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퓨전

새글

사키만자루
작품등록일 :
2024.08.10 11:28
최근연재일 :
2024.09.19 11:3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14,107
추천수 :
2,611
글자수 :
220,888

작성
24.08.28 11:30
조회
2,739
추천
69
글자
12쪽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9)

DUMMY

“북양대신 각하, 우리는 이대로 괜찮은 겁니까?”

“뭐가 말인가?”

“우창칭이 자금성을 점령하고 천하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혹시 놈이 우리까지 공격할 생각은 아니겠죠?”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왜 걱정하는가? 그것보다 재건 작업은 잘 되고 있는 건가?”

“그게 ··· 중앙으로 올려보내는 돈이 많아 진척이 없습니다.”


이곳은 허베이성,


북양대신 리훙장은 천하의 정세를 관망했다.


프랑스 군대와 싸우느라 체력을 낭비한 청나라, 하지만 이것도 구별해서 살펴봐야 한다.


피해를 입은 건 프랑스 함대의 습격을 받은 해안 도시, 그에 반해 청나라 조정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그 조정을 집어삼킨 뤼순 군벌, 이건 그동안 지방 중심으로 돌아가던 청나라의 판세가 중앙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지방 도시를 발전시켜 무너진 경제를 재건하고 군사력을 키우는 게 양무 운동의 핵심,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뤼순 군벌은 조정을 장악하고 중앙으로 올려보내는 세금을 늘리고 있다.


이런 리훙장 입장에선 좋지 않은 전개,


리훙장은 허베이성에서 태어난 한족 신사(紳士) 층으로, 이들은 명 – 청대에 걸쳐 지방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다 태평천국의 난이 터지고 청나라 조정이 반란을 진압하지 못하자, 신사층이 의병을 일으켜 이들을 토벌하고 조정의 실권을 쥔 것,


이게 청나라 권력의 중심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기울게 된 과정이다.


하지만 지금도 그럴까.


신사층은 프랑스와 싸우느라 정력을 낭비했고 그 피해를 만회할 여력도 없는 게 사실, 배상금도 못 받고 각종 산업 시설이 파괴 됐는데 무슨 수로 지방을 재건하나?


만약 뤼순 군벌이 조정의 권위를 등에 업고 지방 세력을 탄압하면 버틸 수 있을까.


리훙장을 그걸 내심 염려했다.


‘설마 이 난리 통에 서로 죽이진 않겠지.’


청나라가 프랑스를 이겼다고 해도 체력을 너무 낭비했고, 지방을 홀대하면 조정도 세금을 안정적으로 거둘 수가 없다.


그래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것,


리훙장은 뤼순 군벌이 당분간 지방에 손을 대긴 어려울 거라 판단했다.


문제는 이 순간에도 지방과 중앙의 격차는 점 점 벌어지고 있다는 것, 지방에 돈이 많아도 결국 중앙에 세금을 바쳐야 하는 입장이다.


1억 냥을 거둬도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3천 만 냥 정도,


청 – 프 전쟁으로 청나라가 지출한 자금은 약 10억 냥, 직접적인 피해는 약 30억 냥에 이른다.


이건 오롯이 지방이 감수해야 할 부담,


그에 반해 뤼순 군벌은 조정을 장악하고 영국에서 함대 기술까지 이전 받는 등 개혁을 착착 완수하고 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지방 호족들이 중앙에 저항할 수 있을까.


리훙장은 미래를 내다보고 북양대신의 지위를 내려놨다.


본인이 계속 버티면 지방은 중앙의 견제를 받을 뿐, 하지만 호족들은 리훙장의 사퇴를 말렸다.


“대인께서 이대로 물러나시면 황족과 보수파들은 우리를 더더욱 얕잡아 볼 겁니다.”

“그렇습니다. 싸워보지도 않고 물러나시겠다는 겁니까?”

“다들 정신 차리게, 프랑스를 이겼다고 우리가 외세의 위협에서 해방됐다고 생각하나? 북에는 러시아, 동에는 일본, 남쪽에는 영국이 있어, 여기서 또 내란이 일어나면 그땐 정말 나라가 망하는 거야.”

“그래서 중앙에서 대인의 충심을 알아준답니까? 우리가 전쟁 비용으로 10억 냥을 요구했을 때도 조정은 외면하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듣자 하니 경친왕이 뤼순 군벌에 2억 냥을 바쳤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우리는 한 푼도 받은 게 없는데, 어떻게 조정은 반군에 2억 냥을 뇌물로 줄 수 있습니까? 이건 불공평합니다!!”


리훙장은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라에 충성하자니 호족의 반발이 따를 것이고, 호족 입장을 챙겨주자니 조정에 반역하는 것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분명한 건 리훙장은 호족 출신이고 그들의 입장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것, 이렇게 청나라는 내부 분열이라는 또 다른 암초를 마주했다.


⁕ ⁕ ⁕


“총관 대인을 뵙습니다.”

“그래, 알아보았느냐?”

“예, 지방 호족들의 불만이 심상치 않습니다.”

“뭐 ··· 예상했던 일이다. 놈들 입장에선 뒤통수가 얼얼하겠지, 놈들이 프랑스와 목숨을 걸고 싸우는 동안 우리가 알맹이를 빼 먹었으니까.”

“앞으로 어쩌실 겁니까?”

“그건 내가 따로 지시를 내리겠다. 일단 물러 가라.”


이곳은 자금성, 나는 첩자를 통해 지방의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청나라 조정을 장악했다고 이 나라가 뤼순 군벌의 것이 되었을까.


우리가 얻은 건 조정이라는 권위 뿐, 지방 호족들의 위세는 여전하다.


그렇다면 그들의 힘을 빼놔야겠지, 문제는 그게 쉽지 않다는 거다.


중국 군대의 특징은 군사제도의 이원성,


예를 들어 조선은 농민이 곧 병사고 그 주력은 보병으로 제한 됐다.


기동력에 제한이 있는 보병 위주로 군대를 편성하다 보니 군사작전을 펼치기 어렵고 성벽이나 방어 시설에 집중, 하지만 중국도 그럴까?


청나라의 국경은 2만 km가 넘고 방대한 영토를 지키려면 엄청난 상비군을 유지해야 한다.


당연히 상비병을 유지하고 이를 떠받칠 경제력을 키우는 게 조정 입장에선 가장 큰 부담,


청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고도 팔기군 제도를 유지하고 그 지위를 세습시켰던 것도 ‘특권층 유지 + 상비군 유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게 제대로 됐나?


태평천국 운동에서 청나라 팔기군은 쓸모 없는 존재라는 게 증명됐고, 지금 중국 국경을 지키는 건 호족들 산하에 있는 사병들이다.


이게 중국군이 중앙군과 지방군으로 이원화 된 이유, 결국 청나라 조정의 무능함이 지방 호족의 성장을 도운 거다.


그럼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성을 높게 쌓고 버티면 그만인가? 고심 끝에 뤼순 군벌을 철저한 공격 위주의 군대로 재편성했다.


‘너희들은 지켜야할 땅이 있지, 그렇다면 가둬 놓고 두들겨 팬다.’


호족들이라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합된 게 아니다.


청 – 프 전쟁에서 프랑스 함대가 지방 도시들을 공격할 때 호족들이 서로 연대해서 효과적인 방어를 하던가?


다들 각자의 지방을 지키는 게 우선,


언제든 공격 가능한 군사력을 유지하면 각개 격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방을 신속히 공격하려면 길이 필요, 뤼순 군벌이 신속하게 베이징을 접수한 건 영국 자본을 끌어들여 철도를 놨기 때문이다.


나는 그 철도를 중국 전국에 깔 생각,


겉보기엔 농촌과 도시를 잇는 거대한 경제 벨트를 건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지방을 통제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


물론 그걸 호족들이 그냥 두고보진 않겠지,


자기 땅 위에 철로가 지나간다는데 누가 가만히 있겠나. 근대화가 안 된 농민도 그런 신식문물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결국 다 커버할 순 없는 중국, 그만큼 이 땅은 넓고 거대하다.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게 선택과 집중,


나는 우창칭 총독과 협의해 신강 일대를 러시아에 팔아치우기로 했다.


“독판 나으리, 우리는 이 넓은 영토를 전부 통치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필요 없는 영토는 팔아치우는 게 이득이죠.”

“자 ··· 잠깐,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신강을 러시아에 팔자고 했나?”

“그렇습니다. 그곳은 예로부터 반란이 끊이질 않았고 지금도 청나라의 통치가 미치질 않습니다. 그렇다면 깔끔하게 포기해야죠.”

“나 참 ··· 그걸 황실과 보수파가 받아들이겠나?”

“영국이 어쩌다 저 꼴이 났습니까? 넓은 영토를 다 지키려다 국력을 낭비한 거죠. 청나라의 국경은 2만 km가 넘는데 그 넓은 지역을 어떻게 통치하겠습니까? 국경을 넓게 유지할수록 지방 호족들이 날뛸 계기만 줄 뿐입니다. 지방 세력을 견제하면서 중앙에서 힘을 키우려면 이게 최선입니다.”

“후우 ~ 자네는 날 불구덩이에 밀어넣는 건가?”

“총독을 죽이려는 게 아니라 살리려는 겁니다. 지금 지방 호족들이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걸 모르십니까?”

“그걸 나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 ”

“우리의 군사는 8만이 전부입니다. 뤼순에 있는 후방 병력까지 합쳐도 15만이 전부죠. 저 넓은 영토를 이 정도 군사로 지킬 수 있겠습니까? 신중하게 생각하십시오.”


우창칭은 이번만큼은 망설였다.


나라의 영토를 팔아 국경을 줄이고 힘을 키운다?


누가 이런 개소리를 믿겠나?


하지만 나는 내 주장을 독판에게 끝까지 관철시켰다.


⁕ ⁕ ⁕


“폐하, 신강은 반란이 끊이질 않고 조정의 통제가 닿지 않는 곳이니 외세에 팔아넘겨 국경을 줄이고 수도 방위에 집중해야 합니다.”

“뭐 ··· 뭐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어떻게 군기부 독판이라는 자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요?!!”


이곳은 청나라 황궁,


나는 우창칭 총독 뒤에서 보수파의 반응을 살폈다.


예상대로 이게 무슨 소리냐며 격한 반응을 보이는 보수파들, 특히 태후가 길길이 날뛰었다.


이름 뿐인 황제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상황을 외면할 뿐,


분위기를 살피다 앞으로 나섰다.


“폐하, 영국은 그 넓은 영토를 통치하면서도 제대로 된 국방예산 부서도 갖추질 못했습니다. 이게 영국이 점 점 저물어 가는 이유죠, 대책도 없이 영토만 넓혀놓고 군사비를 지출하니 예산이 버티질 못하는 겁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영국이 국방 예산을 심사하는 부서를 설립한 게 1902년이다.


무려 17년 후에 벌어질 일,


그럼 이 때까지 영국은 국방비를 어떻게 책정한 건가?


말 그대로 주먹구구식, 해 가지지 않는 제국이라는 명성과 달리 전쟁 한 번 났다 하면 국가 예산이 휘청거린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청나라라고 뭐 다르겠나.


영국 만큼은 아니지만 청나라는 세계에서 손 꼽히는 넓은 영토를 지녔고, 기본적으로 유지해야 할 국방비도 상상을 초월한다.


이걸 줄이지 못하면 앞으로도 지방 호족들에게 국방력을 의지해야겠지,


나는 황제를 다시 한 번 압박했다.


“폐하, 신강과 티베트는 영토만 넓지 이 나라에 어떤 이득도 주질 못합니다. 지금 조정에 필요한 건 허울뿐인 영토가 아니라 군사력을 한 곳에 집중시킬 수 있는 개혁입니다. 신의 뜻을 헤아려주시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이곳 자금성도 팔아치우지 그러나?”

“ ··· 예?”

“지금 그대가 말하지 않았나? 넓기만 하고 실속이 없는 게 영토 뿐인가?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나는 이 자금성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네. 자네가 정말 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다면 황궁도 팔아서 쓰게”


나는 잠시 황제와 기싸움을 주고 받았다.


정말 자금성을 팔아도 된다는 건가.


미친 척 하고 고개를 숙였다.


“폐하께서 그리 명하신다면 황궁을 팔아 국방에 투자하겠습니다.”

“뭐 ··· 뭐라? 지금 뭐라 했는가?”

“폐하께서 황궁을 넘겨주신다면 제가 폐하를 호위할 100만 대군을 바치겠습니다.”


황제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토를 팔겠다는 소리에 기가 막혀서 비꼬듯이 말한 것 뿐인데, 진짜로 황궁을 팔겠다니 어처구니가 없겠지,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폐하, 황제의 권위는 넓은 영토만으로 바로 서는 게 아닙니다. 지방 세력을 통제하고 황제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는 군대가 바로 서는 게 우선입니다. 이 나라가 이렇게 허약해진 이유가 뭐겠습니까? 황궁의 담장이 높고 견고한들, 군대 없이는 나라가 바로 설 수 없습니다.”

“ ······ 하아 ··· 그래, 자네 마음대로 하게”

“폐하!! 어찌 대청국의 강토를 팔라 하십니까?!!”

“폐하!! 폐하!!”


보수파들이 울부짖었지만 황제는 다 귀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나는 보란 듯이 청나라의 강토를 해체,


신강과 티베트를 러시아와 영국에 넘겨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공지 (군납비리는 내 사전에 없다. -> 내 사전에 ... ) +1 24.09.03 2,147 0 -
41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41) NEW +4 5시간 전 699 33 12쪽
40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40) +11 24.09.18 1,307 54 12쪽
39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9) +3 24.09.17 1,562 56 12쪽
38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8) +5 24.09.16 1,674 58 12쪽
37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7) +7 24.09.15 1,754 53 12쪽
36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6) +5 24.09.14 1,848 58 12쪽
35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5) +8 24.09.13 1,891 60 12쪽
34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4) +6 24.09.12 1,971 60 12쪽
33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3) +13 24.09.11 2,046 72 12쪽
32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2) +4 24.09.10 2,082 64 12쪽
31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1) +7 24.09.09 2,140 64 12쪽
30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0) +2 24.09.08 2,217 54 12쪽
29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9) +3 24.09.07 2,258 67 12쪽
28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8) +5 24.09.06 2,325 65 12쪽
27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7) +6 24.09.05 2,321 57 12쪽
26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6) +5 24.09.04 2,383 64 12쪽
25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5) +9 24.09.03 2,450 59 12쪽
24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4) +15 24.09.02 2,479 69 12쪽
23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3) +5 24.09.01 2,538 65 12쪽
22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2) +8 24.08.31 2,582 65 12쪽
21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1) +9 24.08.30 2,669 71 12쪽
20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0) +3 24.08.29 2,694 56 13쪽
»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9) +7 24.08.28 2,740 69 12쪽
18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8) +4 24.08.27 2,705 65 12쪽
17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7) +5 24.08.26 2,730 68 12쪽
16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6) +2 24.08.25 2,796 65 12쪽
15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5) +3 24.08.24 2,832 58 12쪽
14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4) +2 24.08.23 2,863 69 12쪽
13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3) +2 24.08.22 2,878 6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