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세계의 과학 독점 비밀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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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생쥐
작품등록일 :
2024.08.03 15:44
최근연재일 :
2024.08.04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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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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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완)

DUMMY

“합격이라니 기쁘네요···.”


“···전혀 그래 보이지 않네만?”


“지금 당장 쓰러질 것 같거든요.”


긴장이 풀리니 머리가 멍하고 눈앞이 뿌옜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이었다.


“저런, 조금만 기다리게. 여기는 Code1- WAVE, 대상 말소 완료. 동부지부로 귀환 요망.”


웨이브가 통신기에 대고 말하자 잠시 후에 공간이 요동치며 어떤 건물 안과 이어진 포탈이 생겼다.

원격 공간이동 포탈? 헛것이 보이나.


‘이젠 모르겠다···.’


우리 둘 다 포탈 너머의 건물로 넘어가자 포탈이 스르륵 소멸했다.

건물은 고급스럽고 번듯했다. 양쪽에 복도가 길게 늘어서 있고, 계단이 보였다.


‘고급 호텔 같군.’


“흠, 일단 치료부터 해야겠군?”


“그냥 며칠 쉬면 나을 겁니다.”


밤중에 제대로 된 치료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평범한 몸은 아니라서 며칠 쉬면 낫는 게 다행이었다.


“튼튼하니 좋군. 하지만 며칠씩이나 고생할 필요 없네. 따라오게.”


웨이브를 따라 부드러운 양털 카펫이 깔린 복도를 걷던 중, 웨이브가 의료실이라고 적힌 방문을 열었다.

밤중에도 의료 인력이 상주하는 건가? 치료 마법사, 최소한 의사나 약제사라도 있으면 좋지. 


“···아무도 없는데요?”


“아, 무슨 생각 했는지 알겠군. 이 캡슐이 치료해줄걸세.”


웨이브가 온갖 얇은 관이 꽂힌 유리관 같은 것을 가리켰다. 웨이브가 버튼을 누르자 유리관이 열렸다.


“들어가서 가만히 있게.”


내가 들어가 눕자 웨이브가 코와 턱에 뭔가를 씌웠다. 


“산소 호흡기네. 안에서 푹 자고 일어나면 되네.”


웨이브가 유리관을 닫자 녹색 액체가 차올랐다. 녹색 액체의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 속에서 눈을 감자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꿈을 꾸었다. 가장 행복한 기억이 꿈에 나왔다.


뜨거운 햇빛 아래서 벽돌을 가득 날랐다. 시야가 뿌옇고 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 

비틀비틀 벽돌을 나르던 내게 감독관이 채찍질했다.

불에 타는 듯한 통증에 넘어졌다. 메고 있던 벽돌이 와르르 쏟아졌다.

몸을 일으킬 힘이 없었다.


‘이제 죽는구나’ 


눈을 감고 편해질 준비를 했더니,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고 누가 막 소리를 질렀다.

엉덩이 무거운 감독관이 다급히 뭐라 뭐라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해 간신히 눈을 떴을 때.


“너, 이름이 무엇이냐.”


새하얀 한 소녀가 나를 보고 있었다.

소녀는 값비싸고 특별한 의복을 갖추고 있었으나, 거기까지 생각할 정신이 없었다.

그저 소녀가 참 예쁘다는 단순한 생각만 들었다.


“내 이름은-”


삑- 삑- 삑-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다. 오랜만에 꾸는 행복한 꿈이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의 달, 꿈에서라도 그대를 봐서 기뻐.’


눈을 뜨니 초록색 액체는 사라졌고, 유리관이 열려 있었다.


“끝났으면 나오게.”


웨이브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통신기를 내게 쥐여줬다. 


“자, 마지막 입단 절차라네. New access trial. Call Code 0 - record.”


“이건 왜-”


말을 마치기도 전에 주변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의무실과 웨이브가 사라지고 온통 흰색만 가득한 공간이 하늘처럼 끝이 안 보이게 탁 트여 있었다. 

한 점의 티끌도 없는 백색 세계의 중심에는 새하얀 소년인지 소녀인지 구분하기 힘든 중성적인 무언가가 떠 있었다.

대리석 조각상처럼 머리카락, 눈동자, 입술마저 완벽히 순백이었다.


“반갑습니다, 아서. 저는 결사 Enlightened Hunt의 관리자 레코드입니다. 최종 면담을 위해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여긴··· 심상 세계인가요?”


“비슷합니다. 정확히는 정신 네트워크 서버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레코드는 친절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몹시 꺼림칙했다.


‘정신공간이, 심지어 본체도 이렇게 새하얗기만 하다고···?’


“최종면담은 마지막으로 당신을 심사하는 자리입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금기를 지키는 것입니다. 당신은 웨이브의 고약한 장난을 통해 결백을 증명했죠. 하지만 방심은 마시길, 금기는 언제든 당신을 유혹할 테니.”


고약한 장난이라면 죽은 척하고 날 지켜봤던 걸 말하는 거겠지. 


“웨이브도 병적으로 경고하던데···, 변절자가 많은가 보군요?”


“자주 있지는 않은데, 하나같이 마법사더군요. 아서도 강령술사니까 하는 말입니다. 부디 서로를 위해 배신하지 마세요.”


“···명심하겠습니다.”


“금기에 대한 주의사항은 여기까지 하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임무 중에 사용한 고위 어둠 주문, 어떻게 사용한 겁니까?”


어쩐지, 강령술사가 고위 어둠 주문을 부렸는데 왜 안 물어보나 싶었다.


“추천인이 결사와 단원은 상하 관계가 아니라 협력 관계라고 들었습니다. 단원은 임무를 수행하고, 결사는 그에 보상하는 거래 관계일 뿐이라고. 그러니 어둠 주문에 관련된 것을 밝힐 의무는 없는 것 같군요.”


“맞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강령술사여서 결사에 초대받았습니다. 영혼을 부리는 능력은 조사 임무에 큰 도움이 되거든요. 그런데 암흑술사였다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나는 머리를 굴렸다. 내 안의 어둠에 대해선 절대 밝혀선 안 됐다. 무슨 일이 있어도.

원래는 소모성 유물을 사용했다고 둘러대려 했다.

심장에 깊이 봉인된 어둠은 무슨 수를 써도 흔적을 찾을 수 없을 테니, 소모성 유물을 써서 이젠 없다고 둘러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레코드의 새하얀 눈동자를 보니··· 어딘가 불길했다.

굳이 정신공간에서 면담하는 이유도 의심스러웠다. 


“나는 강령술사가 맞습니다. 암흑술사가 아니니 걱정할 것 없습니다.”


결국 나는 거짓말도, 진실도 말하지 않았다.


“그렇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조금 빠진 부분이 있군요. 이제는 암흑술사가 아니라고 해야 맞는 말이겠죠.”


“그게 무슨-”


레코드가 내 뒤편을 가리켰다.

뒤편을 보자 음울한 잿빛 하늘 아래 까마귀들로 뒤덮인 산이 보였다. 빈틈 하나 없이 까마귀들로 뒤덮인 산은 마구 들썩였다.

등골이 얼음처럼 서늘했다. 이곳은 내 심상 세계, 내 모든 게 그대로 드러난 표상이었다.


“음흉하게 처음부터 들여다보고 있었군.”


존댓말도, 겸손하게 미소 짓던 가면도 집어치웠다. 

가면 안에 감쳐두었던 본모습이 드러났다.


“죄송하지만 당신에게 뒤돌아보지 말라고 암시를 걸고, 당신의 정신세계를 살폈습니다. 그런데 저 산의 들썩임이 묘하더군요. 마치 밑에 깔린 뭔가가 나오려고 들썩이는 것 같아요. 혹시 이번에 부렸던 고위 어둠일까요?”


레코드는 음흉하게 눈을 번뜩였다. 구분되지 않는 새하얀 눈동자와 눈자위가 소름 끼쳤다.

나는 쓰게 웃었다. 아무래도 평온하게 살 팔자는 아닌 것 같았다.

궁지에 몰리면 물어뜯을 생각밖에 안 드니.


산을 뒤덮은 까마귀들이 일제히 고개를 치켜들었다.

셀 수 없이 많은 까마귀가 한 몸처럼 정확히 동시에 우짖었다. 거대한 하나의 까마귀가 우짖듯이.

그러자 순백의 세계와 맞닿은 잿빛 세계가 순백의 세계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백지에 잿빛 물감을 부은 듯이 모든 공간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잿빛 세계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조그맣게 우그러든 순백 세계의 레코드를 노려보았다.


“내 과거를 직면할 각오는 됐나?”


녀석은 음흉하게 미소 지었다.


“과연, 암흑을 봉인했어도 고위 술사로서 격은 그대로라는 건가요. 격이 전부인 심상 세계에서는 무서울 게 없겠어요. 하지만, 상관의 체면을 뭉개면 안 되죠.”


녀석이 손을 튕기자 우그러들었던 순백의 세계가 순식간에 덩치를 불렸다. 웅크린 곰이 기지개를 켜듯 순식간에 잿빛 세계를 밀어냈다.

까마귀들이 제각각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내가 이를 악물고 저항했지만, 순백의 세계를 막을 수 없었다.


“부하의 체면을 뭉개는 것도 도리는 아니니 여기까지만 하죠.”


순백의 세계는 정확히 빼앗겼던 공간만 되찾고 멈췄다.

나는 허탈하게 한숨을 내뱉었다.


‘하, 이런 괴물이 잘도 숨어 있었군.’


녀석의 흰 눈이 또렷하게 나를 노려보았다.


“결사는 당신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습니다. 과거도, 본명도 궁금하지 않아요. 그러니 당신도 당신의 문제에 결사를 끌어들이지 마세요. 결사와 단원은 그저 거래관계인 게 가장 좋습니다. 당신을 숨겨주겠지만, 그 대가를 받을 것이며 더 이상 돕지 않을 겁니다. 받아들이겠습니까?”


나를 압박하던 것 치곤 조건이 합리적이었다. 


‘이럴 거면 왜 압박한 거지? 신입 기강 좀 잡으려고 했던 건가?’


어쨌든 만족스러운 조건이었다. 나는 겸손하게 미소 짓는 가면을 다시 착용했다.


“···좋습니다. 나도 ‘아서’라는 단원으로서 결사에 해를 끼칠 생각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암흑술사였다는 사실은 웨이브와 당신 그리고 윗선만 알아야 합니다.”


갑자기 레코드가 마구 웃었다.


“풉, 푸하하하하. 윗선이요? 보나 마나 웨이브가 설명을 빼먹었군요. 나와 웨이브가 가장 윗선입니다. 나와 웨이브를 포함한 11개의 눈이 결사의 가장 윗선이지요. 아서, 당신이 암흑술사였다는 정보는 11개의 눈만 알고 있겠습니다. 곧 만나게 될 동부 지부장도 이 사실은 모르니 안심하세요.” 


“···좋습니다.”


“그럼 이만.”


새하얀 세계가 순식간에 없어지며 현실로 돌아왔다. 정신 네트워크 서버로 불려가기 전처럼 웨이브가 앞에 서 있었다.


“레코드와 면담은 잘 마쳤군.”


“예.”


“영혼이 쏙 빠진 표정이군. 신입이 레코드와 면담하고 나면 다들 그런 표정이지. 녀석은 속을 들여다보는 괴물 같은 놈이지. 금기에 손을 대면 무조건 놈에게 걸리니 애초에 손도 대지 말게.”


“명심하겠습니다.”


신입은 반드시 레코드와 면담하는 것 같았다.

결사를 지배하는 11명 중 하나라는 양반이 굳이 신입을 심상 세계로 불러내서 면담을 한다라···.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과시하는 거군. 자기에게 들킬까 무서워서 감히 금기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내 역린인 과거 정체를 쿡쿡 찌른 것도 속을 꿰뚫어 볼 수 있다고 과시하기 위해서일 뿐.

진짜 목적은 금기에 손을 대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리라.


‘아무튼 고위 암흑술사였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군.’


내 정체를 눈치챘다면 고작 금기 따위를 걱정하진 않았을 테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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