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세계의 과학 독점 비밀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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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생쥐
작품등록일 :
2024.08.0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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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4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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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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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1)

DUMMY

어두컴컴한 밤. 나는 면접 초대장에 적힌 시간에 맞춰서 약속 장소로 갔다.

약속 장소인 외진 골목에는 검푸른 머리에 눈동자가 새파란 중년 사내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네가 면접 보겠다는 신입이군. 나는 웨이브라고 부르게.”


웨이브는 건성으로 자기소개하고, 마저 담배를 피웠다.


“아서입니다.”


“후- 초대장에 적힌 임무 개요는 다 외웠나?”


오늘 면접은 실전 임무형 면접이었다.


“예.”


 “읊어봐.”


“목표 아드리안 블레어, 2년 전에 금기지식-L을 얻은 것으로 추정. 연옥 학파 장로 출신. 임무 목적은 대상 및 금기지식 말소.”


나는 술술 임무 개요를 읊었다. 나름 인생 첫 면접인데 준비 좀 했지.


“잘 외웠네. 금기지식 - L이 뭔지 아나?”


“···아니요, 금기에 대해 절대 궁금해하지 말라고 적혀 있던데요.”


웨이브는 피식 웃으며 푸른 눈을 번뜩였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눈이 푸르게 번뜩였다. 마력이 안 느껴져서 무슨 원리인지 궁금했다.


“하, 개소리하지 말게. 마법사들은 다 똑같아. 금기라면 몸이 달아오르는 변태들이지.”


“저는 금기에 관심 없는데요. 그런 건 질리게 봐서요.”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는지, 웨이브는 키득거리며 웃더니 꽁초를 불이 붙은 채 입 안에 집어 던졌다.

내가 방금 뭘 본 거지? 


“아서, 지금 자네 표정을 보게. 관심이 없긴 무슨.”


“...”


당황스러워서 말이 안 나왔다. 면접 기술이 보통이 아니었다. 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서, 금기에 손을 대지 말게. 손을 대면 우리한테 반드시 걸리거든. 그럼 난 또 개 같은 면접관 노릇을 해야겠지.”


“방금은 뭐 본능적인 호기심이랄까···. 금기는 진짜 관심 없습니다. 금기는 엮이면 피곤하더라고요. 그냥 평온하게 살고 싶습니다.”


웨이브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날 바라봤다.


“하, 어디 모자라는가? 평온하게 살고 싶은 놈이 결사에 지원해?”


“그게··· 제가 쫓기고 있는 몸이라서요. 제가 이름도 못 들어본 비밀결사길래 여기 들어오면 추적을 피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자네를 추천한 사람은 그런 말 안 하던데?”


“아, 그분한테는 이것까진 말 안 했죠. 저한테 좀 불리한 내용이잖아요? 강령술사라니까 덜컥 결사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이것저것 잘해주겠다길래 알겠다고 했죠.”


“··· 이거 재밌는 놈이군. 그러면 왜 나한테는 말했지? 생각해보니까 이제라도 말해야 할 것 같았나?”


“그냥 거짓말하기 싫어서요. 거짓말도 많이 해봤는데 피곤하더라고요.”


“···면접에 붙고 싶은 건 맞고?”


“그럼요. 지금 추적자들이 한 일주일 간격 정도 떨어진 것 같은데. 지금 면접 보는 시간도 얼마나 아까운지 아세요?”


추적자들과 간격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면접에 못 붙으면 곧 따라잡힐 지경이라, 나는 무척 간절했다.

구를 대로 굴러서 긴장이 안 될 뿐이지.


“풉, 푸하하하하. 그래, 한시가 급하겠군. 임무가 끝나는 대로 합격 여부는 말해주지.”


“오, 좋네요.”


웨이브는 허공에서 검은 후드를 꺼내 내게 던졌다. 자기 것도 꺼내서 입길래 나도 따라 입었다. 모자까지 푹 눌러쓰니 어두컴컴한 밤에 완전히 녹아드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새카만 후드 좀 안 쓰나 했더니만 면접부터 바로 쓰는구먼. 이게 팔자란 건가.


“바로 움직이지.”


우리는 외진 골목을 빠져나가 교외로 향했다. 우둘투둘한 도로에 깨진 벽돌이 아무 데나 굴러다녔다.

더 나아가자 점점 교외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하게 인간의 흔적이 드물어졌다. 주변 풍경이 들판에 가까워져 갈 때쯤, 웬 3층 저택이 있었다.


“여기일세.”


거무튀튀한 암석 재질의 3층 저택은 이음선 하나 없었다.


‘통째로 녹여 지었군. 지옥불로 유명한 연옥 학파의 장로 출신이라더니···. 장로급은 혼자서는 못 이기는데.’


나는 슬쩍 웨이브를 쳐다보았다. 이 양반을 핵심 전력으로 보낸 건데···. 얼마나 강한지는 둘째치고, 정체를 모르겠단 말이지. 

마력이 안 느껴지니 마법사는 아니고, 기세로 봐서 무인도 아닌데···. 

궁금했지만 물어봤다간 쓸데없이 호기심 많다고 한 소리 들을 것 같아서 참았다.


“바로 진입하지.”


웨이브가 갑자기 담벼락 위로 순간 이동했다. 거대한 이적에도 마력 반응이 없었다.

나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빠르게 지우고 점프해서 담벼락 위에 내려앉았다.

영력으로 마당을 훑으니 별다른 낌새가 없었다.


“깨끗한데 진입할까요?”


웨이브가 손을 들어 올려 나를 막아섰다.


“적외선 센서가 깔렸네. 나한테 딱 붙어서 따라오게.”


적외선 센서? 처음 듣는 해괴망측한 말이었다. 웨이브가 담벼락을 내려가자 나도 따라붙었다.


“녀석이 습득한 금기지식-L은 빛에 대한 지식일세. 빛이랑 관련된 건 특히 조심하도록. 특히 지금처럼 안 보이는 빛은 더더욱.”


“예? 안 보이는 빛이요?”


이런, 궁금함을 못 참고 질문해버렸다.


“그런 게 있네. 아무튼 빛을 조심하도록.”


웨이브는 쌀쌀맞게 대꾸하며 건물 외벽에 다가갔다.


“3층에 사람이 한 명 있군. 음···, 목표가 맞군. 창문으로 진입하지.”


웨이브는 벽면을 ‘걸었다’. 바닥을 걷듯 평온하게.


‘하, 이건 또 뭐야.’


이제 궁금하기는커녕 무서웠다.

마법사가 미지를 무서워하다니. 망신도 이런 망신도 없었지만, 웨이브가 보여주는 이질적인 것들은 무언가··· 불길했다.



[날개를 펼쳐라, 코부스]


내가 모시는 까마귀 영(靈), 코부스의 날개가 등 뒤에서 돋아났다.

연기처럼 희뿌연 잿빛 날개를 펄럭이며 3층 창문 근처에 다다르자 웨이브가 들어간다고 손짓했다.

와장창 창문을 깨부수며 웨이브가 안으로 뛰어들고, 나도 곧바로 뛰어들었다.

바닥에 내려앉자마자 웨이브가 나를 확 잡아당겼다. 동시에 붉은 빛이 번쩍였다.

내가 있던 바닥이 시커멓게 타오르고, 뒤쪽 돌벽은 붉게 녹아내렸다.


‘범위가 좁고, 시간 지연이 있다. 일단 달라붙는다.’


나는 곧바로 날아올랐다. 이제야 방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수십 개의 볼록한 은거울로 뒤덮인 방 끝에 노인이 있었다. 수십 개의 은거울에 흐릿하게 노인과 나, 웨이브가 비쳤다.


[나와라. 죄악의 발톱이여]


투박한 나뭇대에 붕대를 감은 원시적인 흑요석 창이 내 영혼 속에서 튀어나왔다. 새카만 흑요석 날에 요사스러운 검붉은 빛이 감돌았다.

나는 작살처럼 공중에서 내리꽂히며 창을 내질렀다. 노인은 온몸에 시뻘건 불길을 뒤덮으며 창날을 쳐냈다.


[불사를지어다.]


노인을 뒤덮은 시뻘건 불길이 허물처럼 순식간에 노인에게서 떨어져 나를 덮쳤다. 아홉 갈래의 불뱀으로 갈라지며 내게 쇄도했다.


‘더럽게 세네. 못 막겠는데···.’


하지만 나는 씩 미소 지었다. 노인의 뒤편에서 웨이브가 파란빛이 일렁이는 손을 내려치고 있었으니까.

불뱀들은 순식간에 노인에게 빨려들어 다시금 몸을 뒤덮었다. 검은 불길과 웨이브의 푸른 빛이 부딪치자 충격파가 일며 둘 다 밀려났다.


“ 웬 놈들이냐!”


노인이 고함치자 웨이브는 피식 웃으며 맹수처럼 푸른 눈을 번뜩였다.

웨이브는 품에서 새카만 무언가를 꺼내더니 입 근처에 가져다 댔다.


“여기는 Code 1- WAVE. 목표 아드리안 블레어의 금기지식 - Light 습득 확인. 말소 시작.”


“하, 미치광이들이군!”


갑자기 천장에서 강한 마력 반응이 느껴졌다. 


‘뭐지?’


천장을 보자 마석이 박혀있었다. 불길한 직감과 동시에 나는 날개로 몸을 감쌌다.

붉은빛이 또다시 번쩍였다. 희뿌연 깃털들이 순식간에 불타고, 날개가 뼈대만 남아 앙상했다


‘마법진도 없이 마석으로 마법을 쓴다고? 최소한 천장을 가득 채울 거대한 마법진은 필요한데.’


동시에 노인이 내게 달려들었다. 


[지옥불의 주인이여, 너의 숨결이 곧 종언일지니.]


나는 이를 악물었다. 조금 전의 약식 주문도 버거웠는데 제대로 된 주문이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리라.

노인을 휘감은 시뻘건 불길이 새카맣게 물들더니, 노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노인의 흰자위까지 시커멓게 물들었다. 웨이브가 다급히 노인에게 달려드는 순간.


번쩍- 번쩍- 번쩍-



붉은빛이 연속으로 번쩍였다. 웨이브는 푸른 빛으로 온몸을 휘감아 막았다. 불똥이 마구 튀었다.

웨이브가 발이 묶인 사이, 노인의 주문이 완성되었다.


[경외하라. 찬미하라. 그가 내뿜는 종언을.]


시커먼 불길이 노인의 입에서 뿜어졌다. 화산이 터지듯 새카만 불길이 폭발적으로 나를 덮쳤다.


‘아, 진짜 안 되는데. 에라 모르겠다.’


나는 혀를 자를 기세로 깨물었다.

비릿한 핏물이 입을 가득 채움과 동시에 눈앞이 검게 물든다.

새카만 불길은 더욱 새카맣게, 방 안의 은거울도, 웨이브의 푸른 빛도 새카맣게 가라앉는다.

동시에 시간이 한없이 느려진다. 덮쳐오는 불길이 기어 오듯이 느리다. 

나른하면서도, 전능한 기분에 한껏 고양된 채 나긋하게 속삭인다.


[심연아, 입을 벌리거라.]


내 앞의 공간이 물방울이 떨어진 수면처럼 출렁인다.

차원의 껍질이 벗겨지고 너머의 심연이 탐욕스럽게 입을 벌린다. 잡스러운 불길은 맥없이 심연에 집어삼켜진다.

노인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뜬다. 그 모습이 참 우스꽝스럽다.

자, 이제 감히 짐에게 대항한 버러지를 징벌할 차례군.


[무저갱의 천사들아, 심판의 칼날을-]


컥- 컥- !


주문을 외우던 중에 질척한 핏물을 토하며 주저앉았다.


‘이런, 어둠에 너무 취했군.’


내가 비틀거리는 동안 웨이브가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잘했네, 아서! 회복이 필요하면 나가 있게!”


“어딜!”


노인이 내게 달려들려는 순간, 방 안의 은거울이 일제히 와장창 깨졌다. 그러자 노인이 이를 악물고 돌아서서 웨이브를 상대했다. 푸른빛과 새카만 불길이 죽일 듯이 맞닿았다.


“은거울 하나하나마다 천장의 빛을 어디로 반사할지 외워놓고, 은거울을 이용해 붉은빛을 쏘더군! 천장에 마력석은 광학 기술로 마법진을 미세 세공한 거고! 광학 기술을 그렇게 무식하게밖에 못 쓰나!”


“닥쳐라!”


둘이 격렬하게 싸우는 동안, 나는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아무런 충격도, 소음도 없었다.

불길한 징조였다. 뼈와 살이 어둠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미 온몸이 새카만 연기처럼 흐릿했다.


적당히 건물에서 멀어지고, 옷을 찢어 맨살을 드러냈다.

손에 흥건한 피로 심장 위에 까마귀가 뱀을 몰이해 허물 속으로 집어넣는 문양을 그렸다.

뱀은 어둠을, 허물은 어둠을 봉인할 그릇을, 까마귀는 내가 모시는 영이자 뱀을 강제로 밀어 넣을 심판자를 뜻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까마귀가 뱀을 밀어 넣을 힘이 없어.’


까마귀 영의 힘이 부족해 어둠을 꺼냈으니 당연한 얘기였다. 

나는 창을 역수로 잡고 왼쪽 갈비뼈 아랫부분을 겨눴다. 

왼쪽 갈비뼈 아래에서 올려 찌르면 심장이 닿는다. 이런 흉악한 지식을 아는 나 자신이 싫었지만 망설임 없이 올려 찔렀다.


컥-!


피를 왈칵 쏟으며 나는 주문을 외웠다.


[뱀을 심판하라, 코부스]


까악-! 까악-! 


까마귀 울음소리와 함께 희뿌연 날개가 수많은 깃털로 흩어지며 내 몸속으로 들어갔다.

깃털이 손끝, 발끝부터 어둠을 몰아내며 심장으로 밀어 넣는 게 느껴졌다.

어둠의 본거지인 심장에 까마귀 영의 창을 찔러놨으니 어둠은 저항하지 못했다.

어둠이 봉인되자, 창이 스르륵 다시 내 영혼 안으로 녹아들었다.


그대로 드러누워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반쯤 잘렸던 혓바닥과 심장을 찌른 상처가 서서히 아물었다.


‘빌어먹을. 다시는 이 짓거리 안 하겠다고 맹세했는데.’ 


대충 상처가 아물자, 누더기 같은 몸을 질질 끌고 건물로 다가갔다. 


‘뭐야, 어디 갔지?’


건물에서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날아서 3층에 들어가 보니 안쪽은 온통 난장판이고, 아무도 없었다.

대신 바닥에는 3층에서 지하실이 훤히 보이는 구멍이 나 있었다.


‘구멍에 탄 자국이 전혀 없고, 절단면이 깔끔해.’


노인이 아니라 웨이브가 뚫은 구멍 같았다. 아마 바로 지하로 내려가기 위해 뚫은 거겠지.


‘내려가 봐야겠어.’


지하실에 내려앉자 바닥 나무판이 통째로 드러나 있고, 사람이 지나다닐 만한 굴이 뚫려있었다. 나무판을 도려낸 흔적도 웨이브의 그것 같았다.

대충 노인이 도망치고 웨이브가 쫓는 상황인가.


‘어쩔 수 없군.’


나는 비틀거리며 굴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면접 한 번 보기 더럽게 힘들군.’



* * *



웨이브는 어두컴컴한 굴속을 느긋하게 걸었다. 산책 나온 듯이 나른하게 담배에 불을 붙이자 푸른 눈이 번쩍였다.


“역시 신입 면접은 할 짓이 못 돼. 광학도 제대로 못 다루는 피라미를 상대론 밀리는 연기를 하기도 힘들단 말이지.”


Code 1- WAVE. 옛 고어로 파동을 뜻하는 이름처럼, 그는 파동을 다뤘다.


파동이란 크게 빛과 소리를 비롯한 물리적인 진동으로 나뉘었다. 노인이 얻은 광학 지식도 파동의 범주에 속했다. 웨이브에게 이번 임무가 내려온 이유였다.


어두컴컴한 굴속이었지만 전파, 적외선, x선 등 보이지 않는 빛들과 박쥐가 굴에서 애용하는 초음파 등 그에게 굴속을 알려줄 파동은 넘쳐났다.

멀리 떨어진 아서의 발걸음이 만들어낸 진동까지 내장된 보조 연산 컴퓨터에 전해지며 3차원 위치 정보로 변환됐다.


“신입이 이제야 굴에 들어왔군. 쯧, 요즘 것들은 너무 뭉그적거린단 말이야. 반면, 늙은이는··· 이야, 멀리도 도망쳤군. 이젠 슬슬 잡으러 가야겠군.”


웨이브는 꽁초를 삼키고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더니 한순간에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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