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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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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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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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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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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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Only Invest

DUMMY

한 주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한수지가 회사 홍보모델이 되고.

나는 사장을 직접 대면했다.

졸지에 정규직 전환은 물론이고 고속 승진의 기회까지.


그리고 박 이사는 '1조'라는 단어를 듣고 턱이 빠져 구급차에 실려나갔다.


덕분에 그에게서 답변을 듣지 못했지만 한 통의 문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변화된 건 내 건물이 생겼다는 것.


총 들어간 금액은 102억원.

그 중 채권최고액으로 85억을 제외한 17억원이 내 자본이었다.


예전에는 내 집 마련이 평생의 버킷리스트였는데.

이제는 아무 것도 아닌게 되어버렸다.


앞으로는 내 집 마련이라기보다는 내 세상 마련 정도는 되야 만족 하려나.


***


주말 아침.

나는 모처럼 정장을 차려입고 타워팰리스를 나섰다.

손목에는 조명때문인지 로렉스 시계가 유독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정장이고, 시계고 회사 출근할 때는 검소해 보여야 해서 사놓고 몇 번 착용해보지도 못했네.


"오셨습니까."


정호석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차량을 정차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달라진거라고는 그가 피던 연초가 전자담배로 바꼈다는 것 정도.

그는 더 이상 손가락을 튕구며 담뱃재를 털지 않았다.


"담배 바꾸셨네요?"


차에 탑승하며 자연스레 말을 물었다.


"진즉에 바꿨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바꾸셨다는 건가요?"

"첫 날의 시작과 끝을 이 차로 함께하는 데 담배연기로 뒤덮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하, 배려 감사합니다."


그의 말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처음에 만났을 때는 그저 일수꾼에 불과했는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나.

자리에 맞춰 그도 변해가고 있었다.


한편, 김민규가 정호석을 기특하게 생각하는 사이.

정호석은 그 날의 악몽을 떠올렸다.

한수지를 태웠던 날의 악몽.


- 겉이 똥이면 안이라도 똥냄새가 안나게 해야지. 이 냄새가 담배 쩐내도 아니고 뭐에요! 이래서 차에 타는 사람이 기분 좋게 타겠어요?

- 그리고, 담배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틱틱 펴요. 이게 다 아저씨 건강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까 기분 나쁘게 듣지 마시고요.


그녀의 잔소리에 정호석은 한수지를 경호했었던 사람이라고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 날로 정호석은 전자담배로 갈아탔다.

한수지가 말은 세게 했지만, 굳이 따지자면 수행비서격의 역할인데 그녀의 말도 나름 맞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아방떼N이 논현동의 한 빌딩 앞에 멈춰섰다.


"도착했습니다."

"과장님도 같이 내리시죠."

“저도 말입니까?”

“네, 아무래도 함께 보셔야 할 것 같아서요.”

"알겠습니다."


건물의 외곽은 베이지색을 띄고 있었다.

필로티 구조로 1층부터 5층까지 외벽 절반이 통유리로 비쳐졌다.


정호석은 차에서 내려 건물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스윽 훑었다.


"여기는?"


낯이 익은 모습에 정호석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과장님께서 추천해주신 여러 빌딩 중에 선택한 빌딩입니다."

"아, 어쩐지 낯이 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첫 시작이 될 빌딩이기도 하죠."

"네?"

"때 마침 저기 오고 있네요."


내 턱짓에 정호석이 고개를 돌렸다.

먼발치에서는 박 이사가 얼마없는 머리칼을 휘날리며 걸어왔다.


"미리 와 계셨네요."

"저희도 막 방금 도착했습니다. 턱은 괜찮습니까?"


박 이사는 입을 크게 벌려가며 턱 관절을 움직였다.


”보시다시피 멀쩡합니다.“

”다행이네요.“


나는 박 이사와 짧게 악수를 나눴다.

그러고는 다시.


"회사는 정말 말끔히 정리하신겁니까?"


박 이사는 내게 '1조'라는 단어를 들은 다음 날 은양 기업에서 퇴사 했다.

결심부터 퇴사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이틀.


"그럼요. 한 번 결단이 서면 망설임은 없습니다."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이거 또한 투자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아니겠습니까?"

"반드시 하이리턴이 될 겁니다. 제가 아닌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 갈테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은양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내게 정보를 알려줄 리 만무했다.

저런 무거운 입이 있었기에 내가 더 신뢰할 수 있었겠지.


박 이사는 짧게 대화를 마치고는 정호석을 바라봤다.

그에 맞춰 정호석도 박 이사를 바라봤다.


뭐지.

순간적으로 알싸한 느낌이 맴돌았다.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까지.


정호석과 박준혁.

둘은 서로를 보자마자 느꼈다.

결이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무엇보다 박준혁을 처음 납치했던 것이 정호석이었다.

박 이사는 정호석의 두 번 접힌 소매 사이로 드러나는 이레즈미를 쳐다봤다.


"이 납치범과 함께 일하는 겁니까?"

"뭐, 납치범이요? 저야말로 이 문어 아저씨랑 같이 일하는 겁니까?"


둘은 동시에 내게 물어왔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하하··· 앞으로 함께 일할 파트너입니다. 우선 들어가시죠."


나는 둘의 등을 쓰담거리고는 빌딩 안으로 함께 들어갔다.


신축이라 그런지 신축 고유의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내부는 흰색 대리석부터 벽지까지 깔끔하게 도배되어 있었다.


박 이사와 정호석도 신기한 듯 건물 곳곳을 둘러봤다.


그리고 언제든 업무에 바로 투입이 될 수 있도록 최고급 목재로 된 사무용 가구들을 전문 업체에게 의뢰해 미리 셋팅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모든 것이 만들어졌다.

역시··· 돈이 최고라니까.


"이 곳도 민규 씨 건물입니까?"

"박 이사님께서 제안에 응해주셨는데 이 정도 수준은 마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저희가 쓰기에는 좀 큰 것 아닌가 싶네요."

"지금의 빌딩 공간이 부족해지도록 계속해서 키워가야겠죠. 우선, 다들 잠시 이 쪽으로 들어오시죠."


나는 그들을 데리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2층 회의실.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세 잔 내려 각 자리 위로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둘에 대한 소개를 진행했다.


"이 쪽은 박준혁 이사입니다. 일전에 한 번 뵌 적 있죠? 앞으로 설립할 투자 회사의 대표이사입니다."

"투자 회사요?"


처음 듣는 소리에 정호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과장님께 흥신소보다 더 많은 돈을 드리겠다고요."

"그럼, 이 회사에 제 역할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정 과장님은 서울 일대에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잘 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때로 그 정보들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고요. 그리고 박 이사님은 저희의 자산을 훌륭하게 잘 굴려줄 사람입니다."


정호석은 상황 판단이 빠른 사람이었다.

처음에 그를 경계했지만 그 경계심을 곧장 누그러트리고는 고개를 숙였다.


"제가 실례가 많았습니다. 후광이 유독 빛이나더라니. 대단하신 분을 제가 몰라뵀습니다. 저는 정호석입니다."

"하하, 아닙니다. 저는 박준혁입니다."


박준혁도 굽히고 들어오는 정호석의 모습에 화가 누그러졌다.


둘 사이에는 레이저라도 쏠 기세였던 눈빛은 사라지고, 하회탈 같이 씰룩 웃고 있는 눈빛만이 남아있었다.


정호석은 박 이사와 악수를 나누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투자회사라면 회사 이름이 어떻게 되는거죠?"

"지금부터 정해봐야죠. 그래서 여러분들을 한 곳에 모은 겁니다."


내 말에 박 이사가 말을 이었다.


"그 전에 한가지 분명히 정하고 가야할 게 있습니다."

"그게 뭐죠?"

"민규 씨··· 아니, 이제는 호칭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네?"

"제가 겉으로는 창립할 사모펀드의 대표이사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대표님은 민규 씨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처럼 이사라고만 불러주시고, 앞으로 저는 민규 씨를 대표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하하, 사실 저도 민규 씨라고 부르는 게 호칭이 영 불편하더라고요."


정호석도 박 이사의 말에 동조했다.

둘은 어느새 죽을 맞추고 있었다.


대표라.

내 인생의 마지막 대표가 언제더라.


초등학교 4학년때.

그러니까 한달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반장을 시켜줄 때가 마지막 대표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때 학우들에게 해줬던 건 햄버거를 돌렸었지 아마.

없는 형편에 햄버거라니.

돌이켜보면 어머니도 떼 쓰는 내가 창피하지 않기 위해 무리했던 것 같다.


대표라는 건 그런거다.

햄버거 같이 사소한 것부터 본인들에게 무엇을 줄 지 기대하게 하는 자리.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 비난은 고스란히 대표의 몫이다.


그러니 주식에서도 주가 부양 못한다고 대표들 욕 먹는 걸 오죽 봤나.


"저도 대표라는 단어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박 이사님과 정 과장님의 생각이 그러시다면 그렇게 불러주시죠."


나는 굳이 마다하지 않기로 했다.

자리에는 책임이 따르기도 했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을 믿어보기로 했으니까.


내 말에 박 이사와 정호석이 박수를 치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고는 다시 박 이사가 말을 이었다.


"그럼, 대표님께서 혹시 생각해두신 회사 이름이라도 있으십니까?"

"흠··· 각자의 목표가 뚜렷한 것 같으니 Goal Invest 어떻습니까."


내 말에 박 이사가 표정관리를 못하고 미간을 좁혔다.


묻지를 말던가.


정호석이 한 켠에서 골똘히 생각하고는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 손가락을 튕겼다.


"각자의 목표! 좋은 말씀이십니다."

"하하, 그렇죠? 그럼 역시 Goal Invest로···"

"아니요. 그건 조금 구립니다."


정호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나는 단 한번도 그가 선택한 차가 구리다고 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그럼?"

"저의 목표는 오로지 돈이고, 박 이사님의 목표는 오로지 명예. 그리고 대표님의 목표는 이 모든 걸 아우르는 재벌이지 않습니까? '오로지'의 의미를 담은 Only Invest 어떻습니까?"


말을 하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에 정호석은 각자 품고 있던 목표들을 간파했다.

나름대로 사람 보는 눈도 있는 건가.


정호석의 말에 박 이사는 자신의 두피를 쓸어넘기며 대답했다.


"그대로 번역하자면 오직 투자라, 좋은데요?"


박 이사의 말이 끝나자 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내게 향했다.


Only Invest.

나쁘지 않으니 된 건가.


"저도 좋습니다."

"그럼, 본격적인 얘기를 나눠볼까요?"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투자와 관련된 얘기를 나눴다.


첫 타겟은 은양 기업.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곧 가지게 될 리튬 몽골 광산이었다.


나는 그에게 조심히 물었다.


"박 이사님께서는 은양의 주가를 매입할 적기는 언제라고 보십니까?"


어차피 비트코인을 매도해야 시드머니가 생기기에 지금 당장 매수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시점은 언제쯤인지 궁금했다.


"적어도 지금은 아닙니다."

"왜죠?"

"지금은 가치가 아니라 차트를 볼 때니까요. 너도 나도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든다고 선언한 탓에 슬슬 거품이 끼어지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더 오를 수는 있겠지만 이내 조정에 들어갈 겁니다. 그리고 그 조정은 꽤나 길어질 겁니다."

"근거가 있습니까?"

"나라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습니다. 그렇기에 그 돈들이 전부 주식시장으로 몰렸죠. 이내,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끝 없는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겁니다. 모두가 공포에 내던질 때. 그 때가 저희가 사야 할 적기입니다."

"하, 하하."


잠깐의 대화였지만 대화 속에서 느낀 감정은 하나였다.

경이롭다.


투자의 규칙은 간단하다.

저점에서 사고 고점에서 판다.

하지만 나는 고점만을 알고 저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이제 찾았다.

저점 판독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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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힐링 여행(1) +11 24.09.14 7,745 158 12쪽
30 30화. 일론 마스크(3) +7 24.09.13 8,095 165 12쪽
29 29화. 일론 마스크(2) +12 24.09.12 8,759 165 12쪽
28 28화. 일론 마스크(1) +13 24.09.11 9,668 187 11쪽
27 27화. 재벌의 품격 +16 24.09.10 10,654 194 12쪽
26 26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2) +18 24.09.09 11,142 198 12쪽
25 25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1) +12 24.09.08 11,757 194 12쪽
24 24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12 24.09.07 11,963 193 12쪽
» 23화. Only Invest +11 24.09.06 12,429 208 12쪽
22 22화. 최고의 인복(2) +8 24.09.05 13,008 199 12쪽
21 21화. 최고의 인복(1) +13 24.09.04 13,108 214 12쪽
20 20화. 생명의 은인 (2) +9 24.09.03 13,425 217 12쪽
19 19화. 생명의 은인(1) +13 24.09.02 13,816 203 12쪽
18 18화. 최고의 복수 +13 24.09.01 14,022 219 12쪽
17 17화. 너, 내 동료가 돼라. +10 24.08.31 13,430 205 12쪽
16 16화. 밧데리 아저씨(3) +8 24.08.31 13,640 229 12쪽
15 15화. 밧데리 아저씨(2) +8 24.08.30 13,942 225 12쪽
14 14화. 인턴, 네 손에 달렸어 +16 24.08.29 14,191 226 12쪽
13 13화. 밧데리 아저씨(1) +13 24.08.28 14,523 2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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