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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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만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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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5)

DUMMY

“나으리, 차를 내왔습니다.”

“그래”


이곳은 뤼순 군벌 본진,


나는 하녀가 내온 차를 무심한 표정으로 홀짝거렸다.


우창칭 총독이 하사한 여자라 하녀로 삼긴 했는데, 이 여자를 어떻게 대우해야 하나. 일단 노예로 취급하기는 애매하다.


중국의 노예 제도는 명 – 청 교체기에 대부분 폐지 됐기 때문,


송나라는 귀족들이 수천 수만 명의 백성들을 노비로 부렸고, 이런 현상은 몽골이 송을 멸망시킨 원나라 시대에도 계속 됐다.


원나라의 뒤를 이은 명나라 시절이라고 뭐 다르겠나.


하지만 명 – 청 교체기에는 사정이 좀 달랐다.


“명나라가 망하고 황제가 바뀌었으니 우리도 주인을 죽이자!!”

“다 죽이고 놈들의 재산을 몰수하자!!”


만주족이 한족들을 무너뜨리고 세상을 뒤집었는데 노비라고 주인 못 죽인다는 법 있나.


‘명계북략’을 보면 명나라의 노비들이 곳곳에서 살인과 약탈을 하고 귀족을 만나면 사지를 찢어 죽였다고 한다.


상황이 이 지경이니 노예제가 제대로 유지될까.


기생자라고 해서 일부 세습 노비가 존재했지만, 청나라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귀족들이 백성을 노비로 삼던 제도는 사실상 무너졌다.


다만 예외는 있는 법,


청나라는 후금 시절, 부족한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납치한 자들을 화살받이로 써먹었고, 중국에서 사로잡은 전쟁 포로들도 노비로 삼았다.


황제(옹정제)가 ‘노비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주인을 섬겨야 한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


이걸 보면 청나라가 노비 제도를 완전히 부정한 것도 아니다.


나도 이번에 허베이성을 공격해 호족을 몰살하고 살아남은 자들을 노비로 삼지 않았나.


명백히 존재하는 노비 제도, 그 논리를 하녀에도 대입해야 하나.


하녀는 주인이 노비에게 하사할 수 있는 존재, 실제로 청나라에서 노비가 양민과 결혼하는 방법 중 하나가 주인이 하사하는 하녀를 받는 거다.


이걸 보면 하녀는 노비보다 못한 존재,


청나라에는 노비 외에도 천민이라는 계급이 존재하고, 이를 국가가 법으로 공인하기까지 했다.


[과거 시험에 응시하는 자는 4대(증조부, 조부, 아버지, 본인)의 출신 성분을 모두 조사하며 직계친속이 모두 청백해야 한다. 만약 1대와 2대 내에 취고수(공연을 하는 악대)나 심부름꾼과 같은 직업을 갖고 있다면 과거 응시자격을 몰수한다.]


말이 천민이지 어떻게 보면 노비만큼 처참한 대우,


이걸 고려하면 내가 부리는 하녀는 물건 아닌가?


하녀를 노비한테 하사할 수 있다면 더는 말이 필요 없겠지,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거기 앉아라.”

“예?”

“할 말이 있다. 너도 차 한 잔 들어라.”


쭈뼛거리던 하녀는 탁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무릎을 꿇었다.


감히 주인과 겸상은 못 하겠다는 뜻, 답답해서 그냥 내 손으로 자리를 만들어줬다.


“자, 여기 앉아라.”

“어 ··· 어떻게 제가 주인님과 나란히 앉겠습니까.”

“나는 네 주인이 아니다. 내가 그렇게 결정했으니 어서 앉아라.”


망설이던 하인은 자리를 잡았다.


“너는 어쩌다 우창칭 총독의 눈에 띈 거냐?”

“그게 ··· 말씀을 드리자면 조금 깁니다.”

“해 봐라, 나는 들을 준비가 돼 있다.”


사연을 듣다보니 얼굴이 조금 달아올랐다.


당시 나는 군인들에게 돈을 풀어 여자를 돈으로 사라고 권했다.


사방에서 약탈 방화 살인 강간이 일어나는데 이걸 놔둘 수는 없고, 그렇다고 30만에 달하는 군대를 완벽히 통제할 수 있나.


부녀자를 겁탈할 바에는 차라리 돈을 주고 첩으로 두라는 뜻으로 벌인 일, 그 과정에서 이 여자도 휩쓸렸다.


“어느 날 우창칭 총독이 저희 집으로 군사들을 이끌고 왔더군요. 그러더니 절 돈으로 사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절 은표 1만 냥에 팔았습니다. 저는 화가 나서 출세하면 아버지를 노비로 삼으러 올 거라고 말 했죠. 그랬더니 우창칭 총독이 제 아버지를 노비로 삼았습니다.”

“크흠 ~ ”


민망함에 헛기침이 흘러나왔다.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은 나였던 건가. 하지만 이제 와서 변명할 생각도 없고, 이건 청나라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딸 가진 아비가 돈이 떨어지면 뭘 팔겠나.


인신매매가 공식적으로 금지 됐다고 해도 암암리에 이뤄지는 게 사실, 나는 그걸 허베이성에서 대놓고 주도한 것 뿐이다.


어쨌든 계속 되는 대화, 나는 하녀에게 본심을 물었다.


“그럼 너는 날 원망하겠구나. 내가 그 지옥을 만든 원흉이니까.”

“원망할 것도 없습니다. 딸 가진 아비가 딸을 파는 건 이 나라에서 하루 이틀 된 일도 아니고 말이죠. 제 언니들도 그렇게 팔려나갔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거라고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거짓말이다. 그걸 운명으로 받아들였다면, 아버지를 노비로 만들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겠지.”


정곡을 찔린 하녀는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돌렸다.


아버지는 이미 노비가 됐고 먼저 팔려나간 형제들도 생사를 알 수 없다는데, 이 여자가 앞으로 누굴 의지하겠나.


그렇다고 여기에 남아 봤자 물건 취급을 당할 뿐,


이러다 노비한테 하사되면 인생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진다.


이 여자가 원하는 게 뭘까, 나는 그걸 파고들었다.


“나는 이제 최고의 권력자다. 네가 원하는 것 정도는 들어줄 수 있다.”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래, 노비 제도를 폐지하길 바라느냐? 그럼 너도 자유로워 질테고, 형제들도 만날 수 있겠지. 어떠냐?”

“그건 ··· ”


잠시 망설이는 하녀,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되는 걸 원한 게 아니었나.


그 입에서 예상 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저는 평등한 세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나라에는 주인이 있고 그 밑에는 백성이 있으며 죄를 지은 자는 노비가 되는 게 세상의 이치니까요. 그렇다면 스스로 주인이 되거나 강한 자에게 의지하는 게 최선입니다. 저는 여자라 스스로 주인이 될 순 없으니 강한 자에게 의지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 그래서?”

“저는 주인님을 섬기고 싶습니다. 저를 거두어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시대에서 여자가 홀로 일어선다는 건 거의 불가능,


서태후가 왜 아등바등하며 권력에 집착하겠나.


본인이 황제가 될 수 있다면 섭정이라는 형식을 빌리지도 않았겠지, 하지만 여자라는 입장 때문에 한계가 명확하다.


“폐하가 아직 어리니 내가 대리청정을 하겠소.”

“예 태후마마”


이게 서태후가 코흘리개 황제를 고집하는 이유,


황제가 어려야 자기가 최대한 오래 권력을 쥘 거 아닌가.


하지만 이제 황제가 머리가 커서 통제가 안 되고, 여기에 뤼순 군벌이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권력의 구석으로 밀려났다.


여자가 군대를 지휘할 수 있나?


그게 안 되니까 뤼순 군벌을 꼬드겨 위세를 지키려는 것, 하지만 군대는 남자의 영역이지 여자가 끼어들 곳이 못 된다.


이게 여성이 사회에서 남자들에게 밀려날 수 밖에 없는 이유,


아무리 평등한 세상이 오더라도 남자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그건 곧 사회적 권위로 이어진다.


그걸 인정하기 싫으니까 내가 살던 대한민국에서는 일부 여자들이 군대를 깎아내리는 사건이 일어난 거다.


남자가 군대를 가는 건 사회에서 권위를 발휘하는 것인데, 그걸 소풍 취급하고 권위가 아닌 ‘의무’로 받아들인다?


결국 여자들도 남자의 사회적 권위를 밀어내기 위해 군대를 비하하는 것, 나는 그 꼴 죽어도 못 본다.


전쟁에서 패한 나라의 여자들이 무사할 것 같나?


그래서 나는 여자의 권위를 남자 위에 놓을 생각이 없다.


동등한 취급도 거부, 남자가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게 더 많은데 어떻게 평등한 취급을 하나?


하지만 내 권위에 의지하겠다는 하녀를 밀어내지도 않았다.


“너는 내 권위에 의지하길 바라느냐?”

“예, 평생 한결 같은 마음으로 모시겠습니다.”

“좋다, 그럼 나도 네 인생을 보장해주마.”


나는 이 자리에서 하녀에게 보장된 인생을 약속했다.


일단 은표 5천 냥을 하사, 그 돈으로 땅이나 주식을 사는 걸 허락했다.


월급도 따로 지급, 이번 달에 은표 10냥을 지급했다.


참고로 이 시기 지방 최고의 수장인 총독의 연봉이 180냥, 안찰사와 염운사는 130냥, 전사와 순검이 31냥 5전이다.


지방 총독이 연봉 180냥을 받는데 일개 하녀가 연봉 120냥을 받는다?


노비도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법, 하녀는 내 권위에 의지하며 총독 못지 않은 권세를 부렸다.


⁕ ⁕ ⁕


“전 총관, 그동안 별 고 없으셨나?”

“예, 모두 총독의 배려 덕분입니다. 어서 드시지요.”

“그러지, 허허허 ~ ”


반복되는 일상,


나는 우창칭 총독을 초대했다.


따지고 보면 나도 우창칭의 권위에 의지해 여기까지 온 인생, 기왕이면 잘 지내는 게 좋지 않겠나.


가끔 초대를 해 연회를 베푸는 중,


그 옆에는 분위기에 맞춰줄 하녀들을 붙였다.


“대인, 한 잔 올리겠습니다.”

“허허 ~ 자네 언제부터 이런 미녀들을 하녀로 두고 있었나?”

“권세가의 집에 하녀가 있는 게 이상합니까?”

“하하 ~ 그건 아니지, 그건 그렇고 자네 집 하녀들은 신수가 아주 훤하구만? 주인을 잘 만난 덕분인가?”

“그건 본인들에게 물어보시지요.”


내 입으로 말해봤자 자기 자랑일 뿐,


하녀들은 내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저는 땅 주인이 되었습니다. 노비도 30명 거느리고 있어요.”

“저는 얼마 전에 회사 주식을 샀어요.”

“뭐 ··· 뭐야?”


우창칭은 깜짝 놀랐다.


일개 하녀 주제에 재산을 축적하고 있다니 깜짝 놀랐겠지,


하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었다.


“총독 각하, 사실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게 뭔가?”

“지금 제 하녀들은 1년에 120냥을 받고 있습니다. 안찰사와 염운사에 버금가는 액수죠.”

“아 ··· 아니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주나?”

“제가 누굽니까? 이 나라의 총관입니다. 저를 따르는 하녀라면 그 정도 받는 건 당연한 거죠. 그리고 안찰사와 염운사가 많은 돈을 받는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것만으로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없죠.”

“뭐 ··· 그건 그렇지 ··· ”

“군인의 지지는 우리의 기반입니다. 거기다 이번에 허베이성을 차지해 수입이 더 늘었으니 군인의 봉급을 올려야 합니다.”


나는 이 자리에서 지방 총독의 연봉을 260냥으로 올릴 것을 권했다.


그 휘하의 안찰사와 염운사도 220냥으로 상향 조정, 일반 병사들의 연봉도 120냥으로 올렸다.


물론 이러면 군기부 예산은 천정부지로 치솟겠지,


하지만 이제 뤼순 군벌의 재력은 그걸 감당하고도 남을 정도다.


앞으로 인건비만 9천만 냥을 지출할 예정,


하지만 뭐 어떤가?


나를 섬기면 누구든 그만한 대우를 받는다는 걸 각인시켜주는 것도 통치자의 기술, 보란 듯이 군인 연봉을 대폭 상향조정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지방 총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뤼순 군벌에 복종을 맹세했다.


그 휘하의 안찰사와 염운사는 말 할 것도 없겠지,


일개 병사들도 만세를 외쳤다.


‘자, 이제 누가 이 나라의 주인이지?’


나는 만인지상의 위치에서 세상을 둘러봤다.


우창칭 총독은 이제는 내 상관이라기보다는 협력 관계, 뭣보다 이 나라의 재정과 군대는 내가 쥐고 있다.


황제 - 태후 - 황족은 이젠 존재감도 없는 신세, 그들 덕분에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나?


일개 하녀들도 내 품에 안길 뿐,


황제의 품을 빌리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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