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계 VVVIP의 탑 등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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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4.08.0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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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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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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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 4대 속성 정령 (1)

DUMMY

저주의 정령이 소환된 지 벌써 2주.


악령을 흡수하는 모습은 처음엔 꺼림칙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졌다.


다만, 딱 하나 익숙해지지 않는 게 있었다.


악령을 흡수할수록 늘어나는 못의 수.

보는 유진이 다 아플 정도였다.


“그거 안 아파요?”


다행히 이런 유진의 걱정은 기우였다.


-괜찮사옵니다. 주인이시여. 이 못은 실제로 제게 박히는 게 아니옵니다. 관념적인 모습일 뿐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그러니까 번개의 정령님이 전기를 먹으면 ‘파지직’하는 거랑 비슷하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저의 힘이 쌓이는 것뿐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유진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렇게 저주의 정령이 악령을 흡수하는 동안, 유진 또한 바쁘게 움직였다.


“푸하!”


수영장에서 수영하기도 하고.


“와. 이건 진짜 영화관이 따로 없네.”


개인용 영화관처럼 꾸며진 곳에서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너튜브까지 보고.


“매트리스를 좋은 거 사야 한다는 이유가 있었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한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하기도 했다.


이렇게 바쁘게 지내다 보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우우웅-. 우우웅-.


유진에게 걸려 온 전화 한 통.


<아부지>


바로, 아버지의 전화였다.


=유진! 너 어디야!


평소와는 다른 목소리.

유진은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이 잡혔다.


‘아. 집에 가셨었나 보네.’


이미 이사해서 빈집에 들리신 게 분명했다.


“정신이 없어서 연락드린다는 걸 깜빡했어요. 별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유진은 다급하게 괜찮다고 말했지만-.


=너 어디냐고!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들. 고민이 있으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전화하라고 했잖아. 다 정리하기 전에 전화했어야지!


유진과 아버지의 마지막 통화는 꽤 의미심장했었다. 덕분에 뭔가 오해가 생긴 모양이었다.


이 모든 상황을 수습할 방법은 하나뿐.


“저 등반자 됐습니다.”

=······뭐?

“계약금으로 강남에 빌딩 받았습니다.”

=······.

“이사도 등반청에서 집을 줘서 한 거예요.”


폭풍처럼 핵심만 쏙쏙 골라 말했다.

별말 없으신 걸 보니, 작전이 통한 모양.


유진은 평생에 꼭 한번은 해보고 싶던 말을 자신감 있게 꺼냈다.


“아부지. 이제 저만 믿으세요.”


너무 감동해서 우시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돌아왔다.


=아들. 병원 가자.

“예?”

=그렇게 힘들면 말했어야지.

“······.”


와. 이렇게 눈곱만큼도 안 믿으신다고?


“아부지. 아들 섭섭합니다. 농담 아니고 진짜예요.”


그 뒤로도 한참이나 해명한 끝에 아버지도 이게 단순한 농담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다만-.


=그래서 어디까지가 진짠데?


여전히 전부 믿진 못하셨다.


집으로 아버지를 모시는 게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곤란했다.


집 지하에 쌓여 있는 범죄 증거품들.


‘이건 또 어떻게 설명하냐고.’


설명한다고 해도 걱정하실 게 분명했다.

잠시 고민하던 유진은 해결책을 찾았다.


“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줄 사람을 보낼게요. 안 그래도 건물 관련 서류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것 좀 대신해 주세요.”


만능 해결사 강차장.

그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다.


덤으로, 서류 문제도 아버지가 대신 해줄 테니 일거양득이었다.


다만, 아버지는 유진의 상상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너 이 새끼 보이스피싱이지!?


그 기가 막힌 말에 유진은 결국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아빠! 쫌!”


오랜만에 튀어나온 ‘아빠’란 단어에 아버지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알았다. 알았어. 아무튼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다. 아들.

“예. 농담 좀 보태면 요즘 온 세상이 저한테 뭘 못 퍼줘서 난리인 기분이에요.”

=녀석 쉰 소리는.


아니. 진짠데.


유진은 괜한 설명을 덧붙이는 대신.


“진짜 사람 보낼게요. 아마 바로 연락 갈 거예요.”

=그래. 알았다. 밥 잘 챙겨 먹고.

“예. 아버지도 식사 챙겨 드세요.”


유진은 전화를 끊자마자 곧장 강차장에게 연락했고.


=예. 상황을 이해했습니다. 바로 찾아뵙고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강차장은 찰떡같이 이해하고 움직였다.


그렇게 집안의 평화가 다시금 찾아왔다.

하지만 이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며칠 뒤.


-주인이시여. 문제가 생겼나이다. 증거품이 오지 않습니다.

“······예?”


증거품 보급이 끊긴 이유는 간단했다.


“와. 이건 생각도 못 했네. 떨어졌다는데요?”


범죄는 끝이 없지만, 증거품엔 끝이 있었다.


강차장이 알아보고 있다고 했으니 보내긴 하겠지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아. 이러면 나가린데.”


유진은 아직 4대 속성 정령을 소환하지 못했다.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다들 이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


검가(劍家)의 주인 최백호.

그는 심각한 얼굴로 서류를 보고 있었다.


검경에서 보낸 증거품 분출 서류.


서류에 의하면 막대한 양의 증거품들이 어딘가로 옮겨지고 있었다.


이 증거품이 향한 곳이 어디일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아니. 애초에 누구에게 전달될지 알고 있기에 이 서류를 구한 것이었다.


심지어 증거품들이 어떻게 쓰일지도 대충 예상했다.


“질을 전혀 따지지 않고 이렇게나 많은 양을 원한다는 건······.”


양을 합쳐 질을 높일 방법이 있다는 뜻.

다만, 노인에겐 위태롭게만 보였다.


“너무 조급하구나. 사특한 물건은 필히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 것을.”


불길한 물건엔 불길한 일이 생긴다.


이건 미신 따위가 아니었다.

경험을 통해 배운 지혜였다.


“흠. 아무래도 안 되겠군.”


손자사위가 되어 검가를 이어 받아 차기 가주가 될지도 모르는 유진에게 문제가 생겨선 안 될 일이었다.


노인은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이런 문제의 스페셜리스트이자,


불길한 물건이 불길한 일을 불러온다는 걸 깨닫게 해준 장본인이며,


노인처럼 무형 문화재에 등록된 장인.


“조여사. 나일세.”


대무당 조복순.

바로 그녀가 이 일을 도와줄 사람이었다.


***


조복순에게 오늘은 여러 가지 의미로 놀라운 날이었다.


=도와주게. 내 이 빚은 잊지 않겠네.


검가의 꼬장꼬장한 늙은이가 고개를 숙여 부탁해 온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이건 고작해야 시작일 뿐이었다.


그다음엔 더 놀라운 일이 이어졌다.


=자네도 보았던 그 목검으로 검가의 검을 펼친 아일세. 아마도 물건의 역사와 힘을 다룰 수 있는 것 같네.


신령이 깃든 물건을 사용해 힘을 빌려오는 건 대무당의 재능이었다.


문제는 저렇게나 완벽하게 힘을 빌려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기껏해야 단편적인 지식이나 정보를 얻는 게 고작이었다.


사실상 자신을 뛰어넘는 재능을 가진 아이가 나타났단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놀라운 소식은 이내 최악의 소식으로 변화했다.


=그 아이가 범죄에 사용된 증거품들을 긁어모으고 있다네.


그런 뛰어난 아이가 자신과 똑같은 실수를 범하고 있었다.


신령과 비교하면 악령이 깃든 물건은 다루기 쉬웠다. 게다가 처음에는 위험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모든 실수는 그 오만한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무모한 아이는 아니니 괜찮다고 판단하고 일을 벌였겠지만, 젊을 땐 자신을 과신하는 법이지.


역시나 생각대로였다.


그렇다면 그 아이가 하고 있을 일 또한 쉽게 예상이 됐다.


악령을 모아 더 강한 악령을 만드는 것.


심지어 자신의 재능을 뛰어넘는 이가 작정하고 악령을 하나로 모은다면 최악의 일이 벌어진다.


깃들어있던 물건에서 벗어나 인간의 몸에 깃들 수 있게 된다. 이건 단순한 빙의같은 게 아니었다.


동화(同化).

악령과 인간이 하나가 된다.


만약 대무당인 자신을 뛰어넘는 그 아이에게 악령이 깃들어 동화된다면?


=진짜 말 그대로 재앙이 일어나겠군.


그녀는 부적이 덕지덕지 붙은 상자를 꺼내 챙겼다.


과거의 실수이자, 잘못이며, 후회.

하지만 지금은 그 아이를 구할 희망이다.


그녀는 상자를 안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 아이를 만나러 가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검가의 늙은이와 헬기를 타고 오니 금방이었다.


“눈이 좋은 아이야. 좋은 터에 자리 잡았어.”


아이의 뛰어난 재능은 집 터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풍수적으로 완벽한 장소. 이만한 명당이 묘지도 아닌, 집터로 남아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최악의 상황까진 아닌 것 같아. 악령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니.”


악령이 모이면 그 힘이 밖으로 새어 나올 수밖에 없다. 집 근처에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한결 안심되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오늘 더는 놀랄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지금까진 장난이었다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띵동-.


초인종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남자.

그는 보이되 보이지 않았다.


얼굴은 보였지만, 그 이상 보이지 않았다.

관상도, 운명도, 그의 기운마저도.

그 무엇하나 그녀의 눈엔 보이지 않았다.


끝없는 어둠만이 겹쳐 보일 뿐이었다.


“서, 설마!?”


그녀는 부적이 잔뜩 붙은 상자를 품에 안으며 눈에 힘을 집중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별?’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수많은 빛이 어둠 속을 수놓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별들이 움직이고, 깜빡였다.


그 순간 소름 끼치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이야.’


어둠 속에 별처럼 빛나는 저것들은 전부 눈이었다.


그 사실을 인식한 순간.


“아!”


보였다.


그의 몸에 담긴 수많은 신령이.

그의 몸에 겹쳐 보이는 하나의 세계가.

그를 지키는 사신(四神)이.


그녀는 절을 하며 소리쳤다.


“마, 만신께 인사드립니다!”


만신을 품은 무당 위의 무당 만신을 향해.


***


유진은 진땀을 뺐다.


한참을 실랑이한 끝에 집안으로 두 어르신을 모셔 올 수 있었고, 직접 차를 끓이겠다는 할머니를 간신히 말렸다.


그렇게 힘겨운 사투 끝에, 갑자기 찾아온 이유에 관해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제가 걱정돼서 오셨다는 거네요?”

“예. 만신님. 늙은이들의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일단, 이것부터 짚고 넘어가야 했다.


“대체 만신이 뭔데 자꾸 저한테 만신이라 부르시는 거예요?”

“무속인의 정점을 만신이라 합니다. 사실 그저 표현일 뿐인데, 진짜 만신을 모시는 분을 뵐 줄은 몰랐습니다.”


감정의 정령이 설명을 덧붙였다.


-유진님께 연결된 정령계를 훔쳐보았습니다. 아마도 그녀가 말하는 만신은 정령들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그녀가 모신다는 신령의 수준을 생각하면 틀린 말도 아닙니다.


결국 오해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애매하네.’


오해를 바로잡기엔 애매하게 맞는 부분이 있었다.


유진은 일단 덮어두기로 했다.


지금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까.


“어르신. 그 상자 저한테 주실 수 있나요?”

“······이걸 말씀이십니까?”


부적이 잔뜩 붙은, 불길해 보이는 상자.

그 안에는 악령이 담겨 있었다.


4대 속성 원시 정령을 정령으로 만들 만큼 크고 강한 녀석이.


“그냥 공짜로 달라는 건 아니에요. 저 상자 속 물건 때문에 남은 상처 없애 드릴게요.”


저주의 정령과 감정의 정령 덕분에 유진의 눈에는 보였다.


그녀의 온몸에 암처럼 퍼진 어둠이.


“그, 그게 가능하십니까!?”

“예. 제 주요 능력은 아니고 부가 효과 같은 거예요. 그래도 성능은 확실해요.”


그 말에 반응한 건, 여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최백호였다.


“부가 효과라고? 또!?”


오늘만큼은 환하게 웃어줄 수 있었다.


“진짜예요.”


결국 악령이라는 선물이 이 집까지 오게 된 건 바로 노인 덕분이었으니까.


“만신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씻어내지 못했던 이 실수를 제발.”

“예. 대신 상자는 주셔야 해요?”

“드리겠습니다. 그 외에도 더!”


4대 속성 정령 소환을 위한 마지막 재료가 모였다.

이제 진짜 4대 속성 정령을 소환할 수 있다.


다시 탑을 오를 시간이다.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연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유입을 위해 이리저리 고민중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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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7. 7층의 보물 24.08.19 427 19 12쪽
16 016. 미미(美味)!! +2 24.08.18 546 19 12쪽
15 015. 보상 정산 24.08.17 589 22 12쪽
14 014. 보상이 쏟아짐 24.08.16 640 22 13쪽
13 013. 히든 임무를 노린다 24.08.15 700 26 12쪽
12 012. 4대 속성 정령 (2) +1 24.08.14 757 26 12쪽
» 011. 4대 속성 정령 (1) +1 24.08.13 792 26 12쪽
10 010. 새로운 정령(3) +1 24.08.12 848 25 11쪽
9 009. 새로운 정령(2) +2 24.08.11 903 24 13쪽
8 008. 새로운 정령(1) +2 24.08.10 998 24 13쪽
7 007. 강차장 일한다! +2 24.08.09 994 28 14쪽
6 006. 미친 노인 24.08.08 1,038 28 13쪽
5 005. 등반 관리청이 이상함 24.08.07 1,099 26 13쪽
4 004. 내가 아는 등반과 많이 다름. 24.08.06 1,158 28 13쪽
3 003. 이게···정령? +1 24.08.05 1,347 31 12쪽
2 002. 유산? 각성? 24.08.05 1,474 34 12쪽
1 001. 찾았다? 24.08.05 1,666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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