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경제 초강대국 등극 3
호주에는 대한신국 사람들의 소울 푸드인 한우를 전문적으로 사육하는 축산 농가가 많았다.
그들은 높은 가격에 한우 고기를 한국으로 전량 수출하고 있었다.
판로가 확실한 것이다.
그런 탓일까.
오늘도 한우 농가 인근의 비행기 착륙장에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거대한 크기의 한국산 화물 운송기가 쉴 새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육류는 신선도가 생명이었다.
특히 한우처럼 비싼 고기는 그런 경향이 더욱 짙었다.
그같은 이유로 한국의 소고기 수입 업체들은 신선한 한우 고기를 한국인들의 식탁에 신속하게 배송하기 위해, 1시간 단위로 화물 운송기를 호주로 날려보냈다.
그래서였을까.
한우를 사육하는 제임스 마셜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끊임없이 피어났다.
한국인들 덕분에 떼돈을 버는 탓이었다.
그 무렵, 호주 시드니에서 한국인들의 국민 감정을 건드리는 참담한 사건이 발생했다.
호주 시드니를 여행하던 한국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현지 남성들이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그들은 손과 발, 깨진 병맥주를 이용해 한국 여성들의 얼굴과 몸을 참혹하게 린치했으며, 그 결과 두명의 여행객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심각한 중상을 당했다.
허나 주변에 있던 호주인들은 한국 여성들이 잔인한 집단 폭행을 당하는 광경을 수수방관한 것도 모자라, 스마트폰을 이용해 그같은 광경을 비웃듯 촬영했다.
동시에 그들은 동양인을 멸시하는 은어인 '칭챙총'이라는 단어를 쉴 새 없이 주절거렸다.
인간성을 망각한 끔찍한 인종 범죄 현장이었다.
*
평일 오후.
나는 대한신국의 쌀공장이 있는 수원의 대규모 시설을 시찰하고 있었다.
한국은 쌀을 공장에서 생산했다.
농업 기술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으로 발전한 탓이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윤기가 좌르르 흐르고, 밥맛이 좋은 고품질의 쌀을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오래전에 구축한 상태였다.
11억 명에 달하는 한국인들은 우수한 밥맛을 자랑하는 한국산 쌀을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모두 내 덕분이었다.
쌀공장은 백만평에 달하는 부지에 위치했다.
그리고 총 35층 규모의 건물에서 연중무휴로 쌀이 생산되고 있었다.
나는 공장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전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쌀의 생산 현장을 두루 시찰했다.
그러기를 얼마 뒤.
인근에 위치한 밀생산 공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밀공장 역시 전 세계 최고의 밀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었다.
쌀공장에 버금가는 시설이었다.
나는 밀공장 시찰을 끝마친 뒤.
수직 이착륙 전용기가 위치한 곳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내 전용기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기종이었다.
한국의 항공사가 수년 전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비행기였다.
수직 이착륙 비행기는 활주로가 필요없었다.
헬리콥터처럼 이착륙이 자유로웠다.
당연히 일반적인 전용기에 비해서 가격이 무려 3배 이상 비싼 기종이었다.
수직 이착륙기에 몸을 싣자, 내 옆에 동승한 이용현 비서실장이 조종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청와대로 출발하세요."
"예. 실장님."
20분 만에 청와대에 도착했다.
경호원들과 보좌관들이 나를 향해 오체투지의 예를 취했다.
그들을 지나쳐 관저 안으로 발걸음을 옮길 찰나.
이용현이 긴장한 얼굴로 보고를 올렸다.
"호주를 여행하던 한국 여성들이 현지 남성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끝에 2명이 사망했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그에게 물었다.
"인종차별 범죄인가요?"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주변에 있던 호주인들이 '칭챙총'이라는 멸칭을 사용하면서 폭행을 당하고 있는 한국 여성들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는 전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호주는 백호주의로 유명한 국가였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 소고기를 팔면서 돈을 버는 족속들이,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나머지 주제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대사관에 연락해서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라고 지시하세요. 그리고 호주 현지 경찰에 엄정한 법집행을 촉구하십시오."
"말씀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관저의 푹신한 소파에 온몸을 깊숙이 파묻은 채.
TV 뉴스에 이목을 집중했다.
TV에서는 호주에서 잔인한 집단 린치를 당한 한국 여성들의 뉴스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런 탓일까.
나는 절로 화가 치솟았다.
호주인들의 뿌리깊은 백인 우월주의가 만들어낸 참사였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밤잠을 설치며 호주정부와 호주인들에게 따끔한 경종을 울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뜬 눈으로 밤을 세웠다.
다음날.
청와대 관저 옥상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갔다.
서울 시내를 조망하는 한편, 달달한 커피를 음미하기 위함이었다.
때마침 광화문 사거리에서는 성난 군중들이 호주를 규탄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었다.
나는 그같은 광경을 묵묵히 주시하며 커피를 천천히 음미했다.
그러기를 얼마 후, 집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유현일 외교장관를 호출했다.
내 앞에 나타난 유현일이 오체투지의 예를 취한 뒤.
면전에 재빨리 시립했다.
"호주 정부에 인종범죄를 저지른 폭도들을 엄중하게 처리해 달라는 공문을 정식으로 발송하십시오."
"예. 교황님."
"만약 책임있는 처벌을 하지 않고, 인종범죄자들을 약한 형벌로 다룬다면 대한신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고지하십시오."
"명심하겠습니다. 교황님."
*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피터슨 박사가 대한신국을 방문했다.
그는 어렵게 비자를 발급받은 끝에 한국 땅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한국은 엄격한 입국 심사를 하기로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국가였다.
마약 검사와 범죄 이력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질병의 흔적이 드러날 경우.
입국 자체가 불가능한 국가였다.
한국 정부는 관광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관광으로 먹고 사는 것보다 한국의 안전과 치안을 우선시한 까닭이다.
그런 탓으로 피터슨은 한국 입국을 시도한지 1년 만에, 어렵사리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는 김포공항을 나선 순간부터 100층 이상의 초고층 아파트와 빌딩이 도시 전체를 가득 메운 광경을 생생히 목격했다.
말도 안되는 마천루의 숲이었다.
빌딩부터 아파트까지 모두 100층 이상의 초고층을 자랑한 것이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활기찬 얼굴로 도시를 누비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피터슨은 비좁은 한국에서 11억 명이 살아가는 모습을 연구하고 싶었다.
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사회현상이었다.
인구밀도가 극히 낮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는 한국의 어마어마한 인구밀도가 당최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가 한국을 중점 연구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였다.
피터슨은 한국 전체가 거대한 하나의 도시라는 사실을 금세 깨달았다.
공항부터 시작해서 도심지까지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찼기 때문이다.
그리고 길거리는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대다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한국에서의 삶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피터슨은 한국의 중심거리인 명동과 종로, 광화문를 차례로 방문한 뒤.
사통팔달의 초고속 전철망을 자랑하는 서울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대학생 시절인 30년 전에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었다.
그 당시 서울역에는 노숙자들이 참으로 많았다.
한국 노숙자들의 성지같은 곳이었다.
허나 지금 현재 서울역에는 노숙자가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피터슨은 그점이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런 탓으로 근처를 지나치는 50대의 서울역 역무원에게 진지한 태도로 질문을 던졌다.
"예전에 서울역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노숙자들이 엄청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한명도 보이지 않네요?"
역무원이 친절한 표정을 지으며 능숙한 영어로 설명했다.
"대한신국 정부는 노숙자를 허용하지 않거든요. 길거리에 노숙자가 보이면 강제적으로 재활시설에 수용해서 사람 노릇을 하게 만듭니다."
"너무 비민주적 방식 아닌가요?"
"미국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우리 한국인들은 노숙자들을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피터슨은 자유방임주의의 끝판왕인 미국인 출신이었다.
그런 탓인지 한국의 강제적인 노숙자 재활 입소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음날.
피터슨은 명동에 조성된 공원에서 아침 조깅을 즐긴 후, 인근의 호텔로 들어갔다.
그날 오후.
그는 CNN 방송의 한국 지국장인 그래함과 종로 근처의 카페에서 만남을 가졌다.
그들은 커피를 음미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피터슨이 그래함에게 본론을 내뱉었다.
"한국의 강력 범죄율이 정부 발표처럼 극도로 낮은 수준인가요?"
그래함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신국은 전 세계에서 범죄율이 가장 낮은 국가가 맞습니다."
"범죄율이 낮은 이유가 뭐죠?"
"초중고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고, 준법 교육을 귀에 못이 박히게 한다고 하더군요. 거의 세뇌 수준으로요."
피터슨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준법교육을 강화한다고 해도, 범죄라는 건 타고난 본능이 좌우하는 건데... 솔직히 저는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그래함이 머리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한국인들은 준법정신을 준수하는 본능이 강합니다. 그리고 법률도 엄청 강력하죠."
"살인죄를 범하면 거의 모두 사형을 당합니다. 그리고 절도를 3번 연속으로 하거나, 경제범죄를 3번 연속으로 범할 경우에는 손과 발을 자르는 잔인한 형벌을 내리죠."
"거의 이슬람 율법 수준인가요?"
그래함이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대한신국의 법률은 이슬람 율법과 비슷한 구석이 많습니다."
피터슨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대한신국의 전체주의적인 사회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그래함이 완강하게 고개를 저으며, 그의 견해에 반박하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한국은 지난 20년 간 눈부신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지금 현재 전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 했습니다. 전 세계 최저 수준의 범죄율은 물론이고, 마약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청정국으로 명성이 자자할 정도죠."
"그리고 낮은 주택 가격과 하루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과 식당, 저렴한 물가, 초스피드 배달 시스템, 남태평양에 둘러싸인 천혜의 아름다운 환경, 낮은 의료비용 등등... 제가 지난 3년 동안 경험한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였습니다."
그래함이 한국에 대해 극찬을 쏟아낸 탓일까.
피터슨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보기에, 그래함은 한국에서의 삶에 지극히 만족하는 눈치였다.
피터슨은 이제 진짜 본론을 꺼내기로 결심했다.
그가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대한신국의 이강천 교황을 만나고 싶은데, 그 사람과 연결해 주시겠습니까?"
그래함이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쉽지 않은 일이군요. 이강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신비로운 사람이에요. 미국 대통령조차 그자를 만나는 게 어려울 지경이죠."
"그래함 씨가 그 사람과 사적인 친분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그러니 이번에 나를 한번 도와 주시죠."
"흐으음..."
그래함의 입에서 옅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러기를 잠시 후,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청와대에 문의를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함이 머리를 저으며 대꾸했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그럼 이만."
그말을 끝으로 그래함이 장내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
CNN의 서울 지국장인 그래함과 청와대 경내를 거닐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그가 조심스런 목소리로 한가지 부탁을 해왔다.
"미국에서 이름 높은 피터슨이란 사회 학자가 있습니다. 그사람이 교황님을 만나고 싶다고..."
"그자가 왜, 나를 만나려는 거죠?"
"대한신국을 20년 만에 초강대국으로 만든 비결을 알고 싶다고 하더군요."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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