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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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만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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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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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0)

DUMMY

“아버지,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건가요?”

“한양이다.”

“한양이요? 다들 만주로 가는데 왜 우리는 반대로 가나요?”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중심을 지켜야 한다. 다 만주로 떠나버리면 나라는 어떻게 되겠느냐?”


이곳은 조선,


한 소년이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한양으로 이주했다.


지금 평안도와 황해도는 이민 열풍이 한창, 먹고 살기 힘든 조선을 떠나 만주에서 새 삶을 찾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이걸 단순한 이민으로 볼 수 있나?


조선은 오래 전부터 서북 지역을 차별하고 멸시, 그 결과가 18세기 홍경래의 난으로 구체화 됐다.


[순조 8년(1808) 정월 3일, 향인들이 향청에 모여서 정치를 논의하였는데, 수령의 죄를 물어 파면시켰다.]


실제로 당시 기록을 살펴보면, 중앙에서 파견된 수령이 비리 혐의로 향인들에게 탄핵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쌀 500섬과 돈 1만 냥을 착복했다는 죄목,


지방의 관점에서 보면 악독한 수령을 파면시킨 정당한 행위지만, 중앙의 관점에서 보면 지방 향인들이 중앙의 권위를 무시한 것이다.


당연히 이에 합당한 불이익이 따르겠지,



한 때 조선 조정은 서북 사람들의 불만을 다독이기 위해 식년시(式年試) 급제자 중 25%를 평안도 사람으로 채우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 때,


이후 평안도 출신 급제 자는 100명 중 4 ~ 5명에 그쳤고, 어렵게 출사를 해도 당상관에 오른 사람은 1명도 없었다.


이 지경이니 평안도 사람 중 누가 조정에 출사를 하려고 하겠나?


서북 사람들은 출사를 포기하고 청나라와의 무역 활동에 집중, 아예 근거지를 만주로 옮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기 마련,


10살 소년 안창호는 아버지의 뜻대로 한양으로 이주했다.


‘정말 한양으로 가는 게 정답일까?’


총명한 소년은 이에 의문을 품었다.


출세해서 나라를 바로 세우라는 아버지의 뜻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 예전의 평안도 사람들은 조정에 대한 충성심이 없어서 출세를 못 한 건가?


평안도 사람들이 부패한 관료를 몰아내도 그걸 반역으로 치부한 조선,


이러니 평안도 사람들도 조국에 염증을 느끼고 청나라와의 무역에 집중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아직 어린 소년은 그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능력이 부족했다.


겨우 10살인데 부모의 뜻에 거역하며 능동적인 삶을 살 수 있나.


결국 한양으로 이주해 비싼 돈을 내고 과외까지 받았다.


“조선은 삼백육십오일 태평하다 하는데, 왜 내가 사는 곳은 불행한가?”

“민생이 도탄에 빠지고 사람들이 밥을 구걸하고 다니는 구나.”

“요순 임금 시절에도 가난과 배고픔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아대부 즉묵대부(阿大夫 卽墨大夫)하였지만, 이곳만큼 참혹하진 않았으리라.”


안창호는 이 와중에도 백성들의 삶에 귀를 기울였다.


요순 시절은 현명한 군주 덕분에 백성들이 걱정 없이 살았던 태평성대를 뜻하는 말인데, 그 시절에는 부패가 없었을까?


조선 백성들이 언급한 아대부 즉묵대부(阿大夫 卽墨大夫)는 정치의 모순을 가리키는 고사성어,


그 내용은 대략 이렇다.


아(阿)라는 지역의 관리는 통치를 엉망으로 해서 지역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었지만 뇌물을 잘 써서 대부의 자리에 올랐다.


그에 반해 즉묵(卽墨)은 언제나 공정하게 일을 처리했지만, 뇌물을 쓰지 않아 언제나 업무평가에서 최하등급 평가를 받았다.


이걸 바로잡을 수 있는 게 바로 통치자,


임금이 평소에 백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면 뇌물로 출세하는 관료들이 존재하겠나?


조선 백성들은 이걸 꼬집고 있는 거다.


“조선은 365일 평안하다고? 내가 사는 곳은 조선이 아닌가?”

“그래, 나도 인정해, 어떤 나라든 부패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걸, 그런데 그걸 바로 잡는 게 관료들의 역할 아냐? 왕은 뭐 하는 거야?!!”


이게 조선 백성들의 생각,


안창호는 충격을 받았다.


서북 사람들만 조정의 차별을 받고 사는 줄 알았는데, 수도에 사는 백성들도 저런 노래를 부르고 다닐 정도면 이 나라는 어디까지 썩은 건가.


백성들도 바보가 아니라 이제는 조선 왕조의 무능함을 욕하고 있다.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임금이 어떻게 태평성대를 이루겠나.


그게 안 되니까 서북 사람은 만주로 떠나고 한양 사람은 조선 왕조를 비난하는 것, 안창호는 자신이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럼 어디로 갈 건가?


아버지가 시키는대로 유학 공부를 했지만, 틈이 날 때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귀를 기울였다.


⁕ ⁕ ⁕


“뤼순의 상황은 어떤가?”

“예 상서 나으리, 아무 문제 없습니다.”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들으니 더더욱 믿음이 안 가는구나.”


이곳은 청나라의 황궁 자금성,


나는 뤼순의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내가 원했던 건 상서령이 아니라 뤼순의 총독이 되는 것, 뤼순이 얼마나 중요한 곳인데 계속 후방에만 맡겨도 되는 건가.


다른 사람을 보냈지만 안심이 안 됐다.


이런 때일수록 백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게 통치자, 아니나 다를까 잡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상서 나으리, 다툼이 점 점 격화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좀 더 자세하게 얘기를 해 봐”

“우리 관리가 조선인들을 대놓고 차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조선인은 그동안 일군 땅까지 빼앗겼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예, 제가 거짓을 고한다는 증거가 있다면 목을 치십시오.”


조선인을 간척 사업에 동원한 건 바로 청나라 조정,


봉금 정책을 풀고 조선인의 이주를 추진한 게 누구인가? 필요할 때 써먹고 이제와서 불법체류로 취급하면 되는 건가.


나도 조선인이라 팔이 안으로 굽을 수도 있는데, 조선인이 일군 땅을 몰수하는 건 선을 넘은 거다.


뭣보다 만주는 뤼순 군벌의 본거지, 조선에서 넘어오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는데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건 좋지 않다.


반드시 따져 물어야 할 일,


직접 뤼순으로 가 지주들을 추궁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농민의 땅을 몰수했다고?”

“그들은 최근에 이주한 조선인들입니다. 불법으로 땅을 점거했기에 ··· ”

“그건 확인해 보면 알 일이네. 조선인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라”

“예”


나는 현지 조선인들을 만났다.


오래 전부터 중앙과 소작쟁의를 벌인 평안도 사람들은 여기서도 조합을 만들고 중국인 지주들과 투쟁을 이어가는 중,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에는 이들의 입장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거다.


봉금 정책을 해지하고 조선인을 개간 사업에 투입한 건 청나라 조정의 뜻, 지금 나는 조선인들의 편의를 위해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철저히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번 사건을 조사했고, 지주들이 땅을 불법으로 빼앗았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이런 어리석은 자들이 있나. 봉금 정책을 풀고 조선인들을 개간 사업에 동원한 건 바로 조정의 뜻이야, 자네들은 지금 조정의 뜻을 곡해(曲解)하는 건가?”

“아 ··· 아닙니다.”

“이건 백성에 대한 나라의 신뢰가 걸린 문제야!! 네놈들의 욕심 때문에 이 나라를 거덜 낼 생각이냐?!! 너희 같은 간신들 때문에 백성들이 조정을 불신하고 나라가 무너지는 거다!! 이 죽일 놈들아!!”

“나 ··· 나으리!! 살려주십시오!!”

“저희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내가 너희를 못 죽일 것 같으냐?!! 나는 지난 날 조정에 반역한 호족 3천 명을 죽였다!! 지금 당장 회자수(刽子手 : 목을 치는 사람)들을 불러서 네놈들의 목을 날릴 수 있어!!”


지주들은 고개를 바짝 숙였다.


농민들이 열심히 개간을 했으면 토지 소유권을 인정하고, 더 잘하라고 격려를 해야지 어떻게 땅을 몰수하나,


지주들은 이득을 챙기겠지만, 만주를 개간해 생산력을 늘려야 하는 뤼순 군벌 입장에서 이건 반역행위나 다름 없다.


다 죽일 수도 있지만 그건 일차원적인 생각, 일단 불법으로 빼앗은 땅만 농민에게 돌려주면 그 이상의 처벌은 내리지 않았다.


이건 조선인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논리,


중국인들은 중국인 지주들에게 학대를 안 당할까?


결국 다 똑같은 입장, 그럼 서로 힘을 합쳐 지주들의 폭정에 저항하는 게 맞는 거다.


그런 단체 행동에 익숙한 평안도 사람들은 향회를 만들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 중국인들도 그 제도를 따르기 시작했다.


⁕ ⁕ ⁕


“아버지, 조선의 민심은 만주로 향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백성들의 목소리가 안 들리시나요? 조선은 삼백육십오일 태평하다 하는데, 왜 내가 사는 곳은 불행한가? 민생이 도탄에 빠지고 사람들이 밥을 구걸하고 다니는구나. 요순 임금 시절에도 가난과 배고픔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아대부 즉묵대부하였지만, 이곳만큼 참혹하진 않았으리라. 이게 한양 백성들이 부르는 노래입니다.”


이곳은 한양,


안창호는 아버지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백성들이 ‘우리는 불행하다.’라고 외쳐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 그에 반해 만주로 이주한 평안도 사람들은 향회를 세우고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게 맞는 사회 아닌가.


아들의 반항에 아버지는 할 말을 잃었다.


“너 어디서 그런 노래를 들었느냐? 누가 그런 노래를 퍼뜨린 거냐?”

“누가 퍼트린 게 아닙니다. 다들 한 목소리로 외치니, 듣고 싶지 않아도 들을 수 밖에 없습니다. ”

“그런 세상을 바꾸기 위해 네가 조정에 출사해야 한다는 거다. 내가 몇 번이나 설명하지 않았느냐?”

“글쎄요. 제가 이 나라에서 즉묵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즉묵은 관료들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아 온갖 모함을 들었지만, 그래도 끝내는 임금에게 인정 받아 대부의 자리에 올랐다.


그건 왕이 귀를 열고 백성의 말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


하지만 이 나라의 왕과 관료들은 즉묵을 토사구팽할 위인이다.


왕이 백성의 목소리에 관심이 없는데 내가 즉묵이 된들 그게 무슨 소용인가.


안창호는 아버지를 설득했다.


“아버지, 저희가 있을 곳은 한양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만주로 가시죠.”

“나라를 바로 세우는 건 어렵고,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떠나는 건 쉬운 법이다. 너는 나라가 어렵다고 버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느냐?”

“도리를 어긴 건 이 나라입니다. 나라가 백성의 삶에 관심을 가졌다면 사람들이 만주로 떠날 일도 없었겠죠. 나라는 백성에 대한 도리를 저버렸는데, 왜 백성은 나라에 대한 도리를 지켜야 합니까? 평안도 사람들은 충심이 없어 그동안 관직에 오르지 못한 겁니까?”


아들의 구체적인 설명에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게 사실이기 때문,


그동안 모은 돈으로 아들에게 고액 과외까지 시켰는데 이제는 모든 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아버님의 뜻을 거스르는 게 자식의 도리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백성에 대한 도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겠습니다.”


안창호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만주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기 위해선 사전작업이 필요,


한학은 집어던지고 평안도 ~ 만주 국경에서 거래되는 서적을 탐독했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는 중국,


평안도 사람들은 그걸 알고 만주로 이주하고 있는 거 아닌가.


이렇게 조선에서 인정 받지 못한 즉묵들은 하나 둘 만주로 이주, 안창호도 그 대열에 합류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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