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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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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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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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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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어벤저스 결성

DUMMY

미국에서의 기나긴 휴가가 막을 내렸다.


인천국제공항.

장차 반나절이 넘는 시간을 비행하다보니 온 몸이 뻐근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나와 이나연은 입구 앞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즐거웠어요."

"저도 신세 많이졌습니다."

"다음에 또 놀 수 있겠죠?"

"그러고 싶지는 않네요."


기회가 된다면요.


"네?"


너무 피곤했다.

피곤한 나머지 속 마음과 겉으로 할 말이 뒤바껴버렸다.


"아, 기회가 된다면 또 함께 시간을 보내자 이런 말이었습니다."

"푸훗, 알겠어요."


이나연은 마지막 악수를 끝으로 먼저 캐리어를 끌고 공항을 벗어났다.


나름 생각해보면 재밌는 여행이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권도훈은 끝끝내 연락이 오지 않았다.


아쉽지만 별 수 있나.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많으니까.


"그럼, 어디 가볼까."


***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논현동의 Only Invest 사무실.

박 이사와 정 과장에게 줄 선물을 한가득 들고는 사무실로 향했다.


양손에 선물이 들려있던터라 문을 힘겹게 열었다.


"이사님! 과장님!"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 사람은 분명 두 명인데.

세 명이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박 이사와 정 과장은 알겠는데 남은 한 명은 누구지?


고개를 푹 떨군 채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남자.

무슨 영문인지 정 과장은 그 남자를 향해 팔에 그려진 문신을 유독 드러내고 있었다.


내 인기척에 정 과장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저 분은 누구시죠?"


뒷 모습이 낯이 익다.

정우용은 아닌데 말이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실루엣인데.


"말도 마십시오. 대표님 안 계시는 동안 그 틈을 노려 사기꾼이 왔습니다."

"사기꾼이요···?"

"글쎄, 대표님께서 같이 일하고 싶으면 오라고 했다고 말하더군요."


같이 일하고 싶다고 말한 사람은 한 명 밖에 없는데.

정 과장은 사기꾼을 검거한 게 신이난 듯 말을 계속해서 이었다.


"거기다 또 뭐라한지 아십니까? 대표님께서 티슬라와 협업할 코인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푸하하핫! 티슬라가 어디 동네 개 이름도 아니고 아직 체계도 제대로 못갖춘 Only인베스트가 티슬라와 무슨 협업을 합니까. 사기를 치려면 똑바로 쳐야지."


정 과장은 이번에도 아무렇지 않게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기 시작했다.


스읍-

해고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몸을 웅크리고 있던 남자는 대표라는 소리에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대, 대표님!"

"도훈씨!"


권도훈은 울먹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도훈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그에게 급히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저, 저 무서운 아저씨가··· 크흡."

"괜찮아요. 사람은 착해요."


권도훈은 놀란 마음이 추스려지지 않는 듯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정 과장은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안된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


권도훈을 한참을 달래고는.

우리는 한 테이블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박 이사는 진정하라는 듯 그에게 따뜻한 차를 건넸다.


"미리 연락이라도 주시죠."

"나름대로 서프라이즈 시켜드리려고 그런거였어요. 그런데, 깡패 형님이 계셔서 처음에는 또 당했구나 싶었죠. 여기서도 노예 생활이 시작되는 줄 알았습니다."

"깡, 깡패요?"


정 과장은 깡패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는 것처럼 꽤나 충격을 먹은 모양이었다.

들어본 적이 없었던 이유는 아마 그가 무서워서가 아니었을까.


그럼 이 때까지 본인을 뭐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문득 궁금했다.


"하하, 이 분은 저희 Only인베스트 정호석 과장님입니다. 그리고 저기는 저희 인베스트의 박준혁 이사님이고요."

"박준혁 이사님이라면··· 혹시 밧데리 아저씨로 유명하신 분 아닌가요?"

"맞습니다. 지금은 김민규 대표님을 만나 인베스트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와, 진짜 팬이었어요. 어쩜 그렇게 투자를 잘하시는지."

"과찬입니다. 하하하!"


박 이사는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옆으로 정 과장은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 입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그러고는 이내.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제가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긴 한데 사기꾼인 줄 알고 조금 험하게 대했습니다."

"그럼, 정말 깡패는 아니신거죠?"


권도훈은 여전히 의심의 눈빛을 한 채 정 과장을 응시했다.


"네, 제가 나름 순한 사람입니다. 어디가서 사람을 납치한다거나 때린다거나 그러지 않으니 너무 겁먹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는 박 이사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쩜 저렇게 표정 하나 안 변하고 거짓말을 할 수 있는거지?'


끼익-


이야기를 한참 나누는 사이.

정우용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민규야! 한국 왔으면 나한테 가장 먼저 말해야지!"

"미안해. 나도 오늘 귀국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정우용은 큼지막한 발걸음으로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래.

오랜만에 만나는거라 반갑겠지.


나는 정우용과 포옹을 하기 위해 팔을 벌렸다.

어서 와라 친구야.


정우용은 벌린 팔 사이로 고개를 숙여 그대로 나를 지나치고는 권도훈에게 향했다.


하하.

X새끼..


"이 분은 처음보는 분이신데 누구에요?"


생각해보니 아직 권도훈에 대해 소개를 하기 전이었다.


"일단 다들 모여보시죠. 제가 대신해서 정식으로 소개 드리겠습니다. 암호화폐 개발을 위해 제가 특별히 모셔온 개발자 권도훈 씨입니다."

"암, 암호화폐?"


가장 먼저 놀란 표정을 지은 건 정우용이었다.

박 이사는 얼마 남지 않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권도훈을 유심히 쳐다봤다.


“저도 낮이익은데 혹시 권두형 대표이사의 아드님 아니십니까?”

“권, 권두형이요? 그 사기꾼?”


패드립.

패륜+드립의 합성어.

정우용과 정호석이 왜 혈육으로 맺어졌는지 새삼 깨달았다.


권도훈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맞습니다. 그 사기꾼의 아들이 바로 저입니다."

"예-?"

"우용아,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정호석은 무안한 듯 괜히 정우용을 나무랐다.

권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

'지는.'


"죄송해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정우용은 권도훈에게 재빠르게 사과했다.

권도훈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무튼, 권도훈 씨는 앞으로 암호화폐 개발을 위해 어렵게 모셔왔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가족처럼 대해주세요."


권도훈에게 아마 가장 필요한 건 가족이 아닐까 생각했다.

가 '족같은' 기업이 아닌.

정말로 '가족'같은 기업.


"알겠습니다. 저, 그런데 암호화폐에도 그 목적성에 따라 용도가 달라질텐데 혹시 최근에 유행하는 밈코인 같은 걸 개발하려는 목적은 아니실테죠?"


박 이사도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아니었다.

모두가 코인을 외칠 때 유일하게 주식 시장을 리드하는 사람 중 한명이었으니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하지만 내가 개발하려는 건 결코 밈코인의 개념이 아니었다.


"티슬라라면 어떻습니까?"

"티, 티슬라요? 그럼 아까 도훈 씨가 처음에 이야기한 게 정말 사실이란 말입니까?"


마치 정전기라도 통하는 듯 박 이사의 머리가 곤두섰다.


"원하지는 않았지만 마스크 트위터에 올라온 게시물을 여러분들도 보셨을 겁니다."

"어우, 그거때문에 라스미디어 직원들에게 연락 엄청 받았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일론 마스크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코인이 있다면 그 코인과 티슬라의 결제 시스템에 연동시킬 의사도 내비쳤습니다."

"그런데 그 마음에 드는 코인이라는 게 어떤거죠?"

"그건···"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일론 마스크가 시바견 처럼 귀여운 로고가 있는 코인이 있으면 좋겠다는 걸 어떻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그건 아마도 티슬라를 상징할 수 있는 느낌이어야 되겠죠."


나는 내용을 대충 얼버무렸다.

박 이사는 그 말을 듣고는 곰곰히 생각했다.


"상징이라··· 정말 그 상징을 나타내는 코인이 저희를 통해서 나온다면 저희는 한 순간에 세간이 주목하는 기업이 될 겁니다."


정 과장도 박 이사의 말을 거들었다.


"정말 대단합니다. 그 짧은 휴가 기간에서도 저희 회사를 생각하시다니···"


진지하게 받지 말라고.


일단 유명해져라.

그럼 네가 똥을 싸도 사람들은 박수를 칠 것이다.


그 말에 유독 공감하는 날이다.


"다 좋습니다. 다 좋은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권도훈은 암호화폐와 관련하여 처음으로 입을 뗏다


"그게 뭐죠?"

"일론 마스크와 다시 일정을 조율해 그와 세부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따지고보면 마스크와 막연하게 이야기만 나눴을 뿐.

다시 연락을 한다해서 그가 받아주리란 확신도 없다.


모두가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그 순간.


지이잉-

휴대폰으로 들어오는 한 통의 연락.

나는 그것을 확인하고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아쉽게도 그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네요."

"네?"


내 말에 시선은 일제히 내게로 쏟아졌다.

나는 그들을 향해 휴대폰을 내밀었다.


[친구, 머지않아 한국에 들어갈 것 같아요. 들어가면 얼굴 한 번 봅시다. -일론 마스크-]


"마, 마스크가 너를 친구라고 부른다고? 스팸 아니야?"


정우용은 끝까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다시 라스미디어로 돌려 보내야하나.


***


11월 1일.

경영전략실로의 첫 출근 날.


나는 경영전략실을 들리기 전 잠시 홍보팀 사무실을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어? 어! 왔어?"

"네, 경영전략실로 출근하기 전에 잠시 들렀습니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살갑게 대하던 배준성 과장도 나를 보며 말을 굉장히 아끼는 듯 했다.


아무래도 해명을 하려면 시간이 꽤나 필요하겠네.


자리에 앉아있던 서 팀장도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그래도 여기 잠깐 들릴 줄 알았다. 따라와."

"알겠습니다."


서 팀장은 나를 빈 회의실로 데려갔다.

그는 내 자리 앞으로 비타 600을 한 병 건넸다.


"푹 쉬다 왔나?"

"네, 좋은 휴가였습니다."

"궁금한 건 많지만, 네가 부담스럽다면 따로 묻지는 않으마."


속으로 바랬다.

제발 물어봐달라고.

막내사위가 아니니까.


"저, 안그래도 드릴 말씀이···"

"스읍- 말 안해도 된다니까."

"아니, 팀장님···"

"그리고 승진 축하한다."

"승진이요?"

"나도 자세히는 모르는데 경영전략실로 인사발령 나면서 인사과에서도 곧장 대리로 승진 시킨 것 같다. 아무래도 사원이 경영전략실로 가는 경우는 드문 케이스니까. 대리도 마찬가지긴 하겠지만. 이기영 실장이 이런 것도 안알려줬나?"


가만보면 이기영 실장은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나연이 조져주길 기다려야 될 것 같다.


"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이제 슬슬 일어나자. 첫 출근이니까 빨리 가봐야지."

"저, 이거는 미국에서 사 온 선물입니다."

"뭘 또 이런 것까지."

"그럼,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그래. 다음에 시간 되면 술 한잔 기울이자."

"좋습니다."


나는 서 팀장과의 악수를 끝으로 경영전략실로 향했다.

'경영전략실은 조금 다르려나.'


***


"짜식.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이런 선물을 또 사온거야."


서 팀장은 흐뭇한 표정을 짓고는 회의실에서 쇼핑백을 열어봤다.

- Calvin Kleim 팬티.


"한국에서도 살 수 있는 걸 미국까지 가서 산거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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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화. 어벤저스 결성 NEW +10 17시간 전 4,230 111 12쪽
35 35화. 도박의 눈(3) +9 24.09.18 6,514 150 12쪽
34 34화. 도박의 눈(2) +17 24.09.17 7,517 164 12쪽
33 33화. 도박의 눈(1) +11 24.09.16 8,272 165 12쪽
32 32화. 힐링 여행(2) +13 24.09.15 8,837 185 12쪽
31 31화. 힐링 여행(1) +12 24.09.14 9,460 179 12쪽
30 30화. 일론 마스크(3) +7 24.09.13 9,605 185 12쪽
29 29화. 일론 마스크(2) +12 24.09.12 10,169 182 12쪽
28 28화. 일론 마스크(1) +13 24.09.11 11,068 210 11쪽
27 27화. 재벌의 품격 +16 24.09.10 12,037 214 12쪽
26 26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2) +18 24.09.09 12,490 219 12쪽
25 25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1) +14 24.09.08 13,095 218 12쪽
24 24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13 24.09.07 13,297 213 12쪽
23 23화. Only Invest +11 24.09.06 13,767 232 12쪽
22 22화. 최고의 인복(2) +8 24.09.05 14,352 220 12쪽
21 21화. 최고의 인복(1) +13 24.09.04 14,435 234 12쪽
20 20화. 생명의 은인 (2) +9 24.09.03 14,769 239 12쪽
19 19화. 생명의 은인(1) +13 24.09.02 15,211 221 12쪽
18 18화. 최고의 복수 +14 24.09.01 15,458 239 12쪽
17 17화. 너, 내 동료가 돼라. +10 24.08.31 14,817 221 12쪽
16 16화. 밧데리 아저씨(3) +8 24.08.31 15,029 244 12쪽
15 15화. 밧데리 아저씨(2) +8 24.08.30 15,340 243 12쪽
14 14화. 인턴, 네 손에 달렸어 +16 24.08.29 15,600 242 12쪽
13 13화. 밧데리 아저씨(1) +14 24.08.28 15,977 240 12쪽
12 12화. 이렇게 만나네?(2) +16 24.08.27 16,419 245 13쪽
11 11화. 이렇게 만나네?(1) +50 24.08.26 17,313 244 13쪽
10 10화. 내가 스토커라고? +27 24.08.25 17,257 257 12쪽
9 9화. 이혼 후 연애··· 대행(3) +15 24.08.24 17,233 285 12쪽
8 8화. 이혼 후 연애··· 대행(2) +9 24.08.23 17,416 28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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