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계 VVVIP의 탑 등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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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죄
작품등록일 :
2024.08.0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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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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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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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미친 노인

DUMMY

강차장은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이건 기적이야!’


그가 본 유진은 기적 그 자체였다.


‘정상이야. 제정신이라고!’


지옥 난이도 등반자는 모두 정상이 아니었다.


다들 반쯤은 미쳐 있었다. 그들은 특정한 무언가에 미친 듯이 집착했다. 한국의 마지막 지옥 난이도 등반자만 해도 ‘무(武)’에 미쳐 있었다.


덕분에 미쳐야만 도달할 수 있는 난이도란 말이 있을 정도였다.


당연히 이런 이들과 제대로 된 대화가 가능할 리 없었다.


그런데 유진은 달랐다.

제정신도 그냥 제정신이 아니었다.


‘상식적이고, 온건하고, 융통성까지 있어.’


기적이란 표현이 부족할 정도였다.


당연히 그런 기적의 존재와 일반적인 지옥 난이도 등반자가 같은 가치를 지닐 리 없었다.


일반 지옥 난이도 등반자가 믹스 커피라면, 유진은 바리스타가 손수 내린 커피나 마찬가지였다.


‘절대 놓쳐선 안 돼.’


그렇기에 최대한의 베팅을 했다. 원래라면 후폭풍이 걱정돼서 절대 하지 못했을 제안을.


“무엇을 원하십니까? 무엇이든 들어드리겠습니다. 등반자님의 꿈을 전폭 지원하겠습니다.”


돈이든, 땅이든, 권리든 무엇이든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유진의 입에선 그가 생각지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그걸로 해주세요. 앞으로 쭉 제 꿈을 전폭 지원해주세요.”

“······그러니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실 수 있게 말씀이십니까?”

“예.”


어찌 보면 무서운 요구였다.


한번 주고 끝낼 생각 말고, 죽을 때까지 아낌없이 지원해달라는 뜻이었으니까.


일반적인 지옥 난이도 등반자가 저런 요구를 했다면, 제한을 두거나 여러 조건을 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유진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쭉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이쪽에서 부탁하고 싶었다. 이건 등반청만 잘하면 유진과 쭉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제안이었으니까.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강차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 바로 계약 진행하시겠습니까? 계약해야 본격적인 지원이 가능해집니다.”


강차장은 그렇게 말하며, 계약과 동시에 주어질 첫 번째 지원을 말해주었다.


“일단 계약금으로 1,000억이 지급될 겁니다. 금액이 금액인지 보니 현금으로 드리는 건 힘들고, 강남에 있는 7층짜리 빌딩으로 드릴 생각입니다.”

“······빌딩이요?”

“예. 그게 싫으시다면 현금으로 드릴 수도 있는데, 이건 시간이 좀 걸립니다. 당장 드릴 수 있는 현금은 300억 정도고 나머지는 분할로 입금하겠습니다.”

“와우.”


감탄을 터트리는 유진을 보며 강차장은 조언을 덧붙였다.


“다만, 당장 현금이 필요하지 않으시다면 건물로 받는 걸 추천합니다. 금싸라기 같은 땅에 있는 건물이라 시간이 지나면 건물 가격이 오를 겁니다.”

“건물로 받을게요.”

“예. 필요한 절차는 저희 쪽에서 전부 처리할 테니 딱히 귀찮으실만한 일은 없을 겁니다.”


환하게 변한 유진을 보며, 강자창은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됐어! 이대로라면 계약은 문제없어!’


그런 그의 생각처럼 유진의 계약은 별다른 일 없이 이어졌다.


***


모든 계약이 마무리될 무렵.


“어르신!?”


강차장은 누군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유진은 고개를 돌려 어르신이라 불린 이를 바라봤다.


백발의 노인.


다만, 그의 얼굴과 몸은 노인 같지 않았다.


노쇠했지만 여전히 건장한 육체와 선이 굵다 못해 강렬한 얼굴은 마치 ‘호랑이’를 연상케 했다.


그의 시선은 유진에게 꽂혀 있었다.


“대단하군.”


연신 탄성을 터트리며 다가오는 노인.

유진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그때 감정의 정령이 입을 열었다.


-검술을 연마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나가 없는 지구의 환경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준입니다.


감정의 정령이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보통 노인은 아닌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강청장이 ‘어르신’이라고 부른 이가 보통 사람일 리 없었다.


‘어쨌든 대단한 양반인 모양인데.’


문제는 그런 양반이 왜 저러냐는 것이었다.


그는 연신 탄성을 터트리며 유진의 몸을 뚫어져라 훑어보았다.


만약 유진이 여자였다면 당장이라도 경찰이 출동할만한 광경.


“완벽하군. 그게 오류가 아니었다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강청장은 유진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한국 고유의 검술로 무형 문화재이신 최백호 어르신입니다. 관리청의 고문으로 계시며 등반자들 육성에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강한민 등반자도 어르신께서 키우신 인재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등반자 강한민.

그를 키워낸 스승.


역시나 대단한 사람이 맞긴 맞았는데, 그런 사람이 왜 이러고 있는 걸까.


“화면으로 보던 건 약과였군. 내 평생 이보다 완벽한 육체는 보지 못했다.”


이게 무슨 말인지 궁금하면, 강청장을 바라보면 된다.


“유진님께서 지옥 난이도 등반자가 맞는지 확인차 어르신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때 검증 프로그램을 보여드렸습니다.”

“검증 프로그램이요?”

“지옥 난이도 등반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옥 난이도 등반자들의 대표적인 특징인 완벽한 육체를 확인합니다.”


역시나 숨는 건 답이 아니었다.

언제가 됐든 걸릴 수밖에 없었다.


“다만, 유진님의 확인 결과가 조금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께 연락을 드려 직접 확인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다음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노인의 행동이 바로 답이었으니까.


“이 정도면 완벽의 기준을 새로 잡아야겠군. 봐도 봐도 놀라운 육체야. 오류가 날만도 해.”


그 말을 끝으로 노인의 시선이 비로소 유진의 얼굴을 향했다.


그리고,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자네 결혼했나?”

“예? 아직이긴 한데요.”

“결혼은 빨리할 생각인가?”

“딱히 정해놓지는 않았는데, 굳이 빨리할 생각은 없긴 합니다.”

“잘됐군!”


노인은 환하게 웃으며 유진에게 한 가지 제안을 건넸다.


“내 손녀 한번 만나보게. 한 5년은 기다려야겠지만, 정말 괜찮은 아이라네.”


결혼했냐고 물을 때부터 짐작하긴 했지만, 설마하니 진짜 이런 제안을 할 줄은 몰랐다.


다만, 궁금한 점이 하나 있었다.


“5년이요?”


굳이 왜 5년을 기다려야 할까?


“아직 15살이라네.”

“······.”


유진은 확신했다.

미친 노인이라는 것을.


“자네가 내 손녀랑 결혼만 한다고 하면, 나의 모든 것을 물려주겠네.”


100%다.

확실히 맛이 갔다.


그런데, 강차장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유진님 어떠십니까?”

“······예? 진지하게 물어보시는 거예요?”

“다소 당황스러운 제안이시겠지만, 냉정하게 볼 때 유진님께는 나쁘지 않은 제안입니다. 이건 지원해 드리겠다고 약속했으니 드리는 조언입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걸 물려주기에 강차장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까.


유진이 고개를 갸웃하자 강차장이 설명을 덧붙였다.


“어르신이 지니신 힘과 영향력은 엄청납니다. 게다가, 어르신의 검술은 유진님께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니까 힘과 영향력, 검술 정도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아. 그런 거면 됐어요.”

“유진님께서 추구하시는 게 이건 아닌 모양이군요.”

“그건 아닌데 굳이? 그런 느낌이에요.”


이 대화를 듣고 있던 노인이 끼어들었다.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지금 그런 거? 굳이? 라고 말한 것인가.”

“기분 나쁘셨으면 죄송합니다. 저한테는 그렇다는 거지 무시하려던 건 절대 아닙니다.”


노인은 유진을 빤히 바라봤다.

번개의 정령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저 늙은이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만약에 공격한다고 해도 바로 제압하겠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상황이 복잡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유진의 생각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크하하하. 내 면전에서 이런 말은 한 건 자네가 처음일세.”


역시나 미친 노인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보여주지. 자네가 ‘굳이’라고 표현했던 것들을.”

“······예?”

“검가(劍家)에 초대하겠네. 직접 와서 보게. 자네가 물려받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


유진은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솔직한 심정으론 딱 반반인 느낌이었다.

귀찮음 반, 호기심 반.


‘저길 들렀다가 집에 가면······.’


귀찮음에 벌써 아찔해지는 느낌.

그런데 한편으론 또 궁금하기도 했다.


이때 강차장의 지원이 들어왔다.


“안 그래도 집까지는 헬기로 모시려고 했습니다. 중간에 들려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으실 겁니다.”

“헬기요? 그러면 제 차는 어떻게 하고요?”

“키만 주시면 저희가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러면 한번 가볼까요?”

“현명하신 선택입니다. 검가는 상위 등반자라면 누구나 방문하길 원하는 곳이니까요.”

“좋아요. 가보죠.”


그렇게 유진은 너무나도 뜬금없이 검가에 방문하게 되었다.


***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검가는 대단했다.


‘그냥 큰 집 정도가 아니잖아?!’


검가는 작은 ‘마을’이었다.

심지어 시골 마을 같은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마을에 있는 집들도 상상과는 달랐다.


검가(劍家)란 이름만 보면 한옥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늘어서 있을 것만 같았는데, 굉장히 현대적이었다.


세련된 건물들이 마을을 이루며 세워져 있었다.


‘결혼하면 이게 전부 내꺼?’


노인이 괜히 자신만만했던 게 아니었다.


헬기에서 내려서 본 검가는 또 다른 의미로 충격적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모던하고 현대적인 느낌과는 달리 내부엔 검가의 역사와 전통이 담겨 있었다.


과거와 현대의 완벽한 조합.


“정말 멋지네요.”


집을 짓는다면 이런 집을 짓고 싶어질 정도였다.


“허허. 진짜는 따로 있으니 어서 오게.”


노인은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유진을 이끌었다.


“내가 진짜로 보여주고 싶은 건, 검가의 검일세.”


그렇게 노인의 설명을 들으며 도착한 곳은 지하에 있는 수련장이었다.


“원래라면 외인은 들어올 수 없지만, 자네라면 상관없지.”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딱히 특별해 보이는 것은 없었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온갖 운동기구들과 한쪽에 놓인 오래된 목검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때.


-유진님 확인해 보실 게 있습니다.


유진이 고개를 갸웃하자 감정의 정령은 설명을 이어갔다.


-저쪽에 있는 목검을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저쪽에 있는 목검 좀 살펴봐도 될까요?”

“오. 보는 눈이 있군. 상관없으니 자네 마음 가는 데로 하게.”


노인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빛냈고, 유진은 그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감정의 정령의 말을 기다렸다.


-맨 왼쪽에 있는 짙은 색의 목검입니다.


감정의 정령이 요청한 목검을 잡은 순간.


“허허. 진짜 보는 눈이 있군. 그 목검은 가문의 역사와 함께한 굉장히 오래된 수련용 목검일세. 수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함께한 목검이지.”


노인은 감탄을 터트렸고, 감정의 정령은 목검을 들어 보라고 했던 이유를 밝혔다.


-정령이 깃든 목검입니다.


진짜냐고 되물을 필요는 없었다. 목검을 잡은 손에서 묘한 감각이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물론, 제대로 된 정령은 아닙니다. 원시 정령에 가까운 미성숙한 아이이며, 검에서 떠나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아이에게 힘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힘이 없는 건 아니다?

뭔가 활용할 방법이 있단 뜻이었다.


-이 아이가 가진 힘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유진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심층 감정 시작합니다.


목검의 역사와 정령의 기억이 ‘보였다’.


무수한 이들이 목검을 휘둘렀다.

때때로 절망하고, 분노하고, 환희에 차서.


누군가는 좌절하고 포기했다.

누군가는 더 나아가지 못해 분노했다.


그런 실패와 좌절 사이에.


누군가는 한 걸음 나아갔다.

누군가는 자신의 한계를 깨부쉈다.


그리고 누군가는 검의 끝에 도달했다.


목검에 담긴 모든 역사가 차곡차곡 유진에게 전해지며, 이 세상에 구현되었다.


검가(劍家)의 주인 ‘최백호’의 눈앞에서.

가장 완벽하고 이상적인 형대로.


“무, 무슨!?”


노인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꿈꿔왔던 검가의 검이 눈앞에서 펼쳐졌으니까.


그를 더 경악하게 만든 건 그다음 일이었다.


완벽한 검을 보여준 유진이-.


“아이고 삭신이야. 역시 몸 쓰는 건 취향이 아니네.”


이런 말이나 하고 있었으니까.


“뭣!? 아, 안된다!”


최백호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작가의말

부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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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015. 보상 정산 24.08.17 58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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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3. 히든 임무를 노린다 24.08.15 700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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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009. 새로운 정령(2) +2 24.08.11 903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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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6. 미친 노인 24.08.08 1,039 28 13쪽
5 005. 등반 관리청이 이상함 24.08.07 1,099 26 13쪽
4 004. 내가 아는 등반과 많이 다름. 24.08.06 1,159 28 13쪽
3 003. 이게···정령? +1 24.08.05 1,348 31 12쪽
2 002. 유산? 각성? 24.08.05 1,474 34 12쪽
1 001. 찾았다? 24.08.05 1,667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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