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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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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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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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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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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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힐링 여행(2)

DUMMY

샌프란시스코에는 참 볼거리가 많았다.


인공 호수와 돔 지붕이 인상적인 건축물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

세계에서 가장 구불구불한 거리로 유명한 롬바드 스트리트.

아찔한 경사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급커브 사이사이로 다채로운 꽃들이 뒤덮여 있었다.


우리는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는 그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선선한 바람에 맞춰 꽃들이 마치 행사장 풍선같이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내면에 숨어있던 소녀감성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정말 예쁘지 않아요?"

"저요?"

"점장님."

"죄송해요. 농담이에요."


아까부터 되도 않는 농담을 하고 있는 이나연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재벌가는 원래 이렇게 재미가 없는건가.


이나연은 민망한지 갑자기 꽃들이 많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러고는 내게 오라는 듯 손짓했다.


"민규 씨. 이 쪽으로 와요. 여기서 사진 한 장 찍어요!"

"찍어드릴게요."

"아이 참. 여기로 와보라니까요."


이나연은 한 외국인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는 내 소맷자락을 붙잡고 꽃들 사이에서 자세를 취했다.


"하나, 둘, 치즈!"


찰칵-!


이나연은 사진을 보고는 므훗한 미소를 지었다.


"사진 잘 나왔죠?"


잘 나오긴 했다.

물론 본인만.


"저는 눈이 감겼는···"

"배고파요. 이제 점심 먹으러 가요."


참.

그녀에게는 아이같은 모습이 역력했다.


***


"그런데 정말 점심으로 햄버거 괜찮으세요?"

"네, 없어서 못 먹죠. 민규 씨가 한 번은 꼭 먹어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저야 그렇지만, 점장님은···"

"저도 좋아요."


의외였다.

저 정도 몸매 관리를 하려면 평생을 샐러드만 먹을거 같았는데.

무엇보다 재벌가라면 음식들을 어느정도 가려 먹을 줄 알았다.


하긴.

신성전자 이재영 부회장도 최근에 뇌물혐의로 조사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먹었던 게 치킨이었나.


미국 서부의 대표버거.

슈파두파.


체인점이 서울에 있다고는 하지만, 햄버거의 성지라고도 불리는 미국에서 직접 먹어보고 싶었다.


"Super Duper Burger, Super Cali Burger, French Fries, Fountain Drink 주시겠어요?"

"27 달러입니다."


나는 계산을 하고, 메뉴를 받아 이나연이 미리 맡아 둔 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겼다.


"의외네요. 햄버거 같은 건 잘 안드실 줄 알았는데."

"이거 봐바요. 제가 얼마나 잘 먹는지."


그녀는 입을 크게 벌어트리며 햄버거를 크게 한 입 베어물었다.

이나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하아- 이게 다 몇 칼로리야. 오늘부터 다이어트 특훈이다.'


김민규가 햄버거를 먹고 싶다는 말에 이나연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혹시나 본인이랑 맞지 않다고 생각할까봐.


햄버거를 잘 먹는 모습을 보니 역시 데려오기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다 뿌듯하네.


"여기 튀김도 맛있어요. 한 번 드셔보세요."


감자튀김을 트레이에 쏟아 내고는 그녀의 자리 앞으로 내밀었다.


햄버거와 감자튀김의 조합이라.

언제봐도 환상이란 말이지.


"하하··· 아니에요. 민규 씨 드세요."

"감자튀김은 싫어해요? 역시 햄버거 말고 다른 걸 먹을 걸 그랬나 봐요."


이나연은 시무룩해지는 김민규의 표정을 보고는 다급히 감자튀김을 집어들었다.


"아니에요. 저 감자튀김도 엄청 좋아해요. 이거 봐바요."


그녀는 이번에는 감자튀김을 가득 집고는 그대로 입에 털어넣었다.


"정말이네요? 목 메이겠어요. 여기 콜라도 마시면서 드세요."


그녀가 혹시 체하지는 않을까 싶어 급히 콜라를 건넸다.

이나연은 콜라를 받으며 생각했다.

'이 X끼··· 일부러 그러는건가?'


햄버거를 먹으며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실리콘벨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다들 한 손에는 햄버거를 그리고 다른 한 손은 노트북을 오가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쉣! 왜 안되는거야!"


그 때, 맞은편 테이블에서 한 남자가 소리를 내질렀다.

그 소리에 나와 이나연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의 노트북 화면에는 알 수 없는 수식어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개발자인 것 같은데요?"

"개발자요?"

"구굴에서 이번에 LaMDA(Language Model for Dialogue Applications)라고 대화형 대형 언어 모델을 개발하면서 여러 벤처캐피탈들이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회사에 대해 투자를 지속 해오고 있어요. 그래서 개발자들도 LL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죠."


그녀의 대답에 나는 계속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LaMDA고 LLM이고 생소한 단어 투성이었다.


맞은편 테이블에서는 두 남자의 대화가 한창이었다.


"진정해 다니엘. LaMDA 개발 때를 떠올려."

"너나 떠올려 노암. 트랜스포머를 기억하라고."


트랜스포머.

내가 아는 트랜스포머는 자동차가 변신하는 것 밖에 없었다.


미간을 한참 좁히고 있던 노암이라는 남자는 대화를 하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시선에 나는 혹여 시비라도 걸릴까 싶어 급히 고개를 숙였다.

영상 속에서만 보던 미국은 눈만 마주치면 싸웠던 것 같은데.


노암이라는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터벅- 터벅- 내 앞으로 걸어왔다.


"헤이-"


젠장.

이미 늦은건가.

평소 런닝을 많이 했던터라 달리기에는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이나연.

그래도 여자는 때리지 않을테니, 우선 나 혼자라도 도망치는 게 맞겠지.


빨리 가서 경찰을 불러오리라 결심하던 순간.


"무슨 일이시죠?"


이나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노암을 바라보며 당당히 대답했다.


"하하, 이거 뭔가 오해가 생긴 것 같네요. 갑작스레 말을 걸어와서 죄송합니다. 일론 마스크의 트위터에서 본 사람들 같아서요."


노암, 그는 무표정일때는 마치 한때 이종격투기를 섭렵했던 러시아 격투기 선수 효도르를 연상케 했는데 환히 웃자 밧데리 아저씨 박 이사를 떠올리게 했다.


그나저나 나 방금 좀 하남자 같았는데.

나도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노암을 마주했다.


뒤이어, 다니엘도 우리가 있는 자리로 다가와서는 나와 이나연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맞네. 마스크 트위터에 올라온 사람들."


그들은 마치 일론 마스크를 안다는 듯 친숙하게 이름을 불렀다.


"일론 마스크를 아시나보네요?"


이나연의 물음에 노암이 기가 차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알다마다요. 오픈 AI에 내가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줬는데. 이것도 인연인데 마스크 뒷담도 깔 겸 합석해도 되겠습니까?"


이나연은 내 결정을 따르겠다는 듯 나를 힐긋 바라봤다.


일론 마스크를 저렇게 부를 사람들이라면, 평범한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잠깐의 대화정도야 괜찮겠지.


"얼마든지요."


내 말에 노암이 씨익- 웃고는 다니엘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우선 우리 소개를 정식으로 할께요. 여기는 다니엘, 구굴에서 람다(LaMDA) 개발을 이끌었던 주역 중에 한명이죠."


노암의 소개에 다니엘은 멋쩍은 듯 인중을 스윽 비볐다.


"그리고 저는 노암입니다. 한 때 오픈 AI에서 아키텍쳐 연구원이었었죠."

"저는 민규 킴입니다."

"저는 나연 리에요."


우리는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그러고는 다시.


"그런데, 아까 무슨 프로그램 개발을 하고 있으신 것 같던데 어떤 내용인지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내 물음에 노암과 다니엘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직 개발 단계에 있긴 하지만, 저희는 AI 챗봇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그들은 앞에 놓인 콜라를 마시고는 본격적으로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AI 챗봇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희가 포커싱한 것은 외로움과 그리움의 감정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챗봇은 그 감정들을 해소시켜드릴 수 있죠."


캐릭터닷AI.

엘리자베스 여왕, 일론 마스크, 드레이코 말포이까지.

사용자가 '캐릭터'를 생성하고 '성격'을 만든다.

그리고 특정 매개변수를 설정해 '채팅 대화'가 가능하다.


가상의 인물이든 현실의 인물이든 모든 설정이 가능하고 그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오로지 사용자의 몫.


나는 그들의 설명을 한참 듣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리움과 외로움···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죠? 세상에는 보고싶지만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문득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났다.

고작 채팅이겠지만, 그리고 실재하는 것도 아니지만.

챗봇AI를 통해서라도 엄마와 대화를 할 수만 있다면 그 또한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눈가에 우수가 맺혔다.

내 눈치를 봐서인지 분위기가 잠시 가라앉았다.


"죄송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좀 해서. 노암과 다니엘의 꿈이 부디 이뤄지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저도 응원할게요."


다니엘은 뭔가 할말이 있는 것처럼 입을 꿈틀거렸다.

그러고는 조심히 운을 떼기 시작했다.


"저, 실례지만 민규 킴과 나연 리의 직업에 대해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직업이요?"


갑작스런 질문에 이나연은 궁금하다는 듯 되물었다.


"네, 저희는 직업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민규 킴과 나연 리에 대해서는 소개를 못 들은 것 같아서요."

"아, 저희는 한국에서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아쉽게도 노암과 다니엘 같이 대단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렇군요."


그는 실망한 듯 축 처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지.

뭔가를 바라고 있었던건가.


노엠은 그런 다니엘의 어깨를 다독이며 대신 말을 이었다.


"하하, 다니엘. 사람들 무안하게 왜 그래."

"죄송합니다. 사실은 저희가 투자자를 찾고 있거든요."

"투자자요?"

"지금이야 개발 단계지만, 성공 조짐이 보이면 조만간 스타트업을 창업할 겁니다. 그러려면 결국 막대한 비용이 수반될텐데 적절한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혹시 마스크와 사진을 함께 찍었길래, 저희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나연은 이제야 상황이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요. 도움을 드리 못해 죄송···"

"필요하다는 투자금액이 얼마죠?"


내 물음에 이나연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당황한건 다니엘과 노암도 마찬가지.


"투자금액이요?"

"필요한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분명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우선, 금액만 말씀해주시죠."

"저희가 필요한 금액은 약 1억 5천만 달러정도입니다."


나는 잠시 턱을 어루만지며 고민했다.


캐릭터닷 AI.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정확히는 내 감성을 공략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거다.


이나연이 옆에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것만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나는 자켓 안 깊숙이 숨겨둔 명함 두 장을 꺼내 그들에게 건넸다.


"다시 소개드리죠. Only 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민규 킴입니다."

"Only 인베스트먼트요?"


명함을 받아본 노암과 다니엘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내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이나연의 눈도 크게 떠졌다.


당황할만도 하겠지.

처음에 거지 행색을 하고 뽀르쉐 매장에 들어갔던 게 엊그제 같은데 갑자기 대표이사라니.


그녀는 김민규가 건넨 명함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민규 씨··· 사기꾼이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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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도박의 눈(2) +16 24.09.17 6,763 154 12쪽
33 33화. 도박의 눈(1) +11 24.09.16 7,638 154 12쪽
» 32화. 힐링 여행(2) +11 24.09.15 8,272 175 12쪽
31 31화. 힐링 여행(1) +11 24.09.14 8,935 170 12쪽
30 30화. 일론 마스크(3) +7 24.09.13 9,130 177 12쪽
29 29화. 일론 마스크(2) +12 24.09.12 9,721 174 12쪽
28 28화. 일론 마스크(1) +13 24.09.11 10,636 201 11쪽
27 27화. 재벌의 품격 +16 24.09.10 11,615 206 12쪽
26 26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2) +18 24.09.09 12,070 211 12쪽
25 25화. 제가 뭘 얻을 수 있습니까(1) +14 24.09.08 12,679 209 12쪽
24 24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12 24.09.07 12,894 205 12쪽
23 23화. Only Invest +11 24.09.06 13,356 225 12쪽
22 22화. 최고의 인복(2) +8 24.09.05 13,938 214 12쪽
21 21화. 최고의 인복(1) +13 24.09.04 14,034 228 12쪽
20 20화. 생명의 은인 (2) +9 24.09.03 14,364 233 12쪽
19 19화. 생명의 은인(1) +13 24.09.02 14,790 216 12쪽
18 18화. 최고의 복수 +14 24.09.01 15,038 233 12쪽
17 17화. 너, 내 동료가 돼라. +10 24.08.31 14,422 215 12쪽
16 16화. 밧데리 아저씨(3) +8 24.08.31 14,635 238 12쪽
15 15화. 밧데리 아저씨(2) +8 24.08.30 14,944 236 12쪽
14 14화. 인턴, 네 손에 달렸어 +16 24.08.29 15,199 236 12쪽
13 13화. 밧데리 아저씨(1) +14 24.08.28 15,569 2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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