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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비오사
작품등록일 :
2024.08.09 19:43
최근연재일 :
2024.08.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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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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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룡(地龍)의 아이(4)

DUMMY

“아앙~”


[텁.]


자미오가 울퉁불퉁하게 깎아낸 과일을 받아먹으며 스피리아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서툰 일을 해서 그런지 자꾸만 손가락을 베어 먹는 자미오는 기뻐 보이지 않았지만.


[드르륵.]


“오, 깨어났네.”


“아, 파리스님.”


“라피오님도 오셨네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둘을 제지하고 파리스는 자미오와 빈자리에 앉았다.


“걱정했는데 웃는 얼굴로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아, 아니에요. 헤헤.”


라피오의 시선에 스피리아는 양 볼을 감싸며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을 본 자미오는 묘한 기류에 빨리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아, 어. 어제 그 녀석들은 잡았나요?”


“얘가..! 존대, 존대!”


파리스처럼 라피오를 대하는 자미오의 등을 찰싹 후려쳤다.


“끄아악..!”


엎어지는 자미오를 보며 파리스는 킥킥 웃어댔다.


“죄송합니다.. 자미오가 아직 앞존법이나 존댓말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괜찮습니다.


저 역시 파리스랑 같이 딱딱한 존대는 쓰지 말아주십시오.


그 편이 더 편합니다.“


라피오가 웃음 짓자 다시금 스피리아의 볼이 붉어졌다.

이제는 대놓고 자미오가 질투의 시선을 보내는 중 이번엔 그가 나설 필요 없이 파리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범인은 잡았어.

문제는 둘 다 자결 했다는 거지.“


“정확히는 파리스가 한명 태워 죽였지만.”


“애초에 그 녀석 이미 중상이었거든!?”


둘의 논쟁이 치열해지는 중 스피리아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 일단 저랑 리아트리스님을 습격한 자들은 두 명이었는데 한명은 갑자기 나타나서 저를 공격했고, 그 자를 마법으로 튕겨낸 뒤 리아트리스님도 뒤에서 나머지 한 명에게 습격을 당하셨어요.


그때 한명의 팔이 찢겨져 나갔으니까 아마 중상이지 않았을까 하는데요..“


“마법을.. 그래서 여관이 그렇게 흔들렸구나.”


리아트리스가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기에 파리스는 갑작스럽게 그녀의 마법 실력이 궁금해졌다.


‘그나저나 지금 어디 있는 거지? 아직 방에 박혀있나.’


“그때 뭔가 보거나 들은 건 없으십니까?”


그의 물음에 스피리아는 턱을 괴며 고민에 빠졌다.


“죄송하지만 칼을 일곱 번 씩 맞으면서 무언가를 보거나 들을 여유는.. 제겐 없었네요.


죄송해요..“


확실히 스피리아에게 단서를 얻는 것은 무리이기는 했지만 습격자들이 죽어버린 현재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둘은 이곳으로 온 것이었을 것이다.

그걸 알고 있기에 스피리아 역시 미안한 마음이 더욱 솟아났다.


“푹 쉬십시오.”


“쉬어라.”


잠시 뒤 파리스와 라피오는 둘에게 인사를 건네며 의료원 밖으로 나왔다.

의료원 밖에는 신원을 알 수 없는 화려한 마차 한 대가 서 있었다.


“그만한 소동이었으니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지.”


마차의 문이 열리고, 검은 양복을 입은 노인이 둘을 반겼다.


“저희 에델바이스를 구해주신 두 분에게 인사를 올립니다.


저는 에델바이스의 후작인 사라세니아 아칸더스님의 전속 집사 베르고 아칸이라고 합니다.“


“원탁의 7기사 중 하나 라피오 레피스입니다.”


라피오가 정중히 인사를 건넨 후 원탁의 철패를 보여주자 주변이 술렁였다.

베르고는 철패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열린 마차를 향해 손을 올렸다.


“사라세니아님이 원탁의 기사님에게 어제 있던 일을 꼭 사례를 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지금 시간이 되십니까?“


‘마지막으로 생각한 수단이긴 하지만 그럴까.’


“좋습니다. 마침 한가했습니다.”


“어, 어이!”


절대 한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라피오가 마차에 오르려 하자 파리스는 그에게 손을 뻗었다.

그 손이 닿을 새도 없이 베르고가 둘의 사이를 막아섰다.


“죄송하지만 원탁의 기사님만 가실 수 있습니다.


종자 분은 근처 여관에서 시간을 보내주십시오.“


베르고는 짤랑이는 주머니를 파리스에게 내밀었다.


“엠메? 너, 내가 누군지 모르는 모양인데 나는..!”


파리스가 안주머니에서 철패를 집은 순간 뒤를 바라본 라피오는 입가에 손을 가져가며 쪽지 하나를 바닥에 흘렸다.


“어, 어..”


그의 행동에 머리를 굴리던 파리스가 말을 끝맺지 못하자 베르고는 그의 손에 주머니를 강제로 얹은 뒤 라피오 뒤를 따라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이랴!”


‘대체 무슨 생각으로 갈라지는 거야..?‘


마차가 떠나고, 파리스는 라피오가 바닥에 흘린 쪽지를 펼쳐들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암시장에서 오과를 찾아 맡긴 것을 찾을 것.

암호는 진흙.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어제 혼자 다니는 동안 암시장에서 무언가 의뢰했나보네.‘


잠시 고민하던 파리스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리아트리스.


이동해야 하니까 빨리 나와.“


주위가 잠잠하자 파리스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


“계(界).”


푸른 장막이 펼쳐지자 리아트리스는 조금씩 숨어있던 기둥 뒤에서 나와 파리스 쪽으로 다가갔다.


“여기 있느니라..”


맞지 않게 리아트리스는 힘없는 목소리로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노을빛의 눈동자가 일렁이기 시작하자 파리스와 리아트리스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미안.”


“미안하구나!”


동시에 같은 말이 나오자 둘의 표정엔 당황한 기색이 여력하게 묻어있었다.


“아, 아니다! 내가 멋대로 행동해서 네게 피해를 준 점 정말로 미안하구나..!”


리아트리스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전부 보일 정도로 또박또박 파리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했다.


일렁이던 눈동자에서 결국 눈물이 떨어지자 파리스 역시 말을 덧붙였다.


“나도 미안해.


너무 심하게 화냈어.


네게는 모든게 처음이었고, 얼마든지 대안은 생각해낼 수 있었을 텐데.“


“우웃..!”


리아트리스는 눈물이 더 나오기 전에 파리스에게 달려가 품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번엔 파리스도 늘 내쳤던 것처럼 그녀에게 손이 나가지 않았다.

단지 그 머리를 쓸어주었을 뿐.





“진흙.”


“호오, 확실하군.”


푹푹 솟아오르는 쉰내에 리아트리스는 코를 막았다.

파리스 역시 인상을 쓰기 시작하자 오과는 쿡쿡 웃어댔다.


“보자, 그녀석이 맡긴 의뢰는..”


오과가 깔고 앉은 종이 속에서 비교적 깨끗한 것이 나왔다.


“여기 있구만.


워낙 최근 유명한 일들이라 많은 정보가 있지.


비용은 됐어.


그 곱상한 녀석이 전부 지불하고 갔거든.


낄낄낄.“


종이를 받아든 파리스는 글을 읽어 내려갔다.

점점 맞춰지는 퍼즐에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파리스..?”


하지만 곧 새파랗게 질린 그의 표정에 리아트리스는 의문을 가졌다.


“라피오가 위험해.”


정보가 적힌 종이를 집어던지며 파리스는 리아트리스와 함께 암시장을 빠져나갔다.


“낄낄낄..”


오과는 파리스가 집어던진 종이들을 양 손으로 쓸어 모으며 웃음 지었다.







파리스가 암시장을 빠져나와 달리기 시작하기 두 시간 전 라피오는 수많은 만찬이 차려진 화려한 회장에서 사라세니아와 마주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2위계 일 때 뵌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시간 참 빠릅니다.


그건 그렇고 많이 여위셨군요.”


라피오의 말에 사라세니아는 껄껄 웃으며 턱을 쓸었다.


“나이가 드니 예전처럼 살이 잘 붙지 않더군요.


참 큰일입니다.“


“...”


라피오는 저택에 들어섰을 때부터 느껴지는 마녀의 잔향에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있었다.

원인이 사라세니아가 아님은 진작 눈치 챘지만 그 근원을 알 수 없었으니 라피오는 계속 주위를 경계했다.


“따님은 벌써 소녀가 다 되었겠군요.”


“그렇죠.


너무 어릴 때라 그런지 라피오님을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허허.”


“하하, 무사히 자랐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아, 그때 아무도 모르게 제 주머니에 넣어주신 반지는 아직 사용 못했습니다.


요즘 여성들은 그런 장식품 보다는 다이아를 좋아하더군요.“


잠시 동안 대답을 잇지 못하던 사라세니아는 이내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 부인은 좋아했는데 말이죠.


시대가 벌써 이렇게 변했습니까..“


“더 눈부신 것에 여자는 끌리는 법 아니겠습니까.”


크고 작은 이야기가 계속 되고, 날이 저물어가자 슬슬 라피오는 본제를 꺼내들었다.


“사라세니아님은 제가 왜 이곳에 왔는지 아십니까?”


“아마 흉흉한 소문 때문이겠지요.


조사에 착수하고 있습니다만.. 진전은 딱히 없습니다.


원탁의 기사 분들이 나설 일은 아니기에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빠른 시일 내로 제가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라세니아는 손을 떨면서도 태연한 척 홍차의 향을 느꼈다.


“빠른 시일 내로 해결 하실 수 있다는 걸 보니 단서가 어느 정도 나왔나 보군요.”


“그건..


두루뭉술한 것이 많아 라피오님에게 이야기 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아이들이 수십 명 납치되고 살해되어 사지가 잘린 채 도시 광장에 내걸렸다.


무역 도시인 에델바이스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 있었을 것이고, 천성 상인인 당신은 어떻게든 이 일을 해결하고 싶었을 텐데.. 아무런 단서가 없을 수 없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사라세니아는 이 사건의 주모자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 가능성은 그가 자꾸 말을 돌리며 이 사건에서 라피오를 밀어내려는 것에서 더욱 높아졌다.


‘그 거짓말은 위험의 신호인가.’


사라세니아는 라피오에게 과거 보석을 준 적 없었다.


많은 출신의 여행객들이 몰려드는 무역도시 에델바이스는 아무리 방비를 강화해도 내부에서 일어나는 공격에 취약했으며 다시 도시가 위험해질 경우 자신에게 신호를 줄 수 있는 마광석을 라피오가 그에게 건네었었다.


그 마광석을 사용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가 사건이 일어난 당시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감시당했다는 것이 된다.


‘퍼즐이 점점 맞춰지기 시작하는걸.’


“그렇습니까.


사라세니아님 덕을 보며 저는 관광이나 즐겨야겠군요.


아, 따님은 어디 있나요? 인사나 한번 나누고 싶은데..”


“딸은 지금 교육을 위해 다른 도시로 보내었습니다.


14살인데도 어찌나 외모에 관심이 많은지요.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이후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식사를 끝낸 라피오는 하녀에게 안내받은 방으로 이동했다.


“...”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을 숙인 채 발걸음을 옮겼다.

손님 접대용 방도 역시 마녀의 잔향이 흐르고 있었다.


‘뭔가 냄새가 나는걸.‘


라피오는 방을 한번 훑어보더니 허리춤에 검을 빼들었다.


“계(界), 탐(探).”


푸른 장막이 저택을 덮었다.

파리스의 것과 다르게 적의 모습이나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이것으로 충분했다.


“이런..!”


수많은 마나의 기척.

심지어 그의 문 앞과 위, 아래. 옆방까지.


“풍(風), 강(強)!”


[쨍그랑!]


바람을 몸에 두른 라피오가 창밖으로 몸을 던지니 방금까지 있던 방이 파(波) 마법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크흡..!”


마법의 충돌에서 일어난 충격파로 날아간 라피오가 정원에 착지하자 그 앞으로 검은 복면과 로브를 두른 무리들이 나타났다.


“그걸 눈치 챘는가.”


“크읏,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저는 원탁의..“


“알고 있다.”


복면의 무리 안에서 거대한 참마도를 어깨에 짊어진 중년의 남성이 나타났다.


“거짓된 나라의 거짓된 기사 라피오 레피스.”


“거짓된 나라..?”


[콰앙!]


더 이상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듯 그가 등 뒤에 찬 참마도를 바닥에 내리자 부하들 역시 싸움을 준비했다.


“큿..!”


“그저 우리 위대하신 분의 대업을 위해 죽어다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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