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약점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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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작품등록일 :
2024.08.15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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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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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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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DUMMY

다음 날.

푹 자고 일어난 뒤의 아침이 찾아왔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아 씨발 꿈이 아닌 익숙한 천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휴, 다행이야. 다행.’


자칫하면 어제 있던 일이 거짓이 된 줄 알았잖아.


‘혹시 모르니···.’


어깨를 살짝 손가락으로 눌러 보았다.

찔끔 통증이 느껴지긴 하지만 예전만큼의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대략 방안의 거울에 비친 실오라기 같은 한 줄기 빛 정도라고 볼수 있겠지.


“그럼···.”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제보니까 아빠의 허리 쪽 부분도 빛이 조금 세어나왔더라고.

늙고 병든 아빠가 되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차원이기도 했고.


띠리리-!


“어, 진하야. 너 일어났어?”


마침 아빠의 핸드폰에서 알람 소리가 울러퍼졌다.

아직은 나이를 덜 먹은 상태여서 그런지 그다지 알림이 크지 않았다.

문득 든 생각인데 귀가 먹으면 거기서도 빛이 세어나는 걸까?


“어.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일찍 깨더라고.”

“허허, 그럼 내가 너보다 어리다는 이야기냐?”

“설마. 그냥 아빠 아파보여서 밥 차려주려고 일어난거야.”

“녀석···.”


아빠는 감동을 받은건지 아니면 늙어서 여성호르몬 증가로 인한 감수성이 풍부해진건지.

살짝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내게 미소를 건네주었다.


“자, 먹어.”


거둔다나 자취를 했던 경력이 있다.

아빠 품에 자라던 시절에는 둘 다 귀찮아서 배달로 연명하고 살았지만.

재활에 힘 쏟던 시기에는 내 몸 살리겠다고, 또 돈이 없어서 요리에 힘써야 했다.

원래 요리해서 먹는게 더 싸니깐.


“맛있구나···.”

“그거야 밀키트가 좋으니까···.”

“기업의 맛이란···.”


다만, 아침부터 요리를 하기엔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밀키트 가게에서 샐러드 밀키트를 샀다.

이 근처에 24시간 밀키트 판매점이 있던 걸 떠올렸기에.


“다 먹은 건 물 부어서 냅두던가 설거지 해줘. 난 이제 나가야 하니깐.”

“벌써 나가는거니? 아직 멀었지 않아?”

“그래?”


솔직히 아침 훈련 하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림짐작해서 나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아직 시간이 일렀다니.


“뭐···. 이제 곧 드래프트도 코 앞이니까. 몸 값 올리려면 그렇게라도 하긴 해야지.”

“···드래프트? 잠시만, 아빠.”


이 시대에도 핸드폰 기능은 꽤나 좋았다.

예전에 썻던 폰의 화면.

곧바로 현재 시간, 날짜가 드러났다.


‘2024년 6월이면···. 드래프트 신청 날짜가 얼마 안 남았긴 하네···.’


이번 생에는 어찌되려나 생각했다.

일단 전생에 갔던 마린스는 절대 가고 싶지 않았다.

다만, 이대로 아무 생각 없이 있으면 전체 1번으로 마린스에 입단하게 될 것이다.


‘미국? 바로 메이저라도 가야하나?’


허나 메이저라는 무대는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리 전생에 최대 160km까지 찍은 구속을 가지고 있었다지만.

또 kbo에서 투수 최초 6관왕까지 먹었기는 하지만.

메이저라는 무대는···.

응?


‘이정도면 갈만한데?’


세계 최고의 무대, mlb.

그 벽이 무척이나 거대하다고 느껴졌으나, 과거 류현진 선배의 신인 시절의 퍼포먼스를 내가 거의 다 보여줬다고 생각하니.

뭔가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그 선배는 미국에서도 성공한 투수니깐.


‘다만,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긴 해···.’


나는 슬며시 아빠를 바라보았다.

내가 미국에 간다 하더라도 한국에 남으실 아빠.

과연 괜찮으실려나 싶었다.


“다 먹었단다. 진하야. 설거지도 네가 하렴. 돈을 내가 벌어오잖니.”

“아빠.”

“무슨 일이니?”


막상 쉽사리 얘기가 꺼내지지 않았다.

아직은 완전히 미국이란 행선지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kbo의 다른 구단에서 커리어를 쌓는 방향도 있으니까.


“아니, 아니야.”


다만, 그것을 결정하는 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공을 던져보는 순간.

그때는 결정할 수 있을테니까.




###



“슬, 너도 준비해야지. 아들아.”


결국 설거지는 내가 하고 말았다.

뭐, 고생하시는 아빠를 위해 못할 건 없으니까.

또 내가 돈 벌게되면 그때는 아빠가 하겠지.


“응. 이제 갈거야.”


준비는 이미 끝났다.

사실 가방만 들고 학교를 가면 된다.

준비물 따위 학교에 다 두고 다니는 타입이었기에.


‘분명 오전은 수업이었던거 같은데···.’


혹시 몰라 핸드폰을 뒤져봤다.

내 기억은 정확하지 않지만, 핸드폰의 기록은 정확할테니까.


‘역시.’


내 기억은 정확하지 않았다.

단톡방 공지에 있는 일정표에는 전국대회 시기 즉, 지금은 오전 수업 대신 오후 수업으로 일정이 배치 되어있다.

생각해보니 오후에 하면 다들 더워 뒤지겠구나.


‘그럼 출발해볼까.’


학교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

걸어서 20분.

바로 코앞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벌써 와버렸네.”


추억이 방울방울 떠올리기도 전에 금새 와버렸다.

아무래도 근처 동네에 있는 고등학교라 그럴 것이다.

아빠가 야구를 위해 중학교 졸업하자마자 이 근방으로 이사 왔었다.


“훈련은 저쪽이려나.”


어디선가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나는 훈련이 늦은건가 싶어서 일단 달리기 시작했다.


“휴.”


아직은 감독님의 모습이 보이지기 않았다.

대신 저기서 모여있는 빡빡머리 소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때 나와 동고동락 했던 애들.

지금와서 보니 무척이나 귀엽게 느껴지는 아이들이었다.


‘그 중 너도 있구나! 현수야!’


그 중 가장 반가웠던 건 다름 아닌 이현수.

나보다는 살짝 작은 키에 다부진 체격을 가진 현수는 겉모습처럼 듬직한 녀석이다.

그러니까 안방마님에 팀의 리더까지 할 수 있는거지.

프로에서도 1.5옵션까지는 갔었고.


“야, 너 뭐해. 얼른 안오고.”


반가움도 잠시, 현수가 내게 얼른 오라고 손짓을 보내왔다.


“어, 잠시만.”


일단 그리움을 접어두고 얼른 준비하러 갔다.

현수가 말하는 것을 보아하면 감독님이 곧 오실 모양이었으니까.


‘이게 얼마만의 훈련이야.’


내심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야구를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현실이 지금 눈 앞에 있었으니까.


“현수야, 애들 다 왔나?”


내가 운동장에 모이자 어느새 감독님이 눈 앞에 서 있었다.

나의 은사인 김이소 감독님.

프로에 가서도 나를 돌보아주셨던 좋으신 분이다.


“네, 저기 진하도 왔구요.”

“그러냐? 아까는 없더만.”

“방금 온거 같습니다.”


나는 멋쩍은 웃음으로 김이소 감독님을 바라보았다.


“저 왔습니다. 감독님!”


늦은 건 늦은거지만 무척이나 반가웠기에 소리를 크게 질러보았다.


“그래. 왔구나.”


허나 감독님은 매일 보는 얼굴인지.

익숙하다는 듯한 말투로 내게 고개를 무심하게 끄덕이셨다.


“준비운동부터 하자. 다들 알지?”

“네!”


‘알지, 알지.’


일렬로 좌우 벌려서 움직이는 빡빡이들.

각자 자리 잡고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정해진 프로그램이기에 너나 할 것 없이 잘 따라했다.


‘근데···.’


어째서인지 보이는 빛의 무리들.

각자 다른 부위에서 나는 빛이 내 눈을 신경쓰이게 했다.


‘다들 아픈 곳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문득 다른 생각도 하나 들었다.


‘혹시 저 부분을 공략한다면···.’


아픈 부위로 생긴 약점.

가령, 허리의 통증으로 몸 쪽 회전이 둔해진 타자에게 허리 부근으로 가는 공을 던진다면?

타자를 손쉽게 요리할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이 생각은 왜 든걸까?’


이유는 알수 없지만.

빛으로 인한 잔상이 뭔가 힌트를 주는 것만 같았다.


‘일단 운동하자.’


머리가 복잡해지면 일단 운동이다.




###



오전 훈련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

투수 코치를 맡고 있는 배국남 코치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진하야, 온나. 니 차례다.”


투구 훈련은 매우 단순하다.

그냥 불펜에 가서 투구를 교정하는 작업일 뿐이니까.

다만, 어떤 장치를 쓰느냐 어떤 사람이 하느냐의 차이일뿐.


“네.”


그런면에서 배국남 코치는 뭐랄까.

여기서 고등학교 코치나 할 사람은 절대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여기에서 2년 정도 지나서 아카데미를 차렸을 때.

별거 없는 경력으로도 대성을 이룰 수가 있었다.


‘프로와서도 도움을 받았으니까.’


마린스 투수 코치보다는 확실히 나았다.

그 사람들은 애초에 ‘어깨는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 같은 걸 믿는 미친 놈들이긴 하니까.


‘절대 마린스는 안가야지.’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결의를 다진 체, 불펜 피칭으로 들어섰다.


“자, 던져봐라. 늘 하던대로 편안하게 알지?”

“네, 네.”


사실 늘 하던대로라는게 뭔지 모르겠다.

며칠 전만해도 공을 거의 던지지도 않았으니까.

패전조 노릇 하느라 공 던질 기회가 거의 안왔거든.


‘모처럼 과거로 돌아왔으니까···.’


기왕이면 예전보다는 멋진 투구를 하고 싶긴 했다.

다만, 지금은 감각을 찾는게 중요하니까.


“후···.”


숨을 내뱉으며 몸이 기억하는 대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퍼억-!


‘오···.’


건강한 신체가 좋긴 했다.

정말이지 가볍게 몸 풀듯이 던졌을 뿐인데.

과거(?)에 비해 상당히 빠른 채찍과 같이 공이 날라갔다.


“흠···. 나이스 볼.”


옆에 있던 배국남 코치도 좋게 본 듯 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것을 보았으니까.


“일단 더 던져볼게요.”


조금 신이 난 듯한 나.

계속해서 공을 뿌리는 데 웃음이 멈추지가 않는다.

이러다 부상 당하면 어쩔까 싶기도 한데.

아직까지는 몸이 건강해서 그런지 기분이 좋았다.


“스탑.”


10개 정도 던진 시점.

배국남 코치가 나를 멈춰세웠다.


“무슨 일입니까?”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니 투구하는 거 언제 바꿨냐? 평소랑 달리 릴리스 포인트도 낮아졌고, 그래서 그런가 상체 움직임이 뭔가 더 편해져서 좋아보이거든.”

“그런가요?”


솔직히 나도 몰랐다.

별 생각없이 피칭했으니깐.

다만, 듣고보니 당연히 다르겠다고 생각했다.

과거에 던진 피칭폼은 부상 전이었고, 부상 후 상체 힘을 최대한 덜 쓰며 구속을 내는 방법으로 수정했으니까.


“여튼 수정한 거 좋아보이긴 한데···. 내가 공이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진하, 네 키가 크니까 타점이 낮아져서 불리할 수 있잖아.”

“음···.”


개인적으로는 상관 없다고 본다.

내 키가 194cm 정도 되는데 메이저리그에서는 나보다 더 크면서도 로우 쓰리쿼터 형식을 쓰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그건 배국남 코치 본인이 예전에 말해주신 거기도 하고.


“뭐, 됐다. 공은 지금이 더 빨라보이니까. 더 낫겠지.”

“그거면 된거죠.”

“그래. 이제 훈련 끝났으니까. 샤워 한번 하고 수업들으러 가거라.”


그 말에 당장 샤워실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여름이라 엄청 더웠으니까.

빨리 찬물 샤워 하고 싶어졌다.


“흠···.”


샤워실에는 거울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거울 속에는 빛나는 내 몸을 덩그러니 비추고 있었다.


‘역시 젊음이 좋아.’


훈련을 했으니 어딘가는 지친 부위가 있어야 했거늘.

어제와 별 다를빠 없이 미세한 어깨 쪽 빛이 끝이었다.


‘이대로 부상없이 자라다오.’


다치지 않고 오래오래 야구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관리를 잘 해줘야 겠지.

지금의 이 빛을 이용한다면 더 오래 야구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번에는 반드시···.’


지난 생처럼 후회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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