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잠하는 기억
아··· 이제 내가 뭐하러 여기 있는 지도 모르겠다.
기억도 안 난다.
처음 이 함선을 탔을 때는 어리버리 했고,
조금 나아진다 싶으니
블랙홀에 휩쓸려 나 혼자 남았다.
내가 함장 권한 대행이라는 기쁨도 잠시,
우주는 공허 그 자체이다.
위치도 모르는 어느 심우주에
내가 발 뻗을 공간은 없었다.
팽창하는 우주 속 내 마음은 찢어져만 가는 것 같다.
함선 망원경을 돌려 쌍성계를 바라본다.
골디락스 존에 위치한 몇몇 행성이 보인다.
더
더
더
줌인을 해본다.
더
더
더
생물체가 보인다.
기괴해 보이기도 하지만
즐거워 보인다.
석회수가 넘실거리고
그 위를 어떤 날렵하게 생긴
비행체가 스쳐 지나간다.
가족으로 보인다.
5, 6명이 서로 어울려 장난치는 것 같다.
이 나약한 행정병은
이 나약한 추진기관은 저 쌍성계 석회수에 몸을
실을 수 없다.
그저 희미한 잔상만 몸에 그리며 추억할 뿐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부모님이 보고 싶다.
외계문명을 발견한 첫 번째 사람이지만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지구는 어디 있을까?
나는 어떻게 살아있는 걸까?
함교로 저 우주를 내려다볼 때면 그 광활함에
압도된다.
그래, 저 불빛, 저 별들, 저 무수한 성운들이
나를 부르고 있잖아
내가 있을 곳은 저기라고
우리는 저기에 있다고
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끝없이 과거의 잔상을 터트리고 있네
내 과거는 너희의 미래이고 내 현재는
과거의 추진체인거야.
“안 그래?”
- 맞습니다 -
나는 이 우주를 부유하고 있는 거지.
“전파는 잡혀?”
- 전파를 다시 정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래?”
- 예. 우리가 쓰는 단파와 저들이 쓰는 것은 다른 것 같습니다 -
“어느 정도의 시간이면 되겠어?”
- 미정··· 애초에 찾을 수 있는 지도 불분명 -
- 프로토콜도 알 수 없음 -
“그러겠지.”
“근처 우주항을 찾아보자.”
- 가능? 우리의 목표는 해도 작성입니다. -
- 우주항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함선의 동력 대부분을 망원경으로 돌려야 합니다 -
- 전파망원경을 사용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조치들도 필요합니다 -
“우리에게는 나침반이 필요해.”
“방향 없는 지도는 무의미해”
“나도 지쳤어”
“많은 행정병들이 함 인원보고로 머리가 터져나갔다면”
“나는 그 적막에 몸부림치고 있는 중이야”
“내가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났는지도 이제 알려달라고 하지 말라고 당부했잖아.”
- 예, 그렇습니다 -
“그걸 알게 되면,
고향이 더이상 고향이 아니고
돌아갈 내 집이 없다는 사실이
날 무너트릴 것 같아서 그래”
“비록 지구에 돌아가지는 못하더라도 그 정보만큼은 전해줄 거야.”
“임무를 마친 후에는 지구 같은 행성에서 앵카를 박아야지, 안 그래?”
- 행운이 함께하길, 여정의 끝까지 같이 하겠습니다 -
“전파망원경 세팅은 어느 정도 걸려?”
- 주요 함 전력 차단은 68시간 후에 하겠습니다.-
“그럼 그때까지는 해도를 계속 작성하고”
“망원경 작동 후부터는 중력렌즈 영향 다 계산한 예상거리 반영해서 기록해놓자.”
- 어펄머티브 -
KL61 항성계
태양의 5배 크기의 항성과 5개의 행성이 있다.
항성 주변에 소행성대가 있으며 5개 행성이 생기고 남은 잔해로 추정된다.
- 작가의말
아… 내용이 기억이 안 납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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