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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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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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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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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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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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3화. 도박의 눈(1)

DUMMY

"대신, 한 가지 말씀 드릴 게 있습니다."


투자금이 만들어지기까지 남은 기간은 5개월.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말씀하시죠."

"투자금이 필요한 시간은 언제로 보십니까?"

"아직 개발단계니, 저희도 섣불리 말씀은 못드리겠네요. 아무래도 족히 반년 이상은 걸리지 않을까요."


반년.

시간은 충분하다.


"그 때 쯤이면 재원은 충분히 마련될 것 같네요."

"그럼 저희가 지분을 얼마정도 드려야할지···"


명함을 준 직후부터 노암과 다니엘의 태도가 온순해졌다.

이제는 나를 투자자로 확실히 인지하는 것 같았다.


"그건 그 때 가서 다시 논의하는 걸로 하시죠."


지분이나 이런 부분들은 박 이사가 전문 분야니 그에게 맡기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 이야기를 끝으로 우리는 가볍게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이나연은 궁금한 게 많은 듯한 표정이었다.


"가장 궁금한 게 뭔지 알아요?"

"어떤거죠?"

"거즘 2,000억원이나 투자 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가진 사람이 왜 에코포로에서 일을 하고 있냐 이 말입니다."


하긴.

그녀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갔다.

이런 이야기라면 소설이라고 해도 욕을 먹을 게 분명했다.


"저번에도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경영을 배우기 위해서 들어간 것 뿐입니다."


미래는 보는 눈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을 갖고 싶었다.

내가 입사를 선택한 건 그것 뿐이다.


"흐음, 그래도 그렇지. 그 정도 금액이면 평생 놀고 먹어도 문제 없을텐데."

"그건 점장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네?"

"재벌가 막내딸로 태어나 한 번도 궁핍이라는 걸 느껴본 적 없었겠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거고요. 그런데, 점장님은 왜 일을 하시는거죠?"

"그야···"


그녀는 말문이 막혔는지 하던 말을 멈추고는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러고는 다시.


"우문현답이었네요. 제 생각이 짧았어요."

"궁금한 건 그게 전부인가요?"


그 돈이 어디서 났는지.

정말 어디 숨은 재벌가가 아닌지.

분명 궁금한 것들은 많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물어볼까 싶어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걱정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예상과는 다른 말이 흘러나왔다.


"언젠가 민규 씨가 준비되면 말해주지 않을까요?"


그녀는 그 말을 하고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었다.

그 미소를 보고있자니 내 입꼬리도 함께 올라갔다.


이런거 보면 속이 참 깊다니까.


"그럼, 마저 떠나볼까요. 힐링."

"좋아요."


***


샌프란시스코 유일의 전망대.

코이트 타워.


그 입구로 들어서자 19세기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모습을 담은 벽화가 눈에 들어왔다.


"민규 씨! 엘리베이터 도착 했어요."


그녀의 말에 벽화를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엘리베이터를 급히 탑승했다.

엘리베이터도 흔히 볼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아니었다.

엘리베이터 가이가 사람들이 전부 탑승한 걸 확인하고는 수동으로 조작했다.


13층의 전망대.

그 위에 올라섰을 뿐인데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이 전부 한 눈에 들어왔다.


"저 쪽이 금문교와 마리나 지구가 있는 곳이에요. 그리고 이 쪽은 샌프란시스코 중심부, 유니온스퀘어 쪽이고요. 그리고 저기는···"


앞에 설명판이 떡하니 붙어있는데.

굳이 옆에서 이나연이 친절하게 재잘거리고 있었다.


그녀가 내 옆에서 설명을 하고 있자, 한국인 아이 형제들로 보이는 애들이 이나연을 톡- 건드렸다.


"아줌마, 그럼 저기는 어디에요?"

"아, 아줌마?"

"여기 설명해주시는 아줌마 아니에요?"

"애들아, 아줌마가 아니라 누나라고 해야지."

"에이, 제가 아는 누나들은 초등학교 6학년인데요. 아줌마는 저희 이모랑 비슷한 것 같아요."

"호호, 애들아. 나 어디가서 아줌마 소리 들은 적 없어."


본인보다 한 띠는 족히 넘는 아이들과 아줌마와 누나라는 호칭으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다.


"현수랑 민수. 빨리 이 쪽으로 안와!"

"그럼, 안녕히 계세요. 이모."


엄마가 부르자, 현수랑 민수는 상처만을 남겨 둔 채 사라졌다.


"이, 이모?"


그 때부터였다.

그녀의 표정이 우후죽순으로 굳어져있던 것이.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면서도 그녀의 입에서는 어떠한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괜찮아요. 아이들이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아줌마라고 그럴 수 있죠? 민규 씨가 보기에도 제가 아줌마처럼 보여요?"


이나연의 나이는 올해로 서른.

따지고 보면 그렇게 젊은 나이도 아니었다.


"뭐, 그렇다고 아이들이 누나라고 부르기엔···"


순간 냉기가 밀려들어왔다.

에어컨이라도 틀었나.


불안한 느낌에 고개를 천천히 운전석 쪽으로 돌렸다.

아주 천천히.


신기했다.

분명 차 안은 냉기로 가득찼는데.

그녀의 자리에서만 활화산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하하··· 생각해보니 누나가 맞네요."


그제서야 이나연은 좁히고 있던 미간을 풀었다.


"그렇죠? 그 아이들이 유별났죠?"


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아무래도 속이 깊다는 건 취소해야 될 것 같았다.


나는 대화의 주제를 바꾸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선의의 거짓말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점심에는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했으니까, 저녁에는 점장님께서 하고 싶은 걸로 해봐요."

"제가 하고 싶은거요?"

"네, 샌프란시스코 오면 가장 하고 싶었던 것."


궁금했다.

재벌가는 여유가 있을 때 뭐를 할지.


내 말에 그녀의 입꼬리 활짝 올라갔다.

잇몸이 훤히 드러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0.1초도 채 되지 않았다.


"사실, 하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샌프란시스코는 맛이 안나는데."

"맛?"

"그건 가서 알려드릴게요."


불길한 느낌이 등골을 타고 올라오긴 했지만.

뭐, 큰일이라도 나겠나 싶어 그녀가 무엇을 하든 따르기로 결심했다.


***


그 맛이··· 손 맛이었냐.


이나연이 나를 데려온 건 카지노였다.


띠리리링-

요란한 게임기 작동소리가 울려퍼졌다.


카지노의 성지는 라스베가스라고 들었었는데 이 정도 규모만 되도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꽤 크네요."

"그렇죠? 그런데 민규 씨 카드 칠 줄 알아요?"

"카드라면 포카 말씀하시는 건가요?"

"음, 그것도 있지만. 바카라를 할꺼라서요."

"바카라?"

"게임은 잃으면서 배우라는 소리도 있잖아요? 일단 따라와봐요."


잠깐만.

방금 눈이 조금 돈 것 같았는데?


이나연은 내 소맷자락을 붙잡고는 한 테이블에 착석했다.


바카라의 룰은 간단했다.

뱅커(Banker)와 플레이어(Player) 중 카드 두 장(조건에 따라 세 번째 카드가 배분)의 숫자 합이 9에 가까운 쪽이 승리.

이외, 양 쪽이 비길 것 같은 경우 타이(Tie)에 베팅.


게임의 Rule은 뱅커(Banker)에게 조금 더 유리하게 설계 되어, 뱅커에 베팅하는 경우 5%의 커미션이 공제된다.


"민규 씨, 정말 안할거에요?"

"저는 우선 구경만 할게요. 점장님 먼저 하세요."

"후훗, 그럼 제 실력 좀 보여드릴게요."


그녀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는 칩을 계속해서 어루만졌다.


금액은 소박했다.

100달러.


딜러의 안내에 맞춰 베팅이 시작됐다.


금액이 소박했던 탓일까.

이나연의 앞에 놓여 있던 칩은 빠르게 사라져갔다.


"하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안 되지. 원래는 진짜 잘하는데."


내게 자랑한 게 민망했는지, 이나연은 계속해서 밑밥을 투척했다.


"하하, 딱 그것까지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거에요."


사행성 도박이란 게 적절한 선에서 끝낼 수만 있다면 삶의 활기도 되찾아주고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적절한 선이라는게 굉장히 어렵겠지만.


"그럼, 마지막은 민규 씨가 한 번 베팅해봐요."

"네? 제가요?"


그녀는 내 손에 남은 10달러의 칩을 쥐어졌다.


"화이팅!"


나는 칩을 손에 쥐고서 테이블을 바라봤다.

뱅커(Banker)의 확률이 조금은 더 높다고 했으니, 그 쪽에 베팅해볼까.


툭-

뱅커(Banker) 위로 칩을 올려놓자.

그 테이블 위로 '미래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Banker, Lose]


미친.

도박에서까지 보인다고?


"그럼,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잠시만요! 베팅을 좀 바꾸겠습니다."


딜러가 카드를 뽑으려는 순간, 나는 급히 베팅을 Player 쪽으로 바꿨다.

그리고 그 결과.


"Player 승리입니다."

"와아아!!"


베팅한 건 나인데 나보다 더 좋아하는 건 이나연이었다.


"어떻게 마지막에 그렇게 바꾸신거에요?"

"그냥 느낌이었습니다."

"한 번 더 해보세요.

"한 번 더요?"


그래도 본전은 되어야, 이나연이 자리에서 일어나겠지.

그렇게 나는 본전을 위해 베팅하고 또 베팅했다.

'미래시'로 결말이 보였지만 한 번에 올인하지는 않았다.

그저 소박하게 10달러씩만 계속 베팅을 이어나갔다.

나 자신을 위한 절제랄까.


딜러가 말을 할때면, 그에 맞춰 이나연의 입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어느 덧 금액은 90불.

한 번만 더 하면 되려나.


"베팅 해주세요."

"어라-?"


이번에는 뱅커와 플레이어, 그 어디에도 '미래시'가 보이지 않았다.

뭐지?


"왜 그래요?"

"아니, 이번에는 뱅커와 플레이어 둘 다 끌리지가 않아서요."

"그럼, 타이 밖에 없는데."

"타이?"


양 쪽이 비길 것 같은 경우에 베팅하는 것을 타이(Tie).

그리고 그 수익률은 자그마치 베팅 금액의 8배.


나는 소박하게 2불을 걸었다.

그리고 귀신같이 미래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베팅이 종료됐고, 그 결과는 역시.


"타이(Tie)입니다."

"우와아아!"


금액은 얼마 안 됐지만, 계속해서 연승을 이어가던 터라 어느 덧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불길한 클리셰였다.

수중에는 본전하고도 6불을 더 벌었으니,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야겠어.


"점장님. 이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시죠."

"네? 왜요? 한창 재밌었는데."

"원래, 그럴 때 일어나는거에요."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나연도 입이 앞으로 툭- 튀어나온 채로 나를 따라나섰다.


"치- 좀만 더하지."

"그만 투덜대세요."

"혼잣말이거든요?"


칩을 다시금 환전하려던 그 순간.

어느 한 곳에서 소음이 들려왔다.


쿠당탕탕-!


"이 새끼가 일 똑바로 못해?"

"죄, 죄송합니다."

"너네 아버지가 갖고 튄 돈. 다 갚으려면 너는 여기 평생 썩어야 해."


바닥에 엎어진 건 허름한 복장을 한 남자.

그는 누가봐도 한국인이었다.


왜 여기까지 와서 저런 대접을 받으며 일하는거지?


"어물쩡대지말고 빨리 닦아."

"알겠습니다."


그는 곧장 바닥에서 일어나, 걸레를 들고와 청소하기 시작했다.


이나연도 그 상황을 의심쩍게 지켜보고 있었다.


"보기드믄 상황인데요."

"흔히 말하는 갑질 그런걸까요?"

"사정이 있는 것 같은데 한번 들어보고 갈까요?"


나는 이나연을 빤히 쳐다봤다.

한국항공 땅콩 사건에 있어서는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했던걸로 아는데, 갑자기 이렇게 변할 수가 있나?


시선을 느꼈는지, 이나연과 눈이 마주쳤다.

괜히 붉어지는 그녀의 얼굴.

이나연은 민망한 듯 다시 말을 이었다.


"왜 그렇게 보세요?"

"그냥, 신기해서요."

"어떤게요?"

"뭐랄까. 좀 변했다고 해야하나."

"제가요?"

"방금 그 멘트가 점장님의 입에서 직접 나올 줄은 몰랐거든요. 그럼, 귀가는 잠시 뒤로 미루고 조금 더 지켜볼까요."


이나연은 칭찬을 들어서 기분이 좋은지 베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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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힐링 여행(2) +11 24.09.15 8,276 175 12쪽
31 31화. 힐링 여행(1) +11 24.09.14 8,938 171 12쪽
30 30화. 일론 마스크(3) +7 24.09.13 9,132 177 12쪽
29 29화. 일론 마스크(2) +12 24.09.12 9,726 174 12쪽
28 28화. 일론 마스크(1) +13 24.09.11 10,637 201 11쪽
27 27화. 재벌의 품격 +16 24.09.10 11,617 20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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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1) +14 24.09.08 12,683 209 12쪽
24 24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12 24.09.07 12,899 205 12쪽
23 23화. Only Invest +11 24.09.06 13,358 225 12쪽
22 22화. 최고의 인복(2) +8 24.09.05 13,941 214 12쪽
21 21화. 최고의 인복(1) +13 24.09.04 14,035 228 12쪽
20 20화. 생명의 은인 (2) +9 24.09.03 14,365 233 12쪽
19 19화. 생명의 은인(1) +13 24.09.02 14,792 216 12쪽
18 18화. 최고의 복수 +14 24.09.01 15,039 233 12쪽
17 17화. 너, 내 동료가 돼라. +10 24.08.31 14,423 2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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