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능력으로 귀농 천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현우
작품등록일 :
2024.08.18 00:54
최근연재일 :
2024.08.26 13:4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092
추천수 :
51
글자수 :
51,402

작성
24.08.18 17:40
조회
365
추천
10
글자
14쪽

길드에서 쫓겨나자마자 능력의 사용법을 알아냄

DUMMY

“우리 길드에서 나가주게.”


길드원 전용 카페테리아에서 여유롭게 모닝커피를 즐기던 나는 하마터면 마시던 커피를 탁자에 뿜을 뻔했다.


솔직히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는 방법이 너무 막돼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충격적인 통보는 보통 듣는 상대가 놀라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시킨 다음에 말해주지 않던가?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커피와 함께 마시려고 들고 온 크림치즈를 바른 베이글을 맛볼 생각이 싹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우리 길드장님, 농담이 심하시네.”


“내가 지금 농담하는 걸로 보이나? 그리고 내가 자네랑 농담 따먹기나 할 짬밥이야?”


“아니, 대체 왜요?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그걸 지금 몰라서 묻나? 자네가 가진 능력이 길드에 전혀 도움이 안 돼서잖아!”


이제 불쌍한 척으로 시간을 버는 것도 한계인가···.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려 어떻게 하면 길드에서 쫓겨나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내가 길드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떠올렸던 134가지 방법 중에 써먹지 않은 방법은 이제 단 하나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꾀병은 이미 써먹었고. 조부모님 기일도 써먹었는데, 어라? 이제 정말로 남은 변명거리가 없는 건가?’


느닷없이 찾아온 절체절명의 위기에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세상은 아포칼립스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세계 곳곳에서 열린 차원문에서 괴물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경찰이나 군대의 힘으로 이들을 막기란 역부족이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초능력을 각성한 인류, 헌터들이었다.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헌터들은 괴물들과 맞서 싸웠고, 고위 랭커 헌터들이 연합해서 창설한 대형 길드들은 기능을 상실한 정부의 역할을 대신했다.


대형 길드들은 우수한 인재를 서로 자신의 길드로 영입하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과거에는 돈 많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는 게 금수저의 조건이었다면, 지금은 희귀하고 강력한 능력을 각성하는 것이 금수저의 조건이었다.


‘제발 백호 길드에 들어와 달라고 사정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말을 바꾸냐!’


지금은 이렇게 꿔다 놓은 보릿자루나 애물단지, 밥버러지 취급받는 나도 과거에는 대형 길드들에서 서로 영입하려고 난리를 피우던 ‘우수한 인재’였다.


헌터가 각성하는 능력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었다.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만 각성할 수 있는 ‘고유능력’과 헌터라면 누구나 각성할 수 있는 일반능력이었다.


일반적으로 고유능력은 일반능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비유하자면, 일반능력을 각성한 헌터의 화염구가 집을 불태울 정도라면, 고유능력을 각성한 헌터의 화염구는 산을 불태우는 정도였다.


고유능력이 일반능력보다 강력한 만큼 고유능력을 각성한 헌터의 수는 너무나도 적었다.


그래서 새롭게 고유능력을 각성한 헌터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대형 길드들은 서로 먼저 영입하기 위해 앞다투어 달려들었다.


나 역시 대형 길드들에서 서로 영입하려고 난리를 피우던 고유능력 각성자 중 하나였다.


그때는 길드 간의 영입 경쟁이 최고점을 찍었을 때라서, 길드장이 직접 나를 찾아와 제발 우리 길드에 들어와 달라며 사정하기까지 했었다.


내가 지금 몸담은 백호 길드가 당시에는 가장 좋은 우대조건을 제시했기에 나는 이곳을 선택했었다.


길드원 전용 5성급 호텔 숙박비 무료, 호텔 조식 뷔페 무료, 카페테리아 브런치 무료, 수영장 무료, 헬스장 무료, 골프장 무료, 스키장 무료, 온천과 사우나 이용권 및 태국식 마사지 무료, 생맥주 리필 무제한 무료···.


그중에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이곳 카페테리아에서 따끈따끈하게 데워주는 베이글이 참 맛있다는 점이었다.


계약금 같은 건 없었지만, 나는 금세 떼부자가 될 줄 알았다.


보통 헌터들은 차원문에서 튀어나오는 괴물들을 해치우고 그 부산물을 팔기만 해도 막대한 재산을 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고유능력을 각성한 헌터들은 돈을 버는 일이 너무 쉬웠기에, 길드에서도 돈으로 헌터들을 영입하려 하진 않았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나를 영업했던 백호 길드는 깨닫게 되었다.


내가 가진 고유능력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쓸모없는 고유능력을 각성한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내가 가진 고유능력의 이름은 ‘조합’이었다.


하지만 능력을 각성한 지 3년째가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나는 이 능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물건을 바닥에 늘어놓고 능력을 사용하면 물건에서 빛이 난다.


그것이 3년 동안 홀로 연구하며 알아낸 내 능력의 전부였다,


과거였다면 아무런 마술적 장치 없이 물건을 빛나게 하는 능력이 신기해 보였겠지만, 지금은 흉악한 괴물이 거리를 활개 치고 사람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아포칼립스의 시대였다.


희귀한 고유능력 보유자라는 이유만으로 길드에서 VVIP 귀빈 대접을 받고 있는데, 그 귀한 고유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게 고작 인간 미러볼 역할이라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듣긴 힘들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제가 이 능력을 활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대체 자네에게 얼마나 더 시간을 줘야 하는 건가? 능력에 관해서 물어볼 때마다 매번 똑같은 소리만 하면서! 길드에 도움도 안 되면서 길드의 귀중한 자원만 축내는 자네를 길드장으로서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네!”


솔직히 말해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내가 가진 고유능력을 연구하는 데에만 투자했다면 지금쯤 내 능력의 진가를 밝혀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일만 하고 살겠는가?


그것도 백호 길드의 빵빵한 지원과 VIP 대우를 받으며 고급스럽게 놀고먹을 기회가 눈앞에 어른거리는 상황에서 말이다.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삼아, 한 일주일 정도만 놀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나의 유흥은 결국 길드장에게 직접 추방 통보를 당하는 오늘까지 이어졌다.


“당장 나가! 지금까지 자네가 낭비한 길드의 재산을 생각하면 자네에게 보상금이라도 뜯어내고 싶지만, 어차피 배상할 돈도 없을 테니 봐준다!”


“하지만···!”


“베이글도 이리 내놔! 자네는 이제 길드원이 아니니까, 베이글을 먹고 싶으면 돈 내고 사 먹으라고!”


결국 나는 변명 한마디 못 해보고 그날부로 백호 길드에서 쫓겨나야 했다.


내가 길드장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사정해서 그렇지, 하마터면 고향으로 돌아갈 차비조차 받지 못할 뻔했다.


“이제 뭐 해 먹고 살지···?”


지방으로 내려가는 차표 한 장을 손에 쥐고, 터미널 한켠의 망가진 벤치에 주저앉아 시외버스를 기다리는 내 입에서는 연신 한숨이 절로 나왔다.


고속도로에서도 심심치 않게 괴물이 출몰했기에 아포칼립스 시대의 차량은 크고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고 있었다.


게다가 웬만한 작은 괴물은 차로 치어죽일 수 있도록 전방에 전투 범퍼가 필수적으로 장착되어 있었다.


괴물도 치어 죽일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차량이라서 일반인은 운전하기조차 힘들었고, 버스를 운전하는 버스 기사 역시 전부 헌터였다.


그래서 나는 백호 길드에서 잘렸으니 버스 기사라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떠올리지도 않았다.


애초에 아포칼립스식 대형차랑 운전은 그와 관련된 능력을 갖춘 헌터만이 가능했고, 유사시 몰려드는 괴물들로부터 승객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전투력까지 필요했다.


이름만 헌터지 물건을 잠시 빛나게 만들 수 있다는 점 외에는 일반인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나를 버스회사에서 고용해줄 리가 없었다.


‘고향에 내려가는 건 오랜만이네.’


버스 뒷자리 창가에 앉아서 나는 멍하니 창밖으로 버스가 도시에서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는 아포칼립스 시대가 오기 전부터 도시에서 벗어나 홀로 은둔생활을 하시던 분이셨다.


갑갑한 도시에서 지긋지긋한 사람들과 매일 마주치면서 사느니, 간섭하는 사람도 없고 책임질 일도 없는 시골에서 속 편하게 사는 게 훨씬 낫다고 말씀하시던 분이셨다.


솔직히 평생을 도시에서만 살아본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특히 아포칼립스 시대가 되어 사람들이 안전한 도시에 모여 살려는 현상이 더욱 심해진 지금, 시골에서 혼자 사는 건 거의 자살행위 취급당할 만큼 위험한 행위가 되었다.


나는 도시의 정신 나간 집값을 감당할 만한 돈이 없으니, 그 자살행위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뿐이었다.


‘설마 이런 시골 외딴곳에 차원문이 열리겠어?’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관리해 줄 사람이 없던 낡은 집은 완전히 폐가가 되어있었다.


징그럽게 자란 넝쿨식물이 집 벽을 뒤덮고, 장마에 한쪽 지붕이 무너져 내려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할아버지께서 살아생전에 매일 돌보시던 200평 정도의 집 앞 텃밭도 마찬가지였다.


발이 걸려 넘어질 만큼 잡초가 어지러이 얽혀 자라고, 빗물에 쓸려나가 흙이 푹 파인 텃밭 한가운데 거대한 바위가 박혀있었다.


할아버지가 내게 물려주신 재산 중에는 집 근처 뒷산도 있었지만, 헐값에 팔아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는 무가치한 땅이었다.


안전한 도시를 떠나 낙후된 지역을 재개발해서 신도시로 만드는 계획 자체가 자살행위로 여겨지는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이제 이 밭을 일궈서 먹고살아야 하나? 평생 농사일 같은 건 해본 적도 없는데···.’


과거에는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멸망 이후에는 백호 길드에서 쫓겨나기 전까지 이래저래 놀고먹기나 하던 나였다.


그랬던 내가 어느 날 느닷없이 농사라는 험한 육체노동을 해야 한다니,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먼저 한숨부터 푹푹 나왔다.


평소에 핸드폰으로 과수원을 운영하며 사과를 수확하는 모바일 게임을 자주 즐기긴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경험이었다.


고작 핸드폰 화면 터치 한 번으로 가상의 사과를 수확하는 것과, 실제 과수원에서 사다리를 타고 나무 위로 올라가 가지에 달린 사과를 전지가위로 수확하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일단 밭을 망치고 있는 것들을 치워야 뭘 심든지 말든지 하겠지?’


더 이상 혼자 신세 한탄해 봐야 상황이 나아질 리 없었으니, 나는 두 팔의 소매를 걷어붙이고 곧장 작업을 시작했다.


밭에서 잡초와 나뭇가지, 조약돌을 제거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힘들진 않았다.


일반인이었다면 밭을 여러 번 왕복해야 했을 테지만, 나는 헌터로 각성하며 얻은 능력을 최대한 활용했다.


헌터로 각성하자마자 누구나 얻게 되는 기본 능력 몇 가지가 있었고, 그중에 하나는 ‘인벤토리’ 능력이었다.


각각의 헌터마다 유한하지만, 고유한 저장공간이 생기는 능력이었다.


조약돌 x100

조약돌 x100

조약돌 x100

조악돌 x32

나뭇가지 x100

나뭇가지 x100

나뭇가지 x12

넝쿨 x100

넝쿨 x52


같은 종류의 물건이라면 최대 100개까지 한 묶음으로 한 칸의 인벤토리에 쌓을 수 있었고, 3x3형태로 배치된 9개의 빈칸이 전부 물건으로 가득 차면 인벤토리에 더 이상 물건을 넣을 수 없었다.


나는 이 능력을 사용해서 쌀 포대 같은 것 없이도 밭을 어지럽히는 것들을 손쉽게 치울 수 있었다.


하지만 강력한 괴물들과 맞서 싸울 때 활용하라고 주어진 인벤토리 능력을 텃밭의 잡동사니를 치우는 데 쓰고 있다는 자괴감에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한때 백호 길드의 유망주로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내가 그 누구도 관심 두지 않는 버려진 텃밭에서 잡초나 뽑고 있다니?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비키니 언니들과 파티를 벌였던 어젯밤이 꿈처럼만 느껴졌다.


‘내 고유능력이 제대로 된 능력이기만 했어도, 이런 신세가 되진 않았겠지?’


다른 고유능력을 각성한 헌터들처럼 내가 가진 고유능력도 전투에 도움이 되는 능력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몬스터를 직접적으로 죽이거나 그들의 발을 묶어놓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니더라도, 하다못해 아군 길드원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었어도 나는 만족했을 것이다.


고유능력을 가진 헌터들은 일반적으로 그렇지 못한 헌터들보다 몇 배는 더 강했으니, 괴물과 맞서 싸울 때 굉장한 활약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 ‘일반적인’ 기준에서 나는 예외였지만 말이다.


“후유···. 이 일도 하다 보니 지치네.”


맨손으로 치울 수 있는 것들은 웬만큼 다 치웠다는 생각이 들 무렵, 나는 텃밭 밖으로 나왔다.


밭 한가운데 제멋대로 돋아난 아름드리나무와 단단하고 거대한 바위는 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치울 방법이 없어 보였다.


인벤토리에 가득 찬 잡동사니들을 밭 바깥에 한 칸씩 쏟아버리다가 나는 한숨을 쉬었다.


백호 길드에서 쫓겨나기 전에 내가 가진 고유능력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냈어야 했다.


그때 뭔가 새로운 방법을 찾았더라면 이렇게 길드에서 쫓겨나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3년간 내가 알아낸 거라곤 고작 능력을 발휘해서 물건을 잠시 빛나게 만드는 방법뿐.


허무한 마음에 나는 인벤토리에 들어있는 잡동사니들을 바라보며 능력을 사용했다.


“어···?”


그 순간, 인벤토리에 일렬로 배치되어 있던 세 묶음의 나뭇가지가 한 묶음의 굵고 단단한 나무막대기로 변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조합 능력으로 귀농 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 24.08.28 17 0 -
9 세상일 쉽지 않네 +1 24.08.26 114 6 12쪽
8 아아, 이것은 품종개량이라고 한다 +2 24.08.25 151 4 12쪽
7 오두막집을 지어볼까? 24.08.24 176 5 12쪽
6 네가 왜 거기서 나와 +1 24.08.23 211 6 12쪽
5 황금 군고구마 +1 24.08.22 226 3 13쪽
4 초스피드로 농사짓는 법 +1 24.08.21 250 5 12쪽
3 세상에서 농사일이 가장 쉬웠어요. +1 24.08.20 287 5 12쪽
2 제발 내 말 좀 믿어주라! +2 24.08.19 311 7 14쪽
» 길드에서 쫓겨나자마자 능력의 사용법을 알아냄 +1 24.08.18 366 1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