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약점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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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트레인
작품등록일 :
2024.08.15 05:24
최근연재일 :
2024.08.1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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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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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국남 코치

DUMMY

때는 내가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을 받던 시절.

어떻게든 야구를 더 이어가기 위해서 나는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공부라고 뭐 크게 하는 건 아니었고.

해외 논문을 뒤지며 나에게 맞는 재활 운동이 뭐가 있을지 알아보는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영어가 참 많이 늘었다.


덕분에 kbo에 오는 용병들하고 프리토킹도 어눌하지만 해봤었고.

메이저에 있는 선진 문물을 받아드려서 1년 반짝 부활도 해봤었지.


‘그래서 그런가···.’


고등학교 영어는 나름 쉽게 들리는 것 같았다.

문제를 푸는 건 별개의 문제지만.

예전에는 알아듣지 못했던 수업이 이제는 알아들을 수 있다는 거다.


“진하야. 너 영어는 언제 공부했었어?”


반장을 맡고 있는 한 남자 아이가 물었다.

아마, 맨날 자는 그 녀석이 안자고 있어서 물은 거 일거 같다.


“음, 예전에?”


어찌보면 맞는 말이니까.

시간을 거슬러 왔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래? 대단하네. 너. 야구하느라 바쁠텐데도.”

“음···. 그런가. 메이저리그 가려면 당연히 해야 할 거 같은데 말이야.”

“헉. 너 미국 가는거야?”


그 소식에 옆에서 자고 있는 줄 알았던 현수가 나를 툭툭쳤다.

아, 현수는 같은 반이다.


“그걸 왜 나한테 말 안함? 너 미국 가는거 나한테는 얘기해야 할거 아니야.”

“음···.”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아직 완전히 굳힌 것도 아니고, 또 엊그제까지만 해도 나는 미국에 갈 생각이 없었을 테니까.


“아직 확정 아니야. 확정 나면 말해줄게. 미안.”

“그래? 오케이. 만약 가게 되면 나중에 싸인해주라. 메이저리거 인맥 있으면 좋은거니까.”

“뭐? 메이저리그?”


갑자기 누군가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건 그냥 근처에 있던 아이들이었다.


“진하, 너 미국 가는거 진짜야?”

“야, 이번에 마린스 오는 거 아니었어? 우리 아빠가 마린스 팬인데 진짜 너 온다고 기대하고 있단 말이야.”

“쯧. 진하 온다고 마린스가 달라지겠니? 괜히 팔만 갈지. 야, 너 잘 선택했어. 괜히 마린스 간다고 하지말고 탈조선해서 행복하게 살아라.”


순식간에 반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여기가 야구부로 유명한 학교고 또 야구팬이 많은 도시라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고딩때부터 그걸 깨달은 현자가 있을 줄이야.

저 친구와는 왠지 친해져야 할지도 모르겠어.


“다들, 진정하고. 일단 다른 사람이랑도 상의해봐야 할 문제니깐.”


그 말에 현수가 내게 물었다.


“넌 어쩌고 싶은데? 갈거야?”

“그건···.”


잠시 생각했다.

나는 어쩌고 싶은 건가에 대한 대답.

너무나도 당연해서 생각은 무척이나 짧았다.


“마린스만 빼면 전부.”




###



똑똑-


“감독님, 접니다.”


경남고의 감독실.

김이소 감독의 방에 배국남 코치가 찾아온 것이었다.


“그래. 안그래도 부를려고 했다. 곧 시합이니까. 투수 관련해서 찾아온거지?”

“네, 맞습니다. 감독님.”


조금 있으면 황금사자기가 시작된다.

그 이어 줄줄이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대기가 이어져있다.

하나라도 우승을 놓치기 싫은 감독으로서는.

어떻게든 운영을 잘해서 최대한 높은 순위로 안착하고 싶을 것이었다.


“그래. 우선 모레 있을 시합부터 말해보자.”


우승으로 가기 위한 첫번째 관문.

일단 예선부터 통과해야 우승을 하던 말던 할수가 있는 것이다.

옛말에도 그런 말이 있다.

첫 스타트가 좋아야 한다고.


“일단 단순하게 생각하면 민수를 낸 다음, 위기가 찾아오는 순간 진하를 내는게 정석이겠죠.”


원래 그렇다.

고교야구에서는 투구수 규정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프로와 달리 에이스가 늦게 나온다.

그래야 에이스를 더 많이 쓸 수 있기 때문에.

그러니 2선발격인 민수를 먼저 내세운 뒤, 위기에 에이스를 출격시키자는 이야기다.


“나랑 생각이 같군.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네. 다만, 그건 일반적인 의견인거지?”


김이소 감독은 배국남 코치를 흘긋 쳐다보았다.

뭔가 다른 할 말이 있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여는 배국남 코치.


“이번에 진하의 모습이···.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그게 무슨 소리지?”


김이소 감독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바뀌었다.

그러자 배국남 코치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공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구속도 예전보다 훨씬 늘어난 것도 늘어난 것인데. 투구의 안정감이 예전보다 훨씬 완성된 느낌이랄까요.”


정확한 설명을 위해 근처에 있던 화이트 보드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팔꿈치의 위치 변화부터 구속, 무브먼트, 회전 수 등에 대한 수치도 써넣으면서.


“이게 사실이야?”

“네. 실제 학교에 있는 트랙맨 데이터를 확인하니 그렇더라고요.”


김이소 감독은 절로 미소가 터져나왔다.

이정도 에이스가 나온다면, 그만큼 우승 확률도 높아질게 뻔하기에.


“그래? 근데 서진하 얘 시합 뛴지 얼마되었다고 그리 바낄 수 있는거야?”

“그러게요. 약이라도 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빠른 변화이긴 하더라고요.”

“그거 정말이야?”

“에이, 그만큼 빠르다는거죠. 실제로 약을 먹었다기에는 신체적 변화는 1도 안보였으니까요.”

“그거 참 신기하네. 아무리 애들이라지만, 스캠이 아닌 경기 직후에 그렇게 바뀌다니···.”


오랜 경력을 가진 김이소 감독이었지만.

확실히 서진하와 같은 케이스는 자주 볼 수 없었기에.

꽤나 놀란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네. 그래서 말인데. 서진하를 한 템포 더 빨리 올리는 건 어떤가요?”


원래라면 2선발인 민수를 더 끌고간다.

기왕이면 에이스를 아끼는 것이 좋기 때문.

다만, 배국남 코치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게 승리 확률을 더 올리는 거라서 그런가?”

“네, 아무래도 공이 더 좋아졌으니 투구수 조절을 더 잘할겁니다. 그러면 이닝을 더 먹도록 만들어야죠. 또 이번 상대는 솔직히 만만한 상대 아닙니까? 기왕이면 민수도 아껴서 둘 다 다음경기에도 등판 시키는게 낫죠.”


서진하가 뒤에 이닝을 적은 투구수로 먹어준다면.

다음 경기에서 경남고는 서진하와 김민수를 둘 다 쓸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이득을 볼려면 이게 맞다는 뜻.


‘다만···.’


걱정이라면 걱정인게.

실제 경기에서 그 퍼포먼스가 그대로 나와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면에서 배국남 코치는 우려했다.

과연 서진하가 실제 경기에서 똑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지 말이다.


“그럼 일단 낼 모레 선발은 일단 민수로 정해두자고. 진하한테는 몸을 일찍 풀 수 있다고 말해두고.”

“네.”



###




과거로 돌아온지 2일이 지난 시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제는 약간은 익숙해지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곧 있으면 실제 시합을 뛸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2일 뒤면 황금사자기네. 작년엔 부산고 놈들이 우승했는데 이번엔 우리가 해야 하지 않냐?”


쉬는 시간.

교실에서 현수와 얘기를 하다 알아낸 소식.

덕분에 부산고가 전년도 우승했다는 사실까지 깨달았다.

뭐, 부산고고 나발이고 내 알빠는 아니었다.


“몰라. 난 관심없어. 결국 프로가서 잘 던지면 그만이잖아.”

“이기적인 새끼. 그런 마인드면 프로가서도 왕따 당해. 임마.”

“응. 아냐. 내가 다 겪어봐서 아는데, 투수는 이기적인 놈이 더 잘나가더라고.”


실제로 꾀부리는 놈이 더 오래 야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 같은 묵묵히 따르는 놈은 그냥 작살나고 말았고.


“아, 몰라. 됐어. 걍 이기자는 말인데. 뭔 말이 많아.”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젓는 현수.

어쨌거나 말싸움에서 이긴 거 같아 기분이 왠지 좋았다.

그러던 그때.


“진하야. 시간 되나?”


배국남 코치가 우리 반을 찾아온 것이었다.


“아직 수업 남았는데요.”

“아, 그렇나? 그럼 좀 있다, 야구부로 온니. 내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무슨 일인데요?”

“등판 관련해서 할 말이 있어서 그런다. 곧 시합이다이가. 알겠나?”

“아, 알겠어요. 그럼 수업 마치고 갈게요.”

“알았다.”


할 말이 끝난 뒤, 사라져버린 배국남 코치.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러는 걸까.

아, 등판 관련 얘기라고 했지.


“담 경기 너도 나와?”

“몰라? 근데 나오니까 저러는거겠지?”

“그런가. 도개고 애들 나와서 안 나올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

“도개고?”

“어. 올해 전력 약하다더라.”


기억은 잘 나지 않았다.

다만, 4강까지는 갔던 걸로 보아 별거 아닌 상대는 확실했다.


“뭐, 나도 들은바는 없어서. 일단 코치님한테 얘기듣고 알려줘. 나는 포수잖아.”

“음···. 알았어.”


그렇게 이야기가 끝이 나고.

시간이 지나 수업도 끝이 났다.


“그럼 간다.”

“오야.”


곧장 야구부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니 가던 도중이었다.

배국남 코치가 이미 복도에서 대기 중이었다.


“따라와라.”


따라간 곳은 근처 자판기 앞 벤치.

포카리 두 개를 뽑더니 하나를 내게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오냐.”


음료수로 목을 축였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는 모르지만 청량감을 느끼니 뭔가 불안해졌다.

이거 사줬으니 엄청 많이 던지게 하는 건 아니겠지?


“진하야.”

“네. 싫습니다.”

“나 아직 말 안했는데?”

“그 뭐, 뻔한거 아닙니까. 저보고 마, 함 해보입시다. 이렇게 해가지고 저 최동원 선배님 길 따라가게 만들려는거 아닙니까.”

“퍼펙트 게임 봤니?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배국남 코치는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어버렸다.

농담 아닌데.

진지하게 갈리기 싫었던건데···.


“그런거 아냐. 임마. 그리고 그정도로 던지게 하지도 않을거고. 규정이란게 있잖아.”

“그 교묘하게 투구수 채워서 던지게 하려는 수법이요?”

“크흠···.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는데···.”


어찌되었던 나를 부려먹을 생각은 있었던 거 같았다.

정말이지.

왜 이렇게 다들 나를 갈아마시려고 안달 난건지 원.


“그래도 말은 해보이소. 무슨 말 하려구요?”

“뭐긴 뭐야. 네 등판 간격 좁혀질 수 있다고 말한거지. 요즘 컨디션 보아하니 투구수 관리 안될 걱정은 안해도 될 거 같더만. 자주 나와도 네가 알아서 관리 할 수 있지?”

“에이, 그건 모릅니다. 컨디션이란게 맨날 달라지는 건데. 그리고 코치님. 코치님은 저 같은 애새끼한테 갈갈이하고 싶으십니까? 전에 보니까 버두치 리스트인지 그런 것도 알아보시던데.”


버두치 리스트.

프로 신인 3년차에 이닝이 증가함에 따라 부상 발병률을 나타낸 자료.

과학적으로 증명된 자료는 아니지만, 어쨌든 결과상으로는 이닝을 갑자기 많이 먹으면 부상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드러난 자료였다.


“그리고 그 사무실에 보면 의학잡지 같은 것도 모아둔 것도 다 코치님꺼 아닙니까.”


애초에 다 알고 있다.

배국남 코치가 공부를 했던 흔적이 어느정도인지는.

정확히 지금 어디까지 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치만 우리는 팀이잖아. 팀을 위해 뛰어야···.”

“그건 그런데. 프로가면 다 개인 사업자 아닌가요?”


이 사람이 나를 왜 굴리려는지는 알고 있다.

분명 자신의 성과, 팀의 성과를 위해 그러려는 거겠지.

다만, 과거 아카데미를 차린 후에 내게 말했을 때가 떠오른다.


[예전에는 팀에 있어서 늘 팀이 우선이었단다. 또 내 성과가 우선이었어. 하지만 이 사업을 하면서 좀 달라졌어. 여긴 부상 방지가 제 1 성과거든. 그래서 코치를 하며 내가 하는 행동들에 대한 모순이 어느정도는 사라지게 되었지.]


‘그러니 이 사람을 이용한다면···.’


혹사를 더 이전부터 제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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