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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wnknight
작품등록일 :
2024.08.0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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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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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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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1. 구舊 인류 공동 생활 거주 구역(1)

DUMMY

[구 인류 공동생활 거주 구역에 오신 구 인류들을 항상 ECO는 환영하고 있습니다.]


제길. 이제는 대놓고 '구 인류 공동생활 거주 구역'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군.

언제는 유토피아라고 명칭을 정하고 대문짝만하게 입구에 게시하더니만, 다 필요 없어졌다 이건가.

지들은 신 인류라고 굳이 나눠가는 게 의미가 있겠냐고.


[여기 구 인류 공동생활 거주 구역에서는 구 인류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시설들이 내장되어 있으며 첨단 산업 기술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입구 바깥쪽에서 새로 걸린 디지털 명판을 바라보며 음성이 흘러나오는 AI를 쳐다보던 소녀가 눈살을 찌푸렸다.


개 같은 놈들이. 무슨 권리 보장은 권리 보장이야.

이런 신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되어 있는 자들은 다 그 정도의 권리조차 특권이라는 건가.


"야, 박지호. 거기서 또 뭐하고 있냐. 학교 좀 째지 말라고 했잖아."


"아 어쩌라고, 차피 들어봤자 도움 되는 내용도 없는데 말이야. 다 쓸모없는 걸 왜 시간을 들여야 해."


"뭔 소리야. 하, 공부를 해야만 무언가가 달라지기라도 하지. 쓸모없다고는 생각되진 않는데."


"선생님들은 가르치려는 의욕도 없고, 애들은 듣지도 않고 퍼 자기만 하는데, 이게 째는 거랑 무슨 차인데."


"뭔 차이냐니. 걔들은 적어도 학교에 있기라도 하잖아. 걔들도 당연히 학교를 째고 싶고, 놀고 싶어 하지. 근데도 있잖아. 그게 차이지."


"그러면 두 케이스가 다 범법, 교칙에서 어긋나는 거긴 하잖아. 교칙에 학교에서 교사의 지시에 따라 수업을 듣는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물론 그렇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같은 교칙을 어기는 행위라고 해도 그 정도가 다르잖아. 너는 실수를 한 번 해서 어질러 뜨리는 것과 계속해서 어질러뜨리는 게 같다고 생각해?"


"다르지."


"그게 차이라고 보고 있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니?"


"아니, 근데 말이야. 내가 최근에 흥미로운 책을 읽었거든, 김진 작가의 <어느 정도인가>라는 책인데, 하여튼 정도를 운운하는 게 중요하냐고 묻고 있어."


"정도를 운운하는 게 중요하지. 그게 아니면 한 번 불을 낸 거랑, 연쇄적으로 방화하는 사람이 같냐?"


"물론 그 부분에 있어서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겠지. 허나 둘 다 기본적으로 '불을 낸 사람. 즉, 방화범'인 것은 같지 않아?"


"아니, 근데-."


박지호와 언쟁을 높이고 있던 전우성은 그녀의 말에 반박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내 그의 곁에 도착한 한 학생이 그들의 말을 막았다.


"야, 학교에서 전달 사항이 있다고 니네 두 명 대리고 오래."


"아, 귀찮게."



.



오래된 것 같지는 않지만 생기가 없어 칙칙해 보이는 학교의 정문에 있는 글귀를 박지호는 소리 내 읽었다.


"완명중학교.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어 세계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배출하는 당당한 학교가 되겠습니다."


"진짜, 개 같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무슨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발판이야. 이미 세상이 이따군데 더 나은 세상이 있기나 해? 신시대 거주 구역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지."


"뭐,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지만 '만약'이라는 가정을 놓고 생각해 보아도 이 학교에서 인재가 나올 일은 없을 거 같은데."


"나오겠냐고. 이 개 같은 학교에서 뭘 기대하는 거야."


그들은 정문을 지나서 어디로 가야 할지 그 학생에게 묻기도 이전에 목적지를 발견해 내었다.

풀이 자라나 있고 방치되어 있는 것 같은 운동장 구석에서 그들은 모래를 밟고 걸어갔다.


"야! 박지호, 전우성, 손윤호! 빨리 오라고, 니네 때문에 다 기다리고 있잖아!"


라는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고 그저 고요한 침묵 속에서 그들이 모래를 밟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허전하네. 이 개 같은 도시에서 뭘 기대한 건지는 몰라도 참 한심하군.


자신을 바로잡으면서 박지호는 인파에 도착하였다. 맞춰져있는 완벽하지 않은 줄에 서는 대신에 박지호는 혼자 적당히 떨어졌다. 그러고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전우성과 손윤호는 여러 개의 줄로 스며 들었고 이를 기다리던 단상 위의 노인이 말을 열었다.


[자랑스러운 완명중학교 학생들, 이렇게 모이고자 한 이유는 뭐 얼굴도 보려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소식이 있을 예정이라서입니다.]


"뭔, 개소리야. 갑자기 중대 발표가 학교에서 이루어진다고..?"


박지호는 다른 이들이 듣지 못하는 거리에서 중얼거렸기에 그 누구도 듣지 못했다.


스피커로 확대되는 교장의 말에도 학생들은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고 그것이 익숙하다는 듯이 교장이 말을 이었다.


[뭐, 다름 아닌 교육 방식의 변화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교육청, 아니 '구 인류 교육청'에서 최근에 아무런 발표가 없었죠? 근데 갑자기 채택되었다면서 올해 새로 개정된 'XXXX년 제 X차 교육 과정'이 내려오더군요.]


교육 과정의 변화.


그 사건 이후로 몇 번 이루어지며 급격하게 1년도 되지 않아서 공문으로 내려오던 소식들은 이미 끊긴지 오래였다.

어느 정도 정권은 안정시켰다고 보여주려는 듯이 마지막을 확연하게 공지하였다. 모두 그것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건 대체 무슨 말인가.


교육 과정이 바뀐 데다가 아무런 뉴스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아무리 뉴스가 쓸모짝에 없는걸 보도해 주고 자빠지기는 했어도 그래도 이런 거는 보도할 정도라 생각했는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통보도 없이 이 난린데?


박지호는 시선을 돌리다가 뒤를 굳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던 전우성과 눈을 마주쳤다.

나름 그도 똥을 씹은 듯한 얼굴이었기에 그녀는 가볍게 이따 보자는 신호를 보내고 다시 교장을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무슨 난린데."


[우리 학교는 공문에 따라 이번 교육 과정을 수용하여 다음 달부터 시행하고자 입장을 밝히는 바입니다만...]


뭔데. 왜 학교의 그 입장이 무산되고 따로 기간이 나왔나?

아니면 이렇게 말을 끌 필요가 없는데.


[구 인류 교육청에서 내려온 공문에 의하면 다음 주부터 시행하도록 되어있더군요.]


진짜 이게 맞다고? 아무리 나라가 개떡같아도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이게 뭔...

아니, 상식적으로 교육 과정에서 변동이 꽤 있겠지만 그래도 그냥 싹 다 무시하고 바로 급하게 시행한다고?


[이에 따라 최대한 교사분들과 상의하고 조직하여서 이번 교육과정을 금방이라도 시행할 수 있게 노력하는 바입니다. 학생들은 모두-.]



.



"하, 진짜 인생이 많은 게 달라졌구나. 어릴 때만 하더라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그니까 왜 이렇게 된 거지? 이번 교육 과정이 너무 급하게 나왔어. 아무런 기사 없이 이게 말이 되냐고."


"뭐 성적 내기 귀찮아지지만 않으면 난 뭐 상관없기는 해. 솔직히 성적만 챙기면 되지."


"야, 이노훈. 말조심해라. 무슨 성적 타령인데. 넌 그게 지금 중요하기라도 해? 이 추세를 보지도 않고?"


"왜, 박지호. 너도 그러면서 성적은 꼬박꼬박 잘 챙기고 있잖아.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이 추세를 굳이 신경 쓰고 뭘 해야 해? 이런 건 어차피 어른들이 결정하잖아."


그 말에 박지호는 한숨을 내쉬며 입에 물던 막대사탕을 거칠게 씹어 먹었다.


"그래. 성적이 참 중요하지. 우리는 그냥 학업에 몰두한 채로 다른 것들에 쉽게 넘어가지 않고 좋은 대학이나 가는 게 중요하지. 안 그래?"


"그렇지! 우리의 영역은 아니잖아. 굳이 관심을 가져야 해? 우리가 뭔가를 한다고 해서 자극적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은 달라지는 게 있기라도 해? 뭐 자살, 자살 시도 이런 게 나와야 하잖아. 물론 요즘에는 잘 보도하는 것 같지는 않더니만."


"어른들이 되지 않은 '학생'들은 말 그대로 배우며 학문을 갈고닦는 애들이고?"


"야, 박지호. 그만해. 그리고 잠깐 나와봐. 할 말 있어."


의도적으로 비꼬고 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이노훈의 대화에 끼어든 전우성은 박지호를 대리고 복도를 걸어가며 말했다.


"저렇게 순진한 애들이나 굳이 비꼬면서 놀지 말고 스트레스를 이상한데다가 풀지 말라고. 내가 누누이 말했던 것 같은데."


"아 그랬었나? 뭐, 상관없기는 한데. 니가 나의 삶에 개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되는데 말이야."


그 말과 함께 박지호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에 맞추어 전우성도 걸음을 멈추더니 박지호를 향해 몸을 틀었다.


박지호의 눈빛에는 순간 진지해 보이는 듯한 것이 어려있었다. 그런 눈빛을 응시하며 전우성은 마음속으로 크게 전율했다.

그가 가끔씩 그녀에게서 봐왔던 눈빛. 그 눈빛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고 인상적으로 남아있었다.

또한 동시에 그가 무언가 알 수 없는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녀가 그 눈빛을 보여준 후에는 꼭 하나쯤은 그녀와 관련한 사건이 터지므로.

어떤 사건이 터질 줄 모르는 상황에서 박지호는 다시 말을 이었다.


"니가 날 걱정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내 일은 어느 정도 내가 캐어할 수 있어. 뭐 이쯤 되니까 그 정도는 해야 되지 않겠어?"


그가 그 눈빛을 풀고 익살스러운 눈빛으로 바꿨을 때도 그는 긴장하고 있었다.

그 눈빛이 그의 머릿속에서는 쉽게 떠나가지 않았지만 간신히 그는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그래, 뭐 그 정도는 할 나이지. 지금 나이가 몇인데.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해야지 않겠어? 미안해, 조금 과했던 것 같아."


"아... 뭐, 상관없기는 한데.. 뭐 그것 때문에 멈춘 건 또 아니거든."


상관이 없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뜻할까.

갑자기 그 눈빛으로 쏘아붙이듯이 말했다가 내가 꼬리를 내리니 이에 멋적스러워하는 건....


"있다가 내 집으로 와봐. 거기에서 할 말이 있어. 중요하니까 꼭 늦지 않게 와라. 시간은 10시다. 나 학원 있어서 그 시간밖에 안 돼."


"뭔 중학생이, 그것도 학교나 째고 다니는 애가 학원은 늦게까지 다니고 있냐. 어울리지 않게 학원을 다니고 그래. 아무튼 그때 보자."


둘은 옛날부터 부모님끼리도 친분이 있던 사이였다. 때문에 같은 유치원, 초등학교를 다녔으며 같은 중학교까지 다니고 있었다.

또한 어느 정도 시간표에 대해서 각기 일정을 알고 있었다.


박지호는 몸을 돌려서 체육 갈 준비를 하며 먼저 강당으로 떠났다.

그 눈빛을 기억하고 있던 전우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안경을 고쳐매며 교실로 걸어갔다.



.



"야, 아까 박지호랑 무슨 얘기했음?"


"하, 별 이야기 안 했다고. 니가 원하는 그런 것들은 다른 애들한테나 물어봐라. 저기 조승호랑 여나연한테 가서 물어보든가. 귀찮게 사람을 잡아."


"아니, 그래도 혹시라도 박력 있게 대화에 끼어들어서 복도로 걸어가다가... 멈춰 서서..."


"그 입 좀 다물고 있으라고 했다. 김현호. 아무리 니가 초 6 때부터 친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귀찮게 굴면 어쩔 수 없이-."


"아니야. 장난이었어. 친구 사이에 그렇게 심한 말을. 벌써 중 2인데 무려 3년간의 우정을 포기하는 거야? 좀 슬픈데."


"이제 중 2가 된 거니까 우정은 2년 정도고, 원래 우정이 쉽게 흔들리는 거 아니었나. 돈에도 넘어가고, 명예에도 넘어가는 게 우정이지 뭐."


"와, 진짜 심했다. 어떻게 그렇게... 아니야, 그만할게. 난 그래도 이 사이가 틀어지기를 바라는 입장은 아니어서 말이야."


전우성의 시선을 느낀 김현호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듯 양손을 저으며 의사를 전달하였다.

그러면서 주제를 바꾸어 말을 꺼내었다.


"아, 맞다. 최근에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고. 신 인류 도시에서 큰 사고가 있었대. 물론 다 덮어가지고 이 뉴스에는 나올 일이 없겠지만, 뭐 안 그래도 보도는 안 됐을 텐데..."


"그게 무슨 말이야? 신 인류 거주 구역에서 문제가 생겼었다고...?"


"응.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그냥 사고가 있었다고만 하더라고."


그렇다는 말은. 그것이 어느 정도 열렸다는 건가.

벌써 열렸다고. 너무 이르긴 한데 빠듯하게 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신기하군."


잘 하면 나갈 수도 있겠는걸.


작가의말

개인적인 사정으로 늦게 연재되었습니다.

다음에는 늦지 않게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님들의 양해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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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pisode1. 구舊 인류 공동 생활 거주 구역(5) 24.08.30 4 0 8쪽
5 Episode1. 구舊 인류 공동 생활 거주 구역(4) 24.08.20 5 0 11쪽
4 Episode1. 구舊 인류 공동 생활 거주 구역(3) 24.08.17 10 0 11쪽
3 Episode1. 구舊 인류 공동 생활 거주 구역(2) 24.08.12 11 0 12쪽
» Episode1. 구舊 인류 공동 생활 거주 구역(1) 24.08.10 20 0 12쪽
1 Prologue. Never done 24.08.05 2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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