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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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비오사
작품등록일 :
2024.08.09 19:43
최근연재일 :
2024.08.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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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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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지룡(地龍)의 아이(1)

DUMMY

[콰앙!]


“응풉!?”


노크도 없이 급작스럽게 열린 문소리를 듣고 마자리스는 마시던 커피를 뿜어냈다.

성실하게 기르고 정리해왔던 마자리스의 새하얀 수염이 더럽혀지자 그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스피리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헥.. 켁켁. 노크는 하지 않는겐가?”


“죄, 죄송합니다!”


스피리아는 긴 생머리가 바람을 일어낼 정도로 고개를 여러 번 숙였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마자리스는 금새 분노를 거두며 한숨을 푹 내쉬고는 수염에 스며든 커피를 쭉 짜내었다.


“어쨌고로 자네가 이 밤중에 무슨 일인겐가?”


일반 병사가 노크도 없이 원탁의 7기사 중 한명에게 달려올 정도라면 필히 중한 일이라 생각한 마자리스의 물음에 스피리아는 숨을 크게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화룡이 불의 전당에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무엇이..?”


그녀가 마자리스의 방에 달려오기 까지 정확히 30분 전.


“하아앗!”


[텅!]


스피리아는 7위계 일반 기사를 눈앞에 두고 있었기에 근래에 연습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녀의 목검이 허수아비에 닿자 옅고 샛노란 뇌전이 주위를 밝혔다.


[지지직..]


목검을 거두자 허수아비의 타격한 부위 부근에 타들어간 자국이 남았다.


“읏..”


그녀는 더욱이 목검을 꽉 쥐었다.

진검이라면 위력이 더 올라갔겠지만 그럼에도 이 옅은 번개를 두르는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분은 그렇게 어린데도 원탁의 7기사가 되었는데 나는..”


“경비는 서지 않고 농땡이나 치고 있는 겐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스피리아는 흠칫 몸을 떨며 고개를 돌렸다.


“꺄앗, 죄, 죄송합..!”


고개를 숙이려는 찰나 보이는 익숙한 얼굴에 안도와 짜증이 섞인 한숨을 푹 내쉬며 그녀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흐흐, 놀랬구나.”


“자미오였구나. 놀리지 말라고..”


자미오는 재밌었는지 낄낄 웃어대며 스피리아에게 열쇠를 건네었다.


“10분이나 내가 더 근무를 섰으니까 봐주라.”


“그게 무슨 소리야?”


스피리아가 부정하자 자미오는 그녀의 앞에 시계를 들이밀었다.

주머니에서 꺼낸 시계의 시침이 9를 가리키고 있었으니 그제서야 스피리아는 날숨을 크게 삼키며 열쇠를 낚아채고 성문을 향해 달려 나갔다.


“덜렁거리긴.”


자미오는 피식 웃으며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향했다.


스피리아는 더욱 서둘렀다.

뛰어서 3분 거리이기는 하지만 자미오가 온 시간을 생각하면 성문은 꽤나 긴 시간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자미오녀석..!”


어쩌면 자신보다 덜렁거리는건 자미오 일 것이다.

생각하며 성문 앞에 도착하자 그녀는 숨을 훅훅 내뱉으며 시선을 바로잡았다.


“하악... 하악.. 후..”


가슴을 주먹으로 팍팍 치며 향한 시선 끝에 보인 것은 성문 앞에서 일어나는 검은 형체였다.

인간의 형체임을 확신했기에 스피리아는 허리춤에 검을 빼들었다.


“누, 누구냐! 소속과 이름!”


그녀의 외침에 그림자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온 것은 허리춤에 아담한 검 한 자루를 찬 소년이었다.


“응, 수고하네.”


갑옷 따위는 일절 착용하지 않았다.

단순한 민간인임을 파악하곤 스피리아는 의심을 눈초리와 함께 검을 거두었다.


‘엄청 놀랐어..’


그녀는 소년에게 다가가 허리를 살짝 굽혀 시선을 맞추었다.

말투와 허리춤에 찬 검을 보아하니 성 안에 사는 귀족의 자제임을 파악하고 스피리아는 거짓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도련님. 혹시 어느 가문의 자제분이신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에휴.”


들려오는 말에 소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스피리아는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했나 생각하던 찰나 눈앞에 철패 하나가 들이밀어졌다.


원탁의 7철패.

라피스 왕국에서 국왕 직속의 기사들의 신분증과도 같은 철패이다.


“시, 실례했습니다!”


스피리아는 많이 덜렁거리긴 하지만 눈치가 없는 편이 아니였다.

눈앞의 소년이 최연소로 원탁의 7기사가 된 자임을 알고 재빠르게 주머니 속 열쇠를 집어 성문을 여는 도르래로 향했다.


“이렇게 막 자리를 비워도 되는 거야?”


“아윽.. 그게..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스피리아는 연거푸 고개를 숙였다.

긴 생머리의 부채질에 먼지가 휘감겨 올라오자 파리스는 콜록거리며 그녀를 멈춰 세웠다.


“그만, 그만! 장난 한번 쳐 본거야. 네가 오기 전 교대자가 잠시 서달라고 부탁해서 있던 거니까.”


스피리아는 눈가에 그렁이던 눈물을 닦아내며 코를 먹었다.

7위계 기사 승급을 앞두고 징계를 먹거나 최악의 경우 기사 직위를 박탈당할까 그 짧은 시간 수많은 생각이 오갔으니까.


‘자미오오오..!’


스피리아는 자신에게 폭탄 같은 장난을 치고 간 자미오를 속으로 저주했다.


[쿠르르릉.]


성문이 완전 열리고 파리스가 성문을 지나가려고 하는 무렵 강력한 돌풍이 불어왔다.


“읏..!?”


“계(界)”


파리스가 외치자 그를 중심으로 반경 3m가 푸른 반원의 장막으로 덮였다.

장막은 외부의 힘을 차단해 둘이 돌풍의 영향을 받지 않게 해주었다.


“이건..”


“우와아아! 이게 원탁의 7기사 중 하나인 분의 계(界)..!”


스피리아는 마법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마법 구경에 정신이 팔린 그녀와 다르게 파리스는 상황 파악하기 바빴다.

태풍이 오는 장마철의 여름이라면 모를까 겨울에 가까운 가을에 예고도 없이 이정도의 돌풍이 불리 없었고, 그 돌풍의 안에는 희미하게 마나가 담겨 있었다.


[슈우욱..]


금방 돌풍이 멎고 주위 나무에 흔들림이 사라지자 파리스는 장막을 거두었다.

스피리아는 아쉬운 표정을 뒤로하고, 파리스의 곁으로 다가왔다.


“엄청 센 바람이네요. 태풍.. 일리는 없죠? 비구름도 없었고, 무엇보다 가을이고. 하하..”


‘그런건가..!’


파리스는 수첩을 꺼내 급하게 쪽지를 적어 스피리아에게 넘겼다.


“불의 전당에 갔다가 할아범한테 가봐! 그 쪽지도 전달해주고!”


“하, 할아범이라뇨? 에.. 엥?”


그 말만을 남긴 채 파리스는 숲을 향해 급하게 달려 나갔다.


“크흐음.”


마자리스는 수염을 쓸며 파리스가 남긴 글을 읊었다.


“화. 서.”


“엄청난 단서네요.”


아네모네는 상황이 웃긴지 방금 하인이 내온 김이 모락 나는 차의 향을 맡으며 웃어넘겼다.

장난스럽게 말하며 웃어넘겼지만 그녀의 마음은 전혀 웃지 못하고 있었다.

나머지 자리에 앉은 원탁의 기사들 역시 동감일 것이다.


“지금 상황과 쪽지에 남겨진 문자를 화(火)와 서(西)로 해석하자면 화룡이 서쪽으로 갔으니 자신이 먼저 쫓아가겠다는 것 아닐까요.”


“알고 있지. 알고 있다네. 하지만 큰 문제가 있어..”


원탁에 참여한 인원은 단 세 명.

라피오 레피스.

아나모네 스카비오사.

마자리스 컨발라리아.


라피스 왕국을 지키기 위해 적어도 3명의 기사는 성에 머물러야 한다.

파리스를 제외한 3인은 임무로 자리를 비웠기에 남은 세 명은 원탁의 서약에 따라 움직일 수 없었다.


“하필 파리스인겐가!”


마자리스가 쪽지를 구기며 원탁을 내리치자 아나모네는 깔깔 웃어댔다.

그가 고통 받는 모습도 원인이겠지만 더 큰 이유는 자신들이 큰일 났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나머지 원탁의 기사들 긴급 소집에 관한 전서 매를 날리겠습니다.”


바로 실행에 옮기려는 라피오를 마자리스가 막아섰다.


“잠깐! 다른 왕국이 알면 드래곤이 사라진 라피스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올 수 있다네.”


“아니, 그렇다면 어떻게..”


찡그린 얼굴을 손으로 꽉 쥐며 한숨을 푹 내쉰 마자리스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를 믿어보세. 행실은 그래도 원탁의 기사 중 실력만큼은 3번째가 아닌가.”






“아오. 더럽게 빠르네!”


화룡을 따라 달렸지만 인간의 다리로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드래곤을 쫓아가기엔 당연히 무리가 있었다.


“계(界), 토(土), 풍(風), 탐(探)!”


옆으로 손을 뻗자 크게 뻗어나간 장막은 땅과 하늘에 있는 모든 기척을 파리스에게 전달했다.


‘착륙했어.. 게다가 둘?‘


비행을 멈추고 착륙한 것을 알아낸 파리스는 그 위치로 달려갔다.

화룡과 흡사한 덩치의 존재가 하나 더 감지되었기 때문에 검을 뽑아들고 전투를 대비하며 덤불을 헤치자 넓게 트인 공간이 펼쳐졌다.


“..!”


그곳에는 화룡과 또 다른 드래곤이 존재했다.


“그르륵..”


[쾅!]


파리스의 존재를 눈치 채자 드래곤은 상처투성이인 몸을 일으키며 눈을 치켜떴다.


“잠깐. 적이 아닐세.”


화룡의 말에 드래곤은 부들대며 겨우 세운 몸을 다시 바닥에 눕혔다.


“화룡님. 이건 대체 무슨 일이야!?”


이 짧은 시간동안 그렇게 고요하게 드래곤끼리 전투는 불가능했다.

그걸 아는 파리스의 물음에 화룡은 입을 열었다.


“원탁의 7기사인 그대에게는 말해도 괜찮겠지.


이자는 나의 오랜 친우 토룡 엘라티오르라네.”


토룡은 소개가 끝내자 파리스를 향해 눈을 천천히 깜박이며 힘없는 가벼운 인사를 건네었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섬기는 나라 없이 그저 떠도는 드래곤이지.


오랜 세월 보지 못해 소식을 몰랐지만 아이를 잉태했고, 약해진 틈을 타 공격을 당한 모양이네.“


드래곤은 세계의 축복을 받은 존재이다.

누가 되었건 드래곤을 공격했다면 그 이유는 그의 힘을 사용하려는 것이 아닌 목적있는 사냥이었다.


“이렇게 부인이 아파하는 동안 아버지는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있었지.. 나의 사랑 테오도르.”


토룡은 눈물을 머금으며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정면만을 응시했다.

더 이상 둘을 인식하지 못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토룡의 모습을 보고 화룡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파리스 차마시 오브토스. 그대에게 나 화룡 칼라가 일생일대의 부탁이 있다네.”


“부탁이라니?”


침을 꼴깍 삼키며 파리스는 칼라의 눈을 응시했다.


“나는 곧 있으면 그녀를 대신해 토룡의 아이를 대신 잉태할 것이네.


그렇다면 나 역시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되겠지.“


“대신 잉태 할 수 있는 거야? 아니, 둘째 치고 설마 널 지키며 이 녀석을 공격한 적까지 뚫고 왕국까지 가자는 건 아니겠지?”


적의 숫자도, 정보도 없는데 그녀를 지키기까지 해야 한다.

너무나도 큰 위험이 따랐고, 칼라 역시 그걸 알고 있었다.


“설마.


나는 그녀의 아이를 옮겨 잉태하고 일주일 뒤 출산이 가능하지네.


그러니 그때까지만 나를 숨겨주게.


라피스 왕국 최고라 불리우는 그대의 결계로.“


고요속 바람이 스쳐지나가자 맺힌 향기에 파리스와 칼라는 적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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