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세계의 과학 독점 비밀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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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생쥐
작품등록일 :
2024.08.0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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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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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2)

DUMMY

아주 미세한 시간 차이로 사라졌던 웨이브는 노인 앞에 나타났다. 웨이브는 새로운 담배에 불을 지폈다.


“이야, 어르신이 체력도 좋군.”


“애송이 강령술사 따위가 갑자기 심연을 부리는 걸 봐서 그런가, 헛것이 보이는군.”


말과 달리 노인은 발밑에서 불길을 피워올리며 웨이브를 경계했다.


“헛것이라니? 나는 여기 있네만.”


“하, 허상이 아니군. 오늘 불가능한 걸 참 많이도 보는군···.”


웨이브는 입맛을 다셨다. 공간이동은 마법적으로 가능하다. 그렇다면 노인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건···.


‘알아본 건가? 피라미가 아니라 월척이었나?“


“뭐가 그렇게 불가능한가? 나도 좀 알려주게.”


“···인간이 빛이 되었다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다니! 개소리! 무슨 속임수를 쓴 거냐!”


노인은 돌연 눈을 부라리며 고함을 질렀다. 목에 핏대가 서고, 눈이 충혈된 게 미친 사람 같았다.

웨이브는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월척이었다.

노인의 말대로 그는 몸을 안 보이는 빛으로 바꿔 광속으로 이곳으로 이동해 왔다. 

노인은 다시 불길로 온몸을 휘감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무슨 속임수를 썼는지 당장 털어놓아라! 물질과 빛의 경계가 명확하거늘 인간이 빛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인간이 되었다고? 개소리하지 마라!”


웨이브 손에 불안정하게 마구 떨리는 보랏빛이 휘감겼다. 보랏빛과 노인의 불길이 맞닿자 노인은 무참히 벽으로 튕겨 나갔다. 웨이브는 강한 진동을 발산해 벽에 처박힌 노인에게서 불길을 걷어냈다.

웨이브의 푸른 눈이 맹수처럼 번뜩였다.


“저런, 왜 현실을 부정하는가. 아주, 제대로, 봤는데.”


“개소리! 그럴 리가 없어!”


노인은 끔찍한 사실에 절규했다. 이것은 사실일 수 없었다. 사실이어선 안 됐다.

인간이 어찌 빛으로 변한단 말인가. 물질이, 영혼이 전부 빛으로 변한다니! 심지어 되돌아올 수도 있다니!

노인의 지식뿐만 아니라 신념을, 일생을 부정하는 결과였다.

마도사로서, 빛의 연구자로서 죽음보다 더한 치욕이었다.


“진짜라니까.”


“그래, 사실일 리 없어. 사실이 아니게 해야 해. 그래, 그래야지.”


노인은 미친 사람처럼 희번덕거리며 주문을 외웠다.


<바친다>


<나의 육신을>


<이름을>


<영혼을>


<지옥불의 주인에게 내 모든 것을 바친다.>


차르르르-


땅에서 새카만 쇠사슬이 돋아났다. 쇠사슬들은 노인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양 손목과 손발을 묶고 땅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노인은 지옥으로 끌려들어 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웨이브를 증오스럽게 노려보았다.


노인이 삼켜진 자리에서 수십, 수백개의 사슬이 돋아났다. 시커먼 불길이 이글거리는 사슬들은 서로 엮이며 거대한 오망성 진을 그렸다.


웨이브는 인상을 찌푸렸다.


‘금기지식을 유포한 놈을 부르게 하려고 도발한 건데. 일이 많이 잘못됐군.’


진에서 폭발적으로 시커먼 불길이 터져 나오더니 점점 형태가 안정되며 뿔 달린 황소 머리를 한 반인반수의 모습이 되었다.

거대한 반인반수가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 굴이 부서지듯 넓혀졌다. 잿가루와 흙먼지, 연기가 거체를 뿌옇게 가렸다.


[아, 역겨운 중경계의 공기로구나. 전부 불태워주마!]


지옥의 지배자. 무지한 자들이 부르는 말로는 악마, 바르바토스가 희열에 가득 차 울부짖었다.

바르바토스의 눈길이 웨이브를 향했다. 웨이브의 시점에선 뿌연 연기 너머로 거대한 그림자와 핏빛 안광만 선명했다.


[너로구나. 제물의 소원이]


악마가 발을 구르며 웨이브에게 달려들었다. 

굴이 무너질 듯이 울리며, 순식간에 웨이브의 눈앞이 온통 새카매졌다.




* * *



반쯤 시체 같은 몸으로 헉헉대며 굴속을 뛰던 중, 굴이 지진 난 듯이 울렸다.


‘무슨 일이지? 웨이브와 노인이 다시 맞붙은 건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계속 지진 난 듯이 굴이 울렸다.

어느새 매캐한 탄내가 코를 쑤셨다. 노인의 흔적이 분명했다. 

탄내가 점점 짙어져 코가 마비될 것 같을 때쯤, 무너질 듯이 울리던 굴속이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웨이브가 이긴 건가?’


만약 아니라면, 이 너머에는 노인이 있겠지···. 잠깐 고민한 뒤에 나는 그대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아무래도 웨이브가 이겼을 확률이 높았다. 저택 안에서는 웨이브가 대충 싸우는 기색이 짙었다.

나름 숨기려 했지만, 닳고 닳은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날 시험해보기 위해서였겠지.’


이제는 연기가 자욱해서 한 치 앞도 안 보였다. 흩날리는 잿가루와 흙먼지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마력에 나는 발을 멈췄다.


‘노인이 부렸던 검은 불의 마력과 다르지만 비슷해. 훨씬 짙어···, 소름 돋을 정도로.’


노인의 마력일 리 없었다. 노인이 보여줬던 마력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이런 마력을 부린다면 진작에 내가 죽었겠지.

생각하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면 무언가 놓친 게 있다는 뜻.

연옥 학파의 검은 불과 비슷하지만, 훨씬 짙은 마력··· 설마?


연옥 학파의 마도사는 지옥의 존재들과 계약을 맺는다. 

기껏해야 죄수, 잘해봐야 간수와 계약하는 게 고작이지만, 아주 가끔 지옥의 지배자들과 계약을 맺는 데 성공하는 마도사가 있다.


‘설마, 아니 그래도··· 이 정도로 짙은 마력은 악마가 아니면···’


악마, 지옥을 다스리는 반신. 영원토록 존재했고, 영원토록 존재할 존재.

이렇게 짙은 마력은 악마가 현신한 게 아니면 불가능했다.


‘악마 계약자인 건 그럴 수 있다 쳐. 그런데 대체 왜 모든 걸 바친 거지? 영원토록 지옥에서 불타느니 그냥 죽는 게 낫지!’


나는 불안한 마음을 억지로 다잡으며 뿌연 연기로 들어갈지 고민했다.

면접관이 온갖 해괴망측한 재주를 부렸지만, 악마가 개입됐다면 얘기가 달랐다.


‘그래도 노인 한 명을 제물로는 온전히 현신하진 못했겠지만···. ’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고민 끝에 나는 연기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정말 악마가 현신한 거라면 웨이브는 아마 죽었으리라. 하지만 앞으로 가야만 했다.


‘어차피 웨이브가 죽었어도 결사가 현장을 조사하러 올 거야. 도망쳐봐야 결사가 쫓을 테고, 이 몸 상태로는 잡혀서 고문당하고 죽겠지. 차라리 악마가 현신했다는 내 추측이 틀렸길···. ’


살짝 엿본 결사의 능력은 어마어마했다. 왜 이런 조직이 비밀로 숨어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그러면서도 이렇게나 강력한 조직이 비밀로 숨어있을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이 압도적이었다.


‘그래, 나름대로 결사에서도 높은 사람인 것 같던데···, 이기진 못하더라도 무슨 방법을 썼을지도···. 제발.’


연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굴이 점점 무너져있었다. 무너진 흙더미를 넘어가던 중.


“이런 미친.”


완전히 무너져내려 막힌 부분에 다다르자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웨이브가 피범벅이 된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시체를 보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을 뻔했다.

웨이브가 죽었다면 악마가···. 나는 혹시 악마의 시체가 있나 두리번거렸지만,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이 좁은 굴 안에서, 그것도 완전히 막힌 굴에서 오는 동안 안 마주쳤다는 건···.’


직감이 불길한 비명을 질렀다. 나는 본능적으로 바닥을 굴렀다.


번쩍-


익숙한 붉은빛이 번쩍임과 동시에 서 있던 자리가 새카맣게 그을렸다.


‘노인의 붉은 빛? 악마가 강림한 게 아니었나? 아무튼 전보다 위력도 약하고, 딜레이도 길다. 놈도 상태가 심각한 게 분명해!’ 


나는 붉은빛이 번뜩인 쪽으로 달려들었다. 나도 몸 상태가 심각했지만, 이판사판이었다.

또다시 붉은 빛이 번뜩였지만, 영적인 감각으로 붉은빛이 번쩍이기 직전에 전조를 느낀 덕에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거리를 좁혔다.


‘이 정도 거리에서 불을 안 쓰고, 붉은빛만 쓴다는 건 거의 반 시체나 다름없다는 뜻!’


나는 그대로 달려들어 연기 저편에 있는 사람의 실루엣을 향해 날아올랐다. 붉은빛이 번뜩인다는 전조가 느껴졌지만 난 그대로 창을 찔렀다.


[감싸라! 코부스!]


번쩍-


붉은빛이 번뜩임과 동시에 잿빛 날개가 나를 감쌌다.

깃털 수백 개가 어마어마한 열기를 막아내며 순식간에 불타 없어지는 동안, 나는 창으로 상대 목뼈를 끊었다.

시체의 얼굴이 노인의 얼굴인 것을 확인하자 몸에 긴장이 확 풀렸다. 


“콜록- 콜록- ”


기침에 핏물이 새어 나왔다. 끔찍한 몸 상태로 무리한 탓이었다.


“킥, 크크, 큭.”


몸이 부서질 듯이 아팠지만 나는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죽은 위기에서 살아남았다는 고양감은 겪어봐야만 무슨 기분인지 알 수 있었다.


‘이런 느낌도 오래간만이군.’


잠깐 숨을 고르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굴이 하도 울렸으니 지진으로 착각한 조사원이나, 마수의 소행으로 착각한 기사들이 올 확률이 높았다.


“하, 근데 이걸 어떻게 정리하지.”


면접에서 감독관이 죽었다.

더럽게 재수 없는 건 둘째치고, 견습이 이런 돌발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알 리가 없었다.

고민하던 중에 노인의 시체 옆에 제법 커다란 보자기가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챙긴 거면 매우 중요한 물건일 테고···, 금기지식과 관련된 것일 확률이 높았다.

얽히면 피곤해질라. 괜히 건드리지 말자. 그래, 그래···야 하나?

몹쓸 호기심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웨이브가 부리던 해괴망측한 묘기와 노인의 붉은 빛이 궁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특히 마석에 마법진을 미세하게 세공한 기술이 궁금했다.

한 번 보고 돌려놓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대단하다는 금기지식인데? 


‘정신 차려. 결사가 머저리들만 모인 집단도 아니고 무조건 걸린다.’


나는 고개를 마구 저으며 웨이브의 시체에 다가갔다.

생각해보니 웨이브가 품속에서 새카만 무언가를 꺼내 본부와 통신하는 듯했다. 

품속을 뒤져보니 통신기는 외투 안 주머니에 있었다. 어떻게 쓰는지 몰라 이것저것 해보던 순간.


턱-


시체가 내 팔을 붙잡았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뒤로 넘어졌다.

창백한 시체가 눈을 뜨고 똑똑히 쳐다보고 있었다! 

해쓱한 얼굴이 갑자기 혈색 도는 건강한 얼굴로 변하더니 씩 미소를 지었다.


“뭘 보나. 홀로그램 분장 처음 보나? 축하하네, 합격일세.”


웨이브는 짝짝짝 손뼉 치며 몸을 일으켰다. 


“... 도대체 뭡니까, 이게?”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 심장이 터질 듯이 펄떡거렸다.


“뭐긴 뭐겠나. 진작에 악마 때려잡고, 죽은 척하면서 자네가 금기지식 갖고 튀나, 안 튀나 지켜본 거지. 방금 죽인 노인네도 내가 만든 허상일세. 진짜는 지옥으로 끌려갔지.”


“찌르는 감각이 있었는데···"


웨이브는 귀찮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리며 겉옷을 탁탁 털었다.


“그거야 홀로그램 환상인데, 찌를 때만 내가 창에 반동 좀 준 거 아니겠나. 파동이 이렇게 쓸모가 다양하다네.”


내가 황당하게 쳐다보자 웨이브는 처음으로 온화하게 웃으며 어깨를 툭툭 쳤다.


“결사, Enlightened hunt에 입단한 걸 축하하네, 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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