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소시민은 탑 공략이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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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롱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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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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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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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화

DUMMY

005.




“거의 다 왔어요!”

“저기 보이는 게 그 시작의 마을이군요.”

“네!”


시작의 마을.

탑에 있던 원주민들과 외부에서 들어온 플레이어들이 모여 만든 마을.

그러나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마을이라기엔 지나치게 컸다.

이정도면 시작의 대도시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분명 건물의 생김새들은 흔히 말하는 중세 판타지에서 볼 법한 외형이었지만 그 규모가 차원이 달랐다.


“아, 오빠. 지금 놀랐다. 그쵸?”

“생각했던 거보다 훨씬 크네요.”

“밖에서 탑으로 입장하면 두 가지 중 하나거든요. 1층으로 오거나, 등반하던 층의 체크 포인트로 가거나.”


그러나 탑 밖으로 나갔다는 건 대개 정비가 필요하다는 뜻이고, 체크 포인트를 찍었다면 1층 체크 포인트에서도 갈 수 있으니 마을에 들렀다가 가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이 수아의 설명이었다.


“체크 포인트라고 하는군요. 전 웨이 포인트라고 들었는데.”

“둘 다 쓰는 말이긴 해요. 체크 포인트에 있는 건 포탈이라고 부르고요. 아무튼 새 계층을 올라가면 가장 우선시되는 게 체크 포인트 찾기니까요.”

“만약 못 찾고 탑 밖으로 나가면 어떻게 되나요?”

“못 나가요.”

“네?”

“탑으로 들어오는 건 어디서나 가능하지만 탑에서 밖으로 나가려면 무조건 체크 포인트에서만 나갈 수 있어요.”


그렇구나.

역시 현실과 유튭은 다른 거였다.

유O브 영상에서는 이정도로 세세한 정보는 나온 적 없었다.


“아무튼 그래서 1층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다 보니 점점 규모도 커져서 지금은 시작의 마을이라기 보단 모두의 마을 같은 느낌이예요.”


고레벨 플레이어들을 마주칠 일 없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오산이었다.

그녀의 설명대로라면 언제든지 이 마을에서 마주칠 수 있다는 말.

입막음 시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유명 플레이어들도 많이 보겠네요?”

“그럼요! 저희 길마님도 밖에서 들어오실 땐 1층 포탈을 이용하시니까요. 겸사겸사 길드 본부에도 들르시고.”


은연중에 자기네 길드 자랑을 하지만 그건 관심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고레벨 플레이어들과 마주치는 걸 피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 블레이드가 나를 보고 마력이 없는 걸 수상하게 여기거나 미노타우르스가 나타난 건에 대해 따지면 곤란할 테니까.


“그렇게 각 층은 보스, 혹은 기믹을 해결하면 다음층으로 갈 수 있는 포탈이 나와요. 그걸 타고 올라가면 돼요.”

“수아씨.”

“네?”

“오늘 있던 일 완전 비밀로 하기는 힘들겠죠?”


생각해보면 앞서 만난 세명의 외국인이 봤을 수도 있고, 그 외에 누군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걸 목격했을 수도 있다.

초보자 마을, 시작 마을이라고 해서 작은 마을일 거라 추측한 내 계산 미스였다.


“글쎄요?”

“미노타우르스가 나타나고, 누군가 구해준 거 까지는 사실대로 길드에 보고하도록 하죠.”

“오빠 데리러 갔다가 일어났다고 다 말해요?”

“네, 대신 누가 구해준 건지는 모른다. 정도로 하면 어떨까요.”


이런 말을 하는 게 역효과일수도 있다.

그러나 나름대로 사람을 보는 것.

사람을 분석하고 파악하는 건 자신 있는 편이었다.


“그럴게요!”


거봐.


“근데 왜요? 왜 숨기시는 거예요?”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거든요.”


어설프게 거짓말 해봤자 역효과다.


“오, 그거구나. 힘을 숨기는 타입.”

“아닙니다.”

“아무튼 알겠어요. 제 목숨도 구해주셨고, 마석도 주셨는데요. 오히려 길드에 보고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한데요.”

“그리고 겸사겸사 제 마석도 수아씨가 환전해주실래요?”

“···제가 먹튀라도 하면 어쩌시려구요?”

“그럴 분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수아는 내가 언제든 거대 버전 백호를 부릴 수 있다 생각할 거다.

그런 상대를 대상으로 먹튀 했다가 잡히면 후환이 두렵겠지.

명문 길드 소속이라 추적하기도 쉬울 거고.


“오빠, 근데 이거 플러팅이예요?”

“그런 거 아닙니다.”

“아하하, 농담이예요. 알겠어요. 현금이 좋으세요? 타워 코인이 좋으세요?”

“2:1정도로 부탁드려요. 둘 다 쓸 데가 있어서.”

“그럼 받으실 방법을 알려주세요. 전 내일 밖으로 나가거든요.”


초보자 도우미는 대략 일주일씩 교대로 근무하는 시스템이라 수아한테 들었다.


마석을 코인화 혹은 현금화하려면 몇 가지 절차가 필요했는데, 당연한 거지만 그 과정에서 어떻게 입수했는가 경위를 밝혀야 했다.

지금의 나로선 그걸 알리기 껄끄러웠던 탓에 이게 최선이었다.


우연히 미노타우르스의 습격을 받았고, 우연히 누군가 말없이 구해주고 남은 시체에서 루팅을 했다.

-라는 걸 명문 길드원이 말하는 게 내가 말하는 거 보단 설득력이 있을 거다.

믿지 못하더라도 중급 마석이 눈앞에 있으면 믿을 수 밖에 없겠지.


“그럼 이대로 등록하러 가실래요? 아니면 밖에서 직접?”

“그건 제가 따로 할게요. 숙소를 잡았으면 하는데요.”

“제가 예약해드릴게요. 게다가 오빠 코인도 없으실 테니 이것까진 제가 서비스로!”

“고마워요.”


서비스라고 하니 역시 대가를 좀 주는 게 나으려나.


“아, 그리고 내일 입금하실 때 수수료 이만큼은 떼고 주세요. 환전 수수료라 치죠.”

“네? 아, 아니예요. 이미 중급 마석 하나 받았는 걸요. 그 정도는 충분히 해드릴 수 있어요.”


수아는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돈 준다는데 싫다는 사람도 오랜만이네.


“뭐야! 수아 아냐?! 어디 갔나 했더니 일하고 왔구나!”


어딘가 껄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엑···.”

“누구?”

“저보다 2레벨 높다고 건들 거리는 양아치 같은 인간이예요.”


수아의 표정은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인간 관계라는 건 늘 그렇듯 본심만 내비칠 수는 없었다.

수아는 누가 봐도 어거지로 웃는 표정으로 돌아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임우진 플레이어님.”

“오빠라 하랬잖아 오빠라고. 우리 사이에 섭섭하게 성까지 붙이냐.”


수아는 ‘우리 사이가 무슨 사인데.’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상대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했다.


임우진이라 불린 각성자는 그제서야 나를 발견한 듯했다.


“오, 뉴비?”

“네. 조금 전에 각성한 주민혁이라 합니다.”


임우진은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는 듯한 시선으로 몇 번 보더니 비릿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각성자 생활이 쉽진 않겠지만 뭐, 힘내라.”


명백한 도발 내지는 잘난 체였지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얘를 상대로 흑우를 불러서 패버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다만 그냥 곱게 가기에는 나도 그렇게 착하지만은 않았다.


나는 임우진이 들으라고 대놓고 수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수아씨. 내일 몇시에 뵐까요?”

“네? 아! 제가 탑에서 나가면 점심 쯤일 건데. 그때 괜찮으세요. 오빠?”

“그럼요. 수아씨 부탁인데.”


내 뜬금없는 약속 시간 발언에 수아는 바로 눈치를 채고 평소보다 조금 더 높은 톤으로 말했다.


제3자가 보면 무척 호감 있는 사람에게 하는 듯한 표정과 말투.


딱 봐도 수아에게 관심이 넘치는 임우진에게 충분히 엿을 먹일 수 있다 생각했다.


“···너, 너 뭐야.”


너무 예상대로라 기가 찰 지경의 반응.

그러나 서비스업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많은 매체에서 보던 평면적 찌질이가 현실에 의외로 많다는 것을.


그리고 임우진은 거기에 딱 맞는 케이스라 판단했다.


“조금 전에 각성한 뉴비입니다. 이름은 주민혁, 나이는 25살입니다.”

“누가 그거 물었어!? 뭔데 우리 수아한테 친한 척 하냐고! 엉?!”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수아씨, 이분이랑 무슨 관계예요?”

“아무 관계도 아니예요.”

“그렇다는데요? 그쪽은 뭔데 저한테 반말을 싸지르시나요?”

“너, 너 이새끼···.”

“근데 아까부터 반말인데 몇살이세요?”

“오빠보다 한살 어려요. 저 사람.”


수아가 바로 반응했다.

24살이구만.

고작 1살 차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중요했다.


“반말하지 마라.”

“···.이···. 이새끼가.”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쪽 팔리고, 만만히 보던 뉴비가 대드니까 정신을 못차리는 듯 했다.


얼굴이 새빨개진 채 씩씩 거리는 임우진.

여차하면 허리에 찬 칼을 바로 뽑아 휘두를 기세였다.


“마을 한복판에서 뭐하냐 너네.”

“아! 부대장!”


굵은 중년 남성의 목소리에 수아가 반가운 얼굴로 돌아봤다.

190은 되어 보이는 덩치에 체격이 상당히 좋은 아저씨가 이쪽을, 정확히는 임우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 피닉스 길드 꼬맹이 아니냐? 우리 애한테 뭔 짓 하고 있던 건 아니지?”

“아, 아닙니다.”


생긴대로 강자인듯, 임우진은 바짝 굳어 있었다.

그리고 나를 째려보더니 이를 갈았다.


“너 이 새끼 두고 보자.”

“끝까지 반말이네. 존댓말 하라니까 동생.”

“누가 네 동생이야! 너 등반할 때 조심해라. 가만 안둬!”


도망치면서 하는 말만 아니었어도 배짱은 인정해주고 싶었지만, 임우진은 재빠른 뒷걸음질로 도망치며 말했다.


각성자의 사망 원인 1순위는 등반 중 몬스터나 기믹에 당하는 것이었지만 2위는 다른 각성자에 의한 사망이랬던가.


물론 목격자도 증거도 남지 않으니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었지만 꽤나 유명한 말이었다.


만지작.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미노타우르스-흑우의 몬스터 카드를 품에 집어넣었다.

마을 한복판에서 꺼내면 내게도 좋을 일 없었지만, 칼침 맞고 뒤지는 거 보다는 사는 게 나으니까 대비했던 건데.

쓸 일 없어서 다행이지.


“그래, 수아야. 이 친구가 새로 온 각성자님이냐?”

“아! 네, 주민혁 오빠고. 소환사예요. 오빠, 이분은 우리 길드 부대장님.”

“그래, 주민혁 각성자님. 저기 큰 건물 보이시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우리 백야 길드로 오시오.”

“말씀 감사합니다. 그, 성함이···.”

“조철민이오. 길드에 올 일 있으면 내 이름을 대고 오시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조철민 부대장님.”


그는 껄껄 웃으며 내 등을 한번 치고는 자리에서 떠났다.

수아가 내 눈치를 보길래 손짓으로 어서 따라가라고 해줬다.

빨리 숙소로 들어가 혼자 있고 싶었으니까.


*


“후우. 드디어 혼자구나.”

“우르륵?”

“음, 사람이 혼자라고 사람이.”

“삐용!”


수아가 잡아준 숙소는 쾌적했다.

내가 지내던 고시원의 10배쯤 되는 크기.

이 정도면 내겐 호텔이나 다름없었다.


“상태창, 알림 내역.”


마치 휴대폰의 그것처럼 알림 내역을 볼 수 있었다.

그 목록에는 레벨업 했다는 글귀가 10개.

그 사이에 신규 스킬 테이밍을 습득할 수 있다는 알림이 하나.

그리고 10레벨 기념 스페샬 타워 코인을 얻었다는 알림이 있었다.


스페샬 타워 코인.

분명 ‘개인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 쓸 수 있는 화폐였다.


“스킬 시전, 개인 상점.”


[하급 상점]

플레이어 주민혁님, 당점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신, 최고의 제품만을 고집하는 저희 상점은 스페샬 타워 코인으로 물건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원하시는 서비스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1. 물건 구입

2. 물건 판매

3. 소환


“3번.”


내가 무한으로 소환할 수 있다면 다른 것보다 중요한 건 소환수의 숫자였다.

당분간 스페샬 코인을 얻는 대로 전부 뽑기에 쓸 예정이었다.


[하급 상점]

소환은 1회당 1개의 스페샬 타워 코인이 필요합니다.

스페샬 타워 코인 1개를 소모해 소환을 시행하시겠습니까?


“네.”


그리고 주위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 앉았다.

어둠으로 이루어진 끝없는 지평선.

그 가운데, 금색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카드가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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