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톱 소드마스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디스히트
작품등록일 :
2024.08.06 21:13
최근연재일 :
2024.09.04 19:2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011
추천수 :
12
글자수 :
299,870

작성
24.08.06 21:16
조회
107
추천
2
글자
19쪽

2

DUMMY

2



세상이 참 구체적으로 미쳐 돌아갔다.


시작은 지옥문 열린 틈새로 빠져나온 악마들 탓이었다. 그것들 모두 오랜 옛날부터 인류의 공적이었다.


그렇기야 했다만, 잊힐 즈음에야 한 번씩 지옥문 열고 튀어나오며 해이해진 기강에 긴장감 더하는 게 전부였다.


이는 서로 치고받고 싸우던 인류가 느슨히 결속 다지는 데 공헌했으니 좋고 나쁨이 공존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악마들이 현세에 강림하는 빈도수가 늘었다. 그냥 늘어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물밀듯 치고 나오며 사람들을 학살하였고 겸사겸사 불도 질러 댔다.


그것은 군세였다. 인류를 멸절시키고야 말겠다는 결의인지, 대대적인 공세를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된 지는 얼마 안 되었다. 어림잡아 10년 정도 되었을까. 하지만 이미 도시 몇 개가 멸망을 맞이하였고, 사람은 그보다 훨씬 많은 수가 죽었다.


역사 속에서 드물게 평온을 구가하던 시기는 그렇게 저물었다. 뜻 모를 외세의 광기 앞에 인류의 운명 또한 그렇게 될 터였다.


그리하여 인류는 다짐하였다. 악마들에게 지지 않으리라. 그래서 악마들에게 뒤쳐지지 않을 만큼 막대한 수의 인간들을 학살했다.


이는 교단의 주도 아래였다.


얌전히 경전이나 외던 교단은 돌연 미쳐버렸다. 그들이 악의 군세를 마주한 인간 종의 명맥에 대해 역설하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의 운명은 거센 강풍 앞에 놓인 촛불과도 같습니다. 모두의 정신이 횃불 아래 합일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앙을 매개로 하여 공고히 뭉쳐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영역 바깥에 난 사람들을 죄다 쇠꼬챙이에 매달아 불태워 죽였다.


처음에는 사전적 의미의 배교자들만을 불태워 죽이긴 했다만, 어째 그 사전적 의미가 날이 갈수록 확대되었다.


현재는 자연과학과 수학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배교자로 분류된다. 신의 섭리란 그 자체로도 너무나 아름답고 이상적인 것인데, 거기에 의구심을 품으며 이해를 욕망한다는 게 불경하다는 까닭이었다.


또한 예술가들도 꼬챙이에 매달려 불살라졌다. 신성이 아닌 한낱 인간의 가치를 조명하여 독실함에 저해를 일으킨다는 까닭이었다.


철학자들은 민중의 생각에 해충을 풀어 악마에게 조력을 보탠다는 까닭으로 불태워졌다.


이렇듯 공포와 탄압을 통해 인간 정신이 합일되긴 하였다. 세상이 참 구체적으로 미쳐 돌아갔다.


여하튼 그렇다. 오른쪽 팔뚝 잘린 악마는 절단면을 벙벙하게 쳐다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붙어 있던 것이 어디론가 사라져선 핏물만 울컥거리며 뿜었다.


“다음 행동은 신중하게 선택해, 이 호로새끼야. 손 내밀면 손 잘릴 테고 발 내밀면 발 잘릴 텐데, 그럼 뭘 내밀어야 할까?”


회이던은 거기다 대고 가증스럽게 조잘거렸다. 이 인간도 적잖게 제정신 아닌 인물상이었다.


길가의 잡초 뜯어서 국을 끓여 먹는 인간이라 그러하다. 또한 성격 되바라진 쌍놈의 성질도 일부 띠었으니 더더욱 최악이다.


그러나 초상화 그렸다고 쇠꼬챙이에 매달아 태워 죽이는 것보다야, 잡초 뜯어서 국 끓여 먹는 게 훨씬 낫다.


회이던은 악마와 성직자들을 공평하게 미워했다. 쌍놈의 기질이 그 둘을 향하였으니 민간 입장에서는 다행이라 할 만했다.


미움받는 악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치밀어 오르는 열기에 일그러지고 파들거리더니, 격분한 왼쪽 팔을 회이던 향해 휘둘렀다. 벌린 아가리에서는 진홍빛의 지옥염이 일렁거렸다.


휘두른 궤적은 아래 땅바닥을 휩쓸다시피 하였다. 대검은 회이던의 몸을 횡으로 갈라버릴 기세였고, 실제로도 곧 그렇게 될 것이었다.


“틀렸어, 대가리를 내밀어야지. 멍청하긴···.”


전기톱에 매달린 쇠줄이 거칠게 뽑히며 들려 올라갔다. 회이던은 공격이 쇄도하는 속력에 맞추어 땅을 박찼고, 붕 떠오른 발바닥 아래를 대검이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그 순간, 회이던은 전투화 밑창을 지글거리는 검날 표면에다 슬쩍 디뎠다. 가죽이 그을리며 매캐한 검댕 냄새를 퍼뜨렸다.


회이던은 그 발디딤을 추진력 삼아 대검을 박찼다. 박차더니 더욱 높은 위치로 도약하였으며, 반면 대검은 마저 휘둘리지도 못한 채 바닥에 처박혔다.


검날 표면에는 쩌적거리며 갈라짐이 일었다. 회이던 다리 근육 힘이 악마제 금속을 박살 낼 만큼 웅대한 것은 아녔다.


발 딛는 순간 회전하는 톱날도 슬쩍 가져다 댄 것으로, 극히 일순간의 접촉만으로도 그 정도의 파열을 일으켰다. 그리 중요한 사실도 아니다.


붕 떠오른 회이던은 악마의 어깨 부근이 되었다. 대검을 횡으로 휘두른 참이었기에, 어깨는 밟기 편하도록 아래로 기울어져 있었다.


회이던은 사양 않으며 그 위를 재차 박차, 훨씬 더 높이 도약하였다. 톱날의 회전에는 살갗 찌꺼기와 핏물이 섞였다.


악마 어깨의 단단한 살갗이 툭 하고 터지며 핏물을 뿜었고, 거칠게 갈라진 부분은 중력에 의해 축 처졌다.


쩌억 늘어진 근섬유들이 분리된 두 부위의 이음매를 자처하긴 했다. 그러나 이미 악마의 왼쪽 팔 전체가 못 쓰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악마의 고통 섞인 포효는 천둥소리 재현하는 전기톱이 탐욕스레 먹어 치웠다. 그래서 누구의 귀에도 들릴 수 없었다. 들을 수 있는 사람 자체도 없을 것이고 말이다.


톱날은 회전을 거듭하며 혈액 성분 뒤섞인 그을음을 흩트려놓았고, 체공한 회이던의 몸체는 어느덧 드높은 위치의 악마 얼굴보다 더 높은 위치였다.


그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목소리를 중얼거렸다.


“이제 초읽기에 들어갑니다아아아···.”


악마의 얼굴은 햇빛을 등졌기에 눈동자만이 번질거렸다. 하지만 햇빛을 완연하게 쬐며 빛깔을 반사하는 전기톱은 그 전체가 번질거렸다.


악마는 그 즉시 입을 벌렸다. 어둠이 가득 메운 목구멍 안쪽이 일순 밝아지며 진홍빛의 옥염이 들어찼다.


그러나 들어찼을 뿐이다. 그뿐이었다. 미처 내뿜기도 전, 살점 갈아버리는 소리와 함께 얼굴 상부가 반토막이 났다.


톱날이 휘젓고 지나간 곳의 눈 두 쪽이 문드러졌다. 핏물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내려찍은 힘도 절삭력 못지않게 웬만했는지, 악마의 몸이 뒤로 갸우뚱 기울었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


입에 머금은 불길은 그제서야 빈 하늘 향하여 일직선으로 솟구쳤다.


회이던은 공중에서 한 바퀴 돌며 불기둥을 피하더니, 악마의 정수리에 어렵잖게 착지했다.


좁고 흔들리며 불안정한 위치에서도 익숙하게 균형 유지하면서 두 다리만으로 버텼다.


고통을 음미할 시간을 제공해 줄 생각은 없는 듯했다. 톱날이 곧바로 악마의 정수리를 파고들었다.


머리뼈가 난자되고 뒤엉키면서 뭔지 모를 성분의 털이 단백질, 칼슘, 콜라겐에 첨가되었다.


좁쌀만 한 핏자국이 회이던의 얼굴에 세밀하게 튀었다. 갈려 나간 살점들도 마구 튀었다.


피와 뼈, 소음의 과욕한 취주악이었다. 거기에 될성부른 인간성이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악마는 몸부림치며 어깨 위를 마구 휘둘러댔다. 간신히 매달려 있을 뿐인 왼팔이 달랑거리며 상처가 더더욱 크게 벌어졌다.


이는 회이던에게 색다른 흥취를 가져다주는 데 그쳤다. 저도 모르게 빠져나온 웃음은 전기톱 소음에 먹혀 누구의 귀에도 닿지 못했다.


“하하, 허허허, 하하···.”


회이던은 적당하다 싶은 순간 전기톱을 거두더니, 몸 돌려 뛰어올랐다. 악마의 정면을 바라보며 낙하하는 것이었다.


그리 높지도 않은 위치, 그렇기에 극히 짧은 찰나, 그의 눈높이는 악마의 복부 부근에 놓였다.


그때 미리 온존해 놓은 팔꿈치의 힘이 폭발하였다. 날래고 거세게 휘둘린 전기톱에 악마 배때기가 터지듯이 가로로 갈라졌다.


갈라진 사이로 뜨끈한 내장들, 단 하나의 획에 의해 찢어지고 트이고 짓뭉개진 것들이 불쑥 고개 내밀었다.


고개 내민 모든 것들이 아래의 바닥으로 우수수 쏟아져 내리며, 또한 회이던도 같은 순간에 개운하게 착지했다.


“여기까지이이···.”


그때 악마의 열두 개 눈동자는 이미 꺼져 있었다. 햇빛 가리고 선 거구가 앞 방향으로 스르르 기울었다. 회이던은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그림자가 점차 좁아지더니, 반쯤 쏟아낸 장기 위에 거대한 몸이 맞물렸다. 눅진한 것들이 으스러지는 소리와 더불어 땅이 강하게 흔들렸다.


그 충격으로 악마의 세밀한 이빨 몇 개가 깨졌다. 그제야 부들거리며 짖어대는 날붙이도 진동하길 멈추었다.


비로소 굉음이 멎었다.



***



처참한 광경이 완성되었다. 어슷하게 갈라진 얼굴의 절단면, 머리뼈를 꿰뚫고 안쪽을 헤집어 놓은 자국, 그리고 거구가 쓰러진 충격에 짓뭉개진 장기들까지.


또한 갑옷째로 몸이 찢긴 채 미동 없는 기사의 시체, 인간 피와 뼈와 살갗으로 이룬 곤죽의 향연과 그 위에서 나풀거리는 지옥문.


실로 지상 위에 국지적으로 강림한 지옥도였다.


“그런데 악마 한 마리가 이 많은 사람들을 다 죽인 건 아닐 거 아냐.”


그렇다. 절반은 교회 기사의 검격에 죽었다.


“쌍놈이네, 진짜.”


회이던은 뒈진 악마의 두꺼운 등짝 위에 앉았다. 앉은 채 손등으로 얼굴을 슥슥 닦았다.


핏물은 쉬이 지워지지 않았다. 좌우로 번질 뿐이었다.


상관없었다. 어차피 추레한 스스로의 꼬락서니를 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짐작건대, 볼 수 있는 자도 남지 않은 듯했다.


회이던은 하품이나 하며 지옥문 사그라드는 것을 잠잠히 응시하였다.


몰려나온 악마가 절멸할 경우 지옥문은 저 스스로 닫힌다. 닫히지 않는 경우라 하면 그 안쪽에 아직 악마들이 남아있다는 의미이다.


말인즉슨 직접 들어가서 남은 것 하나하나 색출해 쳐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조금 전 저문 6미터짜리 악마가 마지막인 모양이었다. 지옥문은 곧 꺼질 듯하였다.


음험하게 흔들거리던 기세는 시들해졌으며 지옥불 특유의 색채, 흉흉한 진홍의 불길도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회이던은 육포를 질겅거리며 씹다 말고 슬며시 일어섰다. 더 보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네놈···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고개 돌려보니 나무에 처박힌 뒤 몸 스르륵 흘러내린 교회 기사였다.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 있었다.


거동이 심히 불편해 보였다. 몸 이곳저곳 성한 데가 드물 텐데, 무겁고 두꺼운 갑주까지 걸치고 있으니 더더욱 불편할 것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그것 말고도 하나 더 있었다. 대검의 끝으로 회이던을 가리키고 있단 것이었다. 그게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거나 하진 않았다.


“아, 살아 계셨군요. 미동도 없이 축 늘어져 있길래 영락없이 뒈지신 줄로만 알았습니다. 혹은 악마의 위용에 지레 겁을 먹어 죽은 척하고 계셨다거나···.”


“닥쳐라!”


“소리는 왜 지르고 난리야···.”


칼 겨누고 있는 것, 그리고 가릴 심산도 없이 고압적인 태도로 미루어 보건대 회이던의 업적을 치하하려는 의도는 없는 듯 보였다.


덕분에 위험한 악마를 토벌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실력이로군요. 교단과 그 밖의 선량한 시민들을 대신해 감사를 표하겠습니다.


그런 대사 내뱉을 여지라곤 없이 적의가 적나라한 얼굴이었다.


“네놈, 회이던 섬칼리고드 아닌가?”


“아, 언제 지랄을 시작하려나 속으로 재고 있었는데 때마침.”


“천둥소리를 내는 마검, 톱니를 굴리며 먹이를 탐하는 기아의 부적. 그것을 들고 다니며 불신과 저주를 흩뿌리는 배교자 회이던 섬칼리고드에 대해 들은 적 있다. 네놈의 행색과 정확히 일치하는군.”


“아니나 다를까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적당한 순간에 지랄을 가해 오는군요.”


“묻는 말에나 답하라!”


교회 기사는 힘이 막 남아도는지 쩌렁쩌렁한 외침을 숲에다 울렸다.


회이던은 겁먹은 표정을 연기해 보려 했지만, 이내 참을 수 없다는 듯 천박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푸헤헤헤, 프흐흣, 흐흐흐허허···.”


“역시 회이던 섬칼리고드로군!”


회이던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물론 슬픔의 눈물은 아니다. 이 점은 넘어가도록 하고···.


“그렇습니다. 저 회이던 섬칼리고드입니다. 그쪽은 영광의 횃불이 등 뒤 비추는 교회 기사 나으리로군요. 이유 없이 늘상 빡쳐 있는 모습만 봐도 견적이 나옵디다.”


기사의 얼굴에 서린 적의는 이내 경멸이 되었다. 회이던 겨눈 검신에 화염이 일더니, 바람 부는 방향으로 나부끼며 불똥을 길게 흩날렸다.


그게 막 회이던 머릿속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진 않았다. 숲에 휘감긴 화마도 슬슬 고개를 숙이는 중인데 저 불똥들 때문에 또 어디 옮겨붙는 거 아냐. 뭐 이런 이상한 생각이나 하고 자빠졌다.


“너 신성 모독자이자 추기경 살해자, 반역자, 악마 숭배자, 기사 학살자, 마검에 지배당한 자여, 횃불의 이름으로 기꺼이 처단하겠다!”


“너무 길지 않나? 한 단어로 줄여 보자는 내부적인 논의는 없었는지.”


“배교자다운 헛소리를 하는군. 너 자신을 칭하는 악덕이 이렇게나 길다. 부끄러움을 느끼거라!”


회이던은 피식 웃으며 등 뒤에 널린 수많은 병졸들 시신을 가리켰다.


기사가 자행한 아군 학살을 들먹여 그의 마음 어딘가 숨어있을지도 모를 죄책감을 자극하려는 의도는 아녔다.


애당초 교회 기사는 자신의 행동에 일말의 거리낌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현 세태의 정의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군중의 보편적 도덕관념이 어떠하건, 그것은 교단의 질서 아래서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학살 행위를 놓고 뭐라 왈가왈부하는 것은 언어와 이를 구사하는 양분의 낭비이다. 회이던의 짓궂은 미소는 다른 쪽을 향하고 있었다.


“나 여기 널린 시체들을 조금 둘러봤거든. 어느 쪽이 악마에게 죽었고 어느 쪽이 네놈에게 죽었는지 세어 보려고 말야. 그런데 힘들더군.”


“저놈들은 죽어 마땅하기에 죽은 것이다. 네놈의 불경한 말에는 신성을 오염시키고자 하는 악의가 깃들어 있구나.”


“닥치고 말 끝까지 들어. 분간하기 힘든 까닭이 뭐겠니? 악마가 휘두르는 대검도 절단면을 지지고, 네놈의 불붙은 참격도 절단면을 지지잖아.”


“···말을 멈출 기회를 주겠다. 그 이상의 모독을 범하지 말라.”


“가만 보면 교단이나 악마나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것 치곤, 사람 불태워 죽이는 걸 너무 사랑한다는 점이 겹친단 말이지···.”


기사의 이마에 힘줄이 일었다.


“어떤 맥락이 읽히는 것 같지 않냐?”


“아아! 횃불이시여! 저 마검 든 배교자에게 불벼락 내리소서!”


“모독은 네놈 망발이 모독이다. 감히 성검을 앞에다 놓고 마검 운운해?”


“내 귀를 오염시키지 마라. 이 정도로 잔악한 불경함이라니!”


교회 기사는 악마에게 그랬던 것처럼 검을 허공에 휘둘렀다. 단박에 초승달 모양으로 빛과 화염 혼재된 참격이 퍼지며 고속으로 날아들었다.


회이던은 그것을 애써 피하려 하지 않았다. 도리어 날아드는 참격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러다 날카로운 섬인이 가슴에 맞닿기 직전, 상반신을 급격하게 뒤로 넘기며 바닥에 미끄러지듯 했다.


표면에 화염 머금은 빛의 칼날은 그의 이마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그저 스쳤을 뿐이며, 잘려 나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을린 것조차 없었다. 그대로 통과해 쭉 날아가더니 어느 먼 위치에서 절로 사그라들었다.


“이노옴···!”


검을 한 차례 더 휘두르려는 교회 기사, 그러나 전기톱은 어느덧 그의 코앞이었다.


그는 거칠게 동작을 취소하더니 톱날을 막았다. 바람은 멎었건만 검날 위 불똥은 더 격하게 흩날렸다.


기사의 갑주 안쪽 팔이 부들거리며 떨렸다. 대검을 드는 것쯤이야 한 손으로도 거뜬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검 본연의 무게만이 실렸기에 그러했다.


하지만 전기톱이 밀고 들어오는 하중이 더해진다면 어떨까. 그럼 이야기가 달라진다.


“끄으으윽···!”


“감당도 안 되면서 나대긴 왜 나대. 그냥 죽은 척이나 계속하고 있으면 좋았을 것을···.”


“닥쳐라···!”


회이던은 쇠줄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죽어 있던 전기톱의 몸체가 거친 숨을 토해내며 도로 맥동하기 시작하였다.


손가락은 전기톱 손잡이에 달린 레버 위에 미리 올라가 있었다. 미리 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던 것에 얕게 힘을 더했을 뿐이다.


톱날은 기다렸다는 듯 회전을 재개하여, 불똥에 불똥을 더해 쇳소리를 미친 듯 흩날렸다.


회전과 맞댄 검날은 잠시 마모하는가 싶더니 견디지 못하고 부서져 버렸다. 교회 기사를 향해 밀고 들어오던 하중은 그 즉시 속력으로 전환되었다.


톱날이 기사의 목을 훑고 지나갔다. 지나간 자리에선 구멍 뚫린 제방처럼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


세상의 죄업이 점차 커지고 깊어지듯, 기사 목 상처도 갈수록 더 벌어지며 나오는 핏물의 양도 꽤 되었다.


“꺼흐윽···!”


뭐, 그렇게 되었다. 이런 죽음이 있으면 저런 죽음도 있는 법이다.


누군가 허리가 반으로 토막이 난 채 죽었다면, 누군가는 모가지가 저며진 채 죽어야 우주의 균형도 완만해지고 그러는 것이다···.



***



사실 우주의 균형과 같은 주제는 너무나 거룩하여 회이던이 논할 바가 아녔다.


그렇다 해도, 구체적으로 미쳐 돌아가는 현 세상의 균형에 대해선 논할 바가 몇몇 있었다.


신성 모독자, 추기경 살해자, 반역자, 악마 숭배자, 기사 학살자, 마검에 지배당한 자.


교회 기사가 읊은 그의 죄목은 일부만이 진실이다. 나머지는 교단 측의 교묘한 날조였다.


그렇기에 회이던도 기사에게 건넨 도발 섞인 조롱에 교묘한 진실을 숨겨 놓았다. 전기톱은 실제로 성검이 맞다.


어느 날 밤하늘에서 직접 몸 이끌고 내려온 신이 회이던에게 직접 하사한 것이었다. 전기톱과 함께 신탁을 수여받았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 전기톱을 이용해 모든 악마들의 군주, 지옥염의 지배자, 선의 천적인 마왕을 척살하라.


힘 갖춘 자라면 무릇 나서야만 하며, 그러길 택하지 않는다면 무고한 다수를 향한 범죄나 다름없다.


개판이 된 세상을 구원하진 못하겠지만, 최소한 물결의 급격한 흐름에 제동은 걸 수 있을 것이다. 겸사겸사 너 쫓아오는 교단 새끼들을 그걸로 쳐죽여버리든가 하고···.


뒤돌아본 위치에 산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악마, 병졸들, 기사 둘, 죄다 죽은 몸을 한 채 바닥에 덩그러니 널렸다.


타들어간 풀도 죽었고, 보이지 않는 숲 깊은 곳에는 악마들 시체가 더 많이 쌓여 있을 것이며 흉흉하게 일렁이던 지옥문도 지금 막 죽었다.


회이던은 그 모든 광경을 달리 감흥 없는 눈으로 한 번 훑고는 뒤돌아 숲 바깥을 향해 떠났다.


세상을 역행한 살인 무기, 그리고 세상의 존속 여부가 되바라진 쌍놈의 손에 실렸다는 점이 참 위태롭긴 하다.


그런데 존엄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세상을 개판으로 몰아넣었으니, 이렇게 되어야 균형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기톱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2 24.08.06 108 2 19쪽
1 1 +1 24.08.06 202 4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