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를 읽는 남자 : 세상을 바꾸는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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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俊剛)
작품등록일 :
2024.08.09 10:07
최근연재일 :
2024.08.1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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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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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빛나는 신입생들

DUMMY

26 빛나는 신입생들




여름 방학도 막바지에 들어서자, 캠퍼스를 떠났던 학생들이 기숙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한산했던 하버드 야드가 시끌벅적해지며 활기를 띠었다.

도현은 왕과 함께 와이드너 도서관 계단에 앉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선배.”

“어.”

“방학 끝나면 바쁘시겠네요.”

“그렇겠지. 논문 준비해서 마무리 짓고 Ph.D로 넘어가야 되니까.”

“선배는 해내실 거예요.”

“그래.”


왕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비즈니스 스쿨은 MBA와 Ph.D 과정으로 나눠져 있다.

MBA는 잘 알려진 대로 경영학 석사 과정이고, Ph.D는 박사 과정이다.

근데 MBA과정은 98프로가 경력자들이었다.

나머지는 하버드 학부 졸업생 중에 최상위권을 대상으로 선발했다.

그중 한 명이 왕이었다.

하버드 학부 최상위권에서 뽑힌 학생들도 바로 입학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경력을 쌓은 뒤 2년 후에 입학이 가능했다.

하지만 왕은 아주 특별한 케이스로, 교수들의 추천을 받아 MBA 과정을 밟고 있었다.

왕은 올해 MBA 과정을 이수하고 곧장 Ph.D 과정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야말로 천재만이 가능한 일이라 일반인들은 전혀 생각도 못 할뿐더러, 알고 있다 하더라도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도현은 은연중에 그가 밟았던 과정을 머릿속에 새겨 두고 있었다.

가능하다면 자신도 왕과 같은 과정을 밟을 계획이었다.

왕은 생각에 잠긴 도현을 보고는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뭘 생각해?”

“아, 아뇨.”

“혹시······.”


왕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왜요?”

“이제 나랑 떨어질 걸 생각하니 슬픈 거냐?”

“으이구.”


도현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야? 그 반응은?”


왕이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그거 병이에요.”

“야야, 하늘 같은 선배에게 병이라니? 그러다 혼난다.”

“음, 다른 건 몰라도 힘은 제가 선배보다 셀 것 같은데요?”

“뭐야?”


어이없어하던 왕은 재빨리 도현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야, 다시 말해 봐.”

“아아아, 선배 잘못했어요, 항복!”

“나보다 힘 쎌 거라며, 스스로 풀어 봐.”

“에이, 그럼 나도!”


도현은 왕을 안고 번쩍 일어섰다.

왕은 도현의 괴력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야!”

“복수하러 갑니다.”


도현은 왕을 안은 채 계단을 내려와 연못으로 내달렸다.

그의 의도를 알아차린 왕은 헤드락을 풀며 외쳤다.


“야, 야, 그만해!”

“그러게 아까 항복할 때 그만하셔야죠.”

“야! 하지 마!”

“자, 갑니다.”


도현은 왕을 연못으로 던져 버렸다.

철벙.


“으픕!”


왕은 연못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도현은 통쾌하게 웃어 댔다.


“하하하! 거봐요. 제가 아까······!”


정신을 차리고 일어선 왕이 티셔츠 끝자락을 꽉 쥐고 웃고 있었다.


“오늘 참 덥다, 그치?”

“아아, 선배, 전······.”

“여기 엄청 시원해.”


왕은 도현의 팔을 잡고 분수대로 힘껏 끌어당겼다.


“으아아아아!”


철벙. 도현도 분수대에 빠져 버렸다.

왕은 통쾌한 복수에 만족스러워하며 크게 웃어댔다.


“으하하하!”


도현도 이내 정신을 차리며 덩달아 웃음을 터트렸을 때였다.

누군가 연못으로 다가왔다.


“거기 두 사람.”

“!!”


왕과 도현은 등이 싸늘해지는 걸 느끼며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월리엄이 살짝 인상을 찡그린 채 쳐다보고 있었다.

그와 시선이 마주친 도현은 얼굴이 굳어 버렸다.


* * *


월리엄이 하버드에 근무한 지 15년 동안 오늘처럼 황당한 일은 처음이다.

아무리 더워도 그렇지, 조경을 위해 만들어 놓은 연못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연못을 개장한 첫날부터 이런 일이 생기니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 원 참.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네.”

“죄송합니다······.”


도현은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월리엄은 물에 빠진 생쥐처럼 홀딱 젖은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나? 그곳은 관상용 잉어를 키우려고 만들어 놓은 곳이라는 걸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죄송합니다.”


도현은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혼자 두고 잽싸게 도망친 왕이 괘씸하긴 했지만, 자신이 먼저 시작한 일.

자기 선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월리엄이 ‘죄송합니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도현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지 고민하는 그때.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그 방법이 있었군.’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고개 들어 봐.”

“······.”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겠지?”

“·····예.”

“좋아, 다음 주부터 입학처로 출근해.”

“입학처는 왜······.”


도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월리엄은 턱짓으로 달력을 가리켰다.

8월 마지막 주부터 빨간 줄이 쭉 그어져 있었다.

입학식 준비 기간이었다.

불현듯 작년에 잭슨에게서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이맘때쯤 되면 학교에서 일손이 부족해 1학년들이 입학식 준비를 도와준다고 했다.


“아······.”


자신에게 그 일을 맡길 모양인 것 같았다.

특별한 처벌 없이 이걸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경험을 쌓을 기회였다.

도현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할 얘기는 끝났으니 이제 나가 봐.”


도현이 뒤돌아서려는 찰나, 월리엄이 손을 들어 그를 멈춰 세웠다.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

“말씀하세요.”

“미스터 왕과는 하버드 오기 전부터 친분이 있었나?”

“아닙니다. 데이비드 강 교수님 소개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군.”


월리엄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월리엄입니다. 예, 준비해서 바로 가겠습니다.”


월리엄은 전화를 끝내고 캐비넷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서류봉투를 꺼냈다.


[신입생 명단]


* * *


월리엄이 도착한 곳은 총장실이었다.

로렌스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앉으며, 가져온 서류 봉투를 건넸다.


“올해 입학생들 중 상위 1프로만 추려 놓았습니다.”

“총 몇 명인가?”

“12명입니다.”

“이 중에서 특별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은?”

“총 다섯 명입니다. 중국인 두 명에 일본인 세 명입니다.”

“전체 신입생 비율은 어떻게 되나?”

“아시아-태평양계 학생은 전체의 23프로, 백인은 49프로, 나머지가 28프로입니다.”

로렌스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월리엄은 그의 표정을 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잘못된 거라도 있으신지······.”

“그런 건 아니고. 백인의 비율이 50프로 선이 붕괴되어서 말이야.”

“현재 상황으로선 어쩔 수 없습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소수인종 할당제’의 문제가 또 도마 위에 오를 겁니다.”

“하지만 이사회에선 그런 부분을 전혀 생각하질 않으니까 문제지.”


로렌스는 난감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월리엄은 그가 입을 열 때까지 묵묵히 기다렸다.

그러길 수 분이 지났을 때쯤.

로렌스가 입을 무겁게 열었다.


“히스패닉은 몇 명인지?”

“54명입니다.”

“거참, 그것도 문제군.”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이사회에서 히스패닉을 50명 이하로 받길 원하더군. 그들 중 누군가 히스패닉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모양이야.”

“갈수록 이사회의 횡포가 커지는 것 같습니다. 계속 보고만 계실 겁니까?”

“으음······.”


로렌스의 눈빛이 깊어져 갔다.

언제부턴가 이사회에서 신입생 입학과 관련해 간섭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백인의 비율이 월등히 높아졌다.

반면 아시아계 비율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이 되자, 하버드가 인종을 가려서 신입생을 받는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윽고 2년 전에는 한국, 중국, 인도, 파키스탄계 미국인 등으로 구성된 ‘아시아계 미국인 연합’은 하버드 대학교가 ‘소수인종 할당제’를 둬서 아시아계 학생의 입학을 제한하고 있다며, 법무부와 교육부 민권 사무실에 고발장을 내는 사태까지 가 버렸다.

다행히 미국 교육부가 그들의 제소를 기각시키긴 했지만 소문은 여전히 돌았고, 학생들은 묵묵히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상위 1프로에 해당되는 학생은 대부분이 미국인과 백인들이었다.

당연히 선발하는 과정에 이사회의 입김이 작용된 건 분명한 일.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하버드는 엄청난 질타를 받을 게 불 보듯 뻔했다.

그래서 소수인종 중 상위 1프로에 해당하는 실력을 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 전형을 뽑았다.

그 경우로 들어온 인물이 바로 도현과 레이었다.

그 둘은 입학 자격은 충분히 되었으나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도현은 원서 기간을 놓쳐 버렸고.

레이는 성격적인 문제로 면접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도현에게는 원서를 받아 주는 대신 성적이 우수함을 증명해야만 했고.

레이의 경우 면접에서 떨어지더라도 기부금 입학을 할 수 있도록 해 줬다.

그리고 입학생에서 백인들의 비율을 2프로 낮췄고, 아시아계 학생 비율을 그만큼 높였다.

이렇게 한 까닭에 ‘소수인종 할당제’라는 말이 잠시 잠잠해졌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 곳곳의 단체에서 소송이 빗발쳤을 것이 분명했다.

세상이 하버드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의 눈치를 볼 때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지. 내가 어떻게든 구슬려 볼 테니까 이대로 진행하게.”

“알겠습니다.”


월리엄은 고개를 숙였다.

로렌스는 서류들을 책상에 두고 돌아와서 물었다.


“작년에 특별 전형으로 들어온 두 명은 어떤가?”

“혹시 몬스터 4인방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몬스터는 한 명이지 않나?”

“다른 녀석들입니다.”

“기분 좋은 소식이군.”


로렌스의 굳었던 표정이 펴지면서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렸다.

하버드에서 왕 장리와 같은 인물들이 많이 배출될수록 명성은 점점 높아져 갈 터.

하버드 총장으로서 마땅히 기뻐해야 할 일이었다.

월리엄도 환한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몬스터 4인방은 1학년생들입니다.”

“그래?”

“예, 그들 중 두 명이 바로 도현 백과 레이 준입니다.”

“오-”


로렌스가 탄성을 내뱉었다.

월리엄은 몬스터 4인방과 관련된 것들을 들려주었다.

그의 얘기가 모두 끝나자, 로렌스는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아직 살아 있나 봐.”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두 사람이 이 정도로 해낼 수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내 감이 맞다면 아마 그 녀석은 더 성장할 걸세.”

“누구 말입니까?”

“미스터 백 말일세.”

“!!”


월리엄의 눈빛이 번뜩였다.

단 한 번도 그를 본 적이 없고, 자신이 전해 준 서류만 봤을 뿐인데······.

정말 로렌스의 안목은 놀라웠다.


“저도 총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나야 그렇다 쳐도 자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척 궁금하군.”

“왕 장리가 그와 함께 있었습니다.”

“뭐!”


로렌스가 눈을 부릅떴다.

월리엄은 오늘 자신이 목격한 광경을 털어놓았다.


“정말인가?”

“예, 제가 직접 확인한 겁니다.”

“그 녀석이 함께할 정도라면······.”

“그가 미스터 백과 함께 어울리는 걸로 봐선 저희들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 봅니다. 제가 한번 알아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주게나.”

“분명한 건 하버드가 축복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잘 지켜봐. 그리고 다른 몬스터들도 잘 챙겨 주고. 장차 하버드를 빛낼 인물들이니까.”

“예.”


월리엄이 밖으로 나갔다.

로렌스는 소파에서 일어나 창가 쪽으로 향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는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저 빛만큼이나 빛나길 바라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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