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가 여황제의 국서가 되는법[슬레이브 엠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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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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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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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이란 무엇인가

DUMMY

국서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었고, 말단관리인 율학박사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며 서서히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옳은말만 하는것은 아니었다.


''폐하, 신은 걱정되는게 하나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과거제가 정말 끝입니까? 과거에만 합격한다면...더이상 시험은 안봐도 되는겁니까?''

''그래 그렇다. 또 네가 언짢은 부분이 있나 보구나.''

''그..그건..''

''너답지 않게 망설이지 말고 그냥 시원하게 말해보거라.''

''관리들에게도 정기적으로 시험을 보게 해서 능력에 미달되는 관리는 관직에서 물러나게 하심이 어떻겠습니까?''

''네가 가장 불이익을 받을텐데?''

''신은 요즘 학문을 익히고 있습니다. 어려서 그런지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더라고요..''

''아~그래?''

''문관,무관,여관,기술관 모두 그들의 능력을 입증할 시험이 필요합니다.''

''오히려 그런 시험으로 인해 자신 본연의 임무를 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런 시험 없이도 잘 돌아갔으니..아 아니구나..비리 저지른 관리들이 많긴 하지..''

''폐하께서 원치 않으신다면..신이 별 수 있겠습니까..''

''네 표정을 보아하니 또 다른 방안이 있나보구나?''

''국자감에서 정기적으로 치르는 시험을 신하인 아버지와 국자학생인 아들이 같이 응시하게 하심이 어떻겠습니까?''

''뭐..?''

''관리로서, 또 아버지로서 모범을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겠지요. 배움은 끝이 없으니까요.''

''그건 관리들의 자존심을 밟는 행위다.''

''그렇다는건 지금 대부분의 신하들이 기본적인 국자감 정기시험조차 통과하기 어렵다는 겁니까?''

''..그럼 내가 너에게 묻겠다. 너는 시험에 통과할 자신이 있느냐?''

''저는 아직 자식이 없으니 시험을 볼 수 없겠죠..대신 아이가 다 커서 국자감에 들어간다면 그때쯤 저는 학문을 다 익혔겠지요.''

''참..그래 맞는 말이구나..역시 한마디를 안져.''


황제는 정기시험에 대해 굉장히 좋게 생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리가 되기 위해 읽었던 수많은 서책들을 반복적으로 읽지 않고, 관직에 진출하자마자 지금껏 함께한 서책들을 방의 장식용으로 전락시키는 경우를 많이 봤으니까.


''자녀가 있는 관리들을 공부시키는 법은 간단합니다. 일과에 공부시간을 추가하십시오.''

''그러면 그들의 일이 너무 늘어난다!''

''그정도 늘어나는게 싫으면 관직에서 물러나라고 하시죠.''

''와..''

''기본을 잊은 관리들이 어찌 주요 관직에 머물러 있을 수 있겠습니까?''

''반대하는 이들은 어찌할 것이냐?''

''해서 신이 사병혁파를 제안드린 겁니다.''

''아..그래 율학박사는 아주 앞까지 내다보는군.''


황제는 두가지 생각이 자신을 괴롭혔다. 최소한 관리들의 자존심은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정기시험을 보게 하는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시험문제만 잘 낸다면, 누가 나라의 득이 되고 해가 되는지 완벽히 밝혀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늦게까지 황제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온 하늘은 정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중서문하성의 대신들을 보았다. 이런 모습을 보니 확 와닿았다. 정말 문하시중의 양자가 되었음을..


''율학박사 아닌가?''

''영감..''


참지정사는 웃으며 하늘이를 반겼다.


''아..이제는 일도 끝났고..그냥 하늘이라고 불러야겠네. 어서 앉거라.''

''아..예..''

''어휴..참 내 아들같아~이리 어린것이 그냥 뭘 열심히 하려는걸 보면 귀엽다니까?''

''(참지정사..취하셨네..)''


붙임성 좋은 우간의대부 이슬기는 하늘이에게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냈다.


''자 자 한잔 받거라.''

''감사합니다.''

''술은 잘 마시니?''

''아..아뇨...그냥 조금?''

''오늘 이 우간의대부에게 배우거라! 아니야 그냥 숙부님이라고 불러!!''

''수..숙부님이요?''

''문하시중 대감과 우리 모두 의형제나 마찬가지니까.''

''의형제라..다들 믿고 의지하시는군요.''

''한배를 탄 이상 미운정 고운정 다 든다니까?''

''그럼 저희 아버지께는 어떤정이 가장 큽니까?''

''크흠.. 그건..''


문하시중은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우간의대부를 째려보았고 하늘이는 순간 웃음이 터져나왔다.


''뭐야? 율학박사 웃을줄 알았는가?''

''네..? 아..저 그게 사실은 웃음이 많았거든요..그런데 이게 공적인 자리에서는 제 본모습을 보여주기가 좀..''

''아 우리 딸도 그러더라! 자기는 인격이 두개래? 사춘긴가봐~''

''그 나이때는 다 그렇죠 뭐...''

''자기는 꼭 아닌것처럼 말하네?''


오랜만에 하는 편안한 대화에 하늘이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예전에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재상들이 그저 친근한 옆집 아저씨같이 느껴졌다.


''어휴..그나저나 하늘이 손이 이게 뭐냐?''

''소..손이요?''

''그래..다 까졌네...이제는 약재도 받을 수 있는데..치료하지않고 왜 방치하고 있니?''

''..옛날부터 일하다가 다친건데 지금 고친다고 될까요..''

''완전히 깨끗하게 고치지는 못하겠지만 반은 회복시킬 수 있을거다.''

''우간의대부..저 궁금한게 있습니다.''

''무엇이냐?''

''이리..다친 저한테 따뜻하게 대해주시는데..다른 고통받는 백성들에게는 아무런 생각이 안드셨나요?''

''..들었다. 들었지만 그들과 마주할 만한 일이 없었다. 지금껏 황궁에서 하는 업무가 전부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아픔을 어찌 모른척 할 수 있겠니? 이건 사람 대 사람으로서 지나칠 수 없는 일이야.''

''..고맙습니다.''


이 나라에는 아직 희망이 있구나..


오늘만큼은 정치 이야기나 귀족들에 대한 원망같은건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들에게 아직 궁금한것이 많이 남아있었기에 하늘이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제가 원망스럽지 않으십니까?''

''원망?''

''사병혁파 말입니다..''

''그건 너의 아버지가 거느리는 사병들도 없어지는 것인데, 네게 미치는 피해를 무릅쓰고 용기내어 말한거 아니더냐?''

''..그건 맞지만...''

''우리도 기득권을 잃고 싶진 않다..하지만 어린 너도 이리 깊은 생각으로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데 어른들이 그걸 질투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건 잘못된거다. 오히려 우린 네 덕분에 깨달았다.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건 나라를 이롭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그게 아니라면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참지정사처럼 생각해주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군요.''

''적어도 여기있는 반은 그렇게 생각할거다.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으니까. 다만, 우리는 평생 귀족으로서 대접받는걸 당연하게 여기며 자라왔다. 그래서 이번 혁파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아. 그래도 백성을 위하는 신하로서 어쩔 수 없는 길이겠지. 나는 이것 또한 순리라고 생각한다.''


그래, 이것이 옳은 신하의 태도다. 하늘이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신은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했다. 노비라해서 무조건 선한것이 아니다, 그리고 귀족이라고 무조건 나쁜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분명 악과 선이 공존하니까.


현이 석고대죄를 하는 한달동안, 하늘이는 이번 술자리를 계기로 자신의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다져나갔다. 참지정사와 우간의대부의 모습을 보자니, 백성뿐만 아니라 관리들에 대한 정책도 펼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는 신하들에게는 어떤 혜택을 내리는것이 좋을지 깊게 생각했다.


확실히 하늘이는 달라지고 있었다. 물론 좋은 쪽으로 말이다. 점점 귀족들에 대한 나쁜 인식같은건 귀족들과 일을 하다보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무조건 없이사는 백성들을 착하게만 생각하는 사고방식도 바뀌어가고 있었다. 지금껏 자신을 괴롭혔던 양인과 노비들도 많았으니까. 그렇기에 어느 한쪽 편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닌, 공평한 정책을 원했다.


그렇기에 하늘이는 황제에게 여러가지 개혁을 제안했다. 황자나 황녀 등 황족들이 죄를 저지르면 그냥 넘어가고 처벌도 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니 황족들에게도 백성,신하와 같은 법을 적용해 마땅한 벌을 내리게 하는게 어떤지 물었고, 황제는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황자와 황녀들이 신하와 궁녀를 괴롭히는 사건이 역사에 자주 기록되있는 터라, 이런일이 두번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하여 황제뿐만 아니라, 신하들도 무조건 찬성하였다.


현은 석고대죄를 하며 쓰러지고 치료받기를 반복하다 보니, 한달이라는 주어진 시간보다 석고대죄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었다. 그 긴 시간동안 하늘이는 종7품 중서주서까지 올라갔다. 그 누구보다 빠른 출세였다. 하늘이는 황제에게 충언을 올리며 여러 정책들을 토론하는 와중에, 자신에게 맡은 임무를 성실히 다하고, 황제가 그리도 중요시 생각하는 검소를 일상생활에서도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또한 남은 시간에는 학문에 매진하였다. 하늘이를 안좋게 보는 이들도 그의 청렴한 모습에 감탄하기 시작했다.


이뿐만 아니라, 하늘이는 회의에서 백성들의 삶과 관련된 중대사를 신하들과 황제들이 최종 결정하게

하지 않고, 무조건 일반백성들의 의견을 듣고 그들의 모든 견해를 종합해 좋은 결과를 도출하도록 했다.


''중서주서..짐은 네가 아깝구나. 더 관직을 높여주지 못해 참 미안하군.''

''관직을요..?''

''욕심이 있느냐.''

''아닙니다..관직에 진출한지 몇달만에 종7품까지 올랐는데..제가 더 바랄게 있겠습니까?''

''그래, 네 나이에 종7품이면 엄청난거다.''

''그보다..오늘만 지나면 국서 전하께서도 석고대죄를 끝내시는군요.''

''그래, 어서 끝내야지.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라도.''


황제는 차마 몰랐다. 국서와의 정해진 합궁날에 아무런 기대도 안했는데 또 다시 회임을 하게 될줄은...


그렇기에 아이를 위해서라도 국서를 내칠 수 없었다.


''이정도면 반성은 충분히 했겠지. 더이상 지켜보기 마음 아프구나...나도 저번부터 석고대죄를 멈추라 명했지만, 상장군이 이번만큼은 내 말을 따라주지 않는군.''

''그만큼 상장군은 폐하를 존경하는 겁니다.''

''그래..그렇겠지.''


석고대죄를 마친 현은 거의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박내관에 대한 분노도..아버지에 대한 속상함도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편히 잠을 자고 싶을 뿐이었다.


석고대죄가 끝났다 해서 바로 편전에 나아가 회의에 참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국서로서의 위엄이 땅에 떨어졌는데, 어찌 신하들을 마주 하겠는가? 그들이 자신을 비웃을 것만 같았기에, 우선은 입지를 차근차근 다지기로 마음 먹었다.


''아기만 태어난다면...그때는 내 세상이다..이런 굴욕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야.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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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8 n1690
    작성일
    24.09.17 09:40
    No. 1

    국서 현은 다시 살아 나는 건가? 하늘과 국서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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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출세 24.09.10 2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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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약점 24.09.04 21 1 12쪽
33 친구 24.09.03 23 1 12쪽
32 황제의 뜻 24.09.02 24 1 11쪽
31 마지막 전투 24.09.01 25 1 11쪽
30 첫날 24.08.31 23 1 14쪽
29 관직에 나아가다 24.08.30 21 1 12쪽
28 운명을 걸다 24.08.29 24 1 11쪽
27 욕심 24.08.28 25 1 12쪽
26 기회 24.08.27 26 1 11쪽
25 모두 폐하를 좋아해 24.08.26 30 1 11쪽
24 화해 24.08.25 27 1 11쪽
23 자업자득 24.08.24 23 1 11쪽
22 합리화 24.08.23 25 1 12쪽
21 선을 넘다 24.08.22 29 1 11쪽
20 의외의 조합 24.08.21 3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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