고 공은 다 자기 차지지.”


이미 공 가로채기에 익숙한 듯 분대장이 땅에 침을 퉤 뱉었다.


“모두 흩어져서 건물 포위한다. 탈출할 기미가 보이면 무조건 막아! 긴장 늦추지 말고!”


“예!!”


추격조가 신속히 건물을 둘러쌌다.

그렇게 대기하기를 5분,

율리안이 천천히 건물 앞에 도달했다.


“여기야?”


“그렇습니다.”


율리안이 건물 앞에 세워진 비석을 바라봤다.


‘전쟁기념관’



“저하. 안에 함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선발대를 파견한 후, 함정이 없는 걸 확인한 뒤 전원 투입하는 걸 추천합니다.”


“......”


율리안이 말에서 내렸다.


“고개 들어.”


조장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시선은 그의 가슴팍에 머물러있었다.

자신도 작은 편이 아닌데 율리안의 키는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컸다.


짝!


조장의 고개가 돌아갔다.


“네가 대장 해라? 황자도 하고? 명령도 너 혼자 다 내리고?”


“죄송합니다.”


“군인이면 군인답게 상관의 지시나 따라. 대가리로 생각이란 걸 하네?”


조장이 주먹을 꽉 쥐었다.

율리안의 말대로였다.

이곳은 군대.

위계질서는 생명이었고 추격대의 조장인 그에겐 힘이 없었다.


“전원 투입!”


율리안은 조장이 보는 앞에서 보란 듯 그의 뜻과 반대인 명령을 내렸다.

자신의 피 같은 조원들이 함정이 있을지도 모를 기념관 안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저 새끼 죽이고 그냥 감방 갈까?’


하지만 집에선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이 있었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

조금만.

조장이 그들을 앞질러 가장 먼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서 그들을 지휘할 계획.


“아! 잠깐.”


“예?”


“상처는 안 났지?”


“괜찮습니다. 조금 부은 정도입니다.”


조장은 율리안의 손찌검에 입안이 터졌지만 에둘러 표현했다.


“아니. 너 말고. 비비안인가 뭔가 하는 그 여자.”


“아···.”


“상처 났으면 각오해라.”


조장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진급이 걸린 원정만 아니었다면 절대 3황자와 동행하지 않았을 거다.


[각오 단단히 하고 가라.]


[적은 내부에 있다.]


그와 함께 임무를 나갔던 이들이 입을 모아 했던 말.

조장은 이번 자토스 함락전에서 그 말이 뭘 의미하는지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 여자. 비비안? 자토스의 흑요석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저하.”


부관인 마이트가 공손히 대답했다.

그가 눈을 들어 율리안의 표정을 살폈다.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욕망.


“흠집 하나 없었지?”


“물론입니다. 허나 생포하는 과정에서 전투가 발생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몸에 생채기가 날 수 있음을 헤아려주시옵소서. 저하.”


“흠집은 이해해 줄게. 파손은 안 돼.”


“혹? 이유라도 있습니까?”


마이트는 율리안이 왜 이런 명령을 내렸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면서도 물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사소한 반항.


예상치 못한 질문에 율리안이 눈알을 굴렸다. 병사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 아무리 망나니인 그라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치마를 찢고 속살을 탐한다고 말할 순 없었다.


“그녀는 검성의 마지막 남은 후손. 영토만 차지한다고 전쟁이 끝나는 게 아니다. 독립 의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그들이 믿고 따르는 상징을 꺾어야 하지 않겠나?”


“과연 저하의 깊은 통찰력에 이 부관 마이트. 오늘도 또 하나 배웠습니다.”


“열심히 해. 나 정도는 아니라도 자네도 언젠간 내 발끝까진 오겠지.”


마이트가 주먹을 꽉 잡았다.

마냥 멍청하지만은 않은 새끼.

그래서 더 열받는 마이트였다.


***


“지랄을 해놨다. 지랄을 해놨어.”


“미화도 정도껏 해야지.”


선발대에 진입한 병사 2명이 전쟁기념관을 살폈다.


마왕의 강림.

대륙의 위기.

연합의 탄생.

그리고 승리.


마지막 그림.

그곳에는 검은 머리에 갈색 눈을 가진 여인이 성검을 든 채 승리의 광명을 맞이하고 있었다.


“너흰 새끼들아! 솔로몬 듀발론님의 위대한 병법과 전술 아니었으면 마왕 발끝에도 못 미쳤어! 어디 건방지게 검성 하나 믿고 까불어!”


병사는 건물 안에 숨어있는 비비안이 들으라는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비비안은 병사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라가 다르기에 언어도 달랐던 것.


비비안이 옷을 찢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푹!


허벅지에 박힌 화살을 뽑아냈다.


“므으으으으!”


지금 비비안에게 중요한 건 사용해야 할 무기였다.

그녀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호재가 있었다.

병사가 승리에 취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 덕에 습격할 수 있었단 것.


절그럭. 절그럭.


갑옷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쿵! 쿵! 쿵! 쿵!


가까움과 비례해 커지는 심장박동.

그리고 병사가 숨어있는 비비안을 지나친 순간


푹!!


그의 목에 화살을 박아 넣었다.


“이년이!”


갑작스러운 습격.

하지만 제국의 병사는 당황하지 않고 그녀를 생포하려 했다.

그게 패착이었다.

비비안은 거리를 벌리지 않았다.

도리어 병사의 품에 안겨들었다.

그리고


푹!


그의 허리춤에 찬 단도를 뽑아 그대로 목에 쑤셔 박았다.


“허억.. 허억... 허억.....”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그만큼 허벅지에서 나오는 출혈양도 늘었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비비안이 병사가 들고 있던 검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켰다.


[이걸 들고 영광의 동상으로 가렴. 분명 거기에 방법이 있을 거야.]


의식이 희미해질수록 부모의 말을 이정표 삼아 걷고 또 걸었다.

단순한 계단일 뿐인데 지금 그녀에겐 마치 거대한 절벽을 등반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윽고 도달했다.

영광의 동상 앞에.


“왔습니다. 선조 님.”


비비안이 품속에 고이 간직했던 검성의 유품을 꺼냈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손거울.

비비안이 손거울을 열었다.

보이는 것은 자기 얼굴뿐.


“!@^$@!$@!@$!@$”


그 사이, 아래서 소란이 일었다.

병사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분명 손거울을 준 이유가 있을 거다. 이 문구는 뭘까?’


그녀는 집중했다.

그리고 동상을 집중했다.

검 대신 들고 있는 랜턴.

그리고 거울.


“아!”


그녀의 뇌리를 간통하는 생각 하나.


“아···.”


하지만 떠올랐던 생각도 잠시, 그녀의 얼굴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그녀는 생각했다. 손거울에 햇빛을 받아 랜턴을 비추면 어떤 상상도 못 할 기적이 일어날 거라고. 하지만 하늘에선 비가 쏟아졌고 이곳엔 태양 빛 한 조각 내리쬐지 않았다.


“핏자국이다! 모두 올라가!”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


하늘도 무심하지.

이런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한 명이라도 더 죽이겠다고 그녀는 마음먹었다.


“야! 내가 흠집 내지 말라고 몇 번 얘기했어!”


율리안의 얼굴에 비친 짜증.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비비안의 얼굴을 본 율리안의 표정이 조금은 풀어졌다.


“적당히 제압해서 내 앞에 가져와. 절대 죽이면 안 돼! 명심해!”


병사들이 검날을 역으로 틀어 달려들었다.

하지만 피를 본 건 제국의 병사들이었다.

비비안은 검성의 후예답게 검술에 능했다.


병사의 코가 꿰뚫리고

갑옷이 뚫렸으며

관절을 교묘하게 찔러 들어간 검에 팔이 잘리는 병사가 속출했다.


“악!!”


하지만 상처 입은 여인이 훈련받은 장정을 상대하는 것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조장이 나서며 비비안은 제압되고 말았다.


“하~ 고년 눈빛 보소.”


율리안이 엉덩이를 씰룩이며 비비안에게 다가왔다.


“너 바보야? 상황이 이해가 안 가?”


율리안이 쭈그리고 앉아 비비안을 모욕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빛을 잃지 않았다.


“일으켜 세워.”


율리안은 비비안이 보란 듯이 검을 힘차게 뽑았다.


“잘 봐. 이게 네 나라의 최후다.”


쿵!!!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듀발론 제국에는 승리를.

자토스에게는 멸망을 알리는.


‘지금!’


비비안은 자신을 부축하고 있던 병사의 단도를 뽑아 율리안에게 던졌다.


“저하!!!”


핏!


순식간에 날아간 검이 율리안의 얼굴을 스쳤다.


“이 건방진 년이!!!!”


율리안의 눈이 뒤집혔다.


푹.


율리안의 검이 비비안의 복부에 박혔다.


“건방진 년이! 감히! 이 잘생긴 얼굴에!”


율리안이 잡고 있던 검의 손잡이를 비틀었다.


“꺄아아아악!!”


비비안이 고통에 몸부림쳤고


“키히히히히히!”


율리안은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푸하아아악!


검을 뽑자, 비비안의 몸에서 피가 솟구쳤다.


“기분 잡쳤다. 죽이고 나와.”


욕정에 자리는 분노가 대신했고

그의 감정은 비비안에 대한 탐욕에서

자기 얼굴에 대한 염려로 변했다.


‘이렇게 끝인가?’


비비안이 바닥에서 쓰러졌다.

감각이 희미해졌다.

시야가 점점 거뭇해졌다.


“목만 잘라 저하께 바치거라.”


마이트가 율리안의 뒤를 따랐다.


“알겠습니다.”


조장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쳤다.

썩 괜찮은 그림이었다.

결국 검성의 후손을 마무리한 건 자신이 될 거다.

승진을 하기 위해 충분히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이었다.


‘저 망나니 새끼 뒤치다꺼리한 걸 이렇게 보상받는구나!’


조장이 검을 뽑아 비비안의 목에 쑤셔 박으려는 찰나


“어? 뭐야 저거!!!”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지금부터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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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이변 (2) 24.09.09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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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대승절 (2) 24.09.05 11 0 12쪽
50 대승절 (1) 24.09.04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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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한 남자의 명예를 위하여 (4) 24.09.01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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