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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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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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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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DUMMY

“제정신이야? 이제 2전째인 애송이에게 백억을 태웠다고? 벌써 노망이 든 거냐?”


서진상이 천만근을 보며 소리를 지르는 이유는 많은 돈을 건 친구가 걱정되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배가 아파서였다.


천만근은 강혁이 이기자 배당금으로 천구백억 원을 받았다.


데뷔전에서 강혁을 믿지 못하고 적은 돈을 걸었다가 조카에게 ‘븅신’ 이란 말까지 들었다.

모른 척 넘어갔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맞는 말이었다.


밤마다 이불을 얼마나 찼는지 모른다.

천만근은 이날만을 기다리며 상대가 누구든 강혁을 믿고 걸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경기 전부터 찾아온 서진상이 옆에서 염장을 질렀지만, 마지막에 웃는 건 자신이었다.


반면, 서진상은 강혁의 데뷔전에서도 아론에게 배팅했다가 칠십오억을 잃었다.

저번 것까지 만회하려고 이번 경기에서 청무겸에게 백오십억을 걸었고, 그대로 증발해 버렸다.


같은 방에 있으면서 누구는 백오십억을 잃었는데, 누구는 백억의 열아홉 배를 받았다.

배가 그냥 아픈 게 아니었다.

천만근이 부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백수범과 강혁이 들어왔다.

즐겁게 들어오다 서진상을 보며 주춤거린 백수범은 건성으로 고개를 까딱거렸다.


백수범은 서진상의 얼굴이 죽상인 것을 보자 청무겸에게 배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았다.


백수범은 속으로 웃으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 무려 천구백억입니다! 우하하하! 서 대표님은 얼마나 배팅하셨습니까? 도대체 얼마나 받으셨어요?”

“흠흠···.”

“통이 크시니까 적어도 삼백억은 배팅하셨을 텐데, 그럼 이게 다 얼마야? 오늘 서 대표님이 소고기 쏘시는 겁니까?”


백수범이 알면서도 놀리는 게 보이자 천만근이 그만하라며 눈치를 줬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 백수범이 아니었다.


“아니 도대체 배당금을 얼마나 많이 받으셨으면 말씀을 못 하십니까?”

“크흠··· 나는 잃었네.”

“네? 에이, 장난치지 마시고요. 소고기 사달라고 안 할 테니까 말씀이라도 해보세요.”

“이, 잃었다니까.”

“서, 설마···.”


놀란 표정으로 천만근을 돌아보는 백수범의 연기력은 절정에 달해 있었다.


“강혁이 데뷔전에서도 떡밥 매치에 홀려서 몇십억을 잃어 놓고··· 정말이에요?”


천만근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준비된 멘트가 튀어나왔다.


“아니 뭐 이런 븅ㅅ···.”

“뭐야?”


서진상이 눈을 부라리며 일어서자, 순간적으로 표정이 바뀐 백수범이 헤헤거리며 말했다.


“오늘 소고기는 우리 대표님께서 사실 겁니다. 같이 가시죠.”

“흥! 됐네! 천가야 오늘은 일이 있어 먼저 간다.”


화가 많이 났는지 지팡이를 잡은 손이 부들거리며 떨리고 있었다.


“어디 편찮으세요? 입구까지 부축이라도 해드릴까요?”

“아, 됐다니까!”


백수범은 평소에 쌓인 게 많았던지 서진상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까지 놀리고 있었다.

문을 닫고 돌아온 백수범은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꼭 소고기 먹으러 가는 겁니다.”

“오냐. 오늘은 마음껏 먹어라!”


천만근이 동의하자 백수범이 만세를 하려던 참이었다.


“저는 오늘 일이 좀 있어서 안 될 것 같습니다.”


좋은 분위기에 강혁이 찬물을 확 뿌렸다.

백수범이 절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무슨 일인데?”

“오늘 인터뷰를 좀 해야 해서요.”

“어디서? 무슨 인터뷰를 한다는 거야?”

“그때 그 일 때문에 마빡 채널에서···.”


마빡은 명성과의 싸움 영상을 올린 사이버렉카 너튜버였다.


* * *


사이버렉카 마빡은 심장이 벌렁거리고 있었다.

찾고 있던 영상의 주인공이 직접 연락을 해왔다.


‘진짜라면 대박이긴 한데···.’


그런데 대박이란 생각과 달리 만나는 게 고민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만나보면 바로 알겠지만, 그러다 보면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수도 있었다.


명성에서 고소까지 한 마당에 신분이 알려지면 법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사이버렉카를 하면서 대기업과 연관된 제보를 한두 번 받아 봤을까?

당연히 아니다.

수도 없이 받았지만, 영상까지 만들 수는 없었다.


물론 대기업이란 부담감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


그동안 사이버렉카 짓을 하면서 사람들은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여론이 움직인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설프게 깠다가 반박을 당하거나, 그들이 암중으로 운영하는 댓글부대에 좌표 찍혀서 음모론자로 몰리면 바로 나락행이었다.


만약 권력자와의 갈등 상황에서 신분이 노출되면 법이 문제가 아니라 쥐도 새도 모르게 땅에 파묻히거나, 시멘트와 함께 드럼통에 들어가 수장되는 수가 있었다.


팩트라는 가불기가 있어야 안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있었다.


자신이 직접 찍은 명확한 증거 영상, 그걸 본 증인들의 제보가 이어졌다.

게다가 이제는 영상 속 당사자가 직접 연락을 해왔다.


지금까지 자신은 그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와 제보로만 영상을 만들었다.

있는 사실을 기반으로 해서 상식과 논리로 옳고 그름을 따져 칭찬과 비판을 했다.


최대한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했지만, 살짝 기울어졌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적도 많고 팬도 많았다.


사이버렉카 중에서도 ‘사건 정리 일짱’ 이란 말을 듣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구독자가 마의 백만 명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일이 얼마나 큰 이슈였는지, 구독자가 백만 명을 넘긴 것도 모자라 며칠 사이에 백이십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지금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이런 기회를 거절한다?

고민 중이던 마빡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왜 이걸 고민하고 있지? 병신인가? 이런 개꿀 같은 기회를 왜?’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지만, 마빡은 이번 인터뷰로 자신의 등에 날개가 달려 날아갈 일만 생각했다.

관종이 왜 관종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똑! 똑!


문이 천천히 열리며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들어와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앉았다.


“식사 준비를 할까요?”

“식사는 비즈니스가 끝나고 하겠습니다. 일단 차부터 주시고, 말이 있기 전까지 방안으로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여자가 나가고 얼마 있지 않아 다시 문이 열렸다.

차를 가져온 여인과 함께 강혁이 서있었다.


마빡은 강혁을 보자마자 진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수도 없이 돌려 본 영상 속의 사내였다.

모를 수가 없었다.


마빡은 여종업원이 나가고 나서야 인사를 했다.


“우선 연락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대단한 일을 하셨습니다. 꼭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강혁은 인사보다 인상을 쓰며 자리에 앉았다.


“마빡 님 때문에 제가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네?”

“마빡 님이 찍어 올린 영상 때문에 명성이 지금 목줄 풀린 미친개가 되었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영상이 있습니다. 마빡 님 채널에 있는 영상보다 더 확실한 증거죠. 그때 저랑 같이 있던 여자도 보셨죠?”

“네.”

“걔도 ‘이십삼 세 김민주’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너튜법니다. 이미 카페에서 브이로그를 찍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이 일어났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영상으로 찍었습니다. 목소리까지 다 나오는 영상입니다.”

“네에에에에?”


의도치 않게 김민주의 채널 홍보로 시작한 말은 사건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영상의 존재를 밝히며 끝났다.


마빡은 놀란 상태에서도 속으로 대박을 연발하고 있었다.

솔직히 자신이 찍은 영상은 멀리서 줌을 당겨서 찍은 허접한 영상이었다.


그것도 숨어서 눈치 보며 찍느라 많이 흔들리기도 했고 중간중간 장애물에 가려져 나오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그런데 카페 안의 모든 상황과 목소리까지 들어간 영상이 있다니, 대박 중에 초대박이었다.


“그, 그 영상 지금 가지고 계십니까?”

“처음에 마빡 님 때문에 상황이 곤란하게 되었다고 했죠?”

“아! 네. 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에···.”

“상황이 끝났을 때, 명성과는 암묵적인 거래를 했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너희가 아무 짓도 하지 않으면 우리도 그냥 가만히 있겠다. 영상을 찍었지만, 인터넷에 올리지 않겠다는 뜻이었죠.”


마빡은 그제야 이강혁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알아들었다.


“아! 이왕 이렇게 된 거 인터뷰를 바로 시작하는 게 어떨까요?”

“그러시죠.”


마빡은 챙겨온 가방에서 크로마키 스크린을 강혁 뒤로 설치하고, 카메라와 작은 조명까지 설치를 끝냈다.


녹음기와 마이크까지 강혁 앞으로 들이밀고 나니 티비에서 보던 기자회견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음식점 룸에서 하는 것치고 전문적이었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쓴 마빡이 오프닝 멘트를 시작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마빡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마빡입니다. 제가 그렇게도 찾아 헤매던 그 분을 드디어 만나게 되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지금 바로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카메라를 강혁 쪽으로 돌리며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마빡 : 우선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강혁 : 한남동에 사는 이강혁입니다.]

[마빡 : 제가 올린 영상에서 경호원들과 싸우던 분이 맞습니까?]

[이강혁 : 맞습니다.]

[마빡 : 무슨 이유로 싸우셨나요?]

[이강혁 : 상황은 A양이 나타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영상 속에서 저와 함께 있던 B양과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고등학생 당시 A양이 B양에게 학교폭력을 했습니다.]


증인들의 제보에 학교폭력이라는 말이 있었고, 그게 지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마빡 : 고등학교 때의 일을 지금 와서 굳이 이럴 필요가 있었나요?]

[이강혁 : 제정신이 아닌지 A양 쪽에서 굳이 아는 척을 하더군요.]

[마빡 : 네? 허허··· 과거에 자신이 괴롭힌 동창에게 아는 척을 한다? 이거 무슨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말만 들어도 무서운데요?]

[이강혁 : 죄책감이 없어 보였습니다. B양은 그때 일은 잊을 테니 그냥 가달라고만 했습니다. A양은 그걸 용납 못 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 말싸움이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경호원이 바로 달려왔죠.]


마빡은 강혁이 말을 할 때마다 영상 속에서 일어나던 상황이 하나씩 이해가 되었다.

상황을 모르니 대기업 자제가 일반인에게 무력까지 동원해서 굳이 왜? 라는 의문이 남았던 것이다.


[마빡 :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었네요. 그래도 싸움으로까지 번지기에는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강혁 : 카페에 들어오기 전부터 B양은 브이로그를 찍고 있었는데, A양 측에서 그것을 발견하고 물리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죠. 카페의 손님들을 감금하고, 휴대폰을 강제로 검사했습니다. 위로금이라고 얼마 쥐어주며 협박과 입막음도 했습니다.]

[마빡 : 증거가 있습니까?]

[이강혁 : 당연히 있습니다. 브이로그라며 찍었던 영상 안에 인물들의 목소리까지 전부 생생하게 담겨져 있습니다.]

[마빡 : 제가 올린 영상보다 더 확실한 영상이겠군요. 목소리까지 있다면 모든 잘못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겠는데요! 영상을 공개 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이강혁 : 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마빡 : 어째서죠?]

[이강혁 : 저는 전직 국회의원인 이정석 의원의 아들입니다. 아버지는 얼마 전 습격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지셨습니다.]

[마빡 : 헉! 아버지가 이정석 의원님이시라고요? 지금은 좀 어떠신가요?]

[이강혁 : 다행히 회복 중에 있습니다.]

[마빡 : 정말 다행입니다. 그럼 오늘 이렇게 인터뷰에 응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강혁 : 그들에게 경고하기 위해섭니다.]

[마빡 : 그 말은 또다시 습격이 있을 거라 보시는 겁니까?]

[이강혁 : 그건 모르죠.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건 제 주변의 누군가가 또다시 공격을 받는다면 그때는 각오해야 할 겁니다. 두 번째는 말로 안 합니다.]


인터뷰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고, 영상은 편집 없이 풀영상 그대로 그날 저녁 바로 마빡 채널에 올라갔다.

그리고 영상이 올라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명성그룹에 폭탄이 떨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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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26 jh***
    작성일
    24.08.31 14:54
    No. 1

    아휴. 댓글이 왜 없는지 알겠다. 얼른 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연촴
    작성일
    24.09.04 00:56
    No. 2

    마빡 쉑 지는 위험하면 안되고 쥔공인 신상을 까버리고 나만 아님되.? 이건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파란3000
    작성일
    24.09.04 19:36
    No. 3

    근데 대전료가 ㅁㅎㄱ숨 걸고 하는거에 비해 너무 적은거 아닌감.. 본인은 배팅 못하나??
    일해서 남 좋게하는것 같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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