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계 VVVIP의 탑 등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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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4.08.05 09:19
최근연재일 :
2024.08.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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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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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6. 미미(美味)!!

DUMMY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유진의 질문에 강차장은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아니. 질문에 집중할 수 없었다.

너무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기에.


“저, 저건······.”


유진이 주방에 가져다 놓은 식재료들이 허공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심지어 단순히 날아 다기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채소가 자동으로 손질되고, 세척됐다.

고기는 불도 없는데 자동으로 구워졌다.


마치 귀신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아. 그냥 음식 준비하는 거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제 능력의 부가 효과 같은 거예요.”


유진은 별거 아니란 듯 말했다.


“······이게 부가 효과입니까? 대체 어떻게?”


부가 효과란 것도 놀랍지만, 진짜는 따로 있었다. 도대체 탑 밖에서 저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아무리 지옥 난이도 등반자라고 해도 이건 비상식적인 일이었다.


애초에 모든 지옥 난이도 등반자가 저런 일을 할 수 있었다면, 전 세계의 판도가 변했을 것이다.


“에이. 그냥 야채 좀 손질해서 씻고, 고기나 굽는 건데요 뭘.”


그러니까 그게 문제였다.

모든 게 동시에 이뤄지고 있었다.


채소를 손질하고 씻는 와중 고기가 구워지고, 준비가 끝난 것들은 그릇에 착착 놓이고 있었다.


심지어 유진은 이능을 사용하면서도 대화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었다.


‘이건 단순히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를만한 영역이 아니야.’


오직 유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기예.

강차장은 감탄과 함께 뿌듯함을 느꼈다.


‘날 신뢰하신다.’


신뢰하지 않는다면 힘을 보여줄 리 없었다.

이 상황이 바로 신뢰의 증표나 마찬가지였다.


이상하게 뿌듯하고 보람찬 기분.

마음속 한쪽이 간질간질했다.


강 차장은 그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게시판에 공지가 올라온 이상, 전 세계가 유진님을 찾으려고 할 겁니다.”

“전 세계가요?”


어마어마한 스케일이었지만, 그다지 체감이 되지 않았다.


그냥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이런 유진의 반응과는 달리, 강차장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제 선에서 최대한 막아보겠지만, 냉정히 말씀드리면 영원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꼬리가 잡힐 겁니다.”


그거야 당연한 일이었다.

이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이었으니까.


물론. 이해한다는 거지 좋다는 건 아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건 피하고 싶었다.


매일 같이 이어지는 끈질긴 설득에 시달리고, 가끔은 납치나 공격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삶을 상상만 해도 지쳤다.


유진은 지금의 평온한 삶이 딱 좋았다.


그러니 이 평화를 최대한 유지할 방법에 집중해야 했다.


“어쨌든 바로 들킨다는 건 아니네요?”

“예. 꽤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렇다면 그 시간을 늘리면 되는 법.

유진은 배지를 꺼내 강차장에게 주었다.


“이번에 6층 클리어하면서 얻은 아이템이에요. 딱 강차장님 아이템이더라고요.”


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마을 관리자 배지의 능력에 관해 설명해 주었고, 강차장은 떨리는 눈으로 아이템을 봤다.


“아, 아니.”


행정 능력을 올려주는 아이템이라니?!


심지어 지옥 난이도에서 나온 아이템인 만큼 일반적인 아이템과는 효과가 차원이 다를 게 분명했다.


전 세계 모든 정부가 원할 아이템.


이건 부르는 게 값이다.

준다고 그냥 받기엔 너무 귀했다.


“너무 과합니다. 차라리 판매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제가 제대로 값을 받아오겠습니다.”

“에이 됐어요. 강차장님이 쓰세요. 저도 강차장님 덕 좀 보려고 드리는 거예요.”

“안 됩니다. 너무 과합니다.”


강차장이 끝까지 사양하자 유진은 방법을 바꿨다.


“그럼, 등반청에서 매입해서 강차장님이 쓰세요. 동료 할인해드릴게요.”

“아닙니다. 그건 유진님께서 너무 큰 손해를 보십니다. 안 좋은 선례는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게 좋습니다.”


역시 비공식 정령 강차장이었다.

그냥 준다는 데도 알아서 척척이었다.


“차라리 대여해주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대여요?”

“예. 소유권은 이전하지 마시고 대여의 형태로 하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저야 뭐 그래도 상관은 없어요.”

“그러면 제가 직접 사용해보고 금액 산정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긴 협상 끝에 대여의 형태로 결정됐다.

정말이지 아이템 주기 힘든 양반이었다.


“꼭! 강차장님이 사용하세요. 애초에 전 강차장님께 드린 거예요.”

“예. 무조건 제가 사용해서 유진님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겠습니다.”


역시나 척하면 척이었다.


-유진님 식사 준비 끝났습니다.


때마침 식사 준비마저 끝나고.


“식사하시죠. 강차장님.”

“예. 유진님.”


대답하는 강청장의 얼굴은 처음과는 달리 편안하게 변해 있었다.


***


유진과 강차장은 식탁에 앉자마자 끊임없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앉자마자 풍겨오는 고기의 향.

그 압도적이고 환상적인 향에.


“······이게 투쁠? 투쁠은 원래 이래요?”


유진은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고, 강차장은 격렬하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투쁠을 먹어보긴 했지만, 이런 향은 처음 맡아봅니다.”

“대체 어떻게 이런 향이 나는 거예요?”

“······요리는 유진님이 하셨습니다.”

“아. 맞네요.”


게다가, 향은 시작에 불과했다.


고기는 전체가 황금빛을 띠고 있었다.


보통은 앞뒷면 정도만 이 색을 띠기 마련이지만, 이 고기는 모든 면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건 사람의 손으론 절대 불가능했다.


“······드셔보시죠.”

“예.”


맛은 더 환상적이었다.


한 입 씹자 입안에 가득 퍼지는 육즙.

폭발하듯 퍼지는 향.

녹아내리는 듯한 부드러움.

이 모든 게 합쳐져 극상의 맛이 탄생했다.


“아···.”


지금껏 먹었던 고기는 고기가 아니었다.


이게 고기였다.

이게 진짜 고기 맛이었다.


둘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그저 홀린 듯 고기만 계속 먹었다.


그러다 유일하게 나온 말은.


“아. 무슨 야채마저 맛이···.”

“인정.”


이 말뿐이었다.


그 뒤로 둘은 조용히 식사를 이어갔다.

배가 찢어지기 바로 직전까지.


그렇게 폭풍같은 식사 시간이 지나가고, 둘은 행복한 얼굴로 온화하게 대화를 나눴다.


“와. 행복하네요.”

“저도 그렇습니다.”


이 세상에 지금 둘보다 행복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이 딱 좋겠네요. 손 좀 줘보세요.”

“여깄습니다.”

“눈 감으시고, 몸에 집중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강차장 손 위로 손을 올렸다. 강차장은 유진이 말한 대로 눈을 감고 집중하고 있었다.


“잠드시면 안 돼요.”


유진의 반쯤 농담이 담긴 말에 강차장은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하하. 알겠습니다.”


그 대답과 함께, 감정의 정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작하겠습니다.


팔찌에 담긴 생명의 원시 정령과 최하급 물의 정령이 움직였다.


생명과 물의 담긴 치유의 힘이 그대로 강차장의 몸 안으로 쏟아졌다.


“음.”


눈을 감고 있는 강차장은 자신의 몸에 생긴 변화를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허리와 어깨의 통증이 사라졌다.

지끈거리던 머리가 편안해졌다.

언제나 느껴지던 피로감이 없어졌다.


그렇게 언제나 그를 괴롭히던 것들이 사라지자, 몸이 한결 가벼워졌고 힘이 넘쳤다.


“끝이에요. 어떠세요?”


강차장은 천천히 눈을 뜨며 말했다.


“과장 조금 보태면 10살은 어려진 기분입니다.”

“만족하신 거 같아서 다행이네요.”


만족한 건 강차장만이 아니었다.

유진에게도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나쁘지 않네.’


생명의 원시 정령은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힘을 쓴 덕에 벌써 허기가 지긴 했지만.


‘오히려 좋아.’


그건 고기를 더 먹으면 될 일이었다.


“다음에도 고기 구울 때 연락드릴게요. 오셔서 오늘처럼 충전하고 가세요.”

“그땐 제가 좋은 술을 챙겨 오겠습니다.”

“오. 좋은데요? 그럼, 다음엔 저녁에 연락드릴게요.”

“벌써 기대가 됩니다.”


강차장의 표정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는 180도 달라져 있었다. 심각함은 싹 사라지고 그곳엔 자신감과 기대가 피어 있었다.


유진은 돌아가기 위해 일어선 강차장을 마중하며, 식사 때 못 나눈 대화를 마저 나눴다.


“대여금도 아버님을 통해 정산해드리면 되겠습니까?”

“벌써 만나셨나 보네요. 이번 건 저한테 바로 주세요. 비자금은 있어야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게시판은 한동안 접속을 하지 않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접속 기록이 남아서 추적에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별 관심 없어요. 딱히 정보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요.”


등반자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정령만큼 정보를 갖고 있을 리 없었다.


애초에 정령한테도 잘 물어보지 않는 걸 굳이 게시판까지 들어가서 물어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예. 유진님.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다음에 술 챙겨 온다는 약속 잊지 마시고요.”

“비싸고 귀한 녀석으로 가져오겠습니다.”


그렇게 강차장을 보낸 뒤.

유진은 호다닥 집으로 들어왔다.


“더 구워줘!”


소고기가 아직 남아 있었다.

유진은 아직 배고팠다.


***


다음날.


유진은 행복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샤워하고 나와서 식탁에 앉아 행복한 아침 식사를 했다.


“캬. 진짜 먹는 게 중요하구나.”


식사가 맛있어졌을 뿐인데, 하루의 시작이 달라졌다.

일어날 때부터 행복하고 뭘 하든 즐겁다.


그렇게 든든하게 아침 식사를 끝낸 뒤.


“오늘도 출근해 보자.”


등반자의 일터, 탑에 들어왔다.


[7층에 입장합니다.]

[둥지 안에 있는 감염체를 찾아 사냥하세요. (0/6)]


미션은 6층과 같았지만, 잡아야 하는 감염체의 수가 늘어났다.


달라진 점은 또 있었다.

이번 미션의 무대는 도시가 아니었다.


‘둥지’라 불리는-.


“동굴?”


동굴이 바로 이번 미션의 무대였다.


유진은 동굴 입구를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여길 들어가야 한다고?”


동굴 안쪽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들어가면 고생할 게 뻔했다.


“게다가 그냥 동굴도 아니고 둥지잖아.”


둥지인 만큼 괴물들이 득실거릴 테니, 그 괴물들을 뚫고 감염체를 찾아 사냥해야 했다.


“아. 극혐. 진짜 들어가기 싫네.”


그런 유진의 생각에 감정의 정령이 동의했다.


-정말 좋은 생각이십니다.

“······어? 진짜요?”

-예. 들어가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들어갈 필요가 없다면 이유는 하나뿐이다. 들어가지 않고도 감염체를 사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방법이 무엇일지 대충 예상이 됐다.


“설마 동굴을 무너트리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초보자 반지 덕에 훨씬 수월하게 무너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거 반칙 아닌가요?”


유진은 이래도 되나 싶었다. 원래 적이 기다리는 곳에 들어가 주는 게 인지상정이었다.


그런데 되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칭찬 감사합니다. 언제나 유진님께서 반칙이라고 느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군요.”


정령들은 적에게 자비가 없었다.

반칙을 오히려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화, 화이팅!”


유진의 어색한 응원을 받은 정령들은.


이내.


쿠구구구궁-!!


진짜로 동굴을 무너트렸다.


“······.”


유진은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뭐. 개꿀이긴 했지만.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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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중지 공지 24.08.20 142 0 -
17 017. 7층의 보물 24.08.19 427 19 12쪽
» 016. 미미(美味)!! +2 24.08.18 547 19 12쪽
15 015. 보상 정산 24.08.17 589 22 12쪽
14 014. 보상이 쏟아짐 24.08.16 641 22 13쪽
13 013. 히든 임무를 노린다 24.08.15 700 26 12쪽
12 012. 4대 속성 정령 (2) +1 24.08.14 757 26 12쪽
11 011. 4대 속성 정령 (1) +1 24.08.13 792 26 12쪽
10 010. 새로운 정령(3) +1 24.08.12 848 25 11쪽
9 009. 새로운 정령(2) +2 24.08.11 903 24 13쪽
8 008. 새로운 정령(1) +2 24.08.10 998 24 13쪽
7 007. 강차장 일한다! +2 24.08.09 994 28 14쪽
6 006. 미친 노인 24.08.08 1,038 28 13쪽
5 005. 등반 관리청이 이상함 24.08.07 1,099 26 13쪽
4 004. 내가 아는 등반과 많이 다름. 24.08.06 1,159 28 13쪽
3 003. 이게···정령? +1 24.08.05 1,348 31 12쪽
2 002. 유산? 각성? 24.08.05 1,474 34 12쪽
1 001. 찾았다? 24.08.05 1,667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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