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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4.07.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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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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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로레인 블라디미르 (1)

DUMMY

친애하는 나타샤.

감옥이란 곳.

생각보다 아늑해.

비록 눅눅하고 습하고 냄새나고 쥐가 함께 다니지만


“그쪽 너무 잡아당기지 마세요!”


“어허! 그쪽이야말로 이 친구를 너무 차지하려고 하지 않나!”


모두가 나를 원하고 있어.

나랑 붙으면 따듯하다나 뭐라나.


나는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를 살폈다.

뚱보를 때렸다.

잠시 후 동료가 나왔고 녀석이 날 포박했다.

나는 고민했다.

신분을 밝히면 빠져나가는 건 쉬웠다.

하지만 감옥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있다.


“자네는 왜 잡혀왔나?”


감옥 가장 깊숙한 곳에서 들리는 목소리.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나와 붙어있던 모두가 한 남자의 목소리에 일제히 벽으로 붙었다.

순식간에 나는 그 남자와 독대하게 된 상황.


“제국 병사를 때렸습니다.”


“어리석었군.”


“주인장 여자가 희롱당하고 있었거든요.”


그 한 마디면 끝이었다.

나는 순식간에 그들의 무리에 받아들여졌다.


“경께서는 어째서 잡혀왔습니까?”


“자네랑 똑같은 이유네. 나라를 위해서였지.”


옆에 있던 남자가 눈앞에 노인에 대해 소개해줬다.


스테판 피닉스.


왕국이 멸망하는 그 순간에도 충절을 지키며 끝까지 제국과 맞서 싸운 위인.

정작 공작이며 백작이라는 것들은 제국에 머리를 숙였는데

저 시골 변방 귀족 남작은 모두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아이러니.


“왕국이 멸망했습니다. 이제 어쩔 생각이십니까?”


“후일을 도모해야지.”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겠습니까?”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게 우리 인생 아니겠나?”


맞는 말이다.

검성을 배출한 강대한 나라 자토스.

그당시 듀발론 제국은 국가들 사이에서도 약소국으로 뽑혔다.

그 약소국이 대륙을 통일하다니.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자네는 어쩔 생각인가?”


“여길 나갈겁니다.”


“그 다음은?”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야겠죠.”


“쉽지 않을 걸세.”


피닉스 남작의 말을 증명하듯


“너! 나와.”


간수가 나를 불러냈다.


“꼭 버텨야하네.”


그 말이 의미하는바가 무엇인지 모를 내가 아니었다.

나는 잠자코 간수를 따라 걸었다.


“감히 제국군을 때려? 너의 그 주먹질 한 번이 네 인생을 어떻게 뒤집는지 알려주마.”


그의 말대로 사방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기다란 복도.

그리고 닭장처럼 놓여있는 문과

그 문틈 사이로 흘러내리는 핏물.

이쯤이면 됐다.

내가 걸음을 멈췄다.


“뭐야?”


짝!


내가 간수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간수는 자신의 뺨을 부여잡고 눈을 깜빡였다.


“이새끼 내가 누군지 아직도 모르지?”


유창한 제국어에 간수가 당황했다.


“여기 소장 누구야?”


***


“여기가 정확히 어디냐?”


“대 듀발론 제국을 상대로 이빨을 드러낸 파렴치한 것들을 잡아두고 교화시키는 서부 수용소입니다.”


“서부 수용소. 네가 소장이고?”


“예! 그렇습니다! 케빈 스튜어트 남작이라고 합니다!”


서부 수용소 소장 케빈 스튜어트가 율리안에게 고개숙여 인사했다.

처음 보고를 받았을 때 그는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자신이 듀발론 제국의 황자라는 미친놈이 있습니다. 어떻게 처리할까요?”


“뭘 어떻게 정신차리게 해줘.”


“헌데 걸리는 게 있습니다.”


“뭔데?”


“제국어가 지나치게 유창했습니다.”


스튜어트는 고민했다.

이미 변절자들을 앞에 모아두고 아이작의 뺨을 후려치며 대놓고 돈과 집을 요구한 그였다.


‘아무리 미친놈이지만 그렇다고 수용소에 잡혀올까?’


스튜어트는 고민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일단 불러와봐.”


이미 얼굴은 봐서 알고 있다.

성격과 소문에 걸맞지 않게 잘생기고 훤칠한 모습.

그자가 아니라면 괴롭히다 죽이면 그만.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진짜 율리안 듀발론이었다.


“물.”


“여깄습니다.”


스튜어트 남작의 허리가 펴지지 않았다.


‘진짜 미친놈이네.’


잡혀 온 경위를 조사해보니 그가 제국 병사를 구타했다고 나와있었다.


“저하. 헌데 복장이 어찌 그러십니까?”


“주변에 귀찮은 애들이 계속 따라붙어 떨쳐내느라.”


“........”


“남작. 내가 물어볼 게 있거든?”


“언제든지 하문하십시오.”


“1,2 황자에 대해 잘 아나?”


스튜어트 남작이 눈을 깜빡거렸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1,2 황자면 율리안의 형들.

자신의 가족을 어찌 처음보는 자신한테 물어본단 말인가?


‘새로운 형식의 시험인가?’


사람의 지위가 높으면

허튼소리를 해도 아랫것들이 떠받들기 마련.

스튜어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는 율리안이 원하는 대답이 뭘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리고


“감히 위대한 듀발론 황가의 혈통을 미천한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그는 납작 엎드리는 걸 택했다.


“그렇구나.”


율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수고.”


율리안은 스튜어트에게 이렇다할 정보를 얻을 수 없다 판단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만.’


스튜어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3황자에게 따라붙는 소문.

지랄같은 성격.

지나친 자기애.

능력보다 욕심이 앞선 애송이.

그 중에서도 스튜어트는 두 번째 소문에 대해 생각해봤다.


‘지나친 자기애’


지나치지 않은 아부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거기다 율리안은 지나친 자기애를 가진 인물.

만약 여기서 얼굴도장을 찍는다면


‘남작을 넘어 백작까진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닿은 스튜어트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저! 저하! 오늘 머무르실 곳은 정하셨습니까?”


“아니. 딱히.”


“그렇다면 제 별장에 머무시는 건 어떻습니까?”


“별장?”


“네. 저하가 편히 쉴 수 있도록 빠르게 정리하겠습니다.”


율리안이 스튜어트 남작을 빤히 바라봤다.

너무나 노골적인 의도.

그리고 스튜어트도 그 마음을 속이지 않고 직설적으로 내뱉었다.


“저는 저하에게 투자하고 싶습니다.”


“투자?”


“예. 저하가 이곳에 계시는 동안 불편함없이 최대한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나에게 바라는 건?”


“케빈 스튜어트 남작. 그저 제 이름만 기억해 주시면 됩니다.”


케빈의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인생을 배팅한 주사위를 던졌고

그 숫자가 1이 나올지 6이 나올지는 눈앞 이 남자의 입에 달렸다.


“케빈 스튜어트. 내 기억하지.”


“감사합니다!”


스튜어트는 벅차오르는 감동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더욱 깊게 꺾었다.


“피곤하군. 이제 좀 쉬고 싶은데?”


“지금쯤 마차가 문앞에 와 있을 겁니다. 타고 편하게 이동하시면 됩니다!”


율리안이 흡족한 표정으로 케빈의 어깨를 툭툭 쳐줬다.


“자네. 참 유능하군.”


***


“하~~~~”


깨어난지 이제 하루가 지났을까?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살아있다는 건 축복과 동시에 끊임없는 관리의 연속이었다.

영혼이었을 땐 잠을 자지 않아도 됐지만 몸은 께속해서 잠을 원했다.


몸은 비와 땀에 쩔어있어 찝찝했고

딱딱한 군화는 발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니 금세 노곤해졌다.

푹신한 침대에 쓰러지듯 몸을 누였다.

금방이라도 잠들 기세.

하지만 잠은 쉽게 들지 않았다.


‘다들 어떻게 됐을까?’


이미 100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때의 동료들이 궁금했다.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밟히는 아이가 있었다.


‘로레인 블라디미르.’


“룬디!”


전장에는 어울리지 않던 백합 같던 아이.

제 아비를 전쟁터에서 잃고 항상 나에게 의지했던 아이.


‘그때 무사히 탈출했겠지. 그랬을 거야. 나타샤가 힘써준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눈을 감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해봤다.


첫 번째는 나에 대한 정보.


율리안 듀발론. 18세.

성격 개차반.

모두가 교묘하게 이용해먹으려는 모지리.

이게 전부다.


녀석의 근육 상태는 어떤지.

몸에 질병은 있는지.

이미 혼인해 처와 자식은 있는지.


이런 것들을 모조리 파악해둬야 앞으로의 행동을 정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로레인의 대한 정보.


그녀와는 약속한 게 있다.

오래 걸렸지만 이젠 그 약속을 지켜줄 차례.

하지만 그녀의 행적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그녀는 벰파이어.

대륙을 통일한 황자가 갑자기 벰파이어를 찾는다면 주위에서 어떻게 볼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세 번째는 힘을 키우는 것.


지금 당장은 다리우스에게 배운 검술만으로도 몸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그에 걸맞는 몸을 만드는 것.


“일단 이정도려나.”


어느정도 생각을 정리한 뒤 눈을 감았다.

생각이 많았다.

지난 100년간의 시간.

랜턴에 갇히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내 동료들.


“다들 몸뚱이는 찾았으려나.”


다리우스, 노노아, 마리아.

3명 모두 살아생전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꺼이 100년이란 시간을 인내했다.

나와 만날지 만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꿈이 이뤄지길 바랐다.


‘일단은 여기까지.’


검성의 후예 비비안 아리아.

이 아이의 거취는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얼음에 갇혀있는 한 생명엔 지장이 없을 거라 노노아가 말했다.

지금 이 아이를 어딘가에 맡기기에 이곳은 너무 혼란스러웠으니까.


“후!”


방에 있는 촛불을 껐다.

이제는 정말 잠을 청할 시간.


“.......”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창문을 바라봤다.

은빛 달이 밝게 떠올랐다.


“그 아이 머리칼도 이런 색이었는데.”


오늘은 왠지 잠이 들 것 같지 않은 밤이었다.

그때


똑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잠이 들었다 생각하면 돌아가겠지.

하지만


똑똑똑.


똑똑똑.


똑똑똑똑똑똑똑.


노크 소리는 집요하리만치 계속 울렸다.

마치 자고 있으면 너를 반드시 깨우겠다는 의지.


“하.... 미쳤나.”


스튜어트는 아닐거라 생각했다.

녀석이 나의 심기를 거스를 행동은 하지 않을테니까.


‘암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는 어제 멸망한 자토스.

제국 황가의 핏줄이 여기 머무는 걸 알면 지금 당장이라도 칼이 날아와도 이상하지 않다.


스릉.


나는 검을 뽑아들고 천천히 문앞으로 다가갔다.


똑똑똑.


노크 소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창문 틈 사이로 들어왔다.


“누구야?”


나는 검을 든 채 물었다.


똑똑똑.


하지만 대답 대신 들려오는 것은 또다시 노크소리.


“누구냐고 물었다.”


똑똑똑.


“허?”


이쯤되면 오기로라도 문을 열어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열어주지 않으면 문 너머의 인물도 돌아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 네가 이겼다.”


말은 체념하는 듯 했지만 몸은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문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돌렸다.


끼이이이이이익.


문이 열렸다.

나는 가장 먼저 달빛을 반사하는 날붙이가 있나 살폈다.

하지만 달은 희고 고운 여인의 피부를 비추기만 할 뿐.

그 어떤 날붙이도 찾을 수 없었다.


‘여인?’


“어머 귀엽게 생겼네?”


목소리에 벌써부터 끈적함이 느껴졌다.

그녀가 나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나에게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달빛이 그녀를 환하게 비췄다.


“!”


달을 머금은 듯한 은발.

그와는 상반되는 붉은 눈.

그녀의 붉은 입술이 미소를 지었다.

입술 사이로 보이는 송곳니.


사락.


그녀의 희고 고운 손이 내 뺨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내 볼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어.... 어.....”


나는 당황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당황할 틈조차 아깝다는 듯 천천히 그러나 거침없이 나를 침대로 밀어넣었다.


털썩.


그녀가 조금 힘을 줘 내 가슴을 밀었고

나는 침대에 주저 앉았다.

그녀가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고양이가 사뿐히 침대에 올라오듯

침대로 올라왔다.


나는 자연스럽게 뒷걸음질쳤다.

하지만


툭.


아무리 넓은 침대라 한들 도망갈 수 없었다.

나는 시선을 둘 곳이 없었다.

그녀의 옷은 너무나 깊게 파여있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그녀의 가슴이 노골적으로 보일 정도로.


“후훗~”


그녀가 귀엽다는 듯 나를 보며 웃었다.


“허....”


반대로 나는 황당함에 웃었다.

그녀는 알까?

불과 5분 전까지 내가 그녀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일단 찾아갈 수고는 덜었네.’


로레인 블라디미르.

그녀가 나에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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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로레인 블라디미르 (2) 24.08.01 81 1 12쪽
» 로레인 블라디미르 (1) 24.07.31 97 2 12쪽
4 다섯 번째 영웅 (4) 24.07.31 115 1 12쪽
3 다섯 번째 영웅 (3) 24.07.31 167 2 12쪽
2 다섯 번째 영웅 (2) 24.07.31 215 8 12쪽
1 다섯 번째 영웅 (1) 24.07.31 268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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