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가 여황제의 국서가 되는법[슬레이브 엠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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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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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다

DUMMY

-쨍그랑


''너는 궁에 들어온지가 며칠인데 아직도 설거지 하나 제대로 못하는것이냐?!''

''자..잘못했습니다 마마님..''

''너가 깬 그릇만 몇갠줄 아느냐?''

''...그..그게..''

''그릇 깬 벌로 오늘 밥은 없을줄 알아라.''

''(그..그건 너무하잖아요..)''


열살 어린아이가 쉬지않고 하루종일 설거지를 한다는것은 여간 힘든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손이 까지도록 고생했는데 밥도 못먹고 쫄쫄 굶어야 한다니..


''저기..''

''..응?''


밥을 못 먹어서 울적해하는 진희에게 단이가 다가와 주먹밥을 건내주었다.


''오늘 아무것도 못먹었지..? 이거라도 먹어.''

''고..고마워..''

''세상에! 너..손 다쳤잖아..괜찮아?''

''으..응..괜찮아..''

''마마님도 너무하시다..손 다쳐가며 일했는데 밥도 안주고..''

''아냐..내가 잘못했는걸..''

''에이..사람이라면 실수하는건 당연하잖아. 그보다, 이름이 뭐야? 우리 들어와서 처음 이야기하는것 같은데! 나는 단이라고해.''


단이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려던 찰나, 누군가 진희를 깨웠다.


''여기서 뭐하는겐가?''

''...!!누..누구..십니까...?''

''그건 내가 묻고싶군. 복장을 보아하니 궁녀같은데...여기서 자고있던 것이냐?''

''어..저..저는 그게..그...죄송합니다..가보겠습니다..''


진희를 깨운것은 다름아닌 비서랑이었다. 지난 과거제때 장원급제를 한 인물이며 복시에서 국서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 국서의 측근으로 승격된 관리었다.


''무슨일인가 비서랑.''

''아, 전하..어떤 궁녀가 여기서 자고있길래 주의를 줬습니다.

''

''그래? 그보다 바쁘지 않으면 나와 대련이나 하세.''

''예 전하..''

''자네는 문관이면서 무예에도 능통한게 참 신기하단 말이지..''

''공부를 하기 위해선 체력이 필요한 법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렇지~역시 자네는 뭔가 다르다니까?''


비서랑 박오성은 똑똑하고 젊은 유능한 인재였다. 그리고 뭘 해야 자신이 위로 올라갈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뒤에서 간악한짓을 저지르는걸 서슴치 않았다. 해서 저번에 현의 명을 받고 황제에게 증언을 해주었다.


택주 독살사건은 하늘이에게 뒤집어씌우고 아예 극형에 처하는것도 가능했지만, 현은 은근히 권력없는 아랫사람들끼리 치고받고 서로 믿지 못해서 분열하고 싸우는 모습을 즐겼다. 그렇기에 결국 등사랑만 실컷 이용당하고 버려진 것이었다.


비서랑은 속내를 알 수 없는 국서가 두려웠지만, 국서에게 미움받는짓을 안하고, 호락호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 황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아니, 요즘 근장낭장이 은근슬쩍 장신구 선물해주는데 괜찮다고 그렇~게 말했거든요? 그런데도 계속 주더라고요. 나참~그래서 고맙게 받기로 했어요. 폐하 제 말 듣고있는거죠?''

''...어..''

''그럼 계속해서 이야기할게요. 사실 저번에 술마시면서 근장낭장이 저한테 고백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이후로...아니..폐하 괜찮으세요?''

''아니..아니 그 좀 생각할게 있어서..''


황제는 요즘 생각할게 너무나도 많아졌다. 사병 개혁도 그렇고, 국서가 아무에게나 폭력을 휘두르는것도 그렇고...분명 백성들은 안정된삶을 사는것 같았지만, 자신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폐하..너무 힘드시면 저랑 나가서 놀아요.''

''나를 걱정하는게 아니고 그냥 니가 놀고싶은거 아니냐?''

''아니..그건 아니고 진짜 걱정되는데요..''

''그래..우리 위대하신 주해리님께서 그리도 나가고 싶으시다는데..나가줘야지.''


하필 현도 이날 어머니와 동생을 보기위해 잠시 외출을 나가있는터라, 황제와 마주치기 좋은 상황이었다.


국서는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동생하고 긴 이야기를 나눴다. 아버지와 형들은 황궁에서 자주 마주치지만, 둘은 아주 가끔씩만 볼 수 있었기에 짧은만남이 매우 소중했다.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던 그때,시월이와 마주치고 말았다.


현은 전쟁터에서 자신의 시중을 들던 시월이를 자기집 종으로 삼아 설희의 수발을 들게끔 했다. 차마 황궁으로는 데려가지 못했으니까.


''전하..''

''그래, 일이 힘들진 않느냐?''

''괜찮습니다..이게 다 전하 덕분입니다. 전하께서는 제 동생도 구해주셨잖아요...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행이구나.''


시월이는 일도 잘하고 눈치도 빨라 현의 어머니와 설희에게 예쁨을 받았다. 그녀는 안타깝게도 자신을 끌고온 이들에게서 살아남았다는 감사함에 더욱 열심히 일했다. 현이 원망스러웠지만 어찌보면 은인이기도 하고..자신을 살려줬기 때문에 미워할수도 그렇다고 좋아할수도 없었다.


''전하..오늘 여기 묵으실 생각입니까?''

''그래, 여기 묵을것이다. 네가 할일은 딱히 없으니 설희에게 가보거라.''

''예 전하.''


황제는 저자에서 아무생각없이 해맑게 놀았다. 해리 말대로 바깥으로 나오니까 근심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만약 이곳이 어두침침하고 사람들의 분위기가 험악했다면 걱정이 더

늘어났겠지만, 저잣거리가 활발하고 밝은 분위기를 자아내니 어느정도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다.


''그보다..해리 너 내가 모를줄 알았냐?맨날 담 넘는거?''

''헉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알았지같은 소리를 하기전에 죄를 뉘우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지!!''

''아니...그래도 황궁안에 있는 담만 넘었지 바깥에는 안나갔어요..그냥 운동좀 하려고 담 넘은거예요..''

''아 그러세요? 자랑이다 자랑.''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것도 잠시. 문뜩 저번에 잠행을 나갔을때 목격했던 외곽쪽 빈민들이 생각났다.

천민들에게도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넓은 기회를 주었는데...막상 그곳으로 다시 찾아가 그들을 마주하기가 겁났다.


''이제 놀만큼 놀았으니까 황궁으로 돌아가자.''

''..예..? 버..벌써요?''


저번에 그 끔찍한 풍경은 잊혀지지가 않았다. 너무 마음아프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황제도 이 나라의 군주이기전에 사람이니까.


다음날, 사병혁파에 대한 회의를 하던중. 참지정사의 뜻대로 소수의 사병들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중앙군과 지방군에 예속시키기로 했다.


신료들은 정말 순순히 따라주었다. 대부분 사병을 앞세워 은근히 교활한짓을 일삼았기 때문에 뭐라고 반박하거나 항의할 수도 없고, 또 승승장구하던 자신들도 오준량처럼 몰락할까봐 두려웠다.


하늘이는 이번일을 계기로 종8품 율학박사에 봉해졌다. 순식간에 이룬

승진이라 믿기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모두가 쉬쉬하던걸 당당히 말한것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했다.


''축하한다. 율학박사.''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이번일뿐만 아니라, 주변에 들리는 말로는 네가 평소에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냈다고 들었다. 낮은 위치라고 한탄하지 않고 모범이 되었으니까 너는 승진할 자격이 충분하다.''

''폐하..''

''내 한가지만 묻겠다. 네가 정녕 바라고 있는것은 무엇이냐?''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래. 말해보거라. 그리고 넌 원래 솔직하다.''

''..신은 위를 꿈꾸고 있습니다.''

''..위?''

''저희 아버지께서 계시는..그 자리요.''

''그래, 꿈이 원대하구나. 너는 문하시중의 자리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거라.''


하늘이가 관리가 되기로 한 이유는 형의 억울한 죽음과, 지금껏 자신이 살아오면서 온갖 차별을 받았기에 그 차별을 바꾸고 새로운 세상을 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지금 높이 올라가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국서를 향한 복수심이었다.


''폐하. 신분제없이 모두가 동등한 세상이 올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된다면 황제는 쓸모없어지겠구나.''

''..아뇨. 필요할겁니다. 나라를 지탱하는 중심은 어디에나 필요하니까요.''

''그렇다면..?''

''군주와 백성 모두 동등한 세상 말입니다.''

''...글쎄. 이상적인 생각이긴 하네..그런대 지금으로선 불가능한일 아닐까?''

''신은 그걸 가능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가능하게 만든다고..?''

''예. 폐하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아직까지는 모르겠구나.''

''..폐하께서 황제로서 누릴 수 있는것들을 조금은 내려놓으셨지요. 하지만 끝끝내 동등한 위치에 서는건 용납하지 못하시는군요.''

''그래. 네 말이 맞다. 너는 아직 아래에 있어서 모르겠지만, 네가 훗날 위로 올라간다면 그때는 내가 무슨말을 하는지 알아들을것이다.''

''...제가 문하시중의 자리에 오를거라는 확신이 있으시군요.''

''그래...저번부터 알았다. 그런데, 문하시중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에서 너는 바뀔거다. 품계가 오를때마다 너 자신 스스로를 잃어갈것이다.''

''어찌 그리 확신하십니까.''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봤으니까.''

''...그렇다면 저는 다르다는걸 폐하께 증명하겠습니다. 그때까지 만수무강 하시옵소서.''

''하..하하!! 하늘이 네가 나를 웃게 하는구나..너랑 같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나와..''

''다행입니다..웃으면 복이 오고 건강에도 좋으니까요. 사실 웃으시라고 드린 말씀은 아닙니다..''

''그래그래. 계속 웃으면서 평생 함께하자꾸나. 날 많이 도와다오.''

''예 폐하.''


하늘은 생각했다. 신하의 자리에 오른다고 정말 자신의 의지가 순식간에 바뀔까..? 황제와 신하의 입장은 다를텐데..정말 바뀌는것이 궁금하다면 신하가 아니라..그보다 높은 자리를 노려야 하는것이 아닐까.


그 위를 노린다는것은...그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자신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위치라는것을. 이제 노비가 아니라 귀족이라는것을..


택주의 복수를 위해 국서를 몰아낸다면...? 국서가 몰락하고 그 다음은..? 그 다음에 국서의 자리는 누가 차지하는것일까. 어쩌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는것은 아닐까.


하늘은 벌써부터 자신이 바뀌어간다는 사실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위로 올라가고 싶었던 이유는 높은 신분이어야 무언가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었지만...슬슬 권력에 대한 갈망이 마음 한켠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어쩌면 관직에 나아간 그 순간부터 바뀌고 있었을수도 있었다.


''..폐하.''

''응?''

''사실 문하시중보다 더 위를 노린다고 말씀드린다면..믿어주시겠습니까?''

''...문하시중보다 위라면..설마..''

''..태사입니다.''

''아..그래..그래 태사..명예직이긴 하지만..네 최종 목표가 거기라면 아주 좋은 생각이구나.''


하늘이는 황제에게 거짓을 고했다. 자신이 꿈꾸는 자리는 이제 곧 비워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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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복직 +1 24.09.12 23 1 11쪽
» 바뀐다 24.09.11 21 1 11쪽
40 출세 24.09.10 22 1 11쪽
39 다시 돌아오다 24.09.09 18 1 11쪽
38 신분 24.09.08 14 1 11쪽
37 스스로 말하다 24.09.07 15 1 11쪽
36 가짜범인 24.09.06 16 1 11쪽
35 마지막 자존심 24.09.05 15 1 11쪽
34 약점 24.09.04 16 1 12쪽
33 친구 24.09.03 18 1 12쪽
32 황제의 뜻 24.09.02 19 1 11쪽
31 마지막 전투 24.09.01 20 1 11쪽
30 첫날 24.08.31 17 1 14쪽
29 관직에 나아가다 24.08.30 16 1 12쪽
28 운명을 걸다 24.08.29 19 1 11쪽
27 욕심 24.08.28 19 1 12쪽
26 기회 24.08.27 19 1 11쪽
25 모두 폐하를 좋아해 24.08.26 25 1 11쪽
24 화해 24.08.25 21 1 11쪽
23 자업자득 24.08.24 17 1 11쪽
22 합리화 24.08.23 19 1 12쪽
21 선을 넘다 24.08.22 23 1 11쪽
20 의외의 조합 24.08.21 27 1 11쪽
19 우연 24.08.20 2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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