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능력으로 귀농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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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
작품등록일 :
2024.08.18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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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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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군고구마

DUMMY

“아, 잘 잤다!”


다음날, 나는 유례없이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밤새도록 돌침대가 내 허리를 뜨끈하게 지져준 탓도 있었지만, 내가 숙면을 취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더는 눈칫밥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백호 길드에 몸담고 있을 때는 VVIP 극빈 대접을 받았기에 몸은 편했지만, 항상 다른 모든 길드원에게 눈총을 받는 입장이었다.


그때는 길드의 재산을 축내면서 정작 이렇다 한 실적은 내지 못하고 있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나로서도 해결법을 알아내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연구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굉장히 억울하면서도 마음이 답답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마음속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그렇게까지 백호 길드에서의 유흥행위에 집착한 게 아니었는지 뒤늦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집착하고 있던 것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야 상황을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았다.


한 병에 수천만 원짜리 샴페인이니, 수영장이 딸린 고급 저택이니 하는 것들에 내가 왜 그리 집착했던 걸까?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시골구석에 들어와서 하룻밤 숙면을 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만족스러운 기분이 드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하루빨리 성과를 내라는 듯이 눈치를 주던 주변 사람들이 눈총을 더 이상 견디지 않아도 되어서 속이 후련했다.


‘그럼, 간밤에 밭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해 볼까?’


이곳에 온 지 고작 하룻밤이 지났을 뿐인데, 어느덧 내 모든 신경은 오로지 밭에 쏠려있었다.


내가 잠드는 동안 밭에 무슨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나는 곧장 내가 이불 삼아 덮었던 외투를 걷어내고, 돌침대에서 내려와 밭으로 향했다.


밭에 도착한 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우려했던 것처럼 간밤에 밭에 뭔가 엄청난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쁜 일은 아니고, 굉장히 좋은 일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게 현실적으로 말이 되는 소린가?


나는 너무 놀라서 굳어버린 채로, 단 하룻밤 만에 수확이 가능할 만큼 커다랗게 자라버린 텃밭의 농작물들을 쳐다보았다.


종자에 따라서는 성격 급한 놈은 하룻밤 만에도 싹을 틔우는 식물이 있다는 사실 정도는 나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룻밤 만에 수확이 가능할 만큼 다 자라는 식물이 세상에 어디 있어?


아무리 농사일에 무지한 나라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식물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알았다.


‘이것도 내가 가진 조합 능력의 힘인가?’


내가 만든 돌삽으로 땅을 헤집었기 때문에, 농작물들이 하루 만에 수확이 가능한 형태로 크게 자라난 건가?


헌터 각성자도 아니셨던 할아버지가 모아두셨던 씨앗들이 특별한 모종이어서 특별하게 크게 자랐을 리도 없었다.


‘잠깐만! 그러면 식충식물도 하루 만에 자라났으려나?’


어젯밤 씨앗을 심으면서 내가 가장 기대했던 식물은 단연코 식충식물이었다.


나는 기대감에 가득 차서 곧장 내가 식충식물의 씨앗을 심었던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 도착한 나는 실망해야만 했다.


다른 작물들은 고작 하룻밤 만에 수확이 가능할 만큼 커다랗게 자란 데 반해, 내가 식충식물을 심었던 자리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작물들은 다들 하루 만에 엄청나게 커버렸는데, 왜 식충식물을 심었던 곳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걸까?


사실 상식적으로 따져본다면 하루 만에 자라버린 다른 농작물들이 비정상적인 거고, 아무런 소식도 없는 식충생물 쪽이 정상이긴 했다.


나는 조금 실망했긴 했지만, 내게 주어진 더 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을 돌려야 했다.


‘이러면 굳이 오늘 뭘 먹을지 고민할 필요도 없겠는걸?’


백호 길드 길드장에게 차비 명목으로 뜯어낸 돈은 이미 버스비와 담뱃값으로 나 탕진한 뒤였다.


농작물이 자라기 전까지 밥값을 벌기 위해 읍내 식당에서 접시닦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농작물이 하루 만에 자라버렸다.


완전 개꿀인데?


‘가만, 생각해 보니까 요리도 해본 적이 없는걸?’


하루빨리 농작물을 길러서 먹고 살 걱정만 했었지, 그 농작물을 어떻게 요리해서 먹을지는 생각 안하고 있었다.


하긴, 뭐 농작물이 고작 하루 만에 자라버릴 줄 알았나?


분명 농작물이 하루 만에 자라서 먹고 살 걱정이 줄어든 건 좋은 일이지만, 이 많은 농작물을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모른다는 건 큰 문제였다.


밭에 크게 자란 농작물들을 보면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비록 내가 요리를 못하긴 하지만, 군고구마 정도는 구워 먹을 수 있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내가 지난밤 능력을 사용해서 만들어 낸 삽을 들고 밭으로 향했다.


고구마 이파리가 자란 부분을 삽으로 조심스럽게 파내자, 고구마 줄기에 얽힌 알 굵은 고구마들이 땅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 이게 대체 몇 개야?’


땅속에서 고구마를 수확하는 족족 고구마는 나의 인벤토리로 옮겨졌다.


같은 종류의 물건은 인벤토리 한 칸에 여러 개 뭉쳐서 쌓을 수 있어서, 인벤토리의 공간을 그리 많이 차지하지도 않았다.


나는 밭에서 고구마를 전부 캐내는 대신, 일단은 먹을 만큼만 수확하기로 했다.


너무 잔뜩 캐서 쌓아두면 상할 수도 있었으니까.


‘내가 농사지어서 얻은 첫 수확물!’


비록 그 농사일이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지만, 내가 직접 농사를 지어서 얻은 농작물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밭에서 캐낸 고구마를 힘을 주어 반으로 쪼갰다.


고구마의 하얀 속살이 농작물을 감별하는 법을 모르는 비전문가인 내가 보더라도 살이 단단하고 맛있어 보였다.


나는 고구마 겉면에 묻은 흙을 겉옷에 문질러 털어내고, 익히지 않은 생고구마를 한입 조금 베어 물었다.


어제저녁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배가 고프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도시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고구마는 감자와 달리 익히지 않고 생으로 먹어도 무방한 작물이었다.


다만 익혀 먹었을 때보다 맛이 없을 뿐.


생고구마는 아삭하는 기분 좋은 소릴 내며 씹혔다.


생고구마를 씹어먹으며 내가 놀란 점은 이 생고구마 특유의 비릿하면서도 떫은맛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이것도 내가 가진 고유능력의 힘인가?


생으로 먹었는데도 이렇게 맛있는 고구마인데, 익혀 먹으면 얼마나 더 맛있을까?


상상만 해도 군침이 흐르는 상황이었다.


‘고구마를 익히기 위해서는, 모닥불 정도만 만들어도 되겠지?’


나는 고구마를 익히기 위한 모닥불을 만들기 위해서 조합 능력을 쓰려고 인벤토리에 재료를 채워넣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지금 뭘 하는 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모닥불 정도는 조합 능력 없이도 만들 수 있잖아!’


원래 하나의 생각에 매몰되면 다른 것에 관한 생각은 떠올리지 못한다고 하던가?


굳이 조합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모닥불 정도야 나도 피울 줄 알았다.


나는 어쩐지 멋쩍은 기분을 느끼며, 바닥에 나뭇가지들을 둥글게 쌓아서 모닥불을 만들었다.


주변에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모닥불 주변에 남은 조약돌을 둥글게 둘러두었다.


‘원래 군고구마는 낙엽을 태우는 약한 불에 오랫동안 익혀야 제맛이지만, 지금은 내가 너무 배가 고파서 그렇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나는 담배 피울 때 사용하던 라이터로 내가 만들어 낸 모닥불에 불을 붙였다.


도시에서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일 때보다 훨씬 더 번거로운 작업이었지만, 이 불편함 역시 산중생활의 낭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봐야 아직 이곳에 온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내가 느끼기에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캠핑을 떠나와서 생긴 일처럼 설레기만 했다.


나는 잘 불타고 있는 모닥불 위에 고구마들을 올려놓았다.


이제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건가?


모닥불 곁에 큼지막한 돌 하나를 깔고 앉아 멍하니 모닥불에서 익어가는 고구마를 보고 있자니, 이것이 요즘 사람들이 말하던 불멍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닥불이 타들어 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으니, 과거에 고민하고 갈등했던 모든 것이 전부 다 무의미하게만 느껴졌다.


한참을 눈앞이 아른거린 만큼 모닥불을 바라보던 나는 뒤늦게 돌을 깔고 앉은 자세가 불편해서 다리가 저린 게 느껴졌다.


‘모닥불로 고구마가 익으려면 제법 시간이 걸릴 텐데, 이왕이면 좀 더 편하게 앉아서 기다려야지.’


비록 모닥불을 만드는 일 정도는 능력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내가 편히 앉아서 쉴만한 걸 만드는 일에는 아무래도 조합 능력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았다.


이미 전원이 공급되지 않아도 열을 발산하는 돌침대를 만들어 냈던 나였기에, 의자 하나 정도는 쉽사리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무막대기를 세로로 세워서 의자 다리를 만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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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재를 평평하게 배치해서 앉을 곳을 마련하고’


□□□

▤▤▤

▥□▥


‘마지막으로 다시 나무막대기를 세로로 세워서 등받이를 만들자.’


□□▥

▤▤▤

▥□▥


내가 조합 능력을 사용하자, 인벤토리 안에는 훌륭한 품질의 나무 의자가 조합되었다.


‘이제는 이 능력을 사용하는 데 너무나 능숙해졌는걸? 더 이상 시행착오도 안 하네.’


나는 새로 만들어 낸 의자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곧장 시험 삼아 앉아보았다.


새로 만든 의자는 놀랍도록 안락하고 한번 앉으면 다시 일어나기 싫어질 만큼 편안했다.


가격을 떠나서 의자 중에서도 자기 엉덩이에 딱 맞아서 아무리 낡아도 버리지 못하는 의자가 있지 않던가?


내게는 이 의자가 그러했다.


나는 이제 얼마나 더 비싼 의자를 공짜로 주겠다고 한데도 이 의자를 버리지 못할 것 같았다.


너무 편안해서 영원히 앉아있고 싶은 의자에 앉아서, 모닥불에서 슬슬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는 고구마를 바라보는 여유로움이 마음의 안식을 주었다.


그래, 도시의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다급하게만 살아갈 필요가 있나?


바쁘게 사는 사람이 있으면 천천히 사는 사람도 있는 거지.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서 나는 내가 만들어 낸 나무막대기로 모닥불과 고구마를 건드리며 한쪽으로만 너무 타지 않도록 뒤적거렸다.


어느덧 달콤한 군고구마 냄새가 사방에 진동할 무렵, 때가 되었다고 느낀 나는 시험 삼아 나무막대기 끝으로 고구마 하나를 모닥불 밖으로 굴려 꺼냈다.


모닥불에서 막 꺼낸 고구마를 집어 들고, 나는 힘을 주어 반으로 쪼갰다.


“와!”


모닥불에 익힌 고구마의 속살은 내가 절로 감탄을 내뱉을 만큼 훌륭한 황금색이었다.


탕후루 같은 자극적인 입맛에 길든 요즘 애들이 보더라도 절로 입에서 침이 흐를듯한 비주얼이었다.


입이 데지 않도록 뜨거운 고구마를 후후 불어 한입 깨문 순간, 나는 즐거운 충격에 휩싸였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맛있는 군고구마를 먹어본 기억이 있던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 그 어떤 비싸고 요란한 간식을 가져온 데도 바꾸지 않을 것 같았다.


흔하고 저렴한 간식인 군고구마가 이렇게까지 맛있을 수 있는 것 역시 내가 가진 고유능력의 위력인가?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다 보니, 나는 내가 눈 깜짝할 사이에 고구마 하나를 다 먹어 치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처음부터 모닥불에 고구마를 잔뜩 올려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할 것이 두려워서 고구마를 조금만 익혔다면, 다음 고구마가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굉장히 고통스러웠으리라.


나는 나무막대기를 사용해서 또다시 다음 군고구마를 모닥불에서 굴려 빼냈다.


한창때의 남성인 내가 고작 고구마 하나 먹고서 배가 찰 리가 없었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질릴 것 같지 않은 맛의 고구마를 두 번째로 먹기 위해 반으로 가른 순간, 나는 등 뒤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고구마 냄새에 이끌린 이 동네 주민인가?


할아버지네 집과 텃밭은 시골 중에서도 민가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럴 확률이 낮긴 했지만, 멀리 심심풀이로 산책을 나온 동네 주민이 우연히 내가 군고구마를 굽던 광경을 목격했을 수도 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멋진 음악은 원래 사람을 끌어들이는 법이니까.


나는 내가 만들어 낸 훌륭한 군고구마의 달콤한 향기에 이끌린 마을 주민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군고구마 향기에 이끌린 것은 마을 주민이 아니었다.


그것은 헌터 사회에서 ‘랩터’라는 약칭으로 불리던 괴물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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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세상일 쉽지 않네 +1 24.08.26 114 6 12쪽
8 아아, 이것은 품종개량이라고 한다 +2 24.08.25 151 4 12쪽
7 오두막집을 지어볼까? 24.08.24 176 5 12쪽
6 네가 왜 거기서 나와 +1 24.08.23 211 6 12쪽
» 황금 군고구마 +1 24.08.22 227 3 13쪽
4 초스피드로 농사짓는 법 +1 24.08.21 250 5 12쪽
3 세상에서 농사일이 가장 쉬웠어요. +1 24.08.20 287 5 12쪽
2 제발 내 말 좀 믿어주라! +2 24.08.19 311 7 14쪽
1 길드에서 쫓겨나자마자 능력의 사용법을 알아냄 +1 24.08.18 366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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