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에이전트가 다 해먹음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동동아리
작품등록일 :
2024.08.10 13:23
최근연재일 :
2024.09.08 23:1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7,440
추천수 :
199
글자수 :
130,534

작성
24.09.02 23:15
조회
264
추천
7
글자
13쪽

제 고객입니다만

DUMMY

체코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플젠 시 중심가에 자리 잡은 고급 레스토랑, VIP룸에 도착한 나와 박 부장은 테이블에 앉아 사카타 소우를 기다렸다.


원래는 어제 계약 논의가 진행되어야 했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로 미뤄지게 되었다.


대신 빅토리아 플젠과 대구 유나이티드의 업무 협약을 체결식이 진행되었다.


대단한 건 아니고 말 그대로 일반적인 구단 간 교류였다.


친선전도 하고 유스 교류도 하고 정보 공유도 조금하는 얕은 관계 설정이라고 보면 편하다.


기간은 5년으로 잡았는데 서로 원한다면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조건을 삽입했다.


박 부장은 체코에서 거둔 작은 성과에 크게 기뻐하며 내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제 남은 건 사카타 소우 영입뿐, 박 부장은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며 몇 번이고 다짐했다.


약속 시간이 가까워지자 사카타 소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카타 소우를 반갑게 맞이했다.


처음부터 계약을 언급하고 진행하지 않았다.


가벼운 이야기로 서로 긴장감을 덜어냈다.


박 부장은 어눌한 일본어로 사카타 소우의 마음을 사려 했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외국인이 자국어로 칭찬하면 경계심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으니까.


분위기도 밝아지고 슬슬 비행기 시간이 가까워지자 박 부장이 뭔가 이상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는 슬쩍 내게 가까이 와 귓속말로 속삭였다.


‘김 대표님, 그 대표님 친구 분이 안 오시는데 혹시 무슨 일 있으신 걸까요?’


아직도 눈치를 채지 못할 줄은 몰랐는데 괜히 말을 안 해줬나.


박 부장이 아니라 채 대표였다면 바로 눈치 깠을 텐데 말이다.


나는 살짝 미안한 마음을 담아 박 부장에게 말했다.


“박 부장님, 사카타 소우 선수의 에이전트는 접니다.”

“예?”

“미리 말씀 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사카타 소우 선수는 어제부로 제 고객이 되었습니다.”


박 부장은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다가 이내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제부터라고요.”


나는 진실에 거짓을 살짝 섞어서 대답했다.


“네, 어제 저녁에 사카타 소우 선수를 만나 계약을 맺었습니다.”

“후우. 알겠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죠.”


호감도가 쭉 내려간 소리가 들려왔으나 지금 중요한 건 계약이다.


내 고객에게 최대한 많은 이득을 남기기만 하면 그만이다.


물론 예전처럼 강하게 압박하거나 구단 관계자와 척져서는 안 되니 계약이 끝나면 잘 풀어보자.


잠시 굳은 표정을 짓던 박 부장은 비즈니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로 패는 알고 있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죠. 얼마를 원하십니까?”


나는 들어볼 것도 없이 연봉 상한선을 말했다.


“노 옵션에 연봉 8억이면 사카타 소우 선수의 가치를 충분히 대변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부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 양심이 없으시군요. 왜 채 대표님이 싫어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함이 아니라 제 고객이 가진 가치와 이득을 생각해서 적정한 수준의...”

“됐습니다. 2년 계약에 연봉은 8억으로 하시죠. 1년 연장 조건도 넣고 대신 1년 차에 연봉 협상은 없습니다.”


나와 협상 줄다리기를 하지 않겠다는 듯 일방적으로 통보한 박 부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연봉을 사카타 소우에게 일본어로 통역해주었다.


연봉을 들은 사카타 소우는 화들짝 놀랐다.


“에? 진짜요? 거짓말 아니죠?”

“그만큼 대구에서 사카타 상의 실력을 높게 평가하는 거죠.”

“제가...이렇게 많은 돈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사카타 상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내가 자존감을 채워주자 사카타 소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박 부장에게 말했다.


“제 고객이 마음에 든다고 하니 받아들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박 부장은 계약금과 옵션으로 넘어가기 무서운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독하게 마음을 먹었는지 강하게 말했다.


“김 대표님, 계약금은 연봉에 포함시키겠습니다. 그리고 이익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으니 수수료는 적게 책정하겠습니다.”


어차피 그건 바라지도 않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안을 받고 다른 부위를 맛있게 뜯었다.


“대신 출장 수당, 승리 수당은 에이스 선수들과 똑같이 받게 해주고 득점과 도움 수당도 넣어주셨으면 합니다. 리그 우승 이런 건 기본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김 대표님, 정말 이러기십니까? 저 이거 다 들어가면 채 대표님께 한 소리 듣습니다...”


애원조로 말하는 박 부장.


사정은 딱했으나 사카타 소우가 가진 가치를 생각하면 이것도 부족했다.


굳이 대구가 아니더라도 갈 곳은 굉장히 많았다.


급하게 미드필더를 구해야 하는 인천이나 제주는 추천한 순간 득달같이 달려들지 모른다.


직접 경기를 본 박 부장도 모르고 하는 소리는 아니다.


그저 깎고 싶어서 저러는 거다.


남은 시간도 얼마 없고 말이다.


“4시즌 동안 체코 리그에서 증명했고 분데스리가에서 눈독을 들이는 선수인데. 이 가격이면 정말 싸게 데려오는 거 아닐까요?”

“그건 그렇지만.”


할 말은 정말 많아 보였지만, 꾹 참는 박 부장.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양보했겠지만, 나는 물렁한 성격이 아니다.


다시 한 번 강하게 밀어붙였다.


“박 부장님, 잘 알지도 못하는 브라질에서 용병 복권 긁는 것보다는 이미 증명한 선수에게 투자하는 편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하아. 알겠습니다. 다 넣겠습니다. 대신 저도 조건을 하나 넣겠습니다.”

“무슨 조건이죠?”

“경기에서 퇴장당하거나 사후에 출장 금지를 받는다면 해당 경기와 관련된 모든 수당을 받지 않는 옵션을 넣었으면 합니다.”


오. 짧은 시간에 머리를 굴렸네.


이건 우리도 나쁘지 않은 요구다.


카드 수집가인 사카타 소우를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으니까.


나는 사카타 소우에게 통역했다.


그러자 본인도 너무 거친 플레이가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며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답변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감사합니다...”


박 부장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서에 옵션들을 기입했다.


요구한 옵션들이 전부 들어가자 박 부장은 현기증을 느꼈는지 잠시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더 원하시는 건 없습니까?”

“가족 관람은 일 년에 두 번 그리고 신인 걸 그룹 플루토를 홈경기 때 불러줬으면 합니다.”

“가족 관람이야 당연하고 그런데 플루, 뭐요?”

“플루토입니다. 요즘 잘 나가는 신인 여자 아이돌이죠.”

“신인 여자 아이돌.”

“제 요구가 아니라 사카타 소우 선수의 필수 요구 사항입니다.”


메인 홍보 대사까지 밀어붙일까 고민했지만, 괜히 조카에게 민폐만 끼치는 것 같아 그만뒀다.


박 부장은 순박한 인상의 사카타 소우를 바라보다가 뭔가를 읽었는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렵지 않은 요구네요. 신인 여자 아이돌을 개막식 때 초청하는 건 어렵고 시즌 중반에 소속사에 요청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플루토를 경기에 초청하겠다고 통역해주자 사카타 소우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나는 신뢰도가 크게 올랐다는 메시지를 밀어내고 물었다.


“주거 문제는 어떻게 됩니까?”

“김대현 선수가 입주한 신축 오피스텔로 잡아드리죠. 비용도 이쪽에서 전부 대겠습니다.”

“차도 제공해주십니까?”


간과 쓸개를 전부 빼 먹으려는 내 태도에 박 부장은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조심스레 물었다.


“워, 원하시는 차종 있습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시죠.”


사카타 소우에게 묻자 녀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킨 상, 저 운전면허증 없어요.”

“면허 따면 어떤 차를 몰고 싶어요? 다 괜찮으니 말해 봐요.”

“어...음, 한국이니 횬다이? 아무 차나 다 괜찮아요.”


나는 바로 통역했다.


“제네시스 G80을 타고 싶다더군요. 혹시 가능할까요?”

“...”

“농담입니다. 차 제공은 안 해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김 대표님, 제발.”


큰 가지가 정해지자 자잘한 나뭇가지들을 가치치고 가꾸는 일을 진행했다.


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마지막까지 계약을 조율했다.


마침내 모든 조율이 끝나고 사카타 소우가 계약서에 사인했다.


박 부장은 한숨 돌렸다는 미소를 지으며 우리에게 말했다.


“팀에 합류하면 바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겁니다. 일주일에 세 번. 하루에 두 시간씩 이뤄지는 회화 수업입니다. 너무 많다고 느껴지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사카타 소우는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드러내며 알고 있는 한국어를 말했다.


“한국 걸 그룹 매우 좋아. 최고!”


역시 한국어 교육에는 역시 문화 생활만한 게 없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물을 마시려는 순간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적 시킨 고객 수가 3명이 되었습니다.]

[필수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튜토리얼이 종료되었습니다.]


튜토리얼이 종료되었다고?


의문도 잠시 메시지들이 연달아 떠올랐다.


[겨울 이적 시장 한정 미션이 생성됩니다. 현재 미션 개수 2개.]

[미션들을 수행하면 특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미션 수행을 통해 에이전트의 역량을 성장시켜보세요!]


***


체코에서 돌아온 나는 박 부장과 헤어져 계약서 사본을 법무법인에 보냈다.


계약서에 문제없다고 확인을 받고 처리하지 못한 업무를 보던 중 채 대표에게서 연락이 왔다.


-야! 김 대표!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가!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순진한 박 부장이에게 사기치니까 기분이 좋디? 어? 좋냐고?


“채 대표님, 뭔가 오해를 하시는데 사카타 소우는 진짜 물건입니다. 대표님의 꿈을 이뤄줄 마지막 퍼즐이라고요.”


-니 쫄리나? 왜 말을 돌리노? 선수가 아니라 니가 문제다. 니가. 니 때문에 1년에 14억이 빠져나게 생겼는데 내가 화가 나겠나! 안 나겠나!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시겠죠.”


-웃어? 지금 웃는 기가? 계약 파기해버리고 함 같이 죽어 볼까!


“대표님, 사카타 소우, 옵션 포함 14억이면 싸게 계약한 겁니다. 그 친구 돌문에서 오퍼왔었어요.”


채 대표는 살짝 화를 누그러뜨리며 물었다.


-도르트문트 말하는 기가?


“네, 마지막 날에 저한테 연락 오더라고요. 자리 마련해달라고요.”


-그래서.


“이미 계약을 맺었다고 거절했죠. 그랬더니 엄청 아쉬워하던데요.”


당연히 거짓말이다.


구단에 문의를 넣은 분데스리가 팀들은 있으나 관심만 있을 뿐 영입 단계까지 가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나직이 욕지거리를 내뱉은 채 대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겠다. 알겠는데 14억은 좀 너무 하지 않나? 시민 구단에서 아시아 쿼터 용병에게 14억을 쓴다는 게 말이 되나? 이거 연맹에 보고하는 즉시 바로 기자들에게 물어뜯길 기다.


같은 시민 구단인 인천도 14억을 썼다는 말을 할까 고민했으나 그만뒀다.


겉으로는 협력하는 관계였으니까.


“채 대표님, 예언 하나할까요?”


-뭔 예언인데 함 찌껄여 봐라!


“사카타 소우, 3년 내로 일본 국대 갑니다.”


-일본 국대? 일본 국대? 니 지금 내랑 장난하지는 긴가? 사카타가 무슨 일본 국대고!


“그만큼 좋은 기량을 지니고 있다는 거죠. 영상 보셨잖아요.”


-봤으니까 말하는 기다! 됐고! 이적 공식 오피셜은 사흘 후니까 그렇게 알아라. 일정표 메일로 보냈으니 꼭 확인하고. 알겠나?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채 대표.


나는 사카타 소우의 한국 입국 예정일을 체크했다.


빠듯했으나 소화 못하는 일정은 아니다.


“이왕이면 기자 회견도 크게 벌이시죠. 어떻습니까?”


-야! 니는 14억짜리 계약을 기자 회견에서 말하고 싶노? 밥 든든하게 먹인 기자만 불러서 약소하게 할 끼니까 더는 말 말아라. 아, 맞다. 김 대표, 니 김용한이 준비는 어떻게 되가노?


“체코에서 어젯밤에 막 돌아왔는데 어떻게 준비합니까?”


-그래서 안 했다고?


나는 메모장을 켜며 대답했다.


“아뇨. 대충 계획은 세웠습니다.”


-내는 많이 바라지도 않는다. 김용한이를 내 앞에만 앉혀 놔라.


“예, 뭐. 알겠습니다.”


-대답이 그게 뭐꼬! 자신 없어? 다른 사람 시킬까?


“아니, 앉혀 놨는데 까였다고 저한테 화풀이 하시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아이고! 내가 그럴 쫌팽이로 보이노? 걱정 말고 시키는 대로만 해라. 시키는 대로만.


채 대표에게서 확답도 받아냈겠다 한 번 마음껏 날뛰어 보자.


김용한만 내 고객으로 만든다면 재기의 발판으로는 완벽했으니까.


“이건 하나 확실하지.”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채 대표의 표정은 썩 좋지 못할 거란 걸.


그날이 참 기대가 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에이전트가 다 해먹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를 중단하려 합니다. +1 24.09.10 50 0 -
공지 매일 밤 11시 15분에 연재됩니다. 24.08.29 192 0 -
22 투 트랙 +4 24.09.08 169 9 13쪽
21 이런 날 저런 날 24.09.07 193 7 13쪽
20 우연은 없다. +1 24.09.06 219 7 14쪽
19 아드님을 제게 주십시오 24.09.05 230 5 14쪽
18 초고교급 유망주 +1 24.09.04 249 7 13쪽
17 원하는 거 있어? +1 24.09.03 253 6 15쪽
» 제 고객입니다만 24.09.02 265 7 13쪽
15 화려한 쇼케이스! 24.09.01 272 7 13쪽
14 그의 은밀한 취미 24.08.31 281 9 13쪽
13 이코노미로 24.08.30 286 8 14쪽
12 대표님이 맞춰주셔야죠. 24.08.29 329 10 13쪽
11 유럽에서 온 메일 +1 24.08.28 346 10 12쪽
10 업보다 업보 24.08.27 357 10 13쪽
9 채운호 대표 24.08.26 363 10 14쪽
8 오퍼가 왔는데요. 24.08.25 374 10 13쪽
7 두 번째 고객 24.08.24 403 11 11쪽
6 원 포인트 레슨 +1 24.08.23 420 11 14쪽
5 시즌 1호 이적 24.08.22 431 11 13쪽
4 이게 왜 돼? 24.08.21 424 10 14쪽
3 새로운 팀 찾기 24.08.20 453 11 13쪽
2 예정된 결말 24.08.20 474 10 12쪽
1 프롤로그 +2 24.08.20 647 1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