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능력으로 귀농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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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
작품등록일 :
2024.08.18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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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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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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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집을 지어볼까?

DUMMY

랩터에게 잡아먹힐 뻔한 위기를 간신히 넘기고, 나는 비로소 내가 구운 군고구마를 마음 놓고 포식할 수 있었다.


랩터는 보통 무리를 지어 다니니 근처에서 랩터 몇 마리가 더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었지만, 조금 전 시원스럽게 움직이며 랩터를 해치웠던 식충식물이 나를 지켜줄 거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놓였다.


모닥불 속에 계속 박혀있던 군고구마는 아직 식지 않아서 따끈따끈했다.


맛있는 고구마를 허겁지겁 먹다 보니 잘 익은 김치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상황에 그런 사치를 기대할 순 없었다.


고구마를 실컷 먹어서 체력을 보충한 나는 생각했다.


‘오늘은 또 뭘 해볼까?’


도시에서 살 때는 내일 할 일에 대해서 딱히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학생 때는 공부를 해야 했고, 학교를 다 졸업하기도 전에 집안 사정이 안 좋아져서 곧장 일터에서 일을 해야 했고, 차원 문이 열려서 괴물들이 쏟아진 이후에는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서만 신경 썼다.


이렇게 여유롭게 시간을 들여가며 다음에 뭘 할지 고민해 본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인 것 같았다.


더군다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


이런 여유로움과 자유로움 때문에 단순히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모닥불이 타들어 가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나는 문득 다 쓰러져 가던 할아버지의 옛집을 쳐다보았다.


‘어젯밤에는 돌침대의 성능이 워낙 좋아서 별일 없었지만, 그래도 계속 여기서 살려면 살 집이 필요해.’


할아버지께서 사시던 집은 사실상 말이 집이지 폐가나 폐허라고 불러야 할 만큼 엉망진창이었다.


이 집을 수리해서 사는 것보다, 차라리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게 더 쉬울 지경이었다.


‘그냥 전부 철거해 버리고 집터만 활용해야겠다. 버려진 폐가를 손자가 어떻게 활용해서 살아가든 할아버지께서는 기뻐하시겠지.’


생각을 굳힌 나는 곧장 곡괭이를 들고 작업에 착수했다.


안 그래도 맛있는 군고구마를 잔뜩 먹어서 배가 찬 직후였기에 기운이 넘쳤다.


보통 사람들은 혼자서 집을 철거하겠다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겠지만, 내게는 조합 능력으로 만들어 낸 곡괭이와 인벤토리 능력이 있었다.


이 두 개만 가지면 세상에 못 할 게 없어 보였다.


“핫!”


나는 기합을 내지르며 폐가를 철거하기 위해 무너진 담벼락을 향해 곡괭이를 휘둘렀다.


밭에서 거대한 바위를 단 몇 번의 곡괭이질 만에 부숴버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나의 출입을 막고 있던 옛집의 잔해들은 쉽사리 잘게 부서져 자동으로 나의 인벤토리로에 들어왔다.


평소에는 너무나 힘들고 어려워서 낑낑거리며 해내야 했던 일을, 힘들이지 않고 손쉽게 해내면 굉장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돌로 된 것은 곡괭이, 나무로 된 것은 도끼로 부숴가며 나는 그렇게 집을 철거해 갔다.


입구를 틀어막고 있던 잔해를 가장 먼저 부숴서 안으로 들어갈 순 있었지만, 집안에 내가 활용할 만한 집기는 이미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마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주인 없이 방치된 집에 여러 번 도둑이 들어서 쓸만한 물건들을 전부 훔쳐 간 모양이었다.


할아버지의 유품들을 누군가 전부 훔쳐 갔다는 사실이 안타깝긴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아무런 미련 없이 집을 철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속이 후련했다.


“이건 뭐지?”


한참 내가 집터를 확보하기 위해 할아버지의 옛집을 철거하고 있는데, 잔해에 묻혀 보이지 않았던 집 바닥의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그것은 잠수함이나 커다란 군함에서나 볼법한, 핸들을 돌려서 문을 여는 커다란 해치였다.


사람 한두 명은 너끈히 드나들 법한 크기의 해치가 왜 뜬금없이 시골집 바닥에 달린 거지?


호기심이 생긴 나는 잠시 집을 철거하던 작업을 멈추고 곧장 해치에 달린 핸들을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방치되어 녹슬었는지, 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 힘이 모자라서 열리지 않는 건가? 평소에 운동 좀 해둘걸. 뭔가 지렛대로 쓸만한 게 있으면 좋을 텐데.’


마침 나는 지렛대로 쓰기 좋은 물건을 손에 쥐고 있었다.


곡괭이의 머리를 해치의 핸들에 끼우고, 나는 있는 힘껏 당기기 시작했다.


조합능력으로 만들어 낸 곡괭이가 나도 예상치 못한 일을 해주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곡괭이는 이번에도 내가 예상치 못한 일을 해주긴 했다.


그게 내가 전혀 바라지 않던 일이라서 그렇지.


“으악!”


곡괭이를 사용해서 해치의 핸들을 돌리려던 나는 당황했다.


지렛대의 원리로 핸들을 돌려서 해치를 열 생각이었는데, 녹이 슬어서 내구력이 약해진 모양인지 해치에 달려있던 핸들만 부러져 버렸기 때문이다.


“에이 씨···.”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부러진 녹슨 핸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지.


해치 밑에 뭐가 있는지 궁금했지만, 일단은 더 이상 방법도 없고 집을 철거하던 도중이었으니 나는 다시 곡괭이를 주워 들고 작업을 재개했다.


잡동사니가 어지럽게 쌓여있던 할아버지의 옛집을 철거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론 텃밭을 정리하는 것보다는 오래 걸리긴 했지만, 아무런 능력도 갖추지 못한 일반인이 같은 일을 하려 했다면 아마 며칠은 꼬박 걸리지 않았을까?


어쨌든 나는 새집을 지을 적당히 평평한 땅과 폐허를 철거하면서 나온 많은 양의 잡동사니를 얻게 되었다.


‘폐가를 그냥 놔두기 흉해서 일단 철거했는데, 집을 지으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나는 집을 지을 때 당연히 내가 각성한 고유능력인 조합능력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 계획을 실행할 때가 되자 뒤늦게 이 계획이 잘 안 먹힐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3x3구조의 9칸으로 집을 표현할 수가 있나?’


내가 가진 조합능력은 9칸의 인벤토리에 재료를 배치하는 방법에 따라서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 내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그 놀라운 능력에도 어디까지나 한계는 있었다.


그것은 한 번에 재료를 배치할 수 있는 칸이 9개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조합능력으로 만들어 낸 것들은 도끼나 곡괭이 등 소소한 크기의 도구 정도였다.


앞으로 내가 살 집 같은 거대한 물체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잘 안 되는데···.’


뒤늦게 위기감을 느낀 나는 조합능력으로 집을 짓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하지만 고작 9칸의 인벤토리로 집의 형태를 나타내기는 무리였다.


아무리 재시도를 해봐도 재료에서 빛이 날 뿐, 조합능력이 발동되지는 않았다.


‘할아버지의 옛집을 너무 성급하게 철거해 버렸나?’


이제는 집터만 덩그러니 남은 곳을 보며 나는 뒤늦게 후회되기 시작했다.


그냥 바람이 새는 곳만 대충 때워서 살걸 그랬나?


하지만 일을 이미 저질러 버렸으니, 인제 와서 후회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제 내게 남은 건 이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일뿐이었다.


또다시 모닥불 옆에 주저앉아서 고민하던 나는 한 가지 새로운 방법을 떠올렸다.


‘조합능력으로 한꺼번에 집을 만들 수 없다면, 집을 만드는 구성 요소들은 하나씩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인벤토리가 9칸뿐이라는 제한사항 때문에 집 한 채를 통째로 만들어 낼 순 없었다.


하지만 집을 구성하는 벽, 천장, 바닥, 문짝을 따로따로 만드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곧장 실행에 들어갔다.


‘집을 지으려면, 일단 주춧돌부터 필요하지?’


나는 비록 건축에 대해서 잘 모르는 문외한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 속담과 옛말에 등장하는 단어였기에 나도 알고 있었다.


일단 집을 지을 네 귀퉁이에 주춧돌을 세워둔다면 얼마나 큰 집을 지을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좋겠지.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돌을 주춧돌 모양으로 배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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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합능력을 시전하자마자, 묵직해 보이는 주춧돌 하나가 튀어나왔다.


어차피 고작 나 혼자서 살 집인데, 으리으리한 저택이나 예술적으로 복잡기괴한 설계의 집을 지을 계획은 없었다.


나는 같은 크기의 주춧돌을 3개 더 만들었다.


‘대충 이 정도 위치에 놓으면 되겠지?’


나는 조합능력으로 만들어 낸 주춧돌 4개를 집터의 네 귀퉁이에 나란히 배치했다.


일반인이었다면 혼자서는 도구 없이는 들고 나르지도 못할 무게의 주춧돌이었지만, 내게는 간편한 인벤토리 능력이 있었다.


주춧돌의 위치가 어긋나지 않도록 정교한 측량 장비를 사용해서 각도를 맞출 필요도 없었다.


인벤토리에서 집터에 주춧돌을 내려놓으려는 순간, 마치 보이지 않는 격자에 맞춘 듯 정확한 위치에 주춧돌이 놓였다.


‘그다음에 필요한 것은 기둥인가?’


나는 주춧돌 위에 세울 굵은 나무 기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통나무에서 베어낸 목제를 수직으로 조합하면, 나무막대기보다 훨씬 더 굵은 기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곧장 머릿속에서 떠올린 생각을 실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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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합능력을 발휘하자, 인벤토리 안에서 둥근 원통 모양의 커다란 나무 기둥이 만들어졌다.


나는 같은 기둥을 3개 더 만들어서 각각의 주춧돌 위에 세웠다.


‘그 다음은 기둥과 기둥 사이를 잇는 벽을 만드는 일인가?’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벽이라면 그냥 평평한 모양으로 배치하기만 하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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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합능력을 사용하자 인벤토리 안에 널따란 나무 벽이 생겨났다.


나는 주춧돌 위에 세워진 나무 기둥들 사이에 내가 만들어 낸 나무 벽을 세웠다.


기둥 사이에 나무 벽을 세우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다.


원래라면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하고 크레인이나 기중기가 필요했을 테지만, 내가 가진 능력에 의해서 나는 간편하게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내가 기둥과 기둥 사이에 인벤토리에서 나무 벽을 꺼내놓기만 해도, 마치 금속이 자석에 이끌리는 것처럼 나무 벽이 알아서 기둥 사이에 착!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기둥과 벽을 세우기만 했는데도 집의 형태가 얼추 갖춰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앗! 문이 없잖아?’


4개의 기둥 사이에 전부 벽을 세워버리는 바람에 출입문이 없어 나는 내가 지은 집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멍청한 짓을 하다니?


마치 게임을 하듯이 손쉽게 진행할 수 있는 집짓기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 그런 간단한 상식마저도 떠올리지 못한 것 같았다.


‘일단은 문부터 만들어야겠는걸?’


이번에도 어렵게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다.


결국 단순하게 생각하면, 문은 열 수 있는 벽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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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만들 때와 비슷한 방법을 쓰되, 한쪽에 문을 여닫을 수 있는 경첩을 만들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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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합능력을 사용하자, 인벤토리 안에는 훌륭한 품질의 나무 문이 만들어졌다.


그것도 여닫는 데 필요한 경첩과 문손잡이가 돌로 만들어진 나무 문이었다.


돌로 된 경첩이라니, 조합 능력 없이 이런 걸 만들려면 얼마나 공을 들여야 할지.


‘아쉽게 되었지만, 이미 세워버린 벽은 문을 설치하기 위해서 허물어버려야 하나?’


조합 능력을 사용하면 나무 벽 하나 정도는 단숨에 만들어 낼 수 있었기에 벽을 허무는 게 그다지 큰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다른 해결책이 존재할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인벤토리에 막 만들어 낸 문으로 출입구를 만들 예정이었던 벽에 다가갔다.


그리고 그냥 벽을 향해 인벤토리에서 문을 꺼냈다.


그러자 벽에서 갑자기 문이 뿅! 하고 생겨났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


벽에 문이 들어갈 공간을 파낼 필요도 없이, 그냥 인벤토리에서 문을 꺼낸 것만으로도 자동으로 벽에 문이 생겼다.


실제로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많은 종류의 게임에서는 편의성을 위해서 자주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나는 마치 게임에서처럼 손쉽게 일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 능력이라면, 이러한 게임의 법칙에 어느 정도는 따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예상은 멋지게 들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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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세상일 쉽지 않네 +1 24.08.26 114 6 12쪽
8 아아, 이것은 품종개량이라고 한다 +2 24.08.25 151 4 12쪽
» 오두막집을 지어볼까? 24.08.24 176 5 12쪽
6 네가 왜 거기서 나와 +1 24.08.23 210 6 12쪽
5 황금 군고구마 +1 24.08.22 226 3 13쪽
4 초스피드로 농사짓는 법 +1 24.08.21 250 5 12쪽
3 세상에서 농사일이 가장 쉬웠어요. +1 24.08.20 287 5 12쪽
2 제발 내 말 좀 믿어주라! +2 24.08.19 311 7 14쪽
1 길드에서 쫓겨나자마자 능력의 사용법을 알아냄 +1 24.08.18 365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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