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강한남자의 전설 3
은행의 공용 메모지에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적었다.
그 후, 눈 앞에 앉아있는 은행원에게 메모지를 건넸다.
내 메모지를 확인한 그가 친절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님."
"1천만 달러(140억)를 현금으로 인출하고 싶으니까, 돈을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고객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20분 정도가 지나자 큼지막한 가죽가방 2개를 손에 든 은행원이 내 앞에 나타났다.
가죽 가방 안에는 100달러 짜리 돈뭉치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돈의 액수와 진폐 유무를 확인해주세요."
"예. 고객님."
은행원이 돈가방에서 돈을 꺼내서 진폐 감별기에 차례로 집어넣었다.
진폐 감정과 돈의 액수를 모두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은행을 나섰다.
이 곳에 더 있을 필요가 없었다.
은행 근처에 있는 퓨전 레스토랑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싱가포르 관광에 나섰다.
그러기를 얼마 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룸서비스로 나온 포도주를 음미하는 한편.
내 능력을 극대화 시킬 방안에 대해서 심사숙고했다.
그러기를 문득, 12년전에 파리에서 발생한 핵테러가 뇌리를 스쳤다.
내가 나름대로 알아본 결과.
핵테러의 발발원인은 때마침, 파리를 방문한 사우디 왕족이 원인이었다.
사우디 왕족은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이중첩자였다.
그같은 사실을 파악한 아랍의 무장 테러 조직은 사우디 왕가에게 경고하는 차원에서, 호텔 근처에서 핵배낭 자폭테러를 감행했다.
원거리에서 목표물을 손쉽게 제거할 목적으로, 핵테러를 아무 거리낌 없이 자행한 것이다.
그 덕분에 애꿎은 파리 시민과 관광객을 포함해서, 무려 4만명이 한날 한시에 목숨을 잃었다.
나 역시 그 중의 한명이었다.
당연히 미국과 이스라엘은 파리에서 핵테러를 자행한 테러조직을 무자비하게 소탕했다.
테러 조직에 소속된 조직원과 그들의 협력자들을 지난 12년 동안 집요하게 추적한 끝에 대다수 사살에 성공한 것이다.
내가 할 일을 대신해준 셈이었다.
내 입가에 절로 씁쓸한 고소가 그려졌다.
솔직히 허망한 심경이었다.
물론 그 덕분에 천년내공을 얻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맞이했지만.
허탈한 심사는 여전했다.
그런 탓일까.
내 입에서 절로 옅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흐으음..."
그러기를 잠시 뒤.
거실 벽면을 장식한 대화면 TV에 시선을 모았다.
TV에서는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선출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익숙한 녀석이 TV 화면에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전생의 내 막내동생이었던 올리버였다.
녀석은 어느새 40대 중반의 연배를 자랑하는 나이가 되었다.
올리버의 집안은 정치 명문가였다.
더구나 녀석은 전쟁터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미국인들이 환장하는 전쟁영웅이었다.
그런 탓인지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압도적인 득표율을 과시하며,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상태였다.
내 입가에 절로 희미한 미소가 그려졌다.
전생의 친동생이 전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 후보로 성장해서 그런 것 같았다.
나는 속으로 녀석을 격하게 응원한 뒤.
스위트룸에 딸린 서재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재 바닥에 결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 후, 천룡심법을 운용하며 깊은 묵상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핵폭발을 이겨낼 수 있는 육체를 완성하고 싶었다.
그런 탓으로 감옥에서 12년 동안 천룡심법을 수행하며, 천년내공을 단전에 축적하는데 일로매진했다.
'과연 천년내공의 호신강기로 핵폭발을 이겨낼 수 있을까?'
솔직히 회의가 생겼다.
제아무리 천년내공을 완성했다해도, 핵폭발의 여파에서 살아남는 게 불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건 아니었다.
천년내공의 호신강기를 테스트하고 싶었다.
곧바로 단전의 내공을 이용해서 강력한 호신강기를 발현했다.
우윳빛의 강막이 전신에 투사되었다.
총알 정도는 손쉽게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호신강기를 해제한 뒤.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날, 중화기를 이용해서 호신강기를 제대로 테스트 하기로 굳게 다짐했다.
*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대전 근교의 야산으로 향했다.
야산 주변은 짙은 어둠에 휩싸인 상태였다.
허나 나에게는 아무 장애도 되지 못했다.
두눈에서 횃불같은 광망이 저절로 발현된 까닭이다.
그 덕분에 내 시선이 향하는 곳은 대낮처럼 밝아졌다.
천년내공의 순기능이었다.
야산 중턱에 은밀히 숨어있는 토굴로 들어갔다.
토굴의 안쪽 바닥을 1미터 정도 파헤치자 스테인레스 공구함이 보였다.
공구함을 열자 글록 권총과 500그램 짜리 C4 플라스틱 폭탄 6개, 위조여권 7장이 보였다.
위조여권 7장을 돈가방 안에 집어넣은 후, 토굴 한켠에 밀어넣었다.
500그램 짜리 C4 플라스틱 폭탄 6개와 글록 권총을 손에 들고 토굴에서 50미터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총알이 장전된 글록 권총의 총구를 C4 플라스틱 폭탄에 조준했다.
동시에 천년내공을 이용해 강력항 호신강막을 전신에 둘러쳤다.
만반의 준비를 끝마치자마자 글록 권총의 방아쇠를 미련없이 잡아당겼다.
탕!
콰쾅쾅쾅쾅!
총소리와 강렬한 폭음이 내 몸을 중심으로 울려퍼졌다.
허나, 나는 별다른 충격을 받지 못했다.
천년내공이 깃든 호신강막이 제 역할을 해준 모양이었다.
그저 따끔한 충격이 전부였다.
그런 탓일까.
내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그려졌다.
TNT 1톤에 육박하는 폭발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멀쩡했다.
물론 전술핵의 일종인 핵배낭의 폭발력에 비하면 조족지혈의 수준이었지만.
아무튼 어느 정도 성과를 확인한 탓인지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재빨리 토굴로 돌아갔다.
그 후, 돈가방 2개를 어깨에 매고 야밤의 창공으로 몸을 날렸다.
다음날.
명동의 사설 환전소에서 10만 달러를 한국돈 1억 3천만원으로 환전했다.
현재 환율인 달러당 1,400원에 한참 못미치는 가격이었다.
허나 급한 건 나였다.
내가 보유한 달러화는 일종의 블랙머니였다.
당연히 이 정도 손해는 감수해야 했다.
그날 오후.
강남 인근의 오피스텔에 월세를 얻었다.
보증금 5천만원에 월세 120만원의 조건이었다.
당분간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며 향후 계획을 면밀히 검토할 생각이었다.
*
늦은 밤.
오피스텔에서 대화면 TV에 이목을 집중했다.
TV에서는 정찬수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 수족 노릇을 했던 정찬수는 재작년에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된 상태였다.
내가 제공한 1천억 대의 비자금을 발판으로, 한국의 정치판을 효과적으로 요리한 탓이었다.
내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그려졌다.
정찬수는 내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는 인물이었다.
그 정도로 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물론 그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었다.
이제 녀석에게 투자한 원금을 회수할 차례였다.
찬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
녀석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런 탓일까.
뇌리에 해외의 아무 쓸모없는 폐유전과 폐광 등이 저절로 떠올랐다.
폐유전과 폐광을 헐값에 구입한 뒤.
한국 자원개발공사에 아주 비싼 가격에 팔아치우면 될 것 같았다.
내 계획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단기간에 조단위에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나름의 확신이었다.
일단 청와대에 숨어있는 녀석을 만나는 게 급선무였다.
*
경기도 모처에서 대포폰 2개를 300만원에 구입한 뒤.
인근의 밥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밥집에서 얼큰한 육개장으로 배를 채우는 한편.
대포폰을 이용해서 웹서핑을 즐겼다.
포털 사이트의 국제 뉴스면에서는 공화당의 대선주자로 확정된 올리버의 특집 기사가 홍수를 이루고 있었다.
올리버는 강한 미국을 기치로 내건 채.
강력한 보호주의 무역정책을 표방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런 탓일까.
한국의 경제계와 정부는 유력한 대선 후보로 손꼽히는 올리버의 보호 무역주의 경제정책을 극도로 우려하는 모양새였다.
물론 내 알 바 아니었다.
그날 새벽.
청와대 상공에서 허공답보를 발현했다.
그러기를 얼마 뒤.
청와대 경내에 있는 경호원과 무장 군인, 비서관들의 혼혈을 목표로 전방위적인 격공점혈을 발출했다.
그런 탓일까.
장내가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청와대 경내의 안쪽에 위치한 관저로 들어섰다.
관저는 침실과 서재, 응접실로 구성되어 있었다.
침실 안으로 들어가자 찬수와 그의 와이프가 깊은 잠에 취한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찬수를 어깨에 들쳐매고 2층에 있는 서재로 발걸음을 옮겼다.
녀석을 서재의 맨바닥에 내려놓자마자, 혼혈에 주입한 내공을 회수했다.
찬수가 눈을 비비며 천천히 제정신을 차렸다.
그러기를 잠시 후, 놀란 얼굴로 나를 연신 손가락질하며 하이톤의 비명을 내질렀다.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결국 녀석의 아혈과 마혈을 제압할 수밖에 없었다.
놈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심히 거슬린 까닭이었다.
육중한 책상에 좌정한 채.
면전에 무릎 꿇은 녀석에게 나직한 어조를 내뱉었다.
"저는 이강천입니다. 나를 기억하시겠습니까?"
녀석의 얼굴에 경악한 표정이 떠올랐고.
곧바로 찬수의 아혈을 풀어주었다.
그가 공포와 의아함이 가득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이강천 회장님이십니까?"
"네. 제가 맞습니다."
"12년 전에 파리에서 죽었다고...?"
"그곳에서 죽었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의 몸으로 되살아났죠."
그리 말하며 서재의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서재에서 허공답보를 발현한 탓일까.
찬수가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조심스럽게 올려다봤다.
"제 능력은 예전보다 더욱 강해졌어요. 내가 마음만 먹으면 못죽일 사람이 없죠.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에요."
그가 흠칫한 얼굴로 내 눈치를 살폈다.
"아무튼 내가 청와대에 나타난 이유는 비지니스를 하기 위해서에요. 조만간 해외의 유망한 유전과 광산을 한국 정부에 매각할 방침이니까 당신이 알아서 편의를 봐주세요."
찬수는 감히 내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
그런 탓인지 어색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제공한 천억대의 정치자금으로 대통령이 됐으니까, 이제 내 은혜에 보답하세요."
녀석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오금을 저렸다.
지금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내 명령에 복종하는 것 뿐이었다.
"나중에 다시 봅시다. 나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말을 끝으로 찬수의 마혈도 해혈해 주었다.
그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뒤.
나를 향해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조아렸다.
"말씀대로 준비를 해놓겠습니다."
그에게 대포폰을 내밀었다.
"대포폰의 1번을 누르세요. 그러면 언제든지 나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을 거에요."
그가 대포폰을 건네받으며 공손한 태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럼 나중에 봅시다.'
"예. 회장님."
찬수의 배웅을 받으며 청와대의 밤하늘로 몸을 날렸다.
*
다시 싱가포르에 소재한 영국계 은행을 방문했다.
내가 오래전에 설립한 스트롱 스카이 인베스트먼트 계좌에 돈을 이체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싱가포르의 영국계 은행에 미화로 10억 달러(1조 4천억)를 예치했다.
모두 7개의 계좌에 분산해서 예치한 상태였다.
나는 7개의 계좌 중에서 5개의 계좌를 오픈해서 스트롱 스카이 계좌에 돈을 이체할 생각이었다.
싱가포르의 계좌는 인터넷 뱅킹이 불가능했다.
고객들의 돈을 보관하는 게 주된 용도였다.
비밀계좌의 전형적인 특성이었다.
스트롱 스카이 계좌에 7억 달러(9,800억)를 이체한 뒤.
은행을 재빨리 빠져나왔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밤늦도록 관광을 즐긴 후.
호주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호주 전역에서 성업 중인 자원 개발 브로커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호주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온 자원 개발 사기꾼들이 판을 쳤다.
당연히 그들에게 폐유전과 폐광을 연결해주는 브로커들 역시 활개를 치고 있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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