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ㄱ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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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트레이더밥
그림/삽화
트레이더밥
작품등록일 :
2024.08.07 01:16
최근연재일 :
2024.09.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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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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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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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봉골레와 할아버지의 유산

DUMMY

MT는 시험 기간이 마무리 되지 않고 간 거라, 빠르게 끝났다.

다들 약간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 


나 포함 동아리의 몇 명은 차가 있긴 했지만, 30여명이나 되는 인원을 다 싣고 올 수도 없었고 그놈의 낭만 낭만 하는 통에 느릿느릿 춘천 가는 기차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하아흠, 기차가 왜 이렇게 느리지 거참- 하품 너무 해서 나 눈 초롱초롱한 것 봐라.


다들 각자 집으로 자취방으로 돌아가고, 같은 원룸 건물 5층에 사는 미이슬과 오며 내 반짝이는 눈을 강조해 줬다... 녀석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든다.


“넌 그러니까 여자친구가 없는 거야. 낭만이 없어 낭만이, 불쌍한 녀석 쯧쯧

“허? 그러는 너는 모태솔로처럼 살아가는 네가 그런 말을 하니 어이가 없다?

“하? 내가 모태 솔로? 하? 세상에··· 나 인기 많아! 이 키에 이 미모에 과에서 여신님이시다. 알간?

“니이가아? 아주 퍽이나 허!


말은 이렇게 하지만 미이슬은 술만 안 마시면 멀쩡하기는 하다. 내 키가 180 조금 안 되는데 나보다 큰 걸 보면 이건 모델급 신장에 얼굴도 준수하고 날씬하고 우리 학교면 공부도 잘하는 편이지. 하지만


“음···그래도 넌 너무 커서 일단 주변에 남자가 많을 가능성이 없어, 거기에 한 번 아니면 그냥 끊어 버리잖아. 그러니 네가 모태솔로라는데 내 손모가지를 건다.

“하아- 그래 너 따위를 내가 설득해서 뭐가 남겠냐. 밥은 먹고 들어가나? 아니면 내 방에서 뭐 간단히 시켜 먹을까?

“네 방? 어웁-! 싫다. 먹고 가자.


미이슬의 방,

남중 남고 나온 나는 여자들은 다들 아름다운 꽃밭? 그게 아니라도 깨끗하게 살겠지 했으나··· 그건 현실에는 없는 일 같다.

내 방도 더러운데 얘 방은 그냥 옷이 가득 쌓여 있어서 통로를 내면서 걸어 다녀야 하는 수준... 자기가 사용하는 공간만 치우더라고 오죽하면 게을러터진 내가 청소를 다 해줄 정도다.

여자 친구가 있다면 자취방에는 놀러 안다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뭐 먹지? 주인이 하고는 맨날 제육, 삽겹 두 가지만 먹어서 고민이 없는데 너는 꼴에 여자라서 그런 건 또 안 먹잖아. 네가 정해 메뉴

“아- 그놈의 제육은 뭐가 그리 좋아서 계속 먹냐? 파스타 먹으러 가자.

“파스타? 아흠··· 맛없는데 뭐 그럼 저쪽에 그 봉골레 파스타 먹으까? 

“어, 그래.


우리는 가던 길을 조금 돌아 해산물에 약간 매콤한 맛이 일품인 봉골레 파스타 맛집을 향해 가본다. 크림 파스타는 솔직히 무슨 맛인지 모르겠고 토마토 베이스는 그럭저럭 익숙해서 먹는 맛, 그나마 해산물과 칼칼함이 매력인 봉골레는 나도 그냥 먹는 편이다.


주문 후 잠시 기다리니,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학교 주변이라 그렇게 비싼 것은 없고 치킨 리조또와 봉골레 파스타.


“와- 짝짝! 먹쟈~ 너 봉골레가 왜 봉골레인 줄 알아?

“후루루루룹 커컵! 당연히 알지, 올 때마다 설명이냐? vongole 이탈리아어로 조개라며 아냐?

“오- 그래도 귀는 열려 있네, 썩은 물? 그래. 올리브오일에 해산물 풍덩이지- 캬아- 좋타. 

“근데 이건 왜 9500원이야? 그냥 서양식으로 국수 삶은 것 아닌가? 이해가 안 가네. 학사분식 제육은 5000원인데


이슬이가 딱 네 수준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답한다.


“야, 이 분위기. 낭만의 가격이 더해진 것 아니야. 이 그릇도 얼마나 이쁘니? 플레이팅도 가격에 포함되는 법이지.

“플레이팅은 개뿔, 쩝 그냥 대충 부었구먼. 그래도 얼큰하니까 속은 좀 풀린다. 방학 때는 고향 내려가나?

“오물오물- 으음, 응. 가야지. 올해까지 놀고 이제 나도 고시 준비하러 들어가야겠어. 집에서 공부 안 한다고 난리야 난리.


생각해보니 얘도 대학 와서 술을 마시기 시작해서 그렇지, 성적이 참 좋았다고 했다. 전교에서 열 손가락 안에 항상 들던 녀석이라는데 술이 문제다. 

어느 정도 배도 차고 올리브 오일의 묘한 거부감에 일찍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나는 간단한 탄산을 마시며 묻는다.


“아 느글하게 맵네. 그래 그럼 행정고시 준비하는 거야? 고시라···아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프다. 그래도 군대는 안 가는 게 어디냐? 부럽다. 나도 여자로 태어났어야 하는데

“음- 군대 2년 금방 가지 않나? 오빠도 군대 갔다가 이제 곧 전역인데 뭐 재미있다더라구.

“군대가 재미있어? 하하- 와- 대단한 형님이네··· 하긴 삼시세끼 먹고 운동하고 걱정이 없는 건 좋네. 근데 왜 이리 가기가 싫냐? 한 18개월만 하면 좋겠다.

“18개월? 하필이면 십팔! 개월이야? 인성이 아주 폐급이야. 쯧쯧

“뭔 말만 하면 폐급이래, 에이- 빨리 먹어. 

“음식을 음미하며 먹어야지, 배만 채우면 되는 게 아니야 이 썩은 물아!

“아, 먼저 갈래. 군대 생각하니까 빡쳐, 천천히 먹어- 간다.

“야! 야!


그냥 군대 생각만 해도 만사가 귀찮아지는 통에 먼저 음식값을 계산하고 방으로 돌아와 누웠다. 멍하니 누워 있다가 심란함이라도 달래려 이곳저곳 청소를 해본다.


“어? 바퀴벌레! 죽었네? 내가 이겼어. 하하- 인간이 더 강하다는 게 증명된 거지. 하하, 하··· 바퀴벌레 넌 군대 안 가지? 부럽네···졌다.


미쳤나 보다. 방은 깨끗해졌으나 마음이 정리가 안 된다. 간단하게 샤워하고 지갑을 챙겨 길을 나섰다. 


고향으로


***


다른 녀석들은 하루라도 빨리 졸업하려고 20학점씩 풀로 신청했지만, 난 대학 가면 좀 놀고 싶었다. 

부모님도 2학년까지는 놀아라, 그때 공부해도 별 소용없다고 허락하셨기에 최소학점인 9학점씩만 신청해왔다. 

그 덕에 시간은 널널하고 학점도 A는 없으나, A-, B, C가 주를 이루기에 나중에 학점 복구한다고 형들처럼 계절학기 들을 필요는 없겠지.


가벼운 마음으로 고향으로 떠난다.

대프리카로 더 유명한 대구가 내 고향, 동대구역에 내리니 뭔가 익숙함이 느껴진다.


“하- 그래도 고향이라고 오니까 좋네. 언제 오시나?


/띠리리-리띠이 띠리리-리띠이- 띠리리리리-리리

촌스러운 내 휴대폰 알람이 들리는 것 보니 부모님께서 오셨나 보다.


“여보세요? 어- 엄마. 어- 뒤쪽? 어- 어. 가께


신기하게 부모님과 통화하면 어- 어, 어~, 어? 어~어-어? ‘어’짜만 온종일 써도 대화가 된다. 갱상도라서 그런가? 빠른 걸음으로 반대쪽 코너 부근으로 가니, 엄마 차가 보인다. 새빨간 산타페.


/탈칵, 쿵

“아이고 우리 아들 왔나? 밥 뭇나?

“어- 엄마는?

“시간이 몇신데 무긋지~ 

“아빠는?

“가게에 있지~ 어데 가게로 가까?

“어- 월드컵이라가 사람 많겠네?

“그라지~ 아주 아빠가 좋아 죽는다마. 간데이

“어-


또 ‘어’만 하고 있다. 엄마는 요즘 우리가 하는 술먹는 노래방에 사람이 미어터진다며 자랑을 계속하신다. 그 준*이라고 있지않나, 그 가게인데 사람들 입소문을 타고 잘 되고 있다.

가게 앞에 주차하고 내리니 주변에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은 이들이 많이 보인다. 엄마가 내 등을 툭 치며 가자고 하시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엄마, 아빠는 이제는 좀 노래방 일하는 거 맘에 들어 하시나? 

“그르치~ 공장 망하고 기운도 없디만, 요즘은 좀 돈이 벌리니까. 신나가 하신다마- 드가자 

“다행이네, 어- 


예전에 대구에 섬유공장이 참 많았다. 섬유산업의 메카였던 도시인데 하나둘 인건비 따먹기가 되면서 해외로 떠나고 그로 인해 해외로 따라 나가지 않았던 아버지 공장은 문을 닫았다.

우리도 한동안 참 힘들었는데 아버지가 일자리를 찾아서 서울로 가면 서울로 전학 가고 부산으로 가면 부산으로 전학을 가고 완전 떠돌이 생활

그 덕에 중고등학교 친구들은 연락이 되는 녀석들이 드물다.


/오- 필승 코리아- 오오레오레~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다들 크라잉땅콩의 노래나 버즈 버즈 노래, 윤 밴 노래로 목이 찢어져라 소리 지르는 게 보인다. 카운터에 일하시는 누나가 나를 알아보고 웃으며 나온다.


“이햐- 대학생 인물이 아이가~ 잘 지낸나?

“아- 예 누나. 하하, 그냥 실컷 놀았죠. 뭐. 

“그래, 대학가가 놀아도 된다마- 사장님은 니 온다고 뭐 좀 사러 가셨다. 

“그렇구나, 요즘 장사 잘 되나 봐요? 시끌시끌하네요.

“미어터진다 마 다 월드컵 노래 부르고 난리다 난리.


장사 잘된다니 나도 기분이 덩달아 좋다. 크라잉 땅콩 노래를 나도 좋아하는데 그냥 말 달리자 같은 걸로 여기서 다! 죽! 자! 소리 한번 지르고 나면 속이 다 후련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엄마가 과일 안주를 내오신다.


“묵고 이야기해라-

“예- 냠냠. 이거는 직접 손질하는 건가? 이쁘게 담았네

“아 요즘은 장사 너무 잘 돼 가 이것만 가져다주는 과일가게가 있다카이. 거기 주문해가 쓰고 있다 아이가 

“아- 그럼 그렇지. 우리 엄마가 이래 이쁘게 깎고 담을 리가 없지. 하하- 아! 때리지 마라-

“맞아야 해, 너는 


/딸랑-

“아, 아들 왔나? 밥 뭇나?

“예, 아부지. 이거 베라 아임까?

“어? 베라? 그게 뭐꼬 베수킨 라빙수라 켔나 뭐꼬, 여하튼 아이스크림이다마. 묵자.

“어머- 사장님 센스 있으시네예- 


베라를 보니 이게 뭔가 익숙하다. 아몬드봉봉이 내 입맛에 맞던데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사이즈가 엄청 큰게 그랜드 사이즈인가보다.

네 명이 머리가 띵해지는 걸 참으며 열심히 퍼먹다 보니 더이상은 못 먹겠다.


“아- 머리야. 아빠 더 이상 몬묵겠다마.

“더무라, 녹는다.

“아- 포기. 골 깨지겠다마

“거 사내자슥이 아이스크림 하나 몬 묵노, 쯧. 아! 내 정신 좀 보소, 집에 니 뭐 왔던데?


뭐지? 집으로 올 물건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며 가게를 돌봐야 하는 아버지를 두고 집으로 향한다. 집에서도 엄마가 주는 과일을 하나씩 먹으며 편지를 읽어 보니 한숨이 나온다.


“병무청이네? 엄마, 이거 진짜 내한테 온기가?

“어- 군대가라 카는거 아이가? 가야지

“하아, 군대··· 왜 한국에서 태어나가지고 아 나 참···


/찌익

읽어보니 1급에 현역 동반입대 확정이란다. 다음 달에 간다. 연기할 방법은 없나 싶어 한동안 안 쓰던 컴터를 켜본다.


“엄마, 이 컴터 와이래 깨끗하노? 누가 쓰나?


엄마가 식혜를 들고 들어오며 내게 고개를 끄덕인다.


“어- 내가 쓰지. 엄마가 이래 봬도 은행원 아이가, 요즘 HTS라 카는게 있는데 그걸로 주식도 된다 아이가

“주식? M7, MAGA 뭐 투자하는데?

“아들 주식 할 줄 아나? 마가가 뭐꼬? 주식은 삼승이야 삼승. 1등을 해야지 안 그러나?

“그런가? 근데 주식···어 왜 해본 것 같지. 아!


주식 이야기를 하다 보니 통장에 있던 돈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잘못 송금된 돈이라면 어디 빠져나가고 없겠지. 컴터로 병역 연기하는 방법을 찾아보며 엄마에게 물어본다.


“엄마, 내 통장에 8억인가 뭐 잘못 입금된 거 같던데 혹시 엄마가 보낸기가?

“8억! ···아, 할부지 산 팔린 거 니 계좌로 입금되었나보네. 니 물리 준다 켔던 산이 공장부지로 드가가 팔맀다. 세금내고 뭐하고 남은 게 8억 밖에 안되드나? 거참 얼마를 세금으로 띠가는 기고

“할부지 산? 그라면 그거 내 돈?

“그래, 니 돈. 엄마 줄라꼬?

“어-? 왜? 시른데! 아니다. 반띵하까?


엄마가 내 등을 치며 웃으신다.


“그냥 니 해라. 어차피 주고받으면 세금 내야 된다. 필요하면 엄마가 몰래 다 빼써뿌지뭐. 놀라지 마래이.

“헐- 너무하시네. 그건 그렇고 할부지 보고 싶다.


어린 시절 참 나를 좋아해 주셨다. 돌아가시고 나서도 이런 선물을 주시다니. 감동이다. 큰돈이 막상 생기고 나니 어디 써야 할지 감도 안 온다. 

한동안 엄마와 돈을 어찌할지 대화를 나누며 하루가 저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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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1 ch******..
    작성일
    24.08.25 09:53
    No. 1

    세금 괜찮을까요 ㄷㄷ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트레이더밥
    작성일
    24.08.25 09:57
    No. 2

    세금 ㄷㄷㄷ
    상속세 덕에 어떤 기업은 중국에 매각해버리기도 했었죠?
    유리 밀폐용기 만들던 회사.

    모든 제도는 장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용!~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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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낭만, MT를 가요. +2 24.08.07 201 2 12쪽
3 마니또를 아시나요? +2 24.08.07 278 3 12쪽
2 군 면제의 꿈 +8 24.08.07 379 3 12쪽
1 *2002년의 밤 - 우리가 4강? +4 24.08.07 58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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