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를 읽는 남자 : 세상을 바꾸는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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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俊剛)
작품등록일 :
2024.08.09 10:07
최근연재일 :
2024.08.19 00:32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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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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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8 401호

DUMMY

18 401호




도현과 라이언은 거실에 있던 소파들을 구석으로 밀어 놓고 작업 공간을 만들어 나갔다.

그러는 사이, 크리스는 줄자로 길이를 체크하며 종이에 뭔가를 열심히 적었다.

도현과 라이언은 크리스에게 다가왔다.


“다 했어.”

“종이에 뭘 그렇게 열심히 적어?”

“작업할 거.”


크리스는 종이를 두 사람에게 내밀었다.

라이언은 종이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설계도잖아?”

“방문을 이런 식으로 만들 거야.”

“불편할 것 같은데?”

“오히려 더 편해. 도현한테 물어봐.”

“정말이야?”


라이언이 미심쩍어하며 도현을 쳐다보았다.

도현은 설계도를 보며 크리스에게 물었다.


“미국에서도 미닫이문을 많이 사용하나 봐.”

“우린 미닫이문보단 자동문을 선호하지.”

“그렇겠네. 이걸 보고 나니까 네가 건축학과 학생처럼 보인다.”

“짜식, 그걸 이제 알았냐?”


크리스가 피식 웃으며 라이언에게 말했다.


“미닫이문이라고 하는 건데 아시아 쪽에서 많이들 사용해.”

“캐나다에서도 간혹 보긴 했는데, 밀고 닫을 때 힘들지 않을까?”

“문 아래에 바퀴가 달려서 전혀 그렇지 않아.”

“그래?”

“일단 레이가 오기 전에 준비를 해 놔야 하니까 좀 도와줘.”

“알았어.”


라이언과 크리스는 문틀에서 문을 떼 내기 위해 경첩을 풀기 시작했다.

도현은 여기에 미닫이문을 설치했다고 상상해 보았다.

크리스가 말했던 문제점이 깔끔하게 해결될 것 같았다.

그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였다.

물건을 사러 갔었던 레이가 돌아왔다.


“저······ 왔어요······.”

“왔어.”


크리스는 경첩의 나사를 풀다 말고 레이를 쳐다보았다.


“물건은?”

“올라오고······ 있어요.”

“수고했어. 재료비는 나중에 계산하자고.”

“제가······ 낼게요······.”

“아냐, 나중에 계산해서······.”


위이이잉-

철컹!

거실 쪽 창가에 커다란 뭔가가 나타났다.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뭐지?”

“사다리차 아냐?”

“짐이 한가득 실린 것 같은데? 누가 이사 오나?”


레이가 창가 쪽으로 걸어가서 밖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물건······ 도착했어요······.”

“······?”


도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크리스도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든 듯 머리를 긁적였다.


“사 올 게 저렇게나 많았나······.”

“실례합니다.”


남자 두 명이 안으로 들어서며 레이에게 다가갔다.


“어디다 내려놓을까요?”

“어디에······.”


레이는 크리스를 쳐다보았다.

크리스는 찝찝함을 떨쳐 내지 못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뭘 사 온 거야? 내가 적어 둔 건 몇 개 안 됐는데······.”

“제가······ 필요한 것도······ 몇 가지 더 샀어요······.”

“그래?”

“작업자들 기다리는데······ 여기다······ 내려요······?”

“어어.”


크리스는 얼떨결에 대답은 했지만, 왠지 모르게 불길했다.


잠시 후.

크리스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초반 자신이 계획한 것과 달리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문틀을 만들고 기존 문에 바퀴를 달아 사용할 생각이었다.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였다.

그런데 레이는 생각도 하지 않은 자재들을 사 가지고 왔다.

그것도 엄청 많이.

게다가 함께 일할 기술자도 데리고 왔다.


“기술자들에게······ 계획을 말해 주면······ 해 줄 거예요.”

“하아······.”


크리스는 어이가 없었다.

한숨을 내쉬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도현이 레이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아무래도······ 우리보단 기술자분들에게······ 맡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래도 우리랑 상의를 했어야지.”

“저 때문에······ 생긴 일이라서······.”

“하아······.”


도현도 어이없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라이언은 거실에 가득 찬 자재와 공구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돈 많네.”


레이는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

도현은 크리스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래?”

“골 때리네.”

“이렇게 된 거, 작업부터 끝내는 게 어떨까? 기술자분들도 오셨는데 말이야.”

“그래야겠지.”


크리스는 기술자들에게 다가가, 작업할 것을 설명해 주었다.

그때 누군가 씩씩거리며 현관에 들어섰다.

튜터 마틴이었다.


“엇!”


도현이 재빨리 그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이게 다 뭐야?”

“아, 그게······ 문이 잘못 달려서 수리 중입니다.”

“수리? 그럼 나에게 먼저 알려야지.”

“죄송합니다.”


도현은 고개를 숙였다.

마틴은 그를 빤히 쳐다본 후 문제의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야?”


방 입구에 서 있던 라이언은 얼른 옆으로 물러섰다.

문이 분리된 걸 본 마틴은 눈살을 찌푸리며 라이언을 쳐다보았다.

라이언은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손사래 치며 크리스에게 시선을 옮겼다.


“이런 식으로 하시면 될 거······?”


크리스는 기술자들에게 작업에 설명하다가 갑자기 등이 서늘해진 게 느껴졌다.

‘뭐지?’

불길한 예감이 밀려드는 찰나, 마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리스 벨카군.”


시베리아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

‘빌어먹을!’

크리스는 천천히 뒤돌아서며 해맑게 웃었다.

마틴이 눈에 불을 켜고 노려보고 있었다.

그 너머로 레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라이언은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나마 도현과 시선이 마주치긴 했는데 난처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슬기롭게······.’

크리스는 애써 눈웃음을 지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아, 예. 당연히 설명해 드려야죠.”


크리스는 옆방으로 이동해서 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문제점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마틴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듣더니 입구 방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떼 낼 거라고?”

“예.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락날락하는 곳이라 사고의 위험이 아주 높죠.”

“으음······.”


팔짱을 끼고 신중히 생각하던 마틴이 입을 열었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그렇다고 함부로 여길 공사할 순 없어.”

“알겠습니다.”


크리스가 순순히 받아들이며 룸메들에게 말했다.


“원상 복귀하고. 자재들 다시 사다리차에 실어.”

“뭐?”


라이언이 인상을 찡그리자, 크리스가 능글맞게 말을 이었다.


“문제점을 보고했으니까 해결해 주겠지. 설마 그냥 넘어가겠어? 대명문 하버드가······.”


크리스를 째려보던 마틴은 거실에 쌓인 자제를 힐긋 쳐다보았다.


“일단 대기해 봐.”


그는 밖으로 나가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 *


이번만 특별히 공사해도 된다는 학교 측의 허락이 떨어지자 크리스는 기술자들과 함께 작업에 들어갔다.

두 시간 정도 지났을 때쯤, 미닫이문이 달렸다.

다들 작업이 끝났다고 생각했으나, 거실에는 아직도 많은 자재들이 남아 있었다.

크리스는 남은 자재를 유심히 살펴봤다.

대부분이 간단하게 리모델링할 때 많이 사용하는 자재들이었다.

레이가 뭘 생각하는지 눈치챈 그는 씩 웃으며 레이에게 물었다.


“분위기를 바꿔 보고 싶었어?”

“아무래도······ 밝은 게 좋을 것 같아서······.”

“밝은 게 좋긴 하지.”


크리스는 거실을 빙 둘러보면서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손댄 김에 제대로 한번 해 보자고.”


그는 기술자들과 추가 작업에 대해 상의해 나갔다.

공사는 해 질 무렵쯤에 끝났다.

리모델링이 되어 가는 걸 묵묵히 지켜보았던 도현과 라이언, 레이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거실이 완전히 다른 곳으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기존의 올드했던 분위기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벽은 화이트 톤으로 밝고, 조명은 화사한 샹들리에가.

또 바닥은 대리석으로 깔았다. 마치 연회장 같은 곳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떠냐? 나의 예술적 감각이.”

“이야, 실력 좋네.”


라이언은 거실을 둘러보며 탄성을 내뱉었고, 레이는 만족스러운 듯 환하게 웃었다.

반면 도현은 눈에 보이는 숫자들을 보고 내심 놀랐다.

레이가 사 가지고 온 자재들이 대부분이 80대였다.

즉 아주 좋은 자재들이라는 뜻과 동시에 값비싼 것들이었다.

도현은 같은 유학생 처지에 저만한 돈을 쓸 수 있는 걸 봐선 부잣집 도련님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어쨌든, 문제의 문도 해결되었고, 거실 분위기도 보기 좋게 리모델링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또 이번 일로 크리스를 다시 보게 되었다.

좋은 자재에 그의 감각이 더해지니 아주 훌륭한 작품이 나와 버렸다.

히피족처럼 보이는 녀석이 건축학과를 전공할 거라고 할 때, 좀 미심쩍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도현은 크리스를 향해 엄지를 올렸다.


“멋져!”

“나 크리스 벨카, 세계 제일의 건축사가 될 분이시지.”


크리스는 거만하게 말하면서 긴 머리칼을 어깨 뒤로 넘겼다.


* * *


401호의 리모델링 건은 하버드 하우스에 금방 소문이 퍼졌다.

한동안 학생들은 일과가 마치고 틈만 나면 구경하기 위해 찾아왔다.

하지만 제대로 구경한 사람은 마틴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라이언이 팬티만 입고 운동하고 있을 때 찾아온 사람들은 그를 보고는 기겁하며 도망쳤다.

가끔 괴이한 행동을 보이는 크리스를 보고도 화들짝 놀라며 도망쳤다.

또 해가 지면 곰돌이 푸의 잠옷을 입고 거실을 돌아다니는 레이 때문에 구경은커녕 배를 붙잡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나마 도현이 가장 무난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그것도 잠시.

사람들은 라이언과 크리스가 그에게 꼼짝도 못 하는 광경을 목격하곤 도현에게도 두 사람을 능가하는 괴기한 점이 있을 거라고 여겼다.

위글스워스.

괴인 네 명이 모인 곳.

401호에 대한 괴소문이 캠퍼스에 파다하게 퍼졌다.

그곳에 갔다 온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거나 놀라서 도망치기 일쑤였다.

기숙사생들 사이에선 401호를-

카오스, 패닉.

비밀의 방, X구역이라는 등등.

모두의 호기심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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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기숙사 대항전 (1) 24.08.13 188 4 13쪽
19 19 왕 장리 24.08.12 203 3 15쪽
» 18 401호 24.08.12 215 5 10쪽
17 17 재능기부, 내가 봉사할게 24.08.12 234 3 14쪽
16 16 특례입학자 24.08.12 234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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