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도련님이 노래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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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혬빵
작품등록일 :
2024.08.1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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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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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의 정체(8)

DUMMY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남자.


그가 틀어놓은 영상에서는 기괴한 가면을 쓴 남자가 노래를 하고 있었다.


너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올라온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그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더욱 불타오르고 있었다.


댓글 또한 그 열기에 장작을 더욱 지피고 있는 상황.


- 대체 도도새 누구냐고. 혹시 뭐 정보 들은 사람 있음?

- 아직 정체 안 밝혀진 거임? 저번에 기사 하나 떴던데. 김나박이 중 하나라고. 방송국에서 몰카 한 거라며.

- 그거 기레기 새끼가 쓴 추측성 기사였음.

- 김나박이는 일단 아닌 듯. 목소리가 너무 다르잖아.

- 이 사람 분명 유명 가수일 것 같은데.

- 당연. 신인일 리가 없잖슴.


“하. 대체 너 누구냐고. 진짜.”


화면을 보던 남자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 띠리링.


그의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남자가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얼른 전화를 받아들었다.


“예. 국장님.”


- 내 방으로 오게.



***



국장실 앞에 선 남자.


- 똑똑.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국장이 책상 앞에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앉아있었다.


그는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후.”


그런 국장의 앞에 마치, 죄인이 된 것 마냥 서 있는 남자.

그의 이름은 이용준이었다.


국내 최초 음악 예능 PD 이용준.


그 이르면 석 자를 모르는 사람은 적어도 방송가에선 없었다.


그가 바로 유명 가수를 데려다 놓고 가면을 씌운 채, 노래하는 컨셉의 프로그램.

바로, ‘복면과 왕’을 만든 최초의 인물이었기에.


‘복면과 왕’의 아성은 대단했다.


첫 방이 나가자마자 찍은 시청률 30%.


첫 방에 30%의 시청률을 찍은 건,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도 보기 드문 기록이었다.


평소, 늘 이용준을 무시하던 국장의 눈빛이 달라진 것도 바로 이때부터였다.


‘우리 사랑스러운 이 피디. 이 피디 없었으면 난 아마 일찍 죽었을 거야. 아무런 희망이 없어서.’라며 되도 않는 아부를 하는 모습이 역겨웠지만 싫진 않았다.


아무튼, ‘복면과 왕’은 그로 하여금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해 준 게 고마운 프로그램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복면과 왕’이 방영된 지도 벌써 10년이 다 돼가는 상황.


처음에 미친 듯 치솟았던 시청률은 오래된 세월만큼 조금씩 하락하고 있었고, 마침내 지난 방송에서는 시청률 1 프로를 찍으며 전체 예능 중에 최하위의 성적표를 받아오고야 말았다.


국장이 자신의 손에 들린 종이를 이용준의 눈앞에서 흔들어 대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아니, 무슨 애국가야? 시청률이 1 프로가 말이 돼? 주말 저녁 6시, 이 황금시간대에 말이야. 시청률 1프로가 말이 되냐고?”


10년 전, 자신에게 갖은 아부를 떨며 자신을 추켜세우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이 피디. ‘복면과 왕’이 10년 전이랑 지금이랑 바뀐 게 뭐인 것 같아? 대답해 봐.”


이용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내가 대신 대답해 줘? 없어. 아무것도 없다고. 10년 전이랑 바뀐 거 아무것도 없다고. 10년 전에 먹혔던 컨셉 계속 들이밀면 시청자들이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런 귀한 걸 이런 누추한 곳에.’ 하면서 계속 봐줄 것 같아? 시청자들 눈이 요즘 얼마나 높아졌는데.”


이용준을 향해 열을 내던 국장은 아무말도 않고 서 있는 그 모습을 보고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가까스로 진정을 한 국장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딱, 세 달 준다. 세 달 안에 시청률 10프로 넘겨와. 만약 그거 못 넘기면 프로그램 폐지야.”



***



- 턱.


국장실 문을 나온 이용준이 힘없이 터벅터벅 걷고 있는 그때,


“이 피디님.”


그를 불러세운 건, ‘복면과 왕’의 메인 작가인 차주영이었다.


“피디님. 괜찮으세요?”


차주영은 한 손에 들려있던 음료수 하나를 이용준에게 건넸다.


“고마워. 차 작가.”


힘이 없는 그의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차주영이 괜스레 목소리를 높였다.


“아휴. 국장 그 새끼 진짜 알지도 못하면서. 진짜 딱 한 달만 저희가 하는 일 해보라고 하고 싶다니까요. 얼마나 빡센지 지가 해봐야 알지.”


그녀의 위로에도 이용준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우리 이번에 시청률 얼마 나온지 알아? 1 프로 나왔대. 꼴찌야. 꼴찌. 애국가냐고 그러는데 내가 할 말이 없더라.”


이용준의 자조적인 태도에 차주영의 표정 역시 굳어졌다.


이용준 피디와 차주영 작가.


방송가에서 자존심 세기로 알아주는 두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둘은 수도 없이 싸웠다.


이용준은 곧 죽어도 자신의 의견을 접는 법이 없었다. 그 정도로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신감도 넘치는 사람이었다.


미운 정이 들어서였을까?

오랫동안 함께 해온 그 자존심 센 동료가 힘없이 축 처져있는 모습을 보자 지겹도록 싸웠던 그였지만 괜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차주영은 자기도 모르게 벌컥 화를 냈다.


“나 참, 진짜 어이가 없어서. 저희가 처음부터 1프로였어요? 처음부터 꼴찌였냐고요. 저희 지난 몇 년 동안 시청률 계속 1위였잖아요.

그리고 10년 동안 ‘복면과 왕’이 저희 방송국 효자 노릇 한 것도 맞잖아요. 그동안 벌어준 돈이 얼만데?”

“후.”


이용준이 한숨을 내뱉고는 말을 툭 내뱉었다.


“국장님이 그러더라. 세 달안에 시청률 10프로 찍어오라고. 안 그럼 프로그램 폐지래.”

“예? 세 달 안에 10프로요? 하, 그 미친놈이. 진짜 돌았나?”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국장실 안으로 향하려던 그녀를 이용준이 가까스로 말렸다.


차주영이 조금 진정을 하고는 이용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피디님. 우리 여기서 꺾이지 말아요. 저희 이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도 잘 이겨냈잖아요.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근데 방법이 있어.”


갑작스러운 그의 깜짝 발언에 차주영이 흠칫 놀랐다.


“네? 방법이요?”

“시청률 10프로 넘길 방법 말이야. 아니, 10프로가 문제가 아냐. 우리 최고 시청률이었던 30프로도 넘길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차주영이 침을 꼴깍 삼켰다.


“그···게 뭔데요?”

“도도새.”

“아!”


차주영이 망치에 머리라도 맞은 듯, 띵한 표정을 한 채, 얼마 전 너튜브에서 봤던 그 영상을 떠올렸다.


도도새 가면을 쓰고 나와서 말도 안 되는 신들린 듯한 가창력을 보여줬던 정체 모를 사나이.


그 동영상이 인터넷에 뜨자마자, 각종 방송사에서도 도도새 찾기에 혈안이 됐었던.


차주영은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만약 도도새가 우리 방송에 나온다면······?


10년이란 긴 세월 동안 ‘복면과 왕’에는 수많은 가수나 혹은 일반인들이 나왔었다.


그들의 목소리에 시청자들은 울고 웃었다.


하지만 어디에나 한계라는 건 존재했다.


그 긴 시간 동안 복면을 쓰고 출연했던 가수들만 수백 명이 넘어갔다.


최근 들어 ‘복면과 왕’의 회의 때마다 작가들은 우는소리를 했다.

더 이상 섭외할 가수가 진짜로 없다고.


이미 유명한 가수들은 한 번 이상 출연을 다 한 상황.


‘만약 진짜로 도도새가 나온다면 분명, 달라질 거야.’


도도새가 ‘복면과 왕’에 출연한다면 또 한 번 음악 예능의 판도를 뒤바꿀, 그야말로 게임 체인저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 맞다. 피디님 도도새 실제로 봤죠?”


도도새가 중산 고등학교 축제 무대에 섰던 날, 이용준이 그 현장에 있었다는 걸 떠올린 차주영이었다.


“피디님. 그날 지요한 때문에 거기 촬영 나가셨었잖아요. 중산 고등학교였나?”


이용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날을 상기했다.


“처음이었어. 첫 소절 듣자마자 소름이 돋았던 건.”


오랜 음악 예능을 하며 수많은 가수를 봐왔던 이용준 피디.


그의 귀는 거의 전문가 수준이었다.

아니, 어쩌면 전문가보다도 더 정확한 귀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할지도.


목소리를 듣자마자 상품이 될지 안 될지 판단을 내리는 흥행 판독기 같은 존재였으니까.


그 때문인지 그는 가수들에 대한 평가가 누구보다도 더 엄격했다.


이 가수는 음색이 별로라던가, 저 가수는 발성이 올드하다던가 하는.


가수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신나게 난도질을 해대는 게 바로 이용준이었다.


‘······근데 이 피디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온다고?’


그의 말을 들은 차주영은 단번에 느낌이 빡 왔다.


이건 찐이다.

진짜로 된다.

시청률 30프로 무조건 찍는다.


“근데 얼마 전에 기사 떴던데. 거기 나온 도도새 일반인이 아닐 거라는 기사요. 도도새 유명 가수 아닐까요? 그럼, 저희 프로그램에 이미 출연한 적 있을 텐데.”

“아니. 분명 일반인이야.”

“네? 그게 일반인이라고요?”


그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존 가수는 절대 아니야. 그 목소리, 진짜로 처음 듣는 목소리였거든.”


차주영이 조심스럽게 또 다른 질문을 했다.


“근데 저희 프로그램 컨셉이 유명인이 나와서 노래하고 나중에 정체를 밝히는 컨셉이잖아요. 근데 도도새 그 사람, 만약 일반인이라면 저희 프로그램 컨셉과는 좀 안 맞지 않을까요?”


그녀의 말에 이용준이 씩 미소를 지었다.


“아니. 상관없어. 무대 위에 도도새가 나오는 순간 게임 끝이니까.”


그의 말에 차주영은 자신도 모르게 도도새가 ‘복면과 왕’ 무대 위로 올라오는 상상을 했다.


- 꺄악!

- 도도새다.


그리고 얼마 전 들었던 그의 목소리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기라도 한다면,


- 미쳤어.

- 저게 진짜 사람 목소리라고?


관객들의 흥분은 극에 달할 테고,


“도도새가 1회전만 하고 탈락하겠어? 분명, 가왕이 될 거야. 그리고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겠지. 그럼 어떻게 되겠어? 차 작가.”


황홀한 표정을 하고 있던 차주영이 그의 질문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네? 어떻게 될까요?”

“열광하겠지.”


- 날지 못해 슬픈 도도새. 무려, 20주 동안 가왕의 자리를 지켜냈습니다.


- 연속 25주 쨉니다. 이 대기록은 과연 언제 깨질까요?


- 아. 오늘도 가왕의 기록은 깨지지 않았습니다. 믿을 수 없습니다. 진짜 대단합니다.


아나운서가 목 놓아 외칠 멘트가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정체가 누구든 상관없어. 도도새가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거. 그리고 그가 가왕 자리를 오랫동안 지킬수록 시청률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거야.”


- 칙.


이용준은 손에 들린 캔 음료를 따서 벌컥벌컥 목 안으로 밀어 넣고는 말을 이었다.


“궁금할 거거든. 그 가면 속에 어떤 얼굴이 있을지. 그 얼굴을 과연 오늘은 볼 수 있을지. 그리고 그의 정체가 과연 뭘지.”


차주영의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대고 있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까 이 피디님 말대로 진짜 시청률 30프로가 문제가 아니야.

그 이상이다. 우리 프로그램 신고가를 갱신할 거라고.’


“피디님. 저희가 도도새 그 사람 찾을 수 있을까요?”

“해 봐야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때, 불현듯 그녀의 머릿속에 스친 생각.


“피디님. 얼마 전에 조유정이 했던 인터뷰. 기억나세요?”

“어? 인터뷰?”

“얼마 전에 저희 같이 봤었잖아요. 조유정이 지요한이랑 듀엣 앨범 포기한다고 하면서 도도새랑 듀엣 앨범 낼 거라고 했던 거요. 그러면서 도도새 자기가 반드시 찾을 거라고 했었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


이용준의 눈이 순간 커졌다.


“설마, 그럼······?”


차주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용준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지어졌다.


“차 작가. 오늘부터 우리도 도도새 찾는 거에 올인한다. 애들 풀어서 조유정 동선 파악하고, 차 작가는 중산 고등학교부터 차근차근 뒤져봐.”

“네. 피디님.”


재킷을 챙기며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차주영.


그녀의 가슴 속에 전에 없던 새로운 감정이 생겨났다.


희망.


그녀는 눈앞에 펼쳐질 희망이란 녀석을 향해 발걸음을 빠르게 하고 있었다.


그녀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스스로 되뇌었다.


‘무조건 찾는다. 도도새.’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18 Since199..
    작성일
    24.09.15 18:54
    No. 1

    나도 담생엔 노래잘하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엉 ㅠㅠ
    재발 이런거 필요없어 진짜 노래 잘하는 사람 되고 싶엉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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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도도새의 정체(10) +1 24.09.01 1,110 19 13쪽
23 도도새의 정체(9) 24.08.31 1,144 20 14쪽
» 도도새의 정체(8) +1 24.08.30 1,184 20 12쪽
21 도도새의 정체(7) 24.08.29 1,304 23 12쪽
20 도도새의 정체(6) 24.08.28 1,340 25 13쪽
19 도도새의 정체(5) 24.08.27 1,372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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