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가 억세게 운이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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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돌이
작품등록일 :
2024.08.08 19:08
최근연재일 :
2024.08.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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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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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자인데 의인입니다

DUMMY

2 하남자인데 의인입니다


나는 지금 경찰서에 앉아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경찰서장실에.


“자네가 최현기 군이로군. 편히 앉게.”

경찰서장이 다가와 말했다.


“···”

뭐라 대답해야했지만, 나는 긴장해서 그냥 자리에 앉았다.


“요즘도 이렇게 훌륭한 청년이 있다니!

긴 말 않겠네, 이달 말에 있을 호국 보훈 행사에서 최군에게유공 시민 감사패와 상장을 수여할 예정이야.”


비록, 경찰서장의 위압감은 대단하지만,

나···나도 긴말은 하지 않아.


“···거···거절하겠습니다.”


“네? 현기님! 왜 이런 기회를??? 포상금도 두둑할텐데요!”

옆에서 날파리처럼 날아다니는 황금돼지가 핑그르르 돌며 뭐라 씨부렸다.


***

[24시간 전 오후 5시]


“전 그럼. 헬스장 나가 볼게요.”

“···어···어···”

“오늘 마감을 배우면 좋은데 하필 제가 헬스장 마감인 날이라서요. 내일 밤에는 11시 전에 오니까 그때 배울게요.”

“그래.”


차은오에게 비번과 열쇠 들을 전달했다.

오늘부터 창고에서 잔다고.


차은오가 떠난 뒤 편의점은 평소와 똑같이 흘러갔다.

벌써 10시 50분. 곧 마감이다.


빨리 집에 가서 게임이나 하고 싶을 뿐이다.

내가 일하는 편의점은 11시에 문을 닫아서 마감도 내 몫.


띵동-!

누가 마감 10분을 남기고 편의점에 들어오는 거지?


멀리서 봐도 눈에 띄게 큰 키에 잘생긴 얼굴의 남자와 그를 따라 우르르 들어오는 네 명의 대학생들.

이 편의점 점장의 아들 강서하다.


“오 현기, 네가 있었네. 인사해. 내 동창이야.”


“우와! 이 분은 엄청 잘생기셨네요!! 친구분인가요?”


크리스티나가 자신은 강서하의 눈에 안보이는 걸 이용해 그의 코앞까지 가서 뜯어먹을 듯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젠장, 돼지마저 얼굴을 보는 군.

같이 온 아이들이 날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고개를 꾸벅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교회 애들인데 같이 놀다가 헤어지기 전에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해서 왔어.”


안 물어봤다.


삑-

삑-

삑-


편의점 아들이라도 계산은 해야 한다.

바코드를 찍는 동안 그들은 왁자지껄 떠든다.

아, 마감 전에 제발 나가길.


“오빠, 근데 진짜 데뷔하는 거 아니에요?”

“매니지먼트에서 연락 온 게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하···하하. 데뷔는 무슨,

이번에 연락 온 건 일반인들 나오는 프로그램이라

일단은 지금은 고민중이야.”

“꺅- 대박. 오빠 지금 인스타 팔로워도 많은데 방송 나가면 엄청 유명해지겠다.”

“형, 근데 공부 안하고 그런다고 집에서 뭐라하진 않아요?”

“하하. 요즘은 자기 이미지도 브랜드나 다름없으니까.”


‘떠들지 말고 다들 빨리 꺼져라.’


명문대생이 인플루언서에 방송이라니. 대단하네.

역시 강서하는 차원이 다르다. 너무 달라서 부럽지도 않음.


“세상에!! 정말 깜짝 놀라게 잘 생겼다 했더니!

사람보는 눈은 다 똑같네요! 들었어요? 현기님? ”


‘이 돼지도 좀 닥쳤으면···’


내 바람과 달리 크리스티나는 계속 떠들었고, 강서하와 무리들도 가게 밖으로 나가지 않고 가게 구석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마감 5분 남았는데 나가서 좀 먹지···’


띵동-!


하······여기서 또 손님이 오다니 진짜 존나 빡친다.

빵을 훔치다 걸린 적이 있는 비행 초딩 하나가 들어와 내 앞을 슥- 지나간다.


아이는 내 눈치도 보지 않고 빵과 음료를 몇 개 집어 카운터 위에 던졌다.


삑-

삑-

삑-


아이도 나도 아무 말도 안 했지만, 크리스티나가 정신 사납게 떠들었다.


“아니, 무슨 이 시간에 빵이랑 음료를 이렇게 많이 사가죠?

집에 어른들도 안계시나?

이상하네, 저 뺨에 상처 보세요. 설마···가정폭력?”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이 아이를 괴롭히는 건 부모가 아니라 동네 또래들이라는 것도.


하지만 나는 경찰이 아니다.

내가 아이에게 건넬 말은 딱 하나.


“···봉투 드릴까요?”

끄덕.


나는 아이가 혹시 저번처럼 몰래 뭘 훔친 건지 확인하기 위해 빵이 놓인 코너로 들어갔다.


아이는 카운터에 서서 봉투에 빵과 음료를 담고 있었다.

저 녀석이 가버리기 전에 확인해야지.


띵동-!

마감시간까지 5분. 또 한번 차임벨이 울렸다.

시발, 또 손님이라니.


“헉-!”

아이스크림을 먹던 아이들이 일순간에 조용하다.


“현기님!!!! 저 사람!!!!

카···칼을 들었어요! 피···피가 뚝뚝···”


크리스티나가 말해 준 덕분에 나는 진열대 너머의 상황을 눈으로 보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멈췄다.


반사경에는 티나의 말대로 피를 잔뜩 묻힌 사내가 보였다.

방금 누군가를 해치고 온 사람 같은 몰골이었다.


진열장에 가려 남자는 나를 볼 수 없었기에 그의 시선은 카운터에 서있는 아이에게 향했다.


“뭐야 이 새끼는? 너 지금 나 꼬라보냐?

하, 좆만한 새끼도 나를 무시하네.”


화가 난 남자가 잡히는 대로 물건 하나를 아이 쪽으로 집어 던졌다. 누구라도 걸려라는 식이었다.


쾅-!


“딸꾹”

놀란 아이가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시···발···시발···어떡하지···’

나는 몸이 얼어붙었다. 편의점 안에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강서하와 그 무리들도 쥐죽은 듯 조용했으니까.


“어떡해!! 저 사람이 아이한테 걸어가요!!!”


크리스티나가 걱정스럽게 소리쳤다.

하지만 나는 아이보다 내가 더 걱정이다. 시발.


‘안돼, 곧 내가 보일 거야···그럼 애가 아니라 날 공격하겠지? 존나 무섭다. 존나 무섭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잘못하면 이빨도 딱딱거리는 소리가 날 것 같아 나는 안간힘을 쓰고 숨을 죽였다.


“아이 씨발···니들이···이런···십···”

남자가 불분명한 소리로 욕지거리를 뱉으며 걸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망가야 해. 조금 빨리 뛰면 저기로 갈 수 있어.’

나는 카운터 너머에 창고 문을 노려보았다.

방금 내가 나오면서 카운터 문은 열려 있는 채였다.


‘저 남자가 오기전에 창고로 들어가 안에서 문을 잠그면 목숨은 건지지 않을까?’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남자가 진열대에서 무언가를 집는 듯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지금!!! 지금이다!!! 뛰어가야 한다!!!!


아이에게 잡히는 대로 던지던 남자가 뭔가 무거운 것을 손에 들었는 지 티나가 소리질렀다.


“안돼-! 그건-!!”

“잠깐! 멈춰!!!”


동시에 강서하도 큰 소리로 외쳤다.


아, 진열대 반대편에는 와인이랑 위스키병들이 있었지.

아마 그 중에 뭔가를 들어 아이를 노리나 보군.

하지만 난 상관없다.


이 틈에 전력 질주해서 창고로 들어가자!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하필, 풀린 운동화 끈이 밟혀 반대쪽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시발···시발···.씨···바알!!!!!!!’


중심을 잃은 나는 진열대를 붙잡았고, 내 몸무게를 버티지 못한 진열대가 남자위로 기우뚱 넘어졌다.


쾅-! 와장창!


진열대에 남자가 몸 한 쪽을 깔린 채 신음했다.

“으윽”


넘어진 진열대 뒤로 내가 병신같이 웅크리고 있었던 건 덤이다.


깔린 남자는 여기저기 피를 흘렸지만 편의점 진열대가 낮은 탓에 큰 치명상은 아니었다.

“아···씨발···으아아아악!!!! 뭐야!!!! 이새끼는!”


소리를 내지르더니 그는 나를 노려보며 벌써 비척비척 일어나고 있었다. 무섭다. 너무 무섭다.


‘시···시발···.시발···.’


아직 늦지 않았다. 저 미친놈이 일어나기 전에 창고로···


나는 전력을 다해 달렸다. 그러나 나는 나의 몸뚱이가 내 생각보다도 훨씬 느리고 굼뜨다는 걸 한번 더 깨달았다.


미끌-!

‘미끌????’


콰광.


나는 바닥에 쏟아진 술을 밟고 초등학생 아이 앞에 또 넘어졌다. 추하다. 하지만 사는 게 먼저다.


“사···살려주세요···”

아이가 내게 손을 뻗었다.

‘아···이 새끼 뭐지. 나도 죽게 생겼는데. 좀 비켜, 비키라고.’


눈앞에 창고 문이 있었지만, 아이가 나를 붙잡은 통에 나는 아이와 미친놈 사이에 끼어 버렸다.


남자는 일어나더니 굴러다니는 술병 하나를 내게 집어 던지려했다. 물론 내 시야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들렸다.


“현기님 피하세요!! 몸을 숙여요!!”

돼지의 목소리에 나는 일으키려던 몸을 다시 웅크려 아이 위로 쓰러졌다.


와장창-!

산산조각난 와인이 벽에서 흘러내렸다.


“돼지 같은 새끼가 존나 잘 피하네.”


칼을 든 남자가 철벅철벅 걸어오는 소리.

바로 앞, 우리 둘의 거리는 1미터도 안되었다.

내 뒤에 딱 붙은 아이가 덜덜 떠는 진동이 내게도 느껴졌다.


‘시발, 운이 좋긴 개뿔. 이렇게 죽는구나. 칼에 찔리면 엄청 아프다던데.’


“쿠팡이츠 주문~!”

“쿠팡이츠 주문~!”

“쿠팡이츠 주문~!”


띠링, 띠링, 띠링,띠링


‘시발, 마감시간 2분 남기고 어떤 미친놈들이···’

아, 이게 아닌가?


“뭐···뭐야?”


나와 달리 요란한 주문 소리에 당황한 남자가 뒤를 돌아봤다.


‘지···지금이다!!!’

마지막 기회!


나는 아이를 뿌리치고 쏜 살 같이 몸을 날렸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와 달랐다.


나는 너무나 느리고, 무겁고, 운동신경이 없었으며.

이미 다리는 다 풀려 있었다.


미끌.

‘또···미끌?’


스스로도 좀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쾅-!

다리가 풀린 내 어깨가 남자의 명치를 가격했다.


“커억-!!”


강하게 부딪혔지만 우리는 둘 다 넘어지지 않았다.

남자가 중심을 잡으며 칼을 든 손을 쳐 올렸다.


“최현기!!”

“현기님!”


강서하와 돼지의 소리가 섞여 들렸다.


‘아···안돼’

나는 그저 또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발을 디뎌 몸을 세웠다.

그러면서 뜻하지 않게 내 정수리가 남자의 턱을 쳐 올렸다.


퍼억-!“컥!”


난 내려다보던 남자의 목이 뒤로 꺾이며 뒤로 자빠졌고, 나또한 남자위로 엎어졌다.


“현기님! 칼부터!”


‘카···칼!’

돼지의 말에 따라 나는 남자가 잡으려던 칼을 발로 밀어버렸다.


챙-!


다행히 남자의 몸집이 왜소했던 탓에 남자는 내 밑에 깔려 힘을 쓰지 못했다.

야식으로 단련된 84키로의 몸무게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애애애앵- 애애애앵-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것이 꿈 같고, 정신이 없다.

나는 그저 내 귀에 맺히는 크리스티나의 지시를 따랐다.


“현기님! 압박해요!! 경찰들이에요! 조금만!”


“쿠..쿨럭···이 돼지 새끼···가···”


그렇게 상황은 끝이 났다.


서하가 신고한 덕에 곧 경찰들이 들이닥치고 우리는 새벽까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


“아···아야야···”

눈을 뜨니 어제의 후유증으로 온 몸이 쑤신다.


우우우웅-

핸드폰이 울렸다. 벌써 오후 한시.


“여보세요.”

“아, 최현기군! 경찰서인데요. 어제 일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오늘 서로 와 주셔야겠는데요.”

“다······ 끝난 일 아닌가요? 어제, 집에 가도 좋다고···하셨는데···쿨럭···”

“그게 서장님이 직접 뵙고 싶다고 하셔서요.”

“네?”


그런 사정으로 나는 지금 경찰서장의 방에 앉아있었다.


“긴 말 않겠네, 이달 말에 있을 호국 보훈 행사에서 최군에게 감사패와 표창을 수여할 예정이야.”


“거절하겠습니다.”

“아니, 왜?”

놀란 서장이 되물었다.


“저도 당황해서 허둥거리다가 소 뒷걸음 질에 쥐 잡은 격입니다.”


CCTV를 보면 알 거라는 말까지는 쪽팔려서 차마 내 입으로 못하겠네. 거기엔 내 실체가 다 찍혔겠지.


“하하, 젊은 친구가 겸손하기까지! 방금 CCTV로 보고 오는 길이네! 그 와중에도 아이를 보호하고, 칼을 든 괴한에게 용감하게 몸을 날리던 걸?”

‘뭐지? 제대로 안 찍혔나?’


난 당황했지만 다시 한 번 거절했다.


“그···그래도 상장은 괜찮습니다···”

“허! 이런···”


서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수락했다.


“그래, 본인이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데 우리가 어쩔 수 없지. 알겠네. 정말 올곧은 청년이군.

우리 아들도 자네 같으면 참 좋을 텐데.”

“···가···감사합니다···”


서장은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자신에게 연락하라는 말과 함께 나를 보내주었다.


“아유, 아까워요. 현기님! 그냥 받아도 좋을 텐데.”

‘시끄러워! 이 돼지 날파리 녀석!’

나는 크리스티나에게 따졌다.


“야, 이게 뭐야! 운수대통이라더니!!! 죽을 뻔했다고!”


“현기님···그게···”

머뭇거리던 크리스티나가 말했다.

“운이 좋아진다고 해서 현기님에게 일어날 미래가 바뀌진 않아요. 그 상황에서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거죠.”

“뭐?”

“어제 운이 평소와 같았다면 지금쯤 현기님은···”


크리스티나가 말을 잇지 못하고 주둥이를 다물었다.


“그···그럼, 원래 그런 사람이 올 운명이었다는거야?”


나는 소름이 돋았다.

평소의 내 운이라면 나는···이렇게 멀쩡할 수 있었을까?


내가 한참 말이 없자, 눈치보던 크리스티나가 물었다.


“그런데 현기님, 소 뒷걸음에 쥐 잡는다는게 무슨 말이에요?”

“뭐? 너 그 실력으로 어떻게 은행에 취직함?”

“아닛! 무슨 그런 심한 말씀을!! 잠시만요. 검색을···”


뭔가 자존심 상한 듯한 황금돼지는 어디선가 작은 타블렛을 꺼내더니 뒤적였다.


“아하! 음-! 이런 뜻이군요!

그런 거라면 이제 뒷걸음, 앞걸음, 옆걸음 상관없이

밟으시는 걸음걸음마다 쥐를 수 백, 수 천 마리씩 잡으실 겁니다.”

“뭐?”

“어제 보셨잖아요?”


얄미운 돼지새끼가 미끌어지고 허둥거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시고도 이렇게 의인이 되시고···”

“하!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야?”

“아유, 제가 어떻게 VIP 고객님을 감히···”


이 새끼···아까 은행직원이 모른다고 뭐라해서 삐진 건가?

“아무튼 집에 가서 게임이나 할래.

점장님이 며칠 쉬라고 했으니까!”


“후훗”

티나가 의뭉스럽게 웃었다.


“왜 웃어?”

“아뇨, 집에 가시면 알게 되실 거에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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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남자인데 의인입니다 +1 24.08.13 16 1 14쪽
4 악연과의 재회 24.08.12 15 0 12쪽
3 딱 하나, 달라졌을 뿐인데 24.08.11 23 1 12쪽
2 산다는 것은 24.08.10 34 1 13쪽
1 돼지꿈은 사천오백원 +2 24.08.09 4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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