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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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비오사
작품등록일 :
2024.08.09 19:43
최근연재일 :
2024.08.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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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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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룡(地龍)의 아이(2)

DUMMY

“쫓아라!”


“그라라라라!”


수많은 가고일이 하늘을 덮었다.

빛이 듬성듬성 들어오는 숲 아래에서는 그곳을 헤치며 적들을 따돌리는 파리스가 다리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허억.. 허억..!”


일주일간 단 1초도 빠짐없이 몸을 숨기는 은(隱)의 장막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마나와 체력은 고사하고 집중력조차 바닥이 나 있었지만 자신의 손에 들려진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고자 그는 필사적으로 달렸다.


“빌어먹을..!”


파리스는 화룡의 제안을 거절하려고 했었다.

적들은 귀한 드래곤의 몸을 얻기 위해 수색을 멈추지 않을게 뻔했는데 언제 바닥날지 모르는 소모전을 해야만 한다니.

심지어 그 뒤에 자신은 출산한 아기 드래곤을 데리고 왕국까지 도착해야했다.


출산으로 지치긴 하겠지만 적을 따돌릴 수 있는 화룡과 다르게 일주일 뒤에는 지치고 마나까지 바닥날 파리스에게는 너무나도 도박에 가까운 행위였기 때문이다.


[지지직..]


“더 바삐 다리를 움직이거라.


적들이 올 것이니라.”


평소의 파리스라면 코를 후비면서도 사용할 수 있던 마법이 부족한 마나에 견디지 못하고 사라지자 하늘을 선회하던 가고일들은 일제히 그의 손에 들려진 토룡의 아이를 눈에 새기며 달려들었다.


“그라라라라라!“


“큿!”


파리스는 나무를 등지며 허리춤에 검을 뽑아들었다.


정확한 타이밍에 검을 휘둘렀음에도 한손으로 그녀를 안고 있었기에 날아드는 가고일의 힘에 견디지 못하고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커헉!”


튕겨져 나간 파리스는 다른 나무에 몸을 쳐 박았다.


“하악.. 하악..”


피를 토해내며 검을 놓쳤다.


그럼에도 파리스는 일어났다.

도망칠 장소 따위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 다음수를 생각했다.


살고 싶다는 욕구도 있었겠지만

자신의 품 안에 아이가 떨고 있지 않은가.


늘 귀찮은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던 그의 마음속에도 기사도가 존재했기에.


“..벼.”


입 안에 고인 걸쭉한 피를 뱉어내며 파리스는 소리쳤다.


“덤벼 이 새끼들아.. 누가 여기서 죽어줄 것 같아!?”


붉게 충혈 된 눈동자를 부릅뜨며 그가 소리치는 순간 하늘에서 섬광이 솟구쳤다.

섬광에 닿은 가고일과 병사들은 순식간에 재로 변해갔다.


“이건..”


“크하핫, 여기서 뭐 하냐 꼬맹아.”


빛과 함께 걸어 나온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파리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 저 섬광 기둥과 호랑이 장식의 창은 설마!”


“어째서 원탁의 7기사가 여기에..?”


파리스를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은 몸을 떨며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크하핫. 저 녀석들 반응을 보니 네가 누군지도 몰랐나본데? 꼬맹아.”


“하아, 네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마로.”


파리스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토룡의 아이를 꼭 쥐었던 팔에 힘을 천천히 풀었다.


“자, 그럼 일개 도적들은 아닐테니까 묻겠는데.. 책임자가 누구지? 나오지 않으면 전부 쓸어버리겠다.


참고로 난 전투 쪽이 더 취향이니 인내심을 시험하지는 말아줘.”


[지지지직..]


그의 창에 다시금 전기가 일자

병사들 사이를 헤집고 한쪽 눈에 안대를 한 노장이 얼굴을 드러냈다.


“크로톤 제국의 장군 파비스요.”


“어, 난 원탁의 7기사 중 하나인 마로 니에.”


정중한 인사를 하는 파비스와 달리 마로는 어깨에 창을 들쳐 매며 그를 아랫사람을 대하듯 행동했다.


‘크로톤 제국..’


라피스 왕국의 서쪽에 위치한 나라.


평화의 시대가 도래 했음에도 아직까지 전쟁을 대비하며 명목만 생기면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있는 나라.


“크로톤 제국의 황제 몬스테라 바카리스님의 명을 받들어 토룡을 토벌하고 있었소.


하지만 일주일 전 거의 토벌한 토룡은 모습을 감추었고, 다시 나타난 옅은 토룡의 마나를 추적하니 지금의 상황에 다다르게 되었지.


나는 토룡을 토벌한 증거를 가져가야하네.

토룡의 옅은 마나를 내뿜는 그 아이가 도움이 될 것 같군.“


‘토룡의 모든 것은 화룡이 아이를 잉태할 힘으로 전부 흡수했으니까 아직까지 수색을 포기하지 않은 건가.’


토룡을 토벌했다는 증거가 없으니 파비스가 이 숲을 일주일 째 끈질기게 탐색한 것이었다.

이야기를 전부 들은 마로는 잠시 고민을 하며 창으로 어깨를 툭툭 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어쩌라고.”


“!?”


“!?”


정적.

마로의 대답에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자네, 그게 어떤 대답인지 알고 있는가? 이건 단순한 기 싸움이 아니라네. 국가 간의 문제까지..”


“아~ 진짜.


무슨 헛소리야.“


마로는 창을 내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토룡이고 뭐고 다 모르겠고 너희들이 지금 누굴 공격한지 알기나 하냐?”


“흐음..? 그대들 나라에 드래곤은 화룡 칼라로 알고 있다네. 그 토룡은 제국의 서쪽에 있던..”


마로는 짜증이 섞인 말투로 입을 열며 창끝으로 파리스를 가리켰다.


“너희 병사들이 공격한 이 꼬맹이. 우리 라피스 왕국 원탁의 7기사 중 한명인 파리스 차마시 오브토스인거 아냐고.”


“뭐, 뭣!?”


믿기지 않는다는 듯 파비스는 파리스와 마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이후 상황 파악이 되었는지 자신만만하던 얼굴에 주름이 짙어지며 그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믿기지 않는구나. 저 어린 아이가 우리 제국의 4장성과도 맞먹는 원탁의 7기사 중 하나라니..”


“심지어 여긴 우리 왕국의 영토에 가깝지.

뭐, 아무튼 이건 명백한 침략 행위라고 봐도 되는 건가? 이걸 문제 삼으면 5국의 평화 조약에 따라 나머지 나라들도 우리 편을 들어줄 것 같은데..“


파비스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내비쳤다.

그 모습이 그저 재밌는 마로는 킥킥 웃어댔다.


“교환하자.


우린 너희들이 토룡 어쩌구 하는 저 아이를 데리고 갈거야.

우리 꼬맹이가 칼은 놓쳐도 절대 품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맘에 들어 하는 것 같으니.


대신 우리도 너희 침략에 관한 건 문제 삼지 않을게.“


“..알겠네.”


파비스는 거대한 방패를 등 뒤에 짊어진 채 부하들과 함께 들어왔던 숲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마로는 시선을 파리스 쪽으로 돌렸다.


“이야, 이번엔 또 무슨 사고를 친 거냐? 꼬맹아.”


“애초에 사고를 친 건 내가 아니거든? 수습하려다가 우왁!?”


파리스는 제 몸통만한 토룡의 아이가 자신을 덮치자 저항 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잘 해내주었구나 원탁의 기사여!”


“힘들어 죽겠네, 나와 이 썩을 꼬맹이!”


품에 안기려는 자와 떨어뜨리려는 자의 기 싸움은 왕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계속 되었다.


성문에 도착하니 미리 도착한 화룡에게 소식을 들은 원탁의 기사들이 셋을 반겼다.


“네가 드디어 성취를 하는 구나 파리스! 나는 네가 해낼 거라 믿고 있었다!”


셋의 중앙에 있던 마자리스는 제일 먼저 뛰쳐나와 파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아아.. 이젠 싸울 힘도 없다.”


“후훗.”


평소라면 그 손을 뿌리쳤겠지만 한줌 남아있던 힘을 토룡의 아이와 실랑이에 사용해 상당히 얌전한 파리스의 모습을 보며 라피오는 웃음 지었다.


“이야, 제자가 거의 반 년 만에 돌아왔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으신가봐.”


“예끼! 이놈아. 당연히 기쁘지. 하지만 엄청난 일이 벌어졌고, 무려 그 파리스가 해결했지 않느냐. 네가 뒷전일 수밖에 없는 게지.


껄껄껄!”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로는 마자리스의 말에 으쓱이며 라피오와 인사를 짧게 나누었다.


“끄으으.. 오랜만에 푹 쉬어볼까.”


“기념품도 없는 거야? 말라코이데스는 홍차랑 디저트가 유명하잖아.”


마로는 허리춤에 작은 가방을 뒤적이더니 아네모네 쪽으로 가벼운 천 주머니를 던졌다.


“됐지? 진짜 간다.”


천 주머니 안에 내용물을 확인한 아네모네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성 안으로 총총 뛰어 들어갔다.


사람이 적어지니 마자리스는 파리스 쪽으로 다가가 그의 목에 매달린 토룡의 아이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토룡 엘라티오르님의 자손이시군요.”


“그렇다!”


토룡의 아이는 파리스의 목에서 땅으로 착지하더니 갈 붉은 꼬리를 바닥에 탕탕 치며 허리에 손을 올렸다.


“이 몸의 이름은 리아트리스, 대지의 축복을 받은 토룡이니라!”


“원탁의 7기사 중 한명 마자리스 컨발라리아라고 합니다.”


“원탁의 7기사 중 한명 라피오 레피스라고 합니다.”


둘은 거만한 태도의 리아트리스에게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그 분위기 속 예를 표하지 않는 파리스에게 셋의 시선이 향했다.


“..뭐. 이 짓 나도 하라고?”


“예끼! 이놈아. 당연한 것 아니냐? 장차 이 왕국에 화룡님과 같이 축복을 가져다주실지 모르는 귀한 분이거늘.”


“파리스..”


“하아..”


드래곤은 수명이 평균이 300살일 정도로 길다.

하지만 성장은 매우 빨라 태어난 지 하루도 안 된 리아트리스의 외관은 7살 여자아이로 보였다.


겨우 7살 된 아이에게 예의를 차려야 한다니 파리스 성격에 힘들 걸 알고 있었기에.


“..파리스. 파리스 차마시 오브토스.”


고개를 돌리며 자기소개를 해주는 것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명을 제외하고는.


“그대는 왜 예를 갖추지 않는 것이냐!”


“시끄러 임마!”


“예.. 예끼 이놈이! 토룡님께 그게 지금 무슨 언행이냐!”



그렇게 왕국을 뒤흔들 큰 사건이 묻혀가며 겨울이 지나갔다.


해가 뜨고 어둠이 가듯 찾아온 봄.

파리스는 성 안뜰 벤치에 누워있었다.


큰 행사나 큰 사건들을 제외하면 원탁의 기사들에게는 자유가 주어졌다.

그 자유로운 시간 속

누군가는 공부를 하였고,

누군가는 사명을 완수하는 중이었고,

누군가는 자신을 갈고 닦았고,

누군가는 미래를 내다보았지만 파리스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백수처럼 놀아댔다.


“하음..”


나른해진 몸 때문인지 파리스의 눈꺼풀이 서서히 닫혀가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만 보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과거 그는 누구보다 자신을 갈고 닦았던 어엿한 기사였음을.


“여기 있었구나. 한참 찾았네.”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돌린 파리스의 시선 끝에는 푸른 로브에 가슴 방어구를 한 금발의 기사가 서있었다.


“라피오냐.. 무슨 일?”


“아, 마자리스님이 이 서신 네게 전달해 달라고 하셨어.”


라피오가 품 안에서 꺼내 든 서류를 받자 파리스는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그는 나른해진 몸이 순식간에 긴장을 느꼈다.

감기려 하던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 내용이 서신 안에 있었으니까.


--------------------------------------------


원탁의 7기사 파리스 차마시 오브토스에게



라피스 왕국의 동쪽에 위치한 대도시 에델바이스에서

아이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자주 발생함.


한 달 단위로 그 아이들은 사지가 찢긴 채 도시 광장에

전시되었음.


사건은 발생한지 3개월이 지남.


이와 같은 일이 벌어져 더 이상 마을에는 아이들이 존재하지

않음.


시체 제외 현 실종된 아이들은 총 17명.


이에 원탁의 7기사 중 하나 파리스 차마시 오브토스가 해결할

것을 요청함.


원탁의 7기사 마자리스 컨발라리아 보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끔찍한데.”


서신을 같이 읽던 라피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것은 파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될 때까지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아이들이 사라지고, 사지가 찢겼다.

그 사건이 일어났을 2개월 전 서신을 보냈어야 했을 큰 문제임에도 3개월이 지난 지금에 되어서야 서신이 도착했다는 것에 둘은 의문을 품었다.


“뭐, 가보면 알지 않겠느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니, 셋이 의문을 품고 있었다.


“..응? 우와악!?”


파리스는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리아트리스의 얼굴에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아, 리아트리스님.”


리아트리스는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린 갈 붉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거만하게 라피오의 인사를 받았다.


“오늘도 왔냐.”


한 계절이 바뀔 동안 여전히 자신에게 예를 갖추지 않는 파리스의 모습에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 뭐.”


눈을 부릅뜨며 응수하는 파리스.


평소처럼 둘의 말싸움이 시작되려는 순간 라피오가 둘을 말렸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이 마을에서 구원 요청이 온건 보름 전이야.


한 달마다 계획적으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어.


도시에 아이들은 더 이상 없지만 실종된 아이들이 남아있으니 사지가 찢겨 전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그렇게 되기 전에 구해야해.“


“..그렇지.”


라피오 말대로 그녀와 말싸움을 할 시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남은 15일 안에 사건을 종결짓지 못하면 또 다른 아이의 사지가 잘려 도시에 걸리게 될 테니까.


“혼자서는 무리일거야.


마침 마로님도 돌아오셨으니 따라갈게.“


“그래도 되는 거야?”


“편지라도 한통 남겨두지 뭐. 누구처럼.”


누구보다 기사도에 충실한 그의 입에서 기사답지 못한 말이 나오자 둘은 쿡쿡 웃어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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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룡(地龍)의 아이(1) 24.08.09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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