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임플로이
그림/삽화
연재 08:20
작품등록일 :
2024.08.16 13:10
최근연재일 :
2024.09.17 08:2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450,373
추천수 :
7,291
글자수 :
181,669

작성
24.09.04 08:20
조회
13,108
추천
214
글자
12쪽

21화. 최고의 인복(1)

DUMMY

"오늘 들어온다고 했나?"


정우식 부장을 마주한 지 이틀이 지났다.

그리고 오늘.

한수지가 본사로 직접 들어오는 일정이 조율됐다.


"네, 오후 2시입니다."


서 팀장은 기지개를 쭉 켜고는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끗 쳐다봤다.


"슬슬 준비해야겠네. 사장실로는 내가 직접 모시고 올라갈게."

"알겠습니다. 마중까지는 제가 함께 따라가겠습니다."

"그래, 그럼."


그 말에 맞춰 정호석으로부터 문자가 들어왔다.

[5분 뒤 도착입니다.]


"팀장님. 5분 후 도착이라고 연락 왔습니다."

"그럼, 내려가볼까."


엘리베이터 안.

단 둘만이 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 그런지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서 팀장은 헛기침을 하고는 입을 뗐다.


"신기하긴 하군."

"어떤 게 말입니까."

"연예인이랑 친분이 있다는 게. 어떻게 알게 됐다고 했지?"

"말씀드리기는 좀 곤란한데, 여차 계기가 있었습니다."


말을 대충 둘러댔다.

몰카범으로 몰렸다라는 이야기는 절대 못하지.


"흠, 그래? 신기하군."


서 팀장은 고개만 한 번 갸웃거리고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애초에 궁금해 할 성격도 어니었다.

그저 할 말이 없어 뱉어낸 말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들이 어떻게 친해졌는지가 아니라, 그 한수지 자체였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한수지를 기다리는 사이 먼발치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아내며 달려오는 아방떼N 차량이 서 팀장의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다행히 정호석이 조치를 빨리 해줬던터라 시끄러운 배기음을 없애 요란한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설마 저 차는 아니겠지?"


하하.

역시 일반인들의 눈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겠지.

백 번 양보해서 이해할 수는 있다쳐도 한 때 탑스타가 저 안에 있을거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아쉽게도 맞습니다."

"역시 대단하군."

"네?"


내 귀를 의심했다.

방금 뭐라고.


"저런 개성을 뽐내야만 연예인을 할 수 있는건가? 홍보 팀장으로서 저런 점은 배워둘 필요가 있겠어."


나는 그의 뒤에서 고개를 저었다.

순간 고민했다.

이 회사도 떠나야 하나.


차량이 에코포로 본사 입구 앞에 정차했다.

뒷좌석에서는 한수지가 문을 열고 내렸다.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홍보팀 서태석 팀장입니다."


서 팀장은 명함을 한 장 꺼내 한수지에게 건넸다.

한수지는 그 명함을 받아들며 대답했다.


"한수지에요."

"그럼, 이 쪽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안내를 팀장님께서 하시나요?"

"네?"

"저는 민규 씨가 했으면 하는데. 괜찮으시죠?"

"하하, 그게 회사라···"

"회사는 회사고, 저는 회사원이 아니잖아요?


따지고보면 맞는 말이었다.

한수지가 굳이 회사의 체계를 따를 필요는 없었으니까.

대신 난감해지는 건 서 팀장이었다.


사장실로 인턴이 안내를 하러 들어간다면 소설이라도 욕을 먹을 게 분명했다.


"그럼, 저희 팀 인턴이 안내하는 걸로 하고 제가 함께 동행하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까?"

"인턴이요?"


인턴이라는 단어에 한수지가 의아한 듯 되물었다.


"네, 최근에 입사해서 수습을 밟고 있죠."

"말도 안 돼. 얼굴을 봤을 때 어디 재벌가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인턴이라니."


놀란건지, 무시하는 건지.

한국말이지만 해석하기 참 어렵다.


한수지는 곰곰히 생각하고는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도와줘야겠군."

"네?"

"아니에요. 늦었으니 빨리 안내해요."


내가 서 팀장을 쳐다보자 서 팀장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직접 안내하겠습니다. 이 쪽으로 오시죠."


한수지는 옅은 미소를 띠우고는 내 안내에 맞춰 따라왔다.

나는 조용히 그녀에게 속삭였다.


"식당에서 얘기했던 것 기억하시죠? 제발 오늘은 묻는 말에만 대답하는거에요. 허튼 이야기 하지말고."

"참, 별게 다 걱정이라니까. 걱정하지마요. 제가 또 한 센스 하니까."

"센스?"


저 센스가 어떤 센스인지 알았더라면··· 이 때 말렸어야 했다.


***


"일층에 한수지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사장실.

같은 시각. 그 안에서도 정우식 부장이 이상빈 사장에게 내용을 보고했다.


"재밌네요. 진짜로 연예인을 섭외해 올 줄이야. 서 팀장 업무 능력이 그렇게 좋았나?"

"서 팀장이 아닙니다."

"뭐?"

"인턴입니다."


인턴이라는 단어에 이상빈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핫! 역시 아버지가 괜히 넣은 게 아니라니까. 그 친구한테 사람 한 명 붙여봐요.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확인 해 볼 필요는 있겠네요."

"알겠습니다."


똑- 똑-


사장실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사장님. 홍보팀 서태석 팀장입니다. 한수지 씨 모셔왔습니다."

"들어오세요."


문여 열리며 서 팀장과 한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수지를 보자 정 부장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어떻게든 절로 피어오르는 미소를 참아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잠시 후, 그들의 뒤로 김민규가 함께 나타났다.

그 모습에 미소를 짓고 있던 정 부장의 미간이 절로 좁혀졌다.


"서 팀장. 지금 사장님실로 인턴을 데려온 건가요?"

"냅두세요. 자라라는 새싹인데 이런 것도 경험해보고 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이상빈 사장이 정 부장을 말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다시.


"어서 오세요. 에코포로 총괄기획실장 이상빈 사장입니다."

"한수지라고 합니다."

"우선, 이 쪽으로 앉으시죠. 정 부장님은 밖에 직원에게 차 좀 내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이상빈과 한수지가 서로 맞은편에 착석했다.

한수지의 양 옆으로는 나와 서 팀장이 자리했다.


뒤이어 정 부장이 차를 주문하고는 다시 사장실로 들어오자.


"어라?"


한수지는 정우식 부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에 이상빈 사장이 말을 이었다.


"저희 정우식 부장을 아시나요?"

"흐음,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데. 굉장히 낯이 익어요."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 정우식 부장의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어이.

왜 부끄러워하는거냐고.


회의실에서의 강렬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수줍은 미소녀에 빙의된 40대 남자만이 남아있었다.


"사람 잘못 보셨을 겁니다."

"그런가요? 죄송해요."


정우식은 본인이 팬클럽 부회장이라는 사실을 숨겼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공과 사를 구별해야해서 아는 척 하지 못해 미안해요. 여기는 회사니까요.'


그는 아련한 표정을 한 채 한수지를 바라봤다.

한편, 이상빈 사장도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한수지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 시선에 한수지도 이상빈을 쳐다봤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하하, 아닙니다. TV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미인이셔서 잠시 실례했네요."

"그런 소리라면 예전에 지겹게도 많이 들었었죠."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굳이 안해도 되는 말들을 하는 것 보니.


"그런데 조금 궁금하네요. 지금 다시 방송에 복귀한다고 해도 러브콜이 쇄도할텐데 저희 에코포로의 홍보 모델을 선택하신 이유."


사실상 제조업에서 홍보 모델을 세우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이 B2B(Business to Business) 사업이다 보니, B2C (Business to Consumer)와는 다르게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기 때문에 큰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어서기도 했다.


"굳이 이유라고 한다면 친구의 부탁 때문이라고 해두죠."

"친구의 부탁? 저기 인턴 사원이 친구라는 말인가요?"


이상빈은 흥미롭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네, 저를 복귀할 수 있게 도와준 절친한 친구에요. 그래서 말인데 여기 사장님이라고 하시니까 저도 부탁 하나만 드릴 수 있을까요?"

"뭐죠?"

"제가 잘 모르지만 인턴이라면 정규직 전환이 안 될수도 있는건가요?"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럼 정규직 전환 바로 시켜주세요."

"하하, 친구를 챙기려는 한수지 씨의 마음은 이해는 됩니다만 회사는 체계가 있는 법입니다. 민규 씨의 업무 역량이 우수하다고 판단 된다면 회사에서는 그에 맞는 평가를 내릴 겁니다."

"저를 뎆고온 게 업무 역량이 우수하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학연이든 지연이든 혈연이든 말이죠."


둘의 대화 속에 사장실에 남아있는 인원들은 모두 긴장한 채 숨을 죽였다.

중간에 껴들어 이상빈 사장의 심기라도 건들인다면 어떻게 될 지 불 보듯 뻔했다.


"그게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다보니···"

"그럼, 저 안 할래요."

"네?"


이상빈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서 팀장은 자신의 귀를 확신했고 고개를 푹 떨궜다.

'끝났구나.'


하하.

역시 회사를 떠나야겠다니까.


"제가 아무런 비용도 받지 않고 홍보해주는 건 합리적인건가요?"

"저희는 한수지 씨가 필요한 게 아니라 연예인이 필요한 거였습니다. 한수지 씨가 촬영에 응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홍보팀에서 져야겠죠."

"어머, 그런가요?"

"홍보팀은 본인들의 역할을 완수하지 못한거니까요. 회사는 그런 사람들은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네, 알겠어요.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나볼게요."


한수지는 자리에서 미련없이 일어났다.

그러고는 다시.


"참, 방금 사장님께서 말씀하셨던 발언이 너무 인상 깊은데 먼 훗날 인터뷰 때 인용을 조금 해도 될까요?"

"뭐라고요?"


이상빈 사장이 자리에 앉아 한수지를 올려다봤다.

그래서인지 그의 이마주름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뭐, 가령 이런거죠. 회사라는 조직은 대단하면서도 무서웠다. 지인의 부탁으로 무료로 모델을 해주는 대신 여러 조건들을 제안했다. 회사에서는 그 부탁은 들어줄 수 없다고 해서 홍보모델을 못하겠다고 하자 그 책임은 고스란히 홍보팀이 져야한다고 했다. 이런 수준의 인터뷰 어떠세요? 대신 기업명은 모자이크로 해드리죠."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말렸다.

이상빈 사장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화내면 지는거다라는 말이 있듯, 한수지의 발화법이 이상빈 사장을 충분히 자극시켰다.


"여기서 혹시, 제가 잘못 들은 내용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그 내용은 수정토록 하죠. 그럼, 이만."


한수지가 고개를 숙이고 사장실을 벗어나려던 찰나.

이상빈 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겠습니다."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한수지는 옅은 미소를 띠우고는 고개를 돌렸다.


"네?"

"한수지 씨의 제안을 들어드릴테니 일단 앉으시죠."

"그럼, 다시 이야기 해볼까요?"


한수지는 마치 승기를 잡았다는 듯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직원들만 있었더라면 그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났겠지만 공인이 있던 만큼 그는 화를 억눌렀다.


그녀는 다시금 구두굽 소리를 내며 자리로 착석했다.

이상빈 사장은 목이 탔는지 앞에 놓인 수염차를 그대로 들이켰다.


"원하시는 게 김민규 씨의 정규직 전환입니까?"

"그리고 제가 출연함으로써 에코포로가 널리 알려진다면 민규 씨 뿐만아니라 홍보팀 전체에게도 메리트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알겠습니다. 저희가 숙고해서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죠."

"그런데 전환되면 사원부터 시작하는 건가요?"

"통상 그렇죠."

"사원 다음은 대리인가요?"


온갖 드라마를 다 섭렵했던 만큼 한수지는 드라마에서 봤던 회사 직급체계를 기억해냈다.


"맞습니다."


불길한 느낌이 다시 들기 시작했다.

사장님께서 정규직 전환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왜 계속 묻는거지?


"그럼, 대리부터 시작시켜주세요. 일종의 특진?“

"예-?"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동시에 말이 터져나왔다.


서 팀장.

눈이 저렇게 컸었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혼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이혼남 위자료 받았습니다. +1 24.08.26 12,177 0 -
34 34화. 도박의 눈(2) NEW +12 19시간 전 4,043 110 12쪽
33 33화. 도박의 눈(1) +9 24.09.16 5,935 132 12쪽
32 32화. 힐링 여행(2) +10 24.09.15 6,938 157 12쪽
31 31화. 힐링 여행(1) +11 24.09.14 7,747 158 12쪽
30 30화. 일론 마스크(3) +7 24.09.13 8,095 165 12쪽
29 29화. 일론 마스크(2) +12 24.09.12 8,762 165 12쪽
28 28화. 일론 마스크(1) +13 24.09.11 9,670 187 11쪽
27 27화. 재벌의 품격 +16 24.09.10 10,655 194 12쪽
26 26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2) +18 24.09.09 11,143 198 12쪽
25 25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1) +12 24.09.08 11,757 194 12쪽
24 24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12 24.09.07 11,965 193 12쪽
23 23화. Only Invest +11 24.09.06 12,430 208 12쪽
22 22화. 최고의 인복(2) +8 24.09.05 13,008 199 12쪽
» 21화. 최고의 인복(1) +13 24.09.04 13,109 214 12쪽
20 20화. 생명의 은인 (2) +9 24.09.03 13,426 217 12쪽
19 19화. 생명의 은인(1) +13 24.09.02 13,817 203 12쪽
18 18화. 최고의 복수 +13 24.09.01 14,025 219 12쪽
17 17화. 너, 내 동료가 돼라. +10 24.08.31 13,432 205 12쪽
16 16화. 밧데리 아저씨(3) +8 24.08.31 13,642 229 12쪽
15 15화. 밧데리 아저씨(2) +8 24.08.30 13,943 225 12쪽
14 14화. 인턴, 네 손에 달렸어 +16 24.08.29 14,191 226 12쪽
13 13화. 밧데리 아저씨(1) +13 24.08.28 14,525 222 12쪽
12 12화. 이렇게 만나네?(2) +14 24.08.27 14,945 226 13쪽
11 11화. 이렇게 만나네?(1) +47 24.08.26 15,773 225 13쪽
10 10화. 내가 스토커라고? +24 24.08.25 15,738 235 12쪽
9 9화. 이혼 후 연애··· 대행(3) +15 24.08.24 15,707 265 12쪽
8 8화. 이혼 후 연애··· 대행(2) +8 24.08.23 15,879 265 12쪽
7 7화. 이혼 후 연애··· 대행(1) +22 24.08.22 16,630 238 12쪽
6 6화. 이혼 후 나락(2) +19 24.08.21 17,189 25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