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를 읽는 남자 : 세상을 바꾸는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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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俊剛)
작품등록일 :
2024.08.09 10:07
최근연재일 :
2024.08.1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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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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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캠퍼스 워킹 투어

DUMMY

27 캠퍼스 워킹 투어




단조법 수련을 마친 도현은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오늘부터는 입학처로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옷차림새나 용모에 신경을 썼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갔다간 월리엄에게 질타를 들을 게 뻔했기에.

도현은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을 때였다.


“마이 베스트 프렌드!”


여행을 떠났던 크리스가 돌아왔다.

그는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다가와 도현을 꽉 안았다.


“야, 야!”


도현은 인상을 찡그리며 그를 떼어 냈다.

크리스는 마냥 기분이 좋은 듯 웃었다.


“잘 있었냐?”

“우선 좀 씻고 와, 땀 냄새 진동하거든.”

“왜 이래? 이 날씨에 땀 냄새가 나는 건 당연한 거 아냐?”

“어서 들어가라고.”


도현은 크리스를 화장실로 밀어 넣었다.


잠시 후.

크리스는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우, 개운한 게 완전 좋아.”

“커피 내려 놨으니까 한잔해.”

“역시 너뿐이라니까.”


크리스는 얼른 소파에 앉아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 쓰고 달콤함이 얼마나 그립던지.”

“여행은 재미있어?”

“완전 죽여줬지. 로마부터 시작해서 이태리, 스위스를 경유해 파리로 갔는데 때마침 파리가 6월부터 8월 말까지 축제들이 많아서 실컷 구경하고 왔어.”

“좋았겠다.”


도현의 얼굴에 부러움이 가득했다.


“넌 그동안 뭐 했냐?”

“그냥 있었지.”

“집에 안 갔어?”

“어.”

“방학 내내 기숙사에 있었다고?”

“어.”

“평소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그 명상 호흡인가 뭔가 하는 걸 하고 도서관 가서 책을 봤다고?”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 마이 갓!”


크리스는 경악하듯 머리를 움켜쥐고 벌떡 일어섰다.


“왜 그래?”

“왜라니? 천금 같은 여름 방학을 이 칙칙한 곳에서 보냈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할 일이 있었어.”

“아무리 할 일이 있었다고 해도 이건 아니잖아.”


크리스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소파에 앉았다.

도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물었다.


“또 여행 갈 거야?”

“당연하지. 여행이야말로 나의 삶의 원동력 같은 거니까.”

“그땐 나도 따라갈게.”

“정말!”


도현은 피식 웃으며 시계를 봤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이었다.

그가 일어서자 크리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또 도서관 가는 거냐?”

“일하러 간다.”

“무슨 일?”

“그런 게 있어. 저녁쯤에 올 거니까 푹 쉬어.”


크리스는 현관문을 쳐다보며 구시렁거렸다.


“혼자서 심심한데, 뭐 하고 놀까?”

소파에 벌러덩 누워 뭐 하며 하루를 보낼까 고민할 때였다.

순간 머릿속이 번쩍거렸다.


“설마!”


* * *


도현이 입학처에 도착하자 십여 명의 학생들이 줄을 서 있는 게 보였다.

‘웬 줄이지?’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데스크에는 작년 때 봤던 잭슨이 무언가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도현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아는 척을 했다.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죠?”

“당연하지. 하버드 유명 인사를 몰라보면 안 되잖아.”


잭슨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도현은 그와 악수를 나눈 후 밖에 줄을 선 사람들을 쳐다봤다.


“뭐죠?”

“이번 입학식 때 도와줄 1학년들.”

“아······.”


도현이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월리엄이 안으로 들어서며 도현과 맞닥뜨렸다.


“왔어?”

“아, 예.”

“그럼 줄 서서 기다려.”

“옙!”


도현은 씩씩하게 대답하곤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도현의 차례가 다가왔다.

잭슨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왜 그랬어? 처장님께 단단히 찍혔던데.”

“그러게요.”


도현은 한숨을 내뱉었다.


“처장님이 원래는 이렇게까지 잘 안 하시거든.”

“개장한 첫날부터 제가 망쳐 버렸으니, 화가 나실 만도 하세요.”


도현은 월리엄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잭슨은 임무 중 두 가지를 말해 주며,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말했다.

그가 말해 준 임무에는 ‘입학식 세트장 준비’와 ‘캠퍼스 워킹 투어’가 있었다.

도현은 곰곰이 고민한 끝에 캠퍼스 워킹 투어를 선택했다.


“이걸로 할게요.”

“오늘부터 입학식 전날까지 관광객들과 함께 캠퍼스를 돌며 전반적인 캠퍼스 소개와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면 돼.”

“시간은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야. 특별히 여기서 체크하는 건 없으니까 소신껏 하면 돼.”

“예.”

“왼쪽 가슴에 이거 달아.”


잭슨은 도현에게 동그랗게 생긴 걸 내밀었다.

노란색의 스마일 그림에 ‘가이드’라고 표시된 일종의 명찰 같은 것이었다.

도현은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이걸 꼭 달아야 해요?”

“그래야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겠지?”

“좀 잘 만들지······.”

“왜 그래?”

“아니에요. 정문 쪽으로 가면 누가 있나요?”

“투어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있을 거야. 팀장을 찾아서 ‘워킹 투어’하러 왔다고 얘기하면 설명해 줄 거야.”

“예.”


도현은 입학처를 나와 정문으로 향했다.

정문에는 벌써부터 관광객들이 모여 있었다.

곳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보니, 1년 전 자신이 여기 도착했을 때가 떠올랐다.


“하아, 벌써 일 년이 지났다니······.”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가는 것에 놀라고 있을 때였다.


“혹시······ 도현?”

“······?”


도현이 뒤를 돌아보았다.

수진이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녀는 도현을 보자 무척 반가워했다.


“맞네!”

“잘 지냈어? 한동안 캠퍼스에 안 보이던데?”

“친구들이랑 여행 다녀왔어.”

“아, 그랬구나.”

“혹시 내가 안 보여 걱정한 거야?”

“그런 건 아니고.”

“치.”


수진은 살짝 토라진 모습을 보이자, 도현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됐거든.”

“왜 그래?”

“나처럼 예쁜 얘가 한동안 눈에 보이지도 않았는데 걱정을 안 했다는 게 말도 안 되잖아.”

“하아······.”


또 공주병이 도졌다.

도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나 남자들이 반할 정도의 미모와 몸매를 가진 그녀였다.

수진이가 생각했을 때는 살짝 자존심이 상했을지도 몰랐다.

도현이 듣기 좋은 말이라도 해 줘야 하나 고민할 때, 수진은 이내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어디 가는 길이야?”

“오늘부터 캠퍼스······?”


도현은 말을 하는 도중에 수진의 가슴에 달린 스마일 명찰이 눈에 들어왔다.

수진은 자신의 가슴을 빤히 쳐다보는 것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만 좀 쳐다보지.”

“아, 미안. 난 그게 아니라······.”

“하여튼 남자들이란.”


수진은 도현을 옆으로 밀치며 학생들이 모인 곳으로 걸어갔다.


“이거 참.”


도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를 뒤따라갔다.

올해 캠퍼스 워킹 투어 팀장을 맡은 필립은 수진과 도현이 다가오자 반갑게 맞이했다.


“두 사람도 워킹 투어 지원자?”

“전 맞고, 이쪽은 아니에요.”

“저도 맞아요.”


도현은 주머니에서 명찰을 꺼내어 왼쪽 가슴에 달았다.

수진은 명찰을 보자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 그럼······.”

“명찰 본 거였어.”


도현이 눈웃음을 지었다.


“아, 난 그것도 모르고······.”

“괜찮아. 그럴 수도 있으니까.”


도현은 담담하게 넘어가자, 수진은 더 미안해졌다.

얼굴이 붉어진 그녀는 민망해하며 얼굴을 들지 못했다.

필립은 워킹 투어에 지원한 인원이 모두 모이자, 운영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지원자들은 그의 말을 들으면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을 확인했다.

하지만 수진의 귓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심장 두근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내가 왜 이러지······.’


* * *


워킹 투어 지원자들은 2인 1조로 팀을 짜서 관광객들과 함께 캠퍼스 안으로 들어갔다.

도현은 수진과 한 팀이 되어 스무 명 남짓한 인원을 이끌고 출발했다.

하버드 야드를 거닐며 건물들을 설명해 나가던 도현은 관광객들이 성지 순례처럼 거치는 첫 번째 코스에 도착했다.

존 하버드 동상.

관광객들이 동상을 구경하는 동안, 도현은 나무 그늘에 휴식을 취했다.

도현과 교대한 수진이 앞으로 나와 동상에 대해 설명을 하려고 할 때였다.

관광객들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저기, 학생!”

“네.”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여기에 있는 동상이 존 하버드가 아니라는데 그게 사실이야?”

“예.”

“그럼 대체 저 사람은 누군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정확히 알고 있는 건 여기 동상이 존 하버드가 아니라는 겁니다.”

“엥? 하버드 학생이 모르면 누가 알아?”

“그러게.”

“하버드 학생들이 공부만 할 줄 알았지 영 아니네.”

“이거 실망인걸.”


관광객들이 웅성거리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 그게······.”


수진이 난처해할 때였다.

잠시 휴식을 취하러 갔던 도현이 돌아왔다.


“무슨 일이야?”

“동상이 누구냐고 묻잖아. 나도 누군지 들어 본 적이 없는 걸 어떻게 아냐고.”

“내가 해결할게.”


도현은 관광객에게 다가갔다.


“제가 설명해 드릴 테니까 조금만 조용해 주세요.”

“학생은 알아?”

“이게 하버드 학생이라고 해서 다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역사학을 전공하는 사람만 알 수 있는 겁니다.”

“아, 그래?”

“그럼 학생은 역사학 전공이야?”

“물론이죠.”


도현은 눈 하나 깜박거리지 않고 거짓말을 해 나갔다.

수진에게 질문을 던졌던 중년 남성이 다시 물었다.


“그럼 여기 동상은 누구야?”

“셔먼 호어라는 하버드 학생인데 국회의원도 했고, 지방 검찰까지 올라갔던 분입니다.”

“근데 왜 존 하버드 동상이라고 해?”

“그건 학교가 생기고 200년이 더 지나서야 존 하버드 동상을 만들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가 존 하버드의 모델이 된 겁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리자면 하버드 대학교는 존 하버드가 설립한 게 아닙니다.”

“에이 그럴 리가, 그런데 왜 그의 이름을 따서 하버드라고 해?”


관광객들은 못미더운 표정을 지었다.

도현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넉살스럽게 웃었다.


“에이, 제가 없는 말을 지어내겠어요.”

“그럼 누가 설립한 거야?”

“처음에는 매사추세츠주에서 대학을 설립했습니다. 그런데 존 하버드가 대학에 기부를 많이 한 거죠. 그래서 대학교 이름이 하버드로 바뀐 거랍니다.”

“정말이야?”

“기부를 많이 했다고 대학교 이름을 바꿨다는 건 처음 듣는 소리군.”

“그러게 말이야.”


관광객들의 의견이 난무할 때, 그들 중 누군가 말했다.


“아, 이런 경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에 있는 듀크대도 워싱턴 듀크가 기부를 많이 해서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듀크대로 바꿨다고 말이에요.”

“그래요?”

“정말인가 보네.”

“그래, 우리한테 거짓말할 이유가 없잖아.”


관광객들은 하나둘씩 도현의 말의 믿는 듯하더니, 금세 분위기가 완전히 그 말을 믿는 쪽으로 흘러갔다.

도현은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역사학도는 진실만을 말합니다.”

“그래, 알았어!”

“다음 코스로 가자고!”

“그러기 전에 여기서 십 분간 휴식하면서 사진도 찍고 동상의 왼쪽 발등도 만지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자, 자, 줄을 서 주세요.”

“존 하버드 동상도 아닌데 왜 만져.”

“나도 싫어.”

“발등 만져서 하버드에 입학한 사람들이 있을까?”

“그러게.”

“저요! 제가 발등 만져서 하버드 들어왔잖아요.”


도현의 말에 관광객들의 눈이 번쩍 커졌다.


“진짜야?”

“예, 제 할아버지께서 존 하버드 동상 발등을 만지면서 우리 손주 입학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하셨다네요.”

“오, 그래?”

“그럼 나도 손주 녀석을 위해서라도 한번 만져야겠어.”


관광객들은 앞다투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자, 자, 시간은 충분하게 드릴 테니까 줄을 서 주세요.”


도현은 능수능란하게 관광객들을 이끌어 갔다.

상황을 지켜보던 수진의 얼굴이 붉어졌다.

진실 여부를 떠나, 그의 말과 행동에 마음이 끌렸다.


‘볼수록 매력이 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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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커져 가는 기대 24.08.17 147 4 14쪽
33 33 사랑보단 우정 24.08.17 140 4 15쪽
32 32 파이널 클럽. 24.08.16 148 3 13쪽
31 31 샌더슨의 영웅 (2) 24.08.16 152 3 13쪽
30 30 샌더스의 영웅 (1) 24.08.16 164 3 15쪽
29 29 리버스 자전거 24.08.15 168 3 12쪽
28 28 새 둥지 +1 24.08.15 169 4 16쪽
» 27 캠퍼스 워킹 투어 24.08.14 172 3 12쪽
26 26 빛나는 신입생들 24.08.14 184 3 12쪽
25 25 각성 24.08.14 196 2 11쪽
24 24 밝혀지는 후편 24.08.13 193 2 14쪽
23 23 기숙사 대항전 (4) 24.08.13 173 3 11쪽
22 22 기숙사 대항전 (3) 24.08.13 171 2 13쪽
21 21 기숙사 대항전 (2) 24.08.13 183 3 13쪽
20 20 기숙사 대항전 (1) 24.08.13 188 4 13쪽
19 19 왕 장리 24.08.12 203 3 15쪽
18 18 401호 24.08.12 214 5 10쪽
17 17 재능기부, 내가 봉사할게 24.08.12 234 3 14쪽
16 16 특례입학자 24.08.12 234 6 11쪽
15 15 룸메이트 (2) 24.08.11 244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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