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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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로이
그림/삽화
연재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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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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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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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인턴, 네 손에 달렸어

DUMMY

금요일.

여느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이 출근을 준비했다.


그래도 오늘 하루만 지나면 주말이라니.

백수일때는 평일과 주말 구분이 없어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막상 회사를 출근하니 주말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나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출근길을 나섰다.


띵-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입구를 나서려던 찰나.


"저기요!"


익숙한 목소리.

아니 익숙하다기 보다는 불쾌한 목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혔다.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수지가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서 있었다.


나는 자연스레 고개를 다시 원위치 시키고는 못 본 척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기요!!"


안들린다.

아무것도 안들린다.


이내, 그녀가 다가와 내 팔을 붙잡았다.


"하아- 이번엔 또 뭡니까?"

"아니 왜 보자마자 한숨을 쉬어요?"

"한숨을 안 쉬게 생겼습니까?"

"저 한수지에요. 한 때 가요계를 섭렵했던 한.수.지"

"네, 네~ 저는 김민규네요."

"아니, 보통은 이렇게 보면 사인을 해달라던가 사진을 찍어달라던가 그러지 않아요?"

"그러지 않아요~ 그럼 이만."


그녀의 팔을 뿌리치고 다시 걸어가려던 찰나.


"사과하러 왔어요."


뜻밖의 말에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방금 뭐라고?"

"미안하다고요. 지난 번에 그 몰카범으로 몰아가서."


경찰서에서 봤던 때처럼 그녀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도 완전히 갱생 불능은 아니었나보네요."

"뭐라고요!?"

"그런데 설마 사과하려고 여기서 계속 기다리고 계셨던 겁니까?"

"할 일도 없고 시간도 남고 그래서 겸사겸사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 여자도 꽤나 대책없이 살구나 생각했다.


"제가 아예 안나왔으면요?"

"그럼 여기 계속 서있었겠죠?"

"참··· 그 쪽도 어지간히 막무가내네요."

"그게 지금 사과하러 온 사람한테 할 말이에요?"

"무튼 사과는 잘 받겠습니다. 저는 출근해야해서 이만 가볼게요. 다음에 러닝하다 마주치면 인사해요."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더니.

활동을 쉰 지 5년이나 지났어도 이렇게 비싼 아파트에서 저렇게 아무 일도 없이 살아지는구나.


멀어져가는 김민규의 뒷모습을 보며 한수지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나는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지하철 안.

사람들 틈에서 밀물과 썰물을 반복하듯 이리저리 치이고 있었다.


부대낀다.

아침 지하철이 괜히 지옥철이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었다.


문득 굳이 지하철을 탈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출근을 뽀르쉐로 하지는 않더라도 적당한 중고차 하나와 기사를 고용한다면 그만큼의 시간이 절약된다.

그 절약된 시간만큼 나를 위한 자기계발에 투자할 수 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시간의 가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빌게이츠는 땅바닥에 떨어진 100달러를 줍지 않는다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1초에 그가 벌어들이는 돈이 150달러이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면 나오는 것이 맞다.

그 시기가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


이른 아침.

서 팀장은 사장실을 찾았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이동주 회장의 장남이자 에코포로 사장 이상빈.

그는 서 팀장이 들어왔음에도 퍼팅매트에서 퍼터 하나를 든 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어서와요. 서 팀장."

"에코포로 홍보영상 입찰 건 관련 보고 드리러 왔습니다."


이상빈은 보고체계를 거치지 않고 서 팀장으로 하여금 다이렉트로 보고하라고 지시했었다.


사장과 대면할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서 팀장은 내색은 안했지만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뭐, 서 팀장이 어련히 잘 했겠죠. 책상에 올려두고 가요."


별 다른 말이 없어 서 팀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참, 다른 건 다 괜찮은데 그 홍보영상에 들어가는 배우들 좀 유명한 사람들로 할 수 없습니까?"

"유명한 사람··· 말입니까?"

"그 있잖아요. 왜 TV에서 자주 나올법한 사람들."


서 팀장은 속으로 생각했다.

'예산이라도 늘려주면서 그런 말을 하던가. 지금 영상 만드는 것도 3억원으로 빠듯한데.'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자 이상빈 사장은 골프채를 잠시 내려놓고는 서 팀장을 응시했다.


"왜 말이 없습니까?"

"사장님도 아시다시피, 할당된 예산이 많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못하겠다 이 말입니까?"

"그게···"

"할 수 있다, 없다 그것만 딱 말하세요."

"지금으로는 역량 밖의 일입니다."

"하세요. 어떻게든."

"네?"


이상빈 사장은 서 팀장에게 다가가 양 손으로 그의 어깨를 맞잡았다.

그러고는 다시.

서 팀장의 넥타이를 고쳐메고는 말을 이었다.


"회사에서 안 되는 건 없습니다. 업체를 갈구든 서 팀장님이 직접 발로 뛰어서 배우를 섭외하든 그건 알아서 하세요."

"······"

"왜 대답이 없습니까?"

"알겠습니다."


이상빈은 그제서야 입꼬리를 활짝 올리며 잇몸을 드러냈다.


"좋아요. 그런자세. 그럼 나가보세요."


서 팀장은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는 사장실을 벗어났다.

그가 나가자 그의 비서실장 정우식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이번에 이기영 실장이 움직여 홍보실에 집어넣었다는 사람. 확인해보셨습니까?"

"별도로 확인해보았지만, 특이점은 없었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나연 아가씨께서 봉변을 당할뻔한 걸 구해줘서 그 보답으로 채용되었다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상빈은 다시금 퍼팅 연습기로 다가가 퍼터를 집어들었다.


"병원장에게 아버지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물어보셨습니까?"


정우식은 그에게 진단서 한 부를 건넸다.


"사장님께서 예상했던대로 길어봐야 1-2년 정도라고 합니다."

"이기영 실장이 움직인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단순 나연이를 구해준 것만으로 심어둔 것 같지는 않단 말이죠."

"계속 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이 참에 홍보실 물갈이 한 번해보죠."


타앙-!

떼구르르-


골프공은 그대로 홀컵으로 들어갔다.

그에 맞춰 이상빈 사장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띄어졌다.


"나이스 샷."


***


에코포로의 본사 건물.

그 웅장한 크기를 한 번 스윽 훑었다.


이런 건물은 짓는데 얼마쯤 하려나.

부동산 쪽도 한 번 살펴볼 필요는 있겠어.


주식과 코인이 현금의 등락이 있다라고 한다면, 부동산은 안정적인 캐시카우가 될 것이다.


로비에 들어오기 무섭게 오 부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올 것이 왔군.

나는 그 전화를 받았다.


- 야이 새끼야!!


하하.

역시 사람의 본성은 어디 안간다니까.

그럼 보여줘볼까.

내 혼신이 담긴 연기실력을


"부장님! 무슨 일이세요!?"

- 뭐, 무슨 일? 지금 장난해? 네가 분명히 우리가 입찰 될 거라고 이야기 했잖아.

"그랬죠? 설마 입찰이 안 됐다는 말씀이세요?"

- 뭐야?

"분명 어제 팀장님께서 저한테 라스미디어가 계약 따낼거라고 이야기 하셨는데요."

- 그럼 지금 이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건데?

"잠시만요. 제가 바로 확인해볼게요. 끊지 말고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나는 말을 잠시 멈추고는 속으로 30초를 셌다.

그러고는 다시.


"부장님. 이거 죄송해서 어떡하죠? 다 좋았는데 팀장님께서 주진영 사원의 PT가 조금 마음에 안 들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막바지에 계획을 변경했다고 합니다."

- 주, 주진영이?

"네, 뭐랄까. 마치 라스미디어와 계약하지 않으면 홍보영상은 망할것이다 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조금 불쾌했다네요."

- 하아···

"부장님. 다음 입찰때는 주진영 사원은 빼고 오는 게 좋겠습니다. 그 때는 제가 확실히 도와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그나저나 이거 죄송해서 어떡하죠."

- 아니야. 나도 욱해서 미안해. 다음에 술이나 한 잔 하자.

"네, 들어가세요. 부장님."


오 부장이 막바지에 온순해진 이유를 잘 알고 있다.

핑계거리를 찾았으니까.


드라마에서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이 무뎌져 잘못을 저질러도 용서를 하는 걸 종종 본 적 있다.

그게 멋있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나는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그 때마다 그들을 밟을 것이다.


3층 홍보팀 사무실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어제보다 더 쳐져있었다.

서 팀장은 멍하니 창가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어- 그래."


나는 짐을 풀고는 옆에 앉은 김현지에게 조용히 물었다.


"대리님. 아침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말도 말아요. 저도 잘 모르는데 팀장님이 사장실 다녀오시고부터 저렇게 한숨만 푹푹 내쉬고 계세요."


서 팀장은 등을 돌려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잠깐 회의실에서 좀 보지."


그의 말에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역시 사무실 분위기는 팀장이 좌지우지 한다니까.


모두가 자리에 앉자 서 팀장은 한숨을 한 번 더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누구 아는 연예인 없냐?"

"네?"


뜬금없는 질문에 팀원들은 서로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그러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침에 홍보영상 기획안 보고드리러 갔는데 영상에 나오는 배우는 꼭 유명한 배우로 했으면 좋겠단다."

"네!? 팀장님 저희 예산이 3억뿐이지 않습니까."

"말했지. 그런데 어떻게든 해내라드라. 그게 회사라고."

"하아- 진짜 이건 너무한 것 아닙니까?"


한숨도 전염병이 있는지 이제는 배 과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장님이 왜 그런 말을 한 것 같냐."

"그만큼 감이 없으신 것 아닙니까?"


배 과장의 대답에 서 팀장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적어도 머리 하나만큼은 다른 자제분들보다 월등할거다."

"그럼 대체 왜 저렇게 말도 안되는 소리를···"

"물러나라는거지."

"네?"

"부장 진급도 몇 년째 못하고 계속 차장으로만 머무르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나가라는거지 뭐. 무튼 이번 건은 며칠 후에 내가 사장님 찾아뵙고 말씀드릴 거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라."

"팀장님!"

"나는 먼저 나가볼테니까 조금 쉬다가 업무 시작해라."


서 팀장은 자켓에서 연초를 꺼내고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이건 진짜 너무 억지 아닙니까? 그리고 막말로 저희 팀장님이 업무를 못하시는 것도 아닌데."


주 대리도 말을 보탰다.


"그런데 정말 팀장님때문일까요?"


김현지는 자신의 턱을 어루만지며 현상보다 본질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녀의 말에 주 대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팀장님을 물러나게 하려면 다른 방법들도 많았을텐데요. 무엇보다 홍보영상 기획은 예전부터 결정난 사안인데 이렇게 갑자기 제안한 것도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뭐 이미 일은 벌어진거고. 그나저나 너네들 정말 아는 연예인들 없어?"


배 과장의 물음에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저희가 연예인이 어딨겠어요."

"맞아요. 저도 없어요."


자연스레 셋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민규씨는?"

"저요? 저도 없죠."


말을 뱉고나니 문득 한 사람이 머리를 스쳐갔다.


"아 그러고보니 아는 연예인이라고는 조금 그렇고 그냥 웬수 진 연예인은 한 명 있는 것 같네요."

"웬수 진 연예인? 그게 누군데."

"한수지요."

"한수지? 한수지가 누구더라."


낯익은 이름에 배 과장이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설마 솔로 가수 한수지 말하는거에요?"


김현지의 눈이 크게 떠지며 물었다.


"아마 맞을거에요."


내 말에 회의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정확히는 모두가 입이 벌어져 말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왜 이렇게 요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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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생명의 은인 (2) +9 24.09.03 14,492 2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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